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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1일 일요일

[조선일보]노원구 상계역과 동작구 노들역 잇겠다고 '황당 공약'한 안철수 후보(2013.04.22)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사는 시민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 우체통에 꽂힌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선거 공약집을 보고 의아했다. 노원구에 있는 지하철 4호선 상계역을 동작구의 지하철 9호선 역인 노들역과 잇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궐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집으로 온 후보들의 공약집을 살펴봤다"며 "안 후보가 상계역과 노들역을 이어주겠다고 해서 거기까지 일직선으로 지하철을 뚫겠다는 건가 궁금해 찾아
보니 노들역이 아니라 마들역이 맞는 거였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 역명이나 제대로 알고 출마를 해야지 이런 걸 오타인지도 모르고 발송하는 보좌진이나 안 후보나 참 실망스럽다"고 했다. 

 노원구 상계역과 동작구 노들역을 잇겠다는 공약이 담긴 안철수 후보의 공약집
    
 노원구 상계역과 동작구 노들역을 잇겠다는 공약이 담긴 안철수 후보의 공약집
실제 안 후보의 책자형 선거공보 '안철수의 새정치, 노원에서 시작합니다' 9페이지에는 "서울 동북권의 경제중심도시, 노원 일자리와 교통이 열리는 노원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밑에 안 후보는 '동북권 경전철 조기 착공 및 상계 노들역까지 연장'이라고 쓴 뒤 "왕십리-중계동 노선을 상계-노들-방학역까지 연장하겠습니다"라고 공약했다. 
 
노들역은 서울 동작구 본동에 있는 지하철 9호선 역으로, 안 후보가 출마한 노원 지역과는 상관이 없다. '상계-마들'을 잇는 동북지역 경전철 사업 공약을 하면서 안 후보가 지명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노원 지역에 갑자기 출마 결심을 하면서 민생 정책 등이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측 관계자는 "지역명도 제대로 모르는 안 후보와 참모진이 노원구 상계동 주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
 
21일 새누리당의 집중 유세 현장에서는 '마들이 아니라 노들에 경전철역 만든다는 안철수 후보=동작구 국회의원?'이라는 팻말도 등장했다. 
 
이날 허 후보는 "왕십리에서 중계동으로 오는 경전철을 마들역까지 연장하겠다는 제 공약을 어떤 후보가 잘못 베껴 노들역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노들역까지 왜 가야 하느냐"고 했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공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오타"라는 입장이다. 

2013년 4월 14일 일요일

[조선일보][아침논단] 그가 돌아왔다, 자백했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2013.04.14)




'정치 경험 없는 게 장점' 호언 생생, 요즘은 차근차근 밟아가려는 자세
암스트롱, 과학기술자 본업에 충실… 정치 나섰던 글렌, 우주비행사로 마감
지금이라도 본분 지키는 정치 해야… 새 정치 첫걸음은 자기오류 시정부터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현대사
안철수가 돌아왔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뛰어들어 동분서주한다. 그는 며칠 전 "이런 과정을 안 거치고 정치했다면 실수를 많이 할 뻔했다"며 "(대선) 당시에는 공중에 붕 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그 얘기를 들은 필자는 "그걸 이제 아셨는가?" 하는 허탈한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러나 곧 (안씨 본인도 일부 인정하듯이) "이렇게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달리는 분이 대통령이 됐을지도 몰랐잖아?" 하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은 구름 위에 붕 떠 있을 때 쓴 것인 셈이다.

