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일 일요일

[매경시평] 실패로부터 배우는 사회(2012.12.02)

필자가 만나 본 대부분의 지도층 인사들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에 겪었던 실패가 오늘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실패를 통해서 깨닫고 더 큰 도전을 하게 되었으며 남의 어려움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성공한 기업들도 평탄하게 성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열악한 환경과 실패를 이겨내면서 경쟁력을 얻게 되고, 편한 환경에 안주하던 기업을 따돌린 것이다.

엊그제 나로호의 발사가 또 연기되어 국민이 실망하였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발사 실패와 연기를 우주항공시대를 열기 위해 겪어야 할 과정으로 이해하고 관용하는 것 같다. 반면 원자력발전소의 고장이나 비리검사들에 대해서는 국민은 냉정하다.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는 잘못될 경우 파국을 초래하므로 작은 오류이지만 반복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검찰은 스스로 변화하려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패를 변화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얼마 전에 발생한 우리 공군의 블랙이글 항공기 추락 사고를 조사한 결과 정비사의 실수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것은 일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깊이 들어가면 구체적인 행동수칙,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핵심가치 등에서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담당자나 책임자에 대한 문책으로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

선진 사회는 실패를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발전을 위해 약이 되는 긍정적인 실패에 대해서는 관용과 격려가 있어야 하고 패자부활전의 기회까지 주어야 한다. 그러나 발전에 독이 되는 부정적인 실패에 대해서는 그것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핵심가치나 문화까지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긍정적인 실패까지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기보다는 학점 세탁에 열중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윗사람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고, 공직자들은 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연구보고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유 있는 실패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는 하나의 발전과정의 양면이다. 실패는 언제나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실패가 없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거나, 미래의 큰 실패가 잠자고 있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패에 대한 지나친 불이익은 성공을 위한 도전 의지를 꺾는다.

우리가 앞서 가는 것을 따라가는 시대에서는 주어진 목표를 실수 없이 빠르게 달성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에는 스스로 방향을 잡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배울 곳도 베낄 곳도 없는 첨단에 서 있을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다. 과학자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험실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기업도 조직 내부와 시장에서의 실험을 통해 실패를 수용하고 내재화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실패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실패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북한 스타일의 조직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의사결정도 늦어 도태되게 되어있다. 지도자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또한 조직이 성공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도록 지도자 스스로가 깨어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지도자들은 일본 청년들의 지나친 현실 안주를 걱정한다고 한다. 우리 지도자들은 젊은이와 기업인들이 꿈과 용기를 갖고 미래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적 여건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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