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정, 정당 운영과 다르다는 교훈 얻었을 것"
-친박 핵심들도 의견 엇갈려
당대표 시절부터 10년간 철저한 보안 속에
인사 결정
주변에서 천거하면 되레 배제… 최측근도 말 안 꺼내
첫 총리후보 인선서 모양새 구겨져 단점 보완 불가피
박 당선인은 당대표 시절부터 철저한 보안 속에 인선을 결정해 왔다. 주변에서 천거(薦擧)를 함부로 하면 오히려 기용하지 않기 때문에, 측근들조차 인사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왔다. 박 당선인이 직접 "친박에 좌장은 없다"고 했던 것처럼, 당선인 주변에는 인사를 의논하는 중간 보스도 드물고, 참모를 쓸 때도 연속해서 중책에 임명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런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 친박 핵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박 당선인 곁을 오래 지켰던 친박계 인사 중엔 보안을 중시하는 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한 측근은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부 보완이 이뤄질 수는 있겠지만 혼자 인사를 꽉 쥐고 가는 부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김용준 전 후보자 경우와는 달리 과거에는) 성공한 경험이 더 많다고 박 당선인이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차떼기(정치자금 수수) 파문'과 2004년 3월 탄핵 역풍 속에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2004년 총선부터 시작해, 2011년 말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작년 총선·대선에 승리한 것까지 모두 박 당선인은 자기 스타일로 성공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불 밝혀진 朴 당선인 자택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29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자택에 불이 밝혀져 있다. 보안을 너무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인선 방식이 달라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친박계 보좌진 중 한 명은 박 당선인의 인사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보좌진은 "박 당선인은 아마 '원래 인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면 털고 바꾸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식 인사 검증을 말하던데 어떻게 해도 검증이란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과 당 운영의 차이 깨닫고 바뀔 것"
박 당선인이 밀봉(密封)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국정과 정당 운영은 다르다는 점을 이미 스스로 느낄 것이란 얘기다.
친박계의 한 3선 의원은 "어쨌든 첫 인선에서 모양새가 구겨졌기 때문에 당선인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면서 "먼저 언론에 내용을 조금 흘려서 사전 검증을 하고 여론을 보는 방식의 장점도 검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3선 의원도 "김용준 전 후보자는 헌재 소장을 거쳤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과한 것으로 생각하고 안전하게 여겼을 수 있다. 민주당도 처음엔 괜찮다고 보지 않았느냐"면서 "박 당선인이 이제 곧 대통령이 되고 국가적 차원의 인사를 한다는 점을 깨달아 인선 과정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았던 친박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아마 김 전 후보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산 문제 같은 것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면서 "기존 틀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다음 인사에서는 뭔가 바꿀 것"이라고 했다. 대선 때부터 박 당선인을 보좌한 인수위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도 아닌데 청와대 같은 공적 기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계속 외면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정에 대한 책임감이 누구보다도 강한 당선인이 다음 인사부터는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