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1일 월요일

[조선일보][사설] 안철수, 이런 출마로 野黨 대각성 계기 만들겠나(2013.03.12)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선거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개표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난 지 82일 만에 귀국했다. 안씨는 다음 달 24일 서울 노원병(丙)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 국민의 삶과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며 "노원병 출마가 그 시작"이라고 했다. 안씨는 일단 국회에 들어가 지지세력을 모아 신당(新黨)을 만들어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코스를 밟을 모양이다.

지난 6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현재 지지 정당'은 새누리당 46.3%, 민주당 20.1%였지만 '안철수 신당'이 뜨면 새누리당 36.1%, 안철수 신당 23.6%, 민주당 10.6%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민주당이 본거지로 여기는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34.4%를 얻어 24.1%의 민주당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에게 신당을 만들자고 하는 건 악마의 유혹이고 신당이 뜨면 야권 전체가 공멸(共滅)한다"고 한 것은 이런 여론에서 민주당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안씨가 지금의 여론을 자신이 움직일 호(好)조건으로 판단했을 만하다. 그러나 안씨의 지지율은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자기의 진짜 재산이 아니라, 대탕평과 '국민행복'을 내걸고 출범한 정권의 출발 모습을 보며 느낀 국민의 실망과 이런 국민의 실망을 자기 그릇에 담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염증과 절망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언제 흩어질지 모를 뭉게구름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를 신기루와 같다.

더구나 국민 상당수는 노원병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데 대해 잡아야 할 사람은 놔주고 엉뚱한 사람을 잡은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로 그 자리에 안씨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출마하겠다고 하니 '속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는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필요한 통렬한 아픔을 느낄 리가 없다. 오히려 민주당에 이 상황을 비켜갈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안씨는 이런 처신으로 과연 민주당의 각성을 끌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올바로 쓰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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