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7일 목요일

정글 속 달인 김병만, 왜 울리시나요(2013.02.07)


SBS 리얼다큐 예능 '정글의 법칙'이 방송 내용의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뉴질랜드 편에 새로 합류한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김상유 대표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개뻥 프로그램'이라며 막말을 써놓은 게 빌미다.

이에 SBS 측은 사실을 부인했고 '정글의 법칙' 진정성에 논란이 크게 일자 김 대표는 사과글을 올렸다.  출연자 소속사의 대표가 시청자 사랑을 받는 인기 프로그램의 존폐를 좌우할 폭로성 멘트를 마구 내질러놓은 뒤 바로 해명하고 또 사과하는 일련의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쉬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고개 숙여 사과를 하든 엎드려 절하든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정글'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네티즌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한 번 시청자 뇌리에 각인된 '개뻥'이란 단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게 뻔하다.

사실 TV에서 방영되는 99%의 프로에는 리얼이건 픽션이건, 다큐건 예능이건 장르와 종류를 떠나서 대본이 존재한다. 대본없이 순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찍는다는 시도 자체가 현재의 방송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대다수 시청자도 잘 알고 있다. 박보영 측이 '정글'에 출연해서 왜 이처럼 엄청난(?) 폭로글을 올렸는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다. 

안타까운 건, 이번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정글'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김병만의 그동안 살신성인 노고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정글'이 있기까지는 세계 곳곳의 오지에서 극한의 생존 본능과 갖가지 생존 방식을 온 몸으로 보여준 김병만의 공이 컸다. 그의 기상천외한 정글 체험들을 다 거짓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기발했던 장면으로 기억된다.

또 시청자들은 김병만의 출세작인 KBS 2TV '개그콘서트-달인' 코너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진짜 고난도 몸개그가 어떤 것인가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어느 한 명의 뜬금없는 폭로성 트윗에 무조건 '그러냐'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개그맨 김병만이 시청자들을 깜짝 놀래킨 건 어제 오늘의 일이다. '달인'으로 톱스타 대열에 오른 그는 '트램펄린의 달인' '추위를 못 느끼는 달인' '흡입의 달인' '몸 그림의 달인' 등 기상천외한 묘기들을 수없이 선보여 시청자 탄성을 자아냈다. 회를 거듭할수록 소재 찾기에 머리를 싸매야될 '달인' 코너였지만 김병만의 아이디어 샘물은 쉬지않고 솟았으며, 매회 매 에피소드마다 온갖 고초를 자처했었다.

특히 그의 달인쇼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코미디를 벗어나 생활의 달인에 버금가는 묘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다른 예능들과 차원을 달리했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트램펄린 위에서 옷을 갈아 입고 절을 하는 화려한 기술을 과시했고 초대형 얼음 위에 앉고 눕는 것은 기본이고 얼음 신발과 속옷까지 착용하는 '추위를 못 느끼는 달인'으로 막강한 체력을 드러냈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오지로 날아간 '달인'이 어떻게든 정글 속에서 불을 피우고 먹을 것을 구하며 움집을 만들어 생활하는 장면들이 시청자 공감을 끌어낼수 있었을 게다.

그런 '달인'의 노력이 엉뚱한 트윗질 한 방에 사상누각처럼 무너져서는 절대 안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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