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자 급부상 비밀은 CMS
생명체처럼 뉴스가 살아 움직인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22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허핑턴포스트 뉴욕 본사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허핑턴포스트, 프랑스 제1의 온라인 신문으로 등극.” 지난해 9월 미국 미디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뉴스이다. 리베라시옹 같은 기존의 쟁쟁한 온라인 미디어를 누르고 미국의 뉴스 전문 사이트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가 유럽 지성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된 허핑턴이 파리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편집장은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전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의 부인 앤 싱클레어(Anne Sinclair)이다. 출발 때부터 화제를 뿌리기 시작하다가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유니크 방문자(Unique Visitors) 수 200만명을 기록했다. 유니크 방문자란 앱과 웹을 통해 같은 사이트를 반복해서 찾는 사람의 수를 일컫는다. 보통 한 달 기준으로 조사된다. IP 주소와 쿠키를 통해 계산되기 때문에 같은 사이트에 반복해서 들어간다 해도 단 한번만 방문 처리된다. 방문객의 수가 부풀려지지 않는다. 한 번 슬쩍 스쳐지나는 것이 아니라 허핑턴의 고정독자가 200만명에 달한다는 의미이다.
잘 알려진 대로 프랑스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카우보이 나라에서 온 온라인 미디어의 위력은 프랑스 진출 9개월 만에 유럽의 지성을 흔들어 놓았다. 허핑턴은 현재 미국·프랑스를 포함해 이탈리아·영국·남미권·캐나다 등 전부 6개국에 진출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허핑턴이 진출한 곳에서의 활약상은 모두 프랑스에 비견될 만큼 ‘괄목상대(刮目相對)’하다.
비디오·SNS 통해 독자 속으로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5월 창간된 이래, 프랑스만이 아니라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수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황제는 아니더라도 출발 7년 만에 전 세계 온라인 미디어의 왕자쯤으로 등장한다. 뉴욕에 이어 지역판 미디어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시카고·덴버·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디트로이트·마이애미판이 뉴욕과 연계해서 나오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2011년 2월 미국의 인터넷·미디어 업체 아메리칸온라인(AOL)이 3억1500만달러에 사들이면서 온라인 미디어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다. 흥미로운 기사와 이슈를 비디오와 SNS로 연결해 인터넷 세대를 중심으로 독자층을 파고들어 갔다. 디지털 조사기관인 이비즈(eBiz)MBA에 따르면, 2012년 7월 기준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15개 정치 관련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허핑턴포스트의 인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설문 전문회사인 미디어메트릭스는 2010년 11월 기준으로, 허핑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를 잇는 최대의 앱과 웹 미디어라고 발표했다. 유니크 방문자 수가 한 달 동안 26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1위인 뉴욕타임스의 유니크 방문자 수는 3400만명이었다. 2600만명에 달하는 고정독자가 허핑턴포스트를 거의 매일 본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미디어 입장에서 볼 때 급속하게 커진 허핑턴포스트의 성공 요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왜 아메리칸온라인이 무명의 온라인 미디어에 거금을 투자했는지도 알고 싶다. 주목할 부분은 아직 허핑턴포스트는 이렇다 할 수익사업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비디오 중간에 광고를 끼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극히 미미하다. 아메리칸온라인이 3억달러 이상을 주고 구입하면서, 지금 당장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들어선 것이 2013년 허핑턴포스트의 현황이다. 검색창 하나로 시작한 구글의 초기 모습처럼, 허핑턴포스트가 보여줄 장래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거꾸로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든지, 정치 관련 여론조사나 설문조사 컨설팅 같은 것도 허핑턴포스트의 장래 비즈니스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백화점식 콘텐츠 공급
하루 평균 허핑턴포스트에 올라가는 콘텐츠는 800여건에 달한다. 텍스트와 사진만이 아니라 비디오를 붙인 콘텐츠가 ‘비약적’으로 늘어가는 추세이다. 800여건의 콘텐츠는 허핑턴포스트 내 스태프들이 제공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주(外注)이다. 전문 블로그와 유명 칼럼니스트의 콘텐츠를 링크로 연결해서 싣는 식이다.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모아서 파는 백화점식 콘텐츠이다. 외부의 블로그와 칼럼은 링크된 상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특별히 원고료와 같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블로그의 생각을 2600만 고정독자를 가진 허핑턴포스트 사이트에 링크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주로 외부에서 들어온 800건의 콘텐츠 가운데 이른바 ‘뜨는’ 것은 10%인 80건 정도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를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는 의미의 ‘바이럴(Viral) 콘텐츠’라고 표현한다. 뜨는 콘텐츠의 기준은 보통 댓글의 수로 판단된다. 제공된 모든 콘텐츠들은 허핑턴포스트 측의 세심한 배려하에 ‘소중하게’ 다뤄진다. 기사 하나하나가 용의주도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된다.
