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사설]‘안철수 현상’ 감당 못한 설익은 안철수 정치의 좌초(2012.11.24)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달라.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전격 사퇴함에 따라 앞으로 25일 남은 18대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과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보수와 진보 대결로 압축됐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도 “제 마지막 (단일화 룰) 중재안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제 문, 안 후보 사이의 담판에 이어 어제 단일화 특사 협상까지 결렬되자 안 후보가 문 후보 측에 불만을 토로하며 사퇴 카드를 던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문 후보로의 단일화는 이뤄졌지만 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이탈하지 않고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안 후보가 내세웠던 설익은 새 정치는 결국 기존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감으로 급부상한 것은 새누리당 민주당 등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기반으로 한 ‘안철수 현상’ 때문이었다. 그가 ‘새 정치’를 역설하고, 9월 19일 대선출마 선언 때에도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등이 없으면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 부적절하다”라고 선을 그었던 이유다. 그러나 안 후보는 한 달쯤 지나 말을 바꿔 단일화 논의의 운을 뗐고 이달 5일 문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하자”라며 논의에 불을 붙였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지렛대 삼아 대선 승리를 하려는 정치적 속내를 드러낸 것은 새 정치에 역행(逆行)하는 일이었다. 안 후보가 구태에 해당하는 단일화에 발을 담그는 순간 그의 ‘새 정치’ 1막은 실패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문, 안 후보 캠프가 단일화 룰 협상을 벌이면서 보여 준 행태도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두 캠프는 단일화 여론조사의 설문 문항에 대해 득실(得失)을 따지느라 바빴다. 자신이 살고 상대방은 죽여야 하는 정치공학만 번득였다.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앞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한 합의문 조항은 일찌감치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후보 양보론이 흘러나올 때마다 “절대 양보는 없다”라고 반발해 왔지만 결국 사퇴의 길을 가고 말았다. 안 후보는 대선 석 달 전에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음을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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