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한마당-김상온] 남자가 군대 가야 하는 이유(2013.01.28)

한때 인터넷에서 ‘남자가 군대 가야 하는 10가지 이유’라는 유머가 회자된 적이 있다. ‘반찬 투정을 안 하게 된다’ ‘세상 모든 여자가 예뻐 보인다’ 등등이 있었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가 대통령 출마하실지도 모른다’였다. 그렇다. 이 유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002년 선거에서 두 아들의 병역면제 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혀 낙선한 뒤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유머는 이제 ‘아버지가 대통령 출마하거나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직에 지명될지도 모른다’로 바뀌어야 할 듯싶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두 아들 역시 병역면제를 받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당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당시 이 후보의 패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아들, 그것도 두 아들 모두의 불법 병역면제 의혹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만큼 본인이건 아들이건 병역문제는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평등의식은 가히 유별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드세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친절을 가장 중시해야 할 요식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까지도 고객들에게 퉁명스런 언행을 보이기 일쑤다. 마치 내가 지금은 비록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서비스 받는 너희들에게 꿀릴 게 하나도 없다는 투다. 그러니 사회 저명인사나 지도층 출신이라고 해서 남들 다 가는 군대에 자식을 보내지 않는 꼴을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 지도층이나 부유층 자제의 병역 기피는 역사가 오래다. 기록에 의하면 무려 고려 때부터다. 조선시대에도 부자들이 돈 주고 사람을 사서 대신 수자리 보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다보니 군대는 하층민의 자식들이나 가는 것이라는 의식이 생겨났고 얼마전까지 군대 가는 게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던 것이 군대는 누구나 가는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였다. 그는 공도 과도 많지만 병역기피를 발붙이지 못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공적 가운데 하나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국민개병제 아래서 예외 없는 병역 의무 이행은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사회통합에 절대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떻게 해서든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젊은이와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지만 공동체의 생존이니 애국심 같은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출세를 위해, 그리고 본인이 ‘진짜 남자’가 되는 자부심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군대에 갔다 오기를 권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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