필자는 작년 대선에서 안씨에게 "지름길보다는 좀 더 먼 길이 낫다"(아침논단 2012년 11월 23일자)는 조언과 함께 정치적 경험과 식견을 더 쌓을 것을 주문했다. 내 글을 읽고 결심했을 리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그 글이 나간 날 저녁에 안씨는 후보 사퇴를 했다. 안씨는 요즘 자신의 경험 부족을 절감하며 전과는 달리 밑에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려는 자세를 보인다. 그렇다면 대선 때에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호언했다가 이제 와서 정치 경험을 쌓겠다는 모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과거의 치기(稚氣) 어린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에겐 안씨를 볼 때마다 대비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기술계에서 안씨보다 훨씬 더 높은 위상을 가졌던 김종훈 전 미래부장관 내정자도 그중 하나지만, 더 큰 의미를 갖고 다가오는 인물들이 있다. 세계사에 이름을 확실히 남긴 두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Armstrong)과 존 글렌(Glenn)이다. 두 사람은 우연히도 같은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6·25전쟁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같이 활약한(각각 78회와 63회 출격 기록)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작년 8월에 타계한 암스트롱은 1969년 달에 첫걸음을 디딘 인류 역사의 영웅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많은 사람이 정치인이 되길 원했지만 그는 거절하고 신시내티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등 과학기술자로서 본업에 충실하며 조용한 생애를 살다가 조용히 타계했다. 그러기에 그의 삶은 더 빛난다. 물론 그가 정치에 나섰어도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글렌의 행보는 약간 달랐다. 1962년 2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궤도를 비행하고 귀환한 뒤 그가 누린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펼쳐진 그의 퍼레이드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색종이가 뿌려졌다. 그 후 본업인 군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다가 해병대 대령으로 전역한 뒤 정치에 뜻을 품고 지역 정치부터 시작했다. 상원의원 예비 경선에서 패배를 맛보기도 했지만 결국 1974년 오하이오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되고 미국에서 상당히 영향력 있는 정치가 중 하나로 차근차근 성장했다.

1984년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가 떨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 그의 마지막 상원의원 임기 말인 만 77세라는 고령에 우주 비행사로 자원하고 합격해서, 1998년 10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승선해 최고령 우주 비행사로 기록됐다. 우주 비행을 하는 도중에 상원의원 임기 24년을 끝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은퇴 세리머니를 갖기도 했다.

안씨는 이미 암스트롱이나 글렌의 길을 가기엔 너무 엇나갔다. 개인이나 사회로서나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능력 이상의 일은 벌이지 말라. 정치에선 차근차근 정도(正道)를 걷고, 혹시 원래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낙담하지 말라. 당을 만들지도 당에 입당하지도 않고 혼자 하는 정치는 한계가 있다. 성공한 기업가 출신으로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로스 페로(Perot)도 처음엔(1992년) 무소속으로, 다음엔(1996년) 자신이 급조한 '개혁당'으로 대선에 임했지만 두 번 다 한참 처진 3등에 머물렀다. 페로도 개혁당도 정치 지도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안씨는 자신의 행적을 점잖게 윤색(潤色)하고 선전하는 능력이 있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듯도 하다. 안씨의 과거 군 입대 에피소드 허구는 아직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금성출판사) 등에 버젓이 실려 있다. 진정한 정치를 하려면 이런 낯 뜨거운 오류부터 시정하고 새로이 시작할 일이다. 김지하 시인도 '깡통'이라 표현했듯이, 안씨의 정치는 아직 '치유' 차원에서만 맴돌고 원대한 비전과 냉철한 현실 인식은 행방불명이다. 일례로 현 북핵 위기 상황에서 과거 안씨 특유의 어정쩡한 양비론이 먹혀들긴 어려울 것이다. 안씨가 진정한 정치 지도자와 개혁가가 되려면 훨씬 더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 것 같다. 안씨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2013년 4월 3일 수요일

[조선일보]재보선(서울 노원丙,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판세 기울어… 관심은 安신당·與세력 재편(2013.04.04)


-승패 윤곽 잡혀
안철수·김무성·이완구… 상당한 격차로 앞서가
-안철수發 야권 개편
당선땐 원내 교섭단체 도모… 민주서 이탈자 나올 가능성
-여당 세력 재편
10월 재보선 이후 당권 경쟁… 김무성·이완구, 핵심역할 할듯

김무성(왼쪽 위), 이완구(오른쪽 위).
오는 24일 전국 세 곳에서 실시될 예정인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거물급' 후보들이 경쟁자들을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일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지만 벽보도 붙기 전에 판세가 기울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벌써부터 안철수·김무성·이완구 후보가 국회에 입성할 경우 여야 정치권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승패 윤곽 보이는 재·보선

이번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 세 곳이다. KBS와 미디어리서치는 지난 1~2일 지역구별 700명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노원병에서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20%포인트 앞섰다. KBS 조사에 따르면 부산 영도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는 민주통합당 김비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민병렬 후보를 30%포인트 이상 앞섰다. 부여·청양에서는 이완구 새누리당 후보가 황인석 민주당 후보를 5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엄청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통계적으로는 이미 승패가 난 상황"이라고 했다.

