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연·前 해군작전사령관
북한은 왜 잠수정으로 천안함에 어뢰를 쏘았을까?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에서 보았듯이 북한은 이제 수상함만으로는 우리 해군과의 전투에서 '게임'이 안 되었다. 그래서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잠수정을 침투시켜 어뢰를 쏘고 달아난 것이다. 북한은 완전범죄를 노렸다. 그러나 북한이 쏜 어뢰 추진기는 북한제 CHT-02D로 판명되었다. 추진체 안에는 한글로 '1번'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천안함 침몰의 가장 큰 원인은 잠수함을 식별하는 음탐기의 성능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건조된 천안함급 초계함은 예산 부족으로 소형 음탐기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뢰탐지장비는 원래 없었다. 현역 시절 천안함과 똑같은 포항함(756) 함장을 역임할 때 필자도 대(對)잠수함 훈련에서 항상 애로를 겪었다. 첨단 대잠 장비를 갖춘 구축함이라면 잠수정은 물론 어뢰도 탐지할 수 있다. 문제는 천안함 폭침 후에도 한국 해군의 대잠 전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쳤다.
적 잠수함을 잡는 데는 한·미 정보 자산을 활용해 북한 잠수함정의 정보를 사전에 알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천안함 폭침 때 이런 정보가 일선 부대까지 전달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은 대잠 전력 확보다. 현재 대한민국 해군에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수상함은 구축함 12척과 천안함 같은 오래된 전투함 30여척뿐이다. 이 같은 대잠 세력으로는 70여척의 북한 잠수함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 이후 천안함급 초계함의 노후 대잠 부품을 일부 교체하고 백령도 근해와 NLL을 따라 해저에 음파 탐지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금이라도 구축함을 많이 건조해 배치해야 한다. 대잠 항공기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운용 중인 P-3 대잠 항공기 16대로는 광대한 해역을 커버할 수 없다. 현재 해군에서 추진 중인 S-3 대잠 항공기의 도입과 그에 따른 추가 인원 확보가 시급하다.
천안함 폭침 후 응징 보복을 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였다. 유엔헌장 51조에 명시된 대로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한 보복을 했어야 마땅하다. 지난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북 제재가 결국 연평도 포격의 면허증을 내어 준 것이다. 북이 도발하면 강하게 응징해야 적은 우리를 두려워해 더 이상 장난을 치지 못한다. 적 잠수함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바다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순국한 천안함 영웅 46명에 대한 우리의 도리이며 사명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