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5일 화요일

[조선일보]"NLL 별거 아니라면, 우리 아들들 왜 죽게 했나"(2013.06.26)

[연평해전 유족, 盧발언에 분노]

"정치인들 연평해전 말많더니… 대통령도 그런 말 했다니 황당"
"서해 지키는 해군은 뭐가 되나", "한번이라도 목숨건 군인 생각을"

"김정일에게 그렇게 말할 거면 왜 우리 아들을 사지(死地)로 몰았나. 왜 죽게 만들었나."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고(故)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57)씨는 25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접하고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예전 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 헛소리로 치부했던 그였다. 박씨는 "그때는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느냐고 했는데 모든 것이 다 밝혀진 지금 너무 황당하다"면서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는데 NLL을 지키는 해군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록이 공개되면서 제2연평해전 유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제2연평해전은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5년 전인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북한의 계획적 도발 사건이다. 북한 경비정 2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일방적으로 공격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꽃다운 나이의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했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67)씨는 "속에서 불이 난다"고 했다. 그는 "해군들에게 진작에 NLL 별거 아니라고 했다면 NLL 지키느라 그렇게 위험한 작전 안 했고, 우리 아들이 안 죽었을 것 아니냐"고도 했다.

사실 그동안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은 북한과 관계를 염두에 둔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국가유공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제2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 정부는 사태를 축소하느라 쉬쉬했고, 당시 월드컵 응원 열기에 눌려 국민적 애도 분위기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사자 6명의 영결식 때 대통령은 물론 국무위원도 한 명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의 추모제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들이 전사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가 처음이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고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64)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TV에 나와서 제2연평해전에 대해 (누구의 잘못인지) 다시 판단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그때마다 너무 분하고 원통했지만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고 탄식했다. 박씨는 "이번 기회에 NLL이 무엇이고 우리 아들들이 왜 그 위험한 곳을 지키고 있는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수리357호 정장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71)씨는 "제발 한 번만이라도 목숨 걸고 대한민국 영토인 서해를 지키는 사람들 편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60)씨는 "군 통수권자가 인정도 안 하는 NLL을 지키다 우리 후원이가 괜히 죽었다는 생각에 원통한 마음을 누그러뜨릴 길이 없다"고 말했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씨는 "그래도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진상이 이렇게 알려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어제 우리 도현이 영정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 돌아가는 게 어수선한데 그래도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쉬라고요. 몇몇 사람들은 네가 헛된 짓 했다고 해도 결국엔 다 알아줄 거니까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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