관심은 선거 後 여당·야권의 재편

안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 중심의 현 야권(野圈)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안 후보가 입당해 주길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안 후보 측은 당선될 경우 교섭단체를 따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국회 내 교섭단체는 의원 20명만 모으면 된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 발언권, 상임위 배분, 정책 연구 인력 지원, 사무실 등을 보장받는다.
야당 관계자들은 "안 후보가 교섭단체 구성을 도모할 경우 민주당을 떠나 그쪽에 합류할 의원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선 안 후보와 여권 내 비박계의 제휴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허준영(오른쪽)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3일 한 행사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서는 김무성·이완구 후보가 국회에 들어오면 여당 내 세력 재편의 핵(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분간 황우여 대표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10월 재·보선 이후에는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는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와도 가깝고, 특유의 보스 기질로 "다음 대표는 김무성"이란 말이 벌써 당내에 돌고 있다. 충남 지사 출신인 이완구 후보 역시 충청권 세력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정치의 한 축으로 부상할 잠재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번에 당선되면 3선이 되기 때문에 유력한 당권 후보도 된다.

2013년 3월 27일 수요일

[동아일보][황호택 칼럼]안철수의 먹통과 과포(2013.03.28)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눈을 떠요’ 진행
나는 안티(反) 안철수는 아니다. 그도 정치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경륜을 쌓는다면 대통령 후보의 재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국회에는 자연과학 전공자가 너무 적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열정을 쏟는 것도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은 물론이고 기후변화, 줄기세포, 원자력 같은 중요 정책을 논의함에서 국회에 자연과학 전공자가 다수 들어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안철수가 가는 길에서 최대의 적은 자신이다. 젊은 세대는 안철수에게 환호하지만 나이든 세대는 그의 신비주의, 과대포장(과포), 소통장애에 거부감을 느낀다. 인구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50대 이상 유권자를 끌어안지 못하면 그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성공할지 몰라도 대선에서는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 

그는 2011년 관훈포럼에서 이명박 정부의 총리직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전달받지 못했다. 누가 전달하기로 했는지 그 사람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국의 총리 자리 제의가 이렇게 허술하게 배달사고가 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MB 청와대에서 핵심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총리 제의는 과포”라고 단언했다. 이 인사는 안철수에게 지식경제부 장관 제의를 했으나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같은 주식 백지신탁과 매각 문제에 걸려 스스로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장관 자리보다는 안랩의 경영권을 중시한 것이다. 

안철수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안 씨가 KAIST 교수로 재직할 당시 청와대 고위관료가 조교에게 메모를 남겨놓아도 며칠씩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불통(不通)이라는 말을 듣지만 안 후보 수준의 통신 먹통은 아니다. 대통령 후보설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뒤에는 기자들이 안철수의 집 앞에서 진을 쳤지만 한 줄 기삿거리를 얻을 수 없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의 정치인들은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도 응접실로 나와서 정치부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메신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를 띄운 것은 청춘콘서트와 TV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 그리고 교과서의 과포다. 입영날 아침 일화는 다시 꺼내지 않겠다. 안철수 관련 글은 초중고교 교과서 11종에 실렸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도 교과서에서 이런 대우를 못 받았다. 전경련은 2011년 “내년에 나올 고교 국사 교과서에서 전태일 분신 사건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다루고 있지만 이병철 정주영 씨를 소개한 교과서는 단 한 권이고 그것도 간략한 사진 설명뿐”이라는 분석 자료를 낸 적이 있다. 교과서를 저술하고 편집하는 이들의 균형 감각이 모자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안철수가 좀더 도전적이고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길을 택하려면 부산 영도에 출마했어야 한다. 야권 후보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지역에서 무혈입성을 시도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꿈인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을 넘보는 정치인이 할 일은 아니다. 안철수에겐 노무현 같은 도전정신이 없다는 이야기다. 

