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연봉 1억700만원' 50대 "십일조 내면…" (2013.03.05)


‘헌금·시주’ 세금폭탄에 반발 커지는 종교계
“세금 물리면 헌금 줄이겠다” 37%

종교인들에게 헌금이나 시주금은 신앙심의 표현이다. 이웃 사랑의 마음을 담은 신성한 예물(禮物)이기도 하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누굴 도왔다는 자만심 없는 베풂(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등의 금언에서 보듯 대가 없는 자선을 권장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종교인은 지난 1월 바뀐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으로 인해 헌금·시주금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종교인들은 “조특법이 종교 기부금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특법이 소득공제 한도에 지정기부금을 포함한 이유는 종교 기부금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불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인들은 양심에 따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놓은 헌금·시주금이 세속 정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을 못마땅하게 보는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 향상교회의 장로 이모(56)씨는 한 금융회사의 간부다. 그는 올해 연봉 1억700만원 중 1000만원가량을 십일조로 낼 생각이다. 지난해 같으면 헌금 전체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227만원의 세금이 늘어난다. 조특법에 따라 두 대학생 자녀의 교육비(1800만원) 등을 먼저 공제하고 헌금을 맨 나중에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왜 교육비 등 7가지를 먼저 공제하고 헌금(기부금)을 마지막에 공제하는지 의문”이라며 “조특법은 일종의 종교 탄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교인들은 바뀐 조특법을 아직은 잘 모른다. 근로자의 경우 내년 초 2013년 연말정산을 할 때 접하게 된다. 하지만 대형 교회는 조특법의 후폭풍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신성한 헌금도 줄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경기도의 한 대형 교회 목사는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신도들이 헌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의 주일 예배 출석 인원은 2만∼3만 명. 매년 2500만원 이상 헌금하는 신도가 전체의 1∼2%쯤 된다고 한다. 300∼600명가량의 고액 헌금자가 헌금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다 교육비·의료비 등의 지출이 있을 경우 헌금이 1000만원만 돼도 영향을 받는다. 이럴 경우 헌금 지출을 줄일 신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서민 신자가 많은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한 회계 담당 직원은 “고액 헌금자가 아니더라도 바뀐 법의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본지는 최근 서울 강남권의 한 대형 교회 신자 57명을 설문조사했다. ‘바뀐 조특법이 앞으로 헌금액에 영향을 미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예’가 21명, ‘아니요’가 32명(미응답 4명)이었다. 법 개정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37명(미응답 1명)으로 아는 사람(19명)보다 많았다. 정부의 이번 정책 방향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니요’가 42명, ‘예’가 2명, ‘모른다’가 13명이었다. 조특법에 비판적인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설문에 응한 57명은 대부분 기업체 사장이나 대기업 임원 등 고액 헌금자들이었다. 한 해 3000만원 넘게 헌금한다고 답한 사람이 13명이나 포함됐다. 이 교회 관계자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헌금에 대한 세금 혜택이 줄어든다는 설명을 듣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신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헌금에 소득공제 혜택을 준 이유는 결국 그 돈이 사회 복지를 위해 쓰이기 때문인데, 정부가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교계도 비슷한 반응이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 스님은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일정 비율을 정해 세금 규제를 해야지 이번처럼 일정액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안 맞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신성식 선임기자, 신준봉·장주영·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김도훈 기자

◆조세특례제한법 제132조의 2=소득공제 종합한도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교육비·보장성보험료·신용카드·의료비 등 7가지 비용에다 지정기부금을 더해 2500만원으로 제한한다. 지난해 말 법 개정 때 신설돼 1월 시행됐다. 교육비 등 7가지 다른 비용을 먼저 공제한 뒤 마지막에 기부금을 제한다. 7가지의 합이 2500만원을 넘으면 기부금은 한 푼도 공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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