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아침 편지]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을 기억하십니까?(2013.01.31)


꼭 12년 전인 2001년 1월 26일 저녁 7시 15분,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고(故) 이수현의 '이타적 살신'은 일본인의 마음을 뒤흔들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남에게 무관심한 일본 사회 풍조에서 타인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던진 사건은 충격 자체였다. 많은 일본인들이 말해왔다. 이수현 청년의 의로운 희생이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전통적 편협한 사고와 시각을 뿌리째 흔들었고,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과 한국 방문 열기 고조의 견인차가 되었다고. 그 허물어진 경계의 벽을 딛고 2002 한·일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열렸고, 한류 또한 그 순풍을 타고 일본을 뒤흔들며 '욘사마(배용준), 뵨사마(이병헌)' 같은 열기를 더해 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뜨겁던 추모 열기도 1주기를 정점으로 식어버렸다. 이에 다시 추모의 불씨를 지핀 것이 현 '이수현의인문화재단설립위'와 'LSH장학회'의 한·일 양국 인사들이 처음으로 모여 2004년 1월 26일 도쿄에서 개최한 '한·일 합동 3주기 추모제'였다. 당시 일본 측 대표를 맡았던 경제평론가 다케우치 히로시(竹內宏)는 "이수현 청년은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이타적 희생을 몸으로 실천해 거대하면서도 공동화된 사회 도쿄, 옆집에 누가 사는지 흥미도 관심도 없고 항상 열쇠는 잠그고 다니며 자기와 친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친교가 없는 슬픈 일본 사회와 일본인을 반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수현 사건은 생명의 소중함을 화두로 던져 이후 위기의 인명을 구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많은 변화도 가져왔다. '의사상자 예우법' 제·개정, 현충원 '의사상자 묘역' 설치, 지하철역 스크린 도어 설치, 각종 '의인상' 제정 등. 오늘 한국 사회도 자살 증가와 생명 경시 풍조, 왕따·폭력·성범죄, 급속한 개인주의화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수현의 희생이 보여준 '이타주의'는 인성교육의 산 표본이다.

아직도 부산영락공원 이수현묘에는 일본인들이 두고 간 꽃송이가 끊이지 않는다. 모친 신윤찬(64)씨는 12년째 아들의 추모비가 서 있는 부산어린이대공원 옆에서 자비로 어르신 무료 점심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국자로 떠 그릇에 담아내는 국물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그리움 눈물이다. 이수현의 희생 정신을 모티브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부도리의 꿈'도 최근 개봉했다. 아베 내각 출범과 우익의 발호 등 다시 한·일 격랑이 예고되고 있는 이때, 고 이수현의 이타적 상생정신으로 현해탄 위로 어떠한 파고에도 휩쓸리지 않는 아름다운 우정의 무지개다리를 놓는 호메로스가 되는 것,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소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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