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5일 월요일

[여적]아빠 어디가(23013.02.25)

‘아빠 코드’가 뜨고 있다. 엊그제 관객 1000만명을 넘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여섯 살 지능의 아버지 용구가 딸 예승이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힐링영화다. 용구는 딸의 입학선물로 노란색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고 싶지만 가진 돈이 부족하다. 주차장 아르바이트로 가방 살 돈을 모으던 그가 어느 날 빙판에 넘어져 즉사한 딸 또래의 여아를 구조하려다 아동강간 및 살인죄의 누명을 뒤집어쓴다. 교도소 동료들이 딸바보인 용구를 위해 세탁물 상자 안에 딸을 숨겨 교도소 7번방으로 데려오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관객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하고 ‘웃프다(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에 푹 빠져든다.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맙습니다”라며 예승이를 껴안는 아빠의 미소는 슬픔의 당의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힐링영화로 사랑받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도 딸바보 장발장이 입양녀 코제트를 위해 헌신하는 내용으로 관객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2002년 개봉된 <아이 엠 샘>도 일곱 살 지능의 아버지 샘이 딸 루시를 시설에 빼앗긴 후 양육권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는 부성애가 주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유대인 수용소의 비극을 웃음으로 포장하는 아버지의 헌신이 빛난다. 처형장에 끌려가면서도 아들에게 “전쟁놀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꼭꼭 숨어 있으라”며 코믹하게 손을 흔들던 ‘아들바보’의 미소는 객석을 눈물로 적셨다. 

MBC TV <일밤-아빠! 어디가?>는 다섯 명의 아버지와 그 아이들이 소통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엎어지자 “아빠 때문이잖아! 나 아빠 말 잘 들었는데…. 그냥 가다가 미끄러진 거잖아”라며 앞뒤가 맞지 않게 떼를 쓰고 서럽게 우는 장면이 화제였다. 한때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은 아빠에게 “누구야”라고 묻던 어린이였지만, 이 시간을 통해 부자는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각박한 현대사회의 아버지들은 고단하다. 특히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다른 건 부족하거나 없어도 괜찮다’는 가치관에 흔들리던 아버지들은 슈퍼맨 신드롬을 앓으며 남몰래 울었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단절됐던 아버지들이 아프고 쓰라린 자화상을 극복하고 아무 걱정 없이 가족을 보듬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제 아빠의 눈물을 닦아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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