노회찬 전 의원은 안기부 도청파일에 들어 있는 떡값 검사의 명단을 폭로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기업으로부터 떡값 받은 검사의 명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도청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억울함’을 아내 김지선 씨가 풀겠다고 나섰다. 김 씨는 남편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단순한 세습 후보가 아니라 엄혹한 유신 시절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는 그가 동물원이라고 비난하던 재벌기업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안철수가 다시 대통령 후보에 도전한다면 이번 골목상권 잠식이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안철수가 대선 캠프를 도왔던 자원봉사자 전원에게 자성과 사과를 담은 e메일을 보내면서 ‘친구 추천’을 부탁했다. 전국의 지지자들에게 노원병 지역구인 서울 상계동에 사는 지인을 소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청와대 주요 인사의 전화도 안 받는 사람이 다급했던 모양이다. 안철수가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소통과 정치의 땀 냄새를 배운다면 다행이다. 

박 대통령을 보더라도 소통은 정치인의 소중한 덕목이다. 박 대통령의 한 달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더 지켜보겠다는 국민이 많긴 하지만 지금까지 장차관 인사를 보면 박 대통령은 심각한 소통장애에 걸려 있다. 어떤 이는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성접대 의혹으로 물러났다. 무기중개 업체에서 월급을 받던 사람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돼 안보가 위중한 시기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해외 계좌를 보유하고 탈세 의혹이 있는 로펌 변호사 출신을 앉혔다가 낭패를 당했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검증 부실만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이너서클이나 수첩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견을 널리 구했더라면 인사 실패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 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에는 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정치인의 덕목이 바로 소통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대권을 꿈꾸는 안철수는 먹통과 과포의 벽을 허물어야 소통장애를 치유할 수 있다. 사람은 바뀌기도 하고 안 바뀌기도 한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눈을 떠요’ 진행 hthwang@donga.com

2013년 3월 17일 일요일

[동아일보][김순덕 칼럼]안철수가 잘못 읽은 ‘링컨’(2013.03.18)


지난주 민주통합당에선 “정부조직법 타결시키고 ‘링컨’ 같이 보자. 영화 티켓 발권은 청와대 몫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 소감에서 ‘링컨’을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한 게 자극이 된 듯하다. 

그는 영화를 본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여야를 잘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서 일을 완수해 내는가. 결국 정치는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이다.”

영화 홍보대사도 아닐진대 듣는 사람이 불편해지는 건 그의 변하지 않는 거룩함 또는 위선 때문이다. 영화 감상도 너무나 거룩해서 영화 안 본 사람은 링컨을 설득의 대가로 착각할 것 같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같은 영화를 보고 “이상과 도덕적 명분을 추구하려면 정치인은 손을 더럽힐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한 것과는 딴판이다. 그러고도 오바마는 “영화가 자기 얘기인 줄 아나” 같은 트위터 비판을 받았다.

곧바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운동에 나선 안철수가 본문만 757쪽인 영어책을 미국서 사왔다고 볼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다행히 한글에 더 익숙한 한국 독자를 위해 품절됐던 번역본 ‘권력의 조건’이 영화 개봉에 맞춰 다시 나왔다. 바쁜 안철수를 위해 책과 영화를 관통하는 정수를 뽑는다면 “내가 엄청난 권력을 지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며 바로 여러분이 두 표를 반드시 확보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링컨의 발언이 될 것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끝나면 2년 전 1863년 발표했던 노예해방 선언이 그냥 선언으로 끝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태어날 흑인들에게까지 법적 효력이 미치려면 헌법 수정조항 13조가 통과돼야 했다. 상원에선 3분의 2 표결로 통과됐지만 하원에서 3분의 2가 되려면 여당인 공화당이 찬성 몰표를 던진대도 부족했다. 링컨은 온건파 민주당 의원들을 한 명씩 집무실로 초대해 지지를 호소했고, 이들 중 몇에게는 다른 의원들의 두 표를 부탁했다.

