어느 때보다 논쟁과 토론 활발… 내년에도 각종 이슈
2012년 한국 신학계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주제들로 논쟁과 토론이 뜨거웠다.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가 추락하자 ‘영성 회복’이 핵심 논제가 됐고, 그 연장선에서 ‘성령론’이 부각되기도 했다. 더불어 ‘예배’와 관련된 주제들도 자주 거론됐고, 무엇보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학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2012년 신학계 키워드는 ‘성령’
‘성령’이나 ‘영성’은 올 한 해 신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들 가운데 하나다. 국내 기독교 교세의 점진적 쇠퇴와 교회의 이미지 실추가 맞물리며, 교계 전반에서는 “영성을 회복하자”는 구호가 크게 자리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많은 학회들이 ‘기독교 영성’을 탐구했고 그 과정에서 ‘성령 운동’과 ‘은사’ 등 신앙의 실제와 관련된 부분들이 논쟁의 대상이 됐다.
눈길을 끌었던 건 일명 ‘왕의 기도’로 알려진 손기철 장로(헤븐리터치 미니스트리)의 사역이 그 화제성으로 인해 교단 차원의 대응으로까지 이어지며 신학계가 이를 조명했다는 점이다. 예장 합동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손 장로의 사역을 다루며 “영적·지적 교류를 삼가며 집회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올초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은 ‘손기철 장로의 치유 사역과 신학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당시 주발제자였던 현요한 박사(장신대 조직신학)는 손 장로의 ‘왕의 기도’가 “치유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죄책감을 안겨 줄 수 있다”고 단점을 지적하면서도 “손 장로가 신사도운동을 추종하거나 전파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그를 ‘이단’으로까지 몰고가는 것엔 반대했다. 당시 손 장로의 ‘왕의 기도’는 그 핵심 사상이 ‘신사도운동’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단성 의혹을 받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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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은 올초 ‘왕의 기도’로 알려진 손기철 장로의 사역을 집중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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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장로의 경우에서 보듯 ‘신사도운동’도 신학계 안팎에서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았다. 이 역시 최근 ‘성령 운동’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기독교인들이 갈망하는 ‘영성 회복’ 바람을 타고 급격히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신학계, 특히 개혁주의 신학자들로부터는 ‘이단 사상’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얼마 전 한 학술대회에서 이승구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이 신사도운동의 근본적 문제점에 대해 “오늘날에도 예언자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성경 이외에 하나님의 직접적인 계시가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계속된다는 이런 생각은 그 동안 장로교 신학과 정통 신학에서 일반적으로 주장해 온 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신사도운동에 대해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사신학)는 “사도적 계시가 오늘날에도 가능하다고 보는 신사도운동의 주장은 성경 외 다른 계시의 길을 열어놓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지금까지 이 신사도운동 비판은 주로 개혁주의에 기반을 둔 장로교회들에서 이뤄졌는데, 보다 많은 교파들이 여기에 참여해 그 위험성을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사도운동은 앞으로도 국내 신학계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방언과 관상기도, 예언 등 성령의 사역과 관련된 주제들이 활발하게 다뤄진 2012년 한 해였다.
예배, 여전한 관심의 대상
교회를 ‘예배 공동체’라 부르는 만큼, 예배와 관련한 각종 주제들은 올해에도 빠짐없이 토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기존 예배 형식과 차별을 둔 소위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는 그 가톨릭적 특성 때문에 여전히 ‘비판적 검증’을 거치는 중이다.
얼마 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박종환 교수는 한 신학 컨퍼런스에서 이 ‘예배학’을 다루며 이머징 예배가 “한 개인의 회심을 넘어 탄식과 죄의 고백, 침묵 등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전제된 결론을 유도하기보다 열린 결말로 다양성이 공존하는 예배 형태”라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주로 보수적 성향을 지닌 학자들은 “지나치게 신비함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외에도 정형화된 예배의 형식, 즉 오늘날 장로교와 감리교, 오순절 등의 구분없이 각 교파의 예배가 저마다 비슷한 형태를 띄는 것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있었고, 현대 예배가 지나치게 ‘설교 듣기’에만 머물러 수동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한국장로교 1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당시 개혁주의 예전을 시도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내년, WCC 논쟁 뜨거워질 듯… 창조신학도 주목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올 한 해 신학계의 뜨거웠던 이슈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WCC 제10차 총회가 내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면서 보수 신학계를 중심으로 그 신학적 정체성을 ‘밝히는’ 자리가 다수 마련됐다. 주로 WCC의 ‘종교다원주의’와 ‘용공성’이 논란이 되면서 이와 관련된 ‘反 WCC’ 세미나가 심심찮게 열렸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공세에도 WCC 찬성측이 크게 대응하지 않으면서 격렬한 찬·반 토론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총회가 열리는 내년,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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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의 국내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WCC 신학의 문제를 고발하는 신학 모임이 개혁주의를 비롯한 보수 신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어져 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예장 합동측 권성수 목사(대구 동신교회)가 한 신학대회에서 WCC의 신학을 비판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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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가 칼빈의 ‘이중예정론’을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고,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자살’은 구원론과 관련해 다양한 신학적 토론의 대상이 됐다.
한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의 청원으로 중·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실린 ‘말(馬)의 진화’와 ‘시조새’ 관련 부분이 수정 혹은 삭제됐다는 소속이 각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창조론 對 진화론’ 대결이 다시금 격화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창조신학 분야 전문가인 조덕영 박사는 “지금까지 신학계가 구원에 집중했다면 앞으론 창조신학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수 교수(평택대 조직신학) 역시 “창세기의 다양한 주제들을 좀 더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인류의 기원 문제 뿐만 아닌,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학자들, 마음 열고 서로 교류해야
내년에는 논쟁적인 신학적 주제들을 두고 교파간, 혹은 신학사조간 보다 활발한 토론과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신학자는 “올해도 그렇지만 이전부터 신학적 문제들이 주로 장로교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감이 있다”며 “장로교가 한국교회 다수를 차지하긴 하지만 신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계통의 신학자들이 신학 논쟁에 참여해야 한다. 여기에는 장로교는 물론 모든 신학자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자세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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