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는 1960년 서울, 안 씨는 1962년 부산 출생이다. 김 후보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를, 안 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김 후보자는 1992년 큰딸 이름(유리)을 따 미국에서 통신장비 벤처인 유리시스템스를 창업했고, 안 씨는 이보다 3년 뒤인 199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정보보안 회사인 안철수연구소를 세웠다. 김 후보자가 메릴랜드대 교수, 안 씨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등으로 학계에서 활동한 것도 비슷하다. 김 후보자는 스탠퍼드대 한국학 강좌에 2004년 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직원들에게 주식 40%를 나눠 줬다. 둘째딸의 이름을 딴 ‘주리 재단’도 만들었다. 안 씨도 초기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배포했고 직원들에게 주식을 무상 배분했다. 지난해 2월 안철수재단을 설립하고 보유 주식의 절반을 내놓았다.
▷출신 배경, 활동 무대와 규모를 놓고 보면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김 후보자가 1975년 이민을 떠나 메릴랜드의 빈민촌에서 신문 배달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죽기 살기로 공부한 자수성가형이라면 안 씨는 ‘엄친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김 후보자는 1998년 유리시스템스를 10억 달러에 매각했다. 안 씨가 1997년 세계 최대 백신회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금액이 1000만 달러였으니 규모 면에서 약 100배의 차이가 있다. 김 후보자는 한국 문화와 언어에 서툴고, 안 씨는 ‘우물 안 벤처기업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씨의 귀국설과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을 비교하는 사이버 설전(舌戰)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 논객 변희재 씨는 16일과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종훈 이분, 장관으로선 모르겠으나 민간 시장에서의 경력으로 보면 안철수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글로벌 리더”라고 포문을 열었다.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은 트위터에서 “그들의 종미(從美) 근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예측 가능하다”고 맞섰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안 씨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고, 성장동력이 꺼져 가는 한국 경제가 구원투수로 김 후보자를 불러들였다. 김 후보자는 건너온 다리를 진심으로 불사르고 고국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