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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조선일보][韓·中 정상회담] 朴, 중국어로 5분 인사말… 시진핑 "옛친구 만난 것 같소"(2013.06.28)

朴대통령,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 밝히며 "시 주석께서 北에 잘 설명해달라"

- 시진핑, 최치원 詩 인용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萬里를 통하네' 읊어… "우린 中韓관계를 중요시"

- 朴대통령, 孔子 말씀 인용
"처음엔 내가 사람들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북한의 행동 변화를 강조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27일 오후 3시 45분(이하 현지 시각)부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이렇게 시작했다. 시 주석은 "8년 전인 2005년 서울 63빌딩에 있는 백리향에서 만난 이래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이 5분 이상 중국어로 인사말을 이어가자 얼굴이 환해져서 활짝 웃었다.

공자와 최치원 인용

정상회담 전,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 미리 나와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환영식 후 동대청에서 시작된 단독 정상회담은 허심탄회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였으며, 미리 예정한 45분을 15분 이상 넘겨 1시간보다 길어졌다.

단독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해 압력도 넣겠지만 설득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국 측 배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 말씀을 인용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을 거듭해 온 상황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믿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中, 관례 깨고 장관급이 공항영접… 역대 최고 예우… 2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영접 나온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그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맞이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산 최고급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리무진을 제공했다
中, 관례 깨고 장관급이 공항영접… 역대 최고 예우… 2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영접 나온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그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맞이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산 최고급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리무진을 제공했다. /청와대 제공
오후 4시 56분 시작된 확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한시(漢詩)를 인용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당나라 시대 최치원 선생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라는 시를 쓰셨다"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대외관계의 중요한 위치에 놓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조어대(영빈관)의 신록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두 정상은 오후 6시에 나란히 공동 기자회견장에 입장했고 표정은 밝았다.

"양국 관계 발전 중요 계기"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대해 "앞으로 양국 관계가 긴밀하고 건강하며 활기찬 관계가 될 것이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경제 관계를 지금보다 훨씬 다변화하면서 강화해야 하고 인문(人文) 분야 유대를 더 심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어업과 관련해서 "앞으로 황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설명하면서 "시 주석께서 잘 지원해 주시고, 또 필요하면 북한 측에도 이러한 우리 취지를 잘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양국이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양