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페셜올림픽 개막]
자폐를 넘어… 성화 점화 황석일 - 인라인 스케이트 자격증 따
비장애인들 가르치는 선생님, 이번엔
스노보드 대표로 출전
"지적장애인도 사회 기여 가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수"
12일 전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한 성화가
대한민국 16개 도시를 돌아 마침내 강원도 평창의 용평돔에 들어섰다. 29일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여든 선수단과 관중 4300여명의 눈이 성화에 집중됐다.
파푸아뉴기니·나이지리아·멕시코·러시아·자메이카·대만에서 온 지적장애인 선수들의 손을 거쳐 마지막으로 한국의 스노보드 대표 선수 황석일(24)에게
성화가 전달됐다. 조심스럽게 성화를 받아든 그가 천천히 두 팔을 뻗자 성화대에 '희망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출전 경험이 풍부해 많은 사람 앞에서도 떨지 않는 황석일을 성화 점화자로 선정했다"며 "'지적장애인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주체'라는 것을 알리자는 대회 취지에 잘 맞는 선수"라고 밝혔다. 지적장애 3급(자폐)인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스노보드에 입문한 지 1년 반 만에 2009년 아이다호 동계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011년 아테네 하계 대회에서는 바다수영 종목에 출전해 완주했다.
지적장애인의 겨울 축제가 막을 올렸다. 지적장애 3급(자폐) 스노보드 선수 황석일(24·오른쪽)이 29일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성화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돼 대한민국 16개 도시를 돈 뒤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 도착했다. /오종찬 기자
황석일은 2004년 인라인 스케이트를 처음 배웠다. 이듬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일주일간 전국 일주를 해냈다. 주성대학 레저스포츠학과를 졸업한 뒤엔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어머니 김정희(52)씨는 "남들 고시 공부하듯 밤을 새워가며 공부해 필기시험을 어렵게 통과했고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연습해 실기 시험에도 합격했다"고 했다.
중2 때부터 인라인 스케이트 개인 교습을 맡아온 이은상(39) 레포츠에듀 원장이 3년 전 황석일을 고용했다. 대여실에서 일하면서 초반엔 '사건'도 많았다. 곧이곧대로 원칙만 지키고, 손님이 아무리 불러도 자기 일을 하느라 돌아보지 않고, 자기 몸에 손을 대면 화를 내곤 했다. 겉으로 봐서는 장애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손님은 화를 내고, 황석일은 당황해 하는 일들이 여러 차례 생겼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헬멧을 직접 씌워주기도 하고 "재미있게 타라"고 먼저 말을 건넬 줄도 안다. 이 원장은 "인사 잘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석일이를 어린아이와 학부모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실력만으로는 최고 단계의 강사 자격증도 딸 수 있는 수준"이라며 "석일이에게 배울 점이 오히려 많다"고 했다.
어머니 김씨는 "자폐를 가진 아들이 의사소통 능력, 상황 대처 능력, 판단력이 나아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었다"며 "일반인들과 어울려 지내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스스로 깨닫고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전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 스페셜올림픽은 다음 달 5일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106개국에서 온 3014명의 선수단이 '소통과 화합의 꿈'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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