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0일 일요일

[매경춘추] 준법은 `문화`(2013.01.20)

싱가포르 근무 시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국경에서 진풍경을 경험한 적이 있다. 불과 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의 국경을 기준으로 갓 청소를 끝낸 듯 깨끗한 거리와, 쓰레기가 뒹구는 거리로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는 엄격한 법으로 잘 알려진 나라이지만, 필자는 이 차이가 단지 법의 유무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남아와 유럽의 일부 국가는 교통신호 체계의 존재가 무색할 만큼 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준법이 무시되거나 법을 어기는 것을 융통성으로 여기는 `문화`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법문화는 대개 아래가 아닌 위로부터 시작된다. 지도자들이 법을 준수하고 그 중요성을 늘 강조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준법 의식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이 시민들에 의해 잘 지켜지는 것도 위정자들의 높은 준법 의식이 전제된 법 제정을 매개로 국민 전체로 확산된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은 엄격한 준법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제각기 다른 준법 의식을 가진 다양한 국가에서 예외 없이 엄격한 준법 윤리 경영을 실행할 수 있는 비결로 리더들로부터 시작된 준법의 기업문화를 꼽는다. 준법은 어떠한 사업가치보다도 우선하며 리더들이 가장 많이 강조하는 주제다. 

준법을 일상에서 논하고 매번 상기할 수 있게 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각 국가의 준법 의식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이처럼 법을 준수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며 이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조직의 분위기, 즉 `문화`가 리더들에 의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2012년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 선정됐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음을 일컫는 말로, 우리 사회의 위정자와 리더들의 자정이 요구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 국내 대기업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협력사 경조사비를 받지 않는다는 윤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새해엔 더 많은 준법의 리더십을 통해 지난해의 불명예를 벗고 지도자들로부터 시작된 준법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