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7일 수요일

“고급 신문 살리려면 국민이 사서 봐야 합니다”(2013.02.28)

미국 122년 전통 시애틀타임스,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주필 "인쇄광고 감소로 힘겨운 언론 도와달라" 호소
"독자가 원하는 뉴스·정보 전달에 최선 다하겠다"


중국에 '이펀첸 이펀훠'(一分錢 一分貨)라는 말이 있다. 

한 푼의 돈으로는 한 푼어치의 물건밖에 살 수 없다, 즉 물건에 따라 값이 다르다는 뜻이다.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州)의 최대 도시 시애틀에서 발행되는 고급 일간지 시애틀 타임스가 디지털 정보 시대에 인쇄판 신문 광고 급감으로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기 어렵게 되자 오는 3월 중순부터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인용한 속담이다. 한국 속담 '싼 게 비지떡'과 일맥상통한다.

창간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애틀 타임스는 발행 부수가 평일판이 25만여 부, 일요판이 34만여 부에 달한다. 월간 홈페이지 순 방문자(UV)는 500만 명을 넘는다.

'언론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을 1950년 이래 9번 받았다. 최종 후보까지 오른 것만도 1982년 이후 14번이나 된다. 

북서부 지역의 최대 퀄리티 페이퍼(quality paper·고급지)로, 최근 세계 최대 비영리 디지털 언론인(2천여 명) 조직인 온라인뉴스협회(ONA)는 이 신문 웹사이트를 북미의 4대 최고 뉴스 사이트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런 시애틀 타임스도 지난 10년간 일반인의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접근이 급증하면서 주수입원인 인쇄판 광고가 격감하자 고급지의 위상을 지키고자 부득불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하게 됐다. 

데이비드 보드먼 주필은 지난 23일 기사 형식의 사고(社告)를 통해 유료화의 불가피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이 디지털 뉴스 구독으로 퀄리티 저널리즘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짜 뉴스로는 저급한 기사와 정보밖에는 생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시애틀 타임스는 종이신문 한 부당 평일판(월∼토요일)은 75센트, 일요판은 2달러를 받았지만 데스크톱·랩톱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한 디지털 뉴스는 무료로 제공해왔다.

기존이든 신규든 종이신문 구독자는 별도의 요금을 내지 않고 디지털 뉴스도 무한정 접근할 수 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로만 뉴스를 보려는 사람은 시험기간인 3월 중순부터 한 달간은 주당 0.99 달러, 그 이후부터는 주당 3.99 달러(약 4천400 원)를 내야 한다.

미가입자는 처음엔 일부 뉴스를 무료로 볼 수 있으나 공짜 접속이 계속되면 콘텐츠 접근이 차단된다. 

미국에서는 2년 전 뉴욕 타임스(NYT)가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한 이래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4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신문이 디지털 구독료를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온라인 기사를 유료화하고 가판 구독료를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무료로 제한 없이 신문 웹사이트에서 뉴스와 정보를 구하던 시대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보드먼 주필은 "(디지털 구독으로) 여러분은 우리 지역의 퀄리티 저널리즘을 직접 돕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애틀 타임스는 1996년 웹사이트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종이신문 독자에겐 신문 배달비 정도만 부과했다.

기자·에디터·칼럼니스트·그래픽 아티스트·페이지 디자이너·블로거·디지털 프로듀서 등 뉴스룸 종사자 인건비와 제작비 등 제반 경비는 광고 수입으로 충당했다.

보드먼은 "이제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면서 "우리가 우리의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이 진화한 것처럼 우리의 사업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인력과 비용을 감축했지만 독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은 절대 줄이지 않았다"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든 독자가 원하는 뉴스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급지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고 더욱더 봉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드먼은 "공짜로 보던 것에 돈을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시애틀 타임스가 북서부 지역의 활력과 시민의식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잠깐만 생각한다면 여러분이 중시하는 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흡족히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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