지난 2월 27일 오후 6시 허핑턴포스트 웹 초기화면에 뜬 기사를 보자. 주요 기사로 크게 3개가 눈에 띈다. 미국 연방법원의 지방선거 관련 법해석,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지도자와의 불협화음,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팍스(FOX) 채널뉴스의 간판스타 숀 헤니티를 공격한 민주당 하원의원에 관한 기사이다. 놀랍게도 관련 댓글을 보면 연방법원 기사가 7475건, 오바마 관련이 5205건, 헤니티 공격 기사가 6709건에 달한다. 허핑턴포스트 사이트에 기사가 올라간 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5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린 기사가 언뜻 봐도 10개는 넘는 듯하다. 적어도 댓글이 하루 만에 1000건을 넘어서면, 이른바 뜨는 콘텐츠 범주에 들어간다.

콘텐츠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허핑턴포스트는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틀어 댓글 수가 가장 많은 미디어이기도 하다. 조금 흥미로운 기사일 경우 순식간에 5000건이 넘는 댓글을 만들어낸다. 엄청난 댓글의 수에 비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기사 전파력도 압도적이다. 뉴욕타임스의 간판스타이자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노벨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2월 24일자 기사 ‘이탈리아 스타일 긴축경제(Austerity, Italian Style)’를 보자. 3일이 지난, 2월 27일 오후 7시 기준으로 619건에 달하는 댓글을 볼 수 있다. 폴 크루그먼은 정치 문화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와 함께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많은 팬과 댓글을 자랑하는 스타 저널리스트이다. 댓글과 SNS만을 본다면, 뉴욕타임스의 전파력은 허핑턴포스트의 10분의 1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압도적 반응과 전파력은 허핑턴포스트 신화의 노하우이자 비밀인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이란 운영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밝힌 콘텐츠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다루면서 파급시켜 나가는 웹 전략과 전술이다. CMS는 웹 콘텐츠를 구성하는 텍스트, 화상 등의 디지털 정보를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배급하는 총체적 시스템을 말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이뤄진 CMS도 있지만, 사람들의 손으로 즉석에서 이뤄지는 자의적인 CMS도 범주에 들어간다. 웹에 올려진 텍스트나 비디오를 한 번만 올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 흐름이나 사람들의 반응에 맞게 콘텐츠의 질과 양을 변화시켜가는 것이 CMS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근처 식당에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고 할 경우, 제1보에 이어 기사에 대한 기자들의 자체적 평가와 네티즌의 반응에 주목한다. 기자들이 중요하고 흥미로운 기사라고 판단을 하면 기사를 더 키우고 과거의 기사도 연결해 붙일 수 있다. 블로그의 글과 주장이 붙여진다. 웹에서의 크기나 위치, 사진 배치에 관한 부분도 수시로 바꾼다. 네티즌의 댓글이나 SNS에서 이뤄지는 반응을 통해 기사의 내용도 변화해 나간다.
예를 들어 네티즌들이 주목하는 부분이 설렁탕 가격인지, 식당에 갈 때 입고 간 옷과 가방에 관한 것인지, 국산 재료 사용 여부에 관한 것인지, 식당 주인이나 주민과의 대화내용에 관한 것인지 등을 파악해 추가로 관련 기사나 블로그를 보충해 연결하는 식이다. 기사·사진·비디오가 시시각각 변한다. 필자가 기사를 쓰는 동안에도 허핑턴포스트 초기화면 기사는 거의 10분 단위로 변해 갔다. 예산 비준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에 관한 기사가 정면기사로 등장했고, 팍스 뉴스채널의 숀 헤니티 관련 기사는 측면기사로 자리를 바꿨다.
기자도 IT 전문가가 돼라
CMS는 허핑턴포스트가 자랑하는 허핑턴포스트 성공의 비밀이자 노하우 중 하나이다. IT 업계에서 CMS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5년이다. 허핑턴포스트가 탄생한 해이다. 원래 1990년대부터 미디어 관련 IT전문가들 사이에서 활용돼 왔지만, 아예 작정을 하고 본격화한 것은 허핑턴포스트가 처음이다. 오프라인·온라인을 통틀어 제조업체에서 가장 중시 여기는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로 소비자관계경영(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빼놓을 수 없다. 소비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제품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양적 판매량도 높이는 전략 전술이다. CMS는 바로 재래식 비즈니스의 기본 상식인 CRM을 인터넷 미디어로 옮긴 것이라 보면 된다.
