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조선일보]김정은 '냉·온탕 外交'… 초보 ? 중국 의식한 행동("대화하라는 中 요구 들어줬으니 우리 배려해 달라")?(2013.06.18)

[최근 외교행태 미숙함 논란]

외무성 대신 국방위서 불쑥… 非核化는 빼고 美에 대화제의
'형식적 대화제의 일단 해놓고 긴장 떠넘기려는 의도' 분석도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16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는 여러 면에서 의문점을 남겼다. 전통적인 대미(對美) 대화 창구인 외무성 대신 국방위가 나선 데다, 미국을 회담장으로 유인할 미끼에 해당하는 '비핵화' 이슈를 의제에서 사실상 빼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외교적 미숙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이 받든 말든 대화 제의 자체가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냉·온탕 오가는 북

북한은 3월 초부터 두 달간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한·미에 대한 핵 공격 위협,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으로 한반도 주변의 위기지수를 급격히 끌어올리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갑자기 '평화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 13일부터 평안북도 지역을 시찰 중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6일 ‘허철용이 사업하는 공장’을 찾아 공장 부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군부 실세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인민복 차림으로 서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평안북도 지역을 시찰 중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6일 ‘허철용이 사업하는 공장’을 찾아 공장 부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군부 실세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인민복 차림으로 서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했다. /로이터 뉴시스
지난달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참모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의 방북을 허용했고, 8일 뒤엔 김정은의 측근이자 군부 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보냈다. 지난 6일엔 한국에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고, 열흘 뒤인 16일엔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잇단 도발로 고립을 자초한 북이 한·미·중 간의 세 차례 양자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중 3각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전방위 평화공세'는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툴러 보이는 대화 제의

특히 미국과 대화 제의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서툴렀다"는 지적(국책연구소 연구원)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같으면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분위기를 살핀 뒤 전통적 대미 창구인 외무성을 통해 대화를 공식 제의했을 것"이라며 "이번엔 그런 과정 없이 난데없이 국방위원회가 나섰다"고 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도 "(국방위가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북한은 또 미국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예상 의제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정전(停戰) 체제의 평화 체제 전환 ▲'핵 없는 세상' 건설을 들었다. 북·미 간 최대 현안인 비핵화 이슈를 제외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3일에도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했다.

"대화 제의 자체가 목적인 듯"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이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이렇게 무성의하고 고자세로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던지는 것 자체가 목적인 듯하다. 아마 얼마 후엔 러시아와 대화 소식도 들려올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대미 대화 제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견해도 있다. 지난달 방중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시진핑 주석 등 중국 고위 인사들이 한결같이 '주변국과 대화'를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 한·미·중 3각 공조에 동참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 불만이 크다"며 "대화를 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하라는 대로 했으니 중국도 우리를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외교 행보가 '의도적 좌충우돌'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해 놓고 무시당할 경우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군사적 긴장 고조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6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을 일으킨 뒤 미국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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