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0일 수요일

친구같은 아빠 `프렌디` 시대(201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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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이원준 씨(42ㆍ서울 도곡동)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산을 오른다. 대모산, 구룡산, 청계산 등 집 근처 산들을 자주 오른다. 김밥 한 줄 싸서 가는 소풍 수준의 산행이지만 아이들은 아빠와의 산행을 기대한다. 산에서는 아빠가 온전히 자신들의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씨가 처음부터 ’친구 같은 아빠’는 아니었다. 주말에는 종일 소파에서 뒹굴고 아이의 사소한 잘못에도 화를 버럭 내는 그런 아빠였다.

이씨는 "큰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아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선생님 질문에 ’회초리’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후 이씨의 변화가 시작됐다.

일상생활에서뿐 아니라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아빠들 모습이 달라졌다.

아빠와 자녀가 여행을 떠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빠는 서툴고 엉성하지만 사랑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9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 속의 아빠는 살인 누명을 쓴 지적장애인이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어떤 아버지보다 큰 진짜 친구 같은 아버지다.

과거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헛기침 하나로 집안을 다스렸다. 근엄하고 권위적인 가족공동체의 절대권력이자 아이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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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아버지상 대신 인간적이고 친화적인 아버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대화하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 같은 아빠.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인 ’프렌디(Frendy)’란 말까지 최근 등장했다.

프렌디들은 아이들의 공개수업에 참여하고 공부를 직접 가르치고 또 친구처럼 놀아주면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직접 표현한다.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을 비롯해 일일교사, 급식봉사, 청소, 교통도우미 등 학교생활에 아빠들이 참여하는 것도 점차 늘고 있다.

서투른 아빠들을 위한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휴넷이 운영하는 ’행복한 아버지 학교’엔 3년간 8000여 명이 다녀갔다. ’아빠가 달라졌어요’의 저자 권오준 씨가 운영하는 ’아빠놀이학교’ 프로그램은 두 달짜리 프로그램임에도 벌써 19기째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저출산을 극복하고 아빠 육아 참여를 장려하고자 만든 ’100인의 아빠단’도 2011년 9월 발족해 현재 2기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친구 같은 아빠가 늘어나는 현상은 "엄한 가르침을 받고 자란 30~40대가 자녀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섭고 대하기 어려웠던 아버지 밑에서 느낀 어려움의 반작용이라는 것.

친구 같은 아빠의 증가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도 한몫했다.
 일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더 이상 과거처럼 아빠들이 뒷방에서 헛기침만 할 수 없게 된 것.

이와 함께 아빠의 양육 참여도가 높을수록 유아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성, 도덕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아빠 효과(the effects of fath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친구 같은 아빠 증가에 한몫했다.

권오준 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빠와 함께하는 나들이나 목욕 등이 사회성을 길러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가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3세부터는 아이를 품에 안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인지 발달과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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