허핑턴포스트의 독자적인 CMS 노하우 중 하나로 허핑턴포스트 앱과 웹을 편집하는 IT전문가들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기준으로 허핑턴포스트에는 불과 30여명의 IT 전문가가 일하고 있을 뿐이다. 전체 직원 186명 중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IT 전문가들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활동한다.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24시간 실시간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들은 사진을 통해서만 서로를 알고 있을 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전화가 아닌 인터넷과 텍스트 메시지를 통해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목소리를 직접 접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글로벌 통합형 리모트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전 세계에 흩어진 IT 전문가를 ‘일당백 군사(Army)’라고 표현한다. 허핑턴포스트의 총사령부격인 뉴욕 허핑턴포스트의 경우 군사의 30% 정도만이 주둔하고 있다. 나머지 70%는 인터넷을 통해 소통할 뿐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일당백 군사는 기본적으로 IT 전문가들이다. 사진·비디오에 능숙한 것은 물론, 앱과 웹의 편집에 관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른바 ‘멀티 태스킹(Multi Tasking)’ 군사들이다. 기사에 대한 감각은 IT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상태에서 체득된다. 허핑턴포스트는 조직 내의 IT 전문가를 기자와 동일시한다. 두 분야를 통합하지 않고 IT나 기사 중 하나만 특화하는 사람은 ‘좀비(Zombi)’라고 부른다. IT 좀비나, 텍스트 좀비는 허핑턴포스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 멀티태스킹 군사가 대하는 기사는 기존의 신문·방송·기자들의 관점과 크게 다르다. 공익성·정확성·신속성이 포인트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고 심도 깊은 기사인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화제가 되는지가 초점일 뿐이다. 허핑턴포스트에서 중요한 직책 중 하나로 ‘트래픽 에디터(Traffic Editor)’라는 직종이 있다. 앱과 웹을 스쳐 지나가는 특정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점검한 뒤, 기사의 비중이나 의미를 재점검해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에게 알린다. 트래픽 편집자의 판단에 의해 기사의 가치나 비중이 수시로 바뀐다.
최신판 리얼타임 뉴스의 서비스
허핑턴포스트가 중시하는 원칙 중 하나로, 최신판 리얼타임 뉴스 서비스가 있다. 앱이나 웹을 통해 허핑턴포스트를 접하는 사람들이 최신판 콘텐츠를 읽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필자가 지켜봤지만, 웹의 프런트 페이지 상단에 붙는 헤드라인은 거의 30분 단위로 업그레이드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최신판 뉴스라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뉴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며칠 전에 선보인 콘텐츠라 하더라도 반응이 좋을 경우 보강하거나 다른 블로그들의 글을 함께 실어서 새롭게 단장한 뒤 등장한다. 따라서 반드시 새로운 기사가 초기화면 상단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연방법원의 지방선거 관련 법해석 콘텐츠의 경우 필자가 처음 접한 뒤 5시간 후에 다시 초기화면 헤드라인으로 올라섰다. 기사·사진·비디오를 포함한 블로그의 투고가 보강된 것은 물론, 어느 틈엔가 댓글이 ‘무려’ 1만4688건으로 늘어나 있다. 댓글과 SNS에서의 반응이 좋자, 트래픽 에디터가 헤드라인 자리에 올린 것이다.
앞서서 비디오 콘텐츠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TV 뉴스처럼 자체적으로 찍어 내보내는 콘텐츠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기존의 방송사가 만든 비디오나 비디오 블로그들이 보낸 영상물을 활용하고 있다. 굳히 자체적으로 제작한 비디오라고 한다면 16㎡(5평) 크기에 불과한 응접실 스튜디오에서 행해지는 구글플러스를 통한 비디오 화상채팅 정도이다. 앞서 살펴본 팍스 뉴스채널의 숀 헤니티 관련 비디오를 보자. 응접실 스튜디오에서 허핑턴포스트 소속 여성 앵커가 팍스 뉴스채널을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한다. 이어 30대 초반의 전문 블로그 두 명과 20대 후반의 허핑턴포스트 기자 한 명이 구글플러스 화상채팅을 통해 등장한다. 채팅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 비디오 콘텐츠의 전부이다. TV 뉴스에 익숙한 사람이 보면 ‘애들 장난’ 수준으로 보일 듯하다. 그러나 필자가 지켜 보면서 느낀 것은 기존의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재미’이다. 흥미를 갖고 있는 이슈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 평범한 보통 시민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알 수 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만만한 뉴스’이기 때문에 편하고 쉽게 느껴진다. 굳이 거창한 뉴스가 아니라 5급 공무원이 장관급 인사에게 엘리베이터 새치기를 ‘경고’했다는 식의 뉴스가 허핑턴포스트에서는 헤드라인 뉴스로 올라갈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