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1일 화요일

[조선일보][南北 회담무산] 北, 명단 동시교환 고집→南측 대표에 반발→판문점 연락관 철수(2013.06.12)

[회담 무산까지 긴박했던 하루]

北, 우리측 대표 차관급 보자 '우롱·도발' 운운하며 화내… "柳통일로 바꿔라" 거듭 요구
정부 "北도 차관보급" 맞서, 7~8차례 접촉… 이견 못 좁혀

남북은 11일 수석대표의 급(級) 문제를 놓고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총 7~8차례 전화 및 대면 접촉을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결국 '회담 무산'을 선언했다.

◇오후 1시 명단 맞교환

남북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전화 접촉을 통해 협상을 시작했다. 북측은 남북이 동시에 대표단 명단을 교환하자고 요구했고, 우리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명단 교환 시간은 오후 1시로 정해졌다. 양측 연락관은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대면 접촉을 통해 남북 당국회담에 참석할 양측 대표자 5명의 명단을 교환했다.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저녁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호텔 직원들이 관련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저녁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호텔 직원들이 관련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북측은 단장에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이라고 적어 남측에 전달했다. 북한은 강 국장이 장관을 뜻하는 상(相)급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우리 측 천 실장과 함께 지난 9~10일 실무접촉을 책임졌던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과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권영훈(소속 미상)씨 등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측은 대표단이 아닌 보장성원(안내요원) 명단에 '원동연'이란 이름을 올려, 남측에서는 "통전부 부부장을 하는 그 원동연이 맞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원동연이 명단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가 북한 내부에서강지영보다 급이 높다는 점에서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측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명단을 전달했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이수영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오후 7시 北 "철수한다"

이를 받아든 북한은 남측 대표단 명단을 문제 삼고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명단 교환을 하고 헤어진 후 북측이 연락관 전화 접촉을 통해 남측 명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고 했다. 북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김남식 차관이 수석대표로 적힌 것을 보고 화를 냈다고 한다. 북측은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써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류길재 장관이 나올 것을 거듭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남북 협상 경과 시간대별 정리 표
하지만 남측은 "북측 강지영 국장도 장관급이 아니고, 김 차관은 합의문에 나온 대로 남북문제를 실질적으로 협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라며 바꿀 수 없다고 맞섰다. 이미 청와대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또는 그와 동급의 인사가 오지 않는 한 류길재 장관을 대표로 내보낼 수 없다는 지침이 내려진 상태였다. 반면 북측은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회담 무산'을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남북은 이날 총 7~8차례 접촉을 가졌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남북 간 접촉은 북측 연락관이 오후 7시 5분쯤 "철수한다"고 통보해오면서 끝났다. 정부 당국자는 "더 이상 설득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오후 8시 정부 회담 결렬 선언

정부는 저녁 8시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이번 남북 회담은 무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비정상적인 관행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하면서 통보해 왔고 오히려 우리 측에 부당한 주장을 철회하는 조건에서만 회담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그간 EU(유럽연합) 국가들과 대화할 때는 상대국의 격과 급을 맞춰온 관행이 있다"며 북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