우리말로 ‘확보’라고 번역됐지만 링컨이 말한 ‘procure’라는 단어는 거저 또는 설득만으로 목적물을 얻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협조 대가로 야당 의원이나 그 친지들에게 공직을 주거나 범죄를 사면하거나 선거자금을 대주거나 법안 처리를 거래하는 등등 제왕적 대통령 권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정치공작, 요즘 말로 하면 정치공학적 접근이 죄 포함된다.

미국의 순회재판판사 존 누넌은 ‘뇌물’이라는 저서에서 “민주당 집권 때까지 링컨이 살아 있었다면 부패로 처벌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죽음으로 모든 것은 덮어졌다”고 했다. 링컨 연구가로 유명한 로널드 화이트가 “링컨이 거룩한 이상주의자라는 선입견을 깨주는 영화”라고 평하고, 오바마가 “정치인은 손을 더럽혀야…”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가 이런 것까지 포함한 전략적 사고와 설득을 말한 건지는 분명치 않다. 만일 그렇다면, 목적을 위해선 불법 행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될 수 있다. 링컨은 더러운 수단까지 정당화할 만큼 위대한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존경받는 거다. 안철수도 “영화가 자기 얘기인 줄 아나” 비판받을까 걱정스럽다.

영화에서 링컨이 말하는 나침반은 정북(正北)을 가리킨다. 가는 길의 늪과 계곡을 피하는 게 링컨이 이끄는 리더십이었다. 정치란 위대한 비전과 교활한 정치공학의 결혼임을 이처럼 잘 보여준 영화도 드물다. 

안철수의 나침반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그가 말하는 새 정치,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 낮은 정치가 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역구 재래시장에서 만난 노인이 “애매하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야단을 쳐 자기 말로 뻘쭘해졌겠는가.

자신의 방향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알리지 않으면서 설득의 정치를 말하는 건 황당하고도 주제넘다. 안철수로선 일주일 전 귀국 당시 정부조직법을 놓고 꽉 막힌 박근혜 정부와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의도였을 터다. 그러나 공직이나 사면 뇌물 법안 거래 등 영화에서처럼, 또 안철수 말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해 법을 처리한다면 박수칠 수 없다. 그런 기존 정치권의 짬짜미와 부패에 신물 나 국민은 새 인물을 원했고, 그래서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던 건데 안철수 이름값도 안 나올 판이다.

그가 안철수 현상을 담을 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평가는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교수들 입에서 진작 나온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미래 대통령’ 같은 뒷말이 나오는 걸 보면 실제로 어떤 정치공학적 접근이 오갔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노원병 후보 단일화를 놓고도 안철수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대선후보 근처까지 갔던 사람이 노원병 지역을 택한 것만으로도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자신만은 여전히 거룩하다고 믿는 눈치다. 

거기까지가 안철수의 그릇이라면 어쩔 수 없다. 다만 남이 하면 정치공학, 내가 하면 설득 식의 위선은 버려줬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 있다.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고 말한 사람이 링컨이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2013년 3월 11일 월요일

[조선일보][사설] 안철수, 이런 출마로 野黨 대각성 계기 만들겠나(2013.03.12)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선거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개표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난 지 82일 만에 귀국했다. 안씨는 다음 달 24일 서울 노원병(丙)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 국민의 삶과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며 "노원병 출마가 그 시작"이라고 했다. 안씨는 일단 국회에 들어가 지지세력을 모아 신당(新黨)을 만들어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코스를 밟을 모양이다.

지난 6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현재 지지 정당'은 새누리당 46.3%, 민주당 20.1%였지만 '안철수 신당'이 뜨면 새누리당 36.1%, 안철수 신당 23.6%, 민주당 10.6%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민주당이 본거지로 여기는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34.4%를 얻어 24.1%의 민주당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에게 신당을 만들자고 하는 건 악마의 유혹이고 신당이 뜨면 야권 전체가 공멸(共滅)한다"고 한 것은 이런 여론에서 민주당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안씨가 지금의 여론을 자신이 움직일 호(好)조건으로 판단했을 만하다. 그러나 안씨의 지지율은 자신의 노력으로 일궈낸 자기의 진짜 재산이 아니라, 대탕평과 '국민행복'을 내걸고 출범한 정권의 출발 모습을 보며 느낀 국민의 실망과 이런 국민의 실망을 자기 그릇에 담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염증과 절망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언제 흩어질지 모를 뭉게구름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를 신기루와 같다.

더구나 국민 상당수는 노원병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데 대해 잡아야 할 사람은 놔주고 엉뚱한 사람을 잡은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로 그 자리에 안씨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출마하겠다고 하니 '속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는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필요한 통렬한 아픔을 느낄 리가 없다. 오히려 민주당에 이 상황을 비켜갈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안씨는 이런 처신으로 과연 민주당의 각성을 끌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올바로 쓰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2013년 3월 3일 일요일

민주 이동섭, 노원병 출마의사…"내가 안철수 이긴다"(2013.03.04)


 이동섭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병지역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철수 교수의 4.24 국회의원 보궐선거 노원병 지역 출마는 구태정치'라 비난하며 민주통합당의 조속한 후보선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통합당 이동섭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이 4일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경선으로 갈 경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교수의 출마 발표로 지금 노원병 정치권은 패닉상태"라며 당을 향해 "민주당은 속히 노원병 의원 후보를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속히 노원병 후보를 공천하고 안철수 및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해 민주당을 회생시키자"며 "만약 후보를 선정하지 않으면 지역구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당은 왜소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지난해 총선 여론조사에서 49.4% 대 25.6%로 새누리당 허준영 의원에 앞서 당선권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야권연대와 국민의 명령에 따라 노회찬 의원에게 통 큰 양보를 하고 노회찬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켰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또 "지역에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고 어느 누구와 붙어도 경쟁력 있는 후보"라며 "민주당은 나를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공정한 공천 절차를 통해 빨리 후보를 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안 전 후보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철수 교수는 구태정치를 답습하지 말라. 그간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면서 새 정치와 혁신을 약속했는데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도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며 "(안 전 후보가)노원을 선택한 것은 의원 자격을 얻어 기반을 잡고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구태정치를 답습하지 말고 대의명분에 맞는 지역을 선정하라"며 "당당하게 김무성 같은 거물정치인과 맞붙어 진면목을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난 이 위원장은 "상가를 걸어가면서 100명에게 물어보면 아마 90명이 제가 당선된다고 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양보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고 조직력이 당락을 좌우한다"며 "순복음노원교회 5만 성도가 있고 지역구 내 전라도 주민도 많다. 선거구도를 노원당 대 철새당으로 몰아가겠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의 출마와 관련해서는 "안철수 교수 측으로부터 연락을 못 받았다. 건방진 일"이라며 "저는 안철수를 이길 수 있다. 안철수는 철새정치인이다.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진보정의당과 노회찬 전 의원을 향해서도 "야권연대를 안 해도 이긴다"며 "사람이 예의가 있어야지. 나를 놔두고 부인을 보내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노회찬측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 문재인측 "잘한 결정, 환영한다"(2013.03.04)


민주, 安과의 전면전 우려… 후보 내지말자는 기류 강해
"대선 후보의 보선 출마는 삼성이 동네빵집 내는 격"

3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변인격인 송호창 의원이 국회에서 안 전 교수가 보궐선거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허영한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3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송호창 의원을 통해 밝히자 민주통합당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에 미칠 영향을 놓고 벌써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문재인 전 후보는 측근을 통해 "환영하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재·보선에서 힘을 합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지냈던 이목희 의원도 "본인이 어차피 정치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직접 국회로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했다.

현재 민주당엔 안 전 교수가 직접 출마할 경우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후보를 낼 경우 안 전 교수 측과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후보를 내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안 전 교수가 당선될 경우 예상되는 정계 개편도 민주당에 부담이다. 한 4선 의원은 "안 전 교수 출마 자체로 이미 야권발 정계 개편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안 전 교수의 출마 결정에 "황당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어찌 됐든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했던 민주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파고드느냐는 것이다. 127석 야당의 명예를 걸고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노원병 지역구 의원이던 노회찬 전 의원과 진보정의당은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안 전 교수가 이날 노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X파일과 관련한 위로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노원병 출마에 대해 "이것이 안 전 교수다운 방법인지 의문스럽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정의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 진보 정치인에 대한 탄압의 결과물인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삼성이 동네빵집을 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