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오바마도 시진핑도, 아시아 국가들을 편가르기 해선 안 된다"(2012.11.09)


[오바마·시진핑 시대 이렇게 본다] [2] 제임스 스타인버그 前 美국무부 부장관
"시진핑, 이전 지도자들보다 효율성 중시 변화보다는 연속성을 더 많이 선택할 것…
中이 美 추월? 수십년간 그럴 가능성 없어"
"오바마는 앞으로도 아시아 진출 강화할 것… 이를 '중국 봉쇄'라고 오해하면 안 돼…
美·中 둘이서 모든 걸 해결할 생각 버려야"

"오바마미국은 아시아 우방들이 중국과 잘 지내길 바라며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식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진핑(習近平)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7일(현지 시각) '미·중 동시 권력 교체'와 관련한 전화 인터뷰에서 "시진핑한국, 일본,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이 중국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 새로운 미·중 관계 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인버그는 지난해 7월 부장관에서 물러난 뒤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 맥스웰스쿨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아시아 정책을 입안한 대표적 '중국통'이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미·중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큰 두 나라인 것은 맞지만, 둘이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엔 등 기존 글로벌 체제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와 시진핑의 시대가 열렸다. 양국 관계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나.

"시진핑(차기 주석)과 리커창(李克强·차기 총리)은 이미 지도부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시진핑의 중국에선 '변화'보다는 '연속성'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중국은 내부적으로 수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고, 시진핑은 이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시진핑을 직접 만나 나눈 얘기를 토대로 예측한다면, 그는 경제성장·번영을 지속하려는 열망이 크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런 기조가 앞으로 양국 관계의 전반적인 틀이 될 것이다."

―오바마와 시진핑 관계에서 가장 큰 도전은 뭐가 될까.

"오바마는 지속적으로 시진핑에게 '중국이 성장·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변 국가들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고, 여기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중국이 발전하는 것은 중국 자체뿐 아니라 세계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국 새 지도부가 중국의 진정한 발전은 주변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면, 이는 향후 몇 년간 미·중 관계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은 어떤 게 있나.

"'패권 경쟁'이라는 틀 밖에서 보면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부분은 매우 많다.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두 나라는 유럽 경제 위기 해결 등에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에너지 최대 소비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물론 기후변화 문제도 공동의 관심 영역이다. 이외에 국제 범죄, 해적, 대(對)테러 문제, 개도국 지원 등은 모두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다."

북한 문제에서도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미·중은 북한뿐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어하는 데서 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확산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중국은 최근 이란 제재에도 일정 부분 동참했고,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긍정적 역할도 했다."

―미국 내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미국 관료가 시진핑을 직접 만나보고 받은 인상은 그가 이전 중국 지도자들보다 효율성을 중시하고 좀 더 자신을 표현하는 스타일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그가 이끌 중국이 어떤 모습일까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섣부르다. 그의 특징을 규정하기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그가 중국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 수 있게 진화하도록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

―미·중을 'G2의 대결'로 보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만나본 미국·중국 지도부 중에 'G2' 개념에 동의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이는 지역·세계 문제를 다루는 데 중요한 파트너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미·중이 가장 파워가 세고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인 건 맞지만 양국이 모든 것을 다룰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오바마가 대선 TV토론에서 중국에 대해 '적(adversary)'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오바마 2기에선 중국에 좀 더 강경해지나.

"오바마 정부의 대중(對中)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말했듯이 '경쟁적이지만 협력적인 관계'를 모색해왔다. 두 나라 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는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 협력할 부분을 찾아가는 과정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중국 봉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오바마는 향후 4년에도 아시아 진출을 계속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을 빼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려 한다. 또 미국은 자체 경제 문제가 있고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성장 엔진인 아시아에 개입을 확대하려 한다. 이는 지역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고, 이는 결국 중국이 번영을 도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중국해 등 아시아 영토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면서 중국과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중국이 영토와 관련해 많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런 대립 일변도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조정을 거쳐 평화적인 타협을 위해 당사국 지도부가 자리를 마주앉게 될 것이고 필요하면 미국도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의 부상(浮上)은 미국을 불편하게 하나.

"중국의 부상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이는 미국이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인권 등을 배려하지 않고 몸집만 불려온 데 대한 것이다. 그런 불편한 시각에 대한 책임은 중국에 있다."

―시진핑 시대에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 전망을 담은 보고서 등을 봤지만 어떤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향후 수십년간 그럴 가능성은 없고, 중국 지도부 누구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경제·군사력 측면에서 전 세계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나라는 미국뿐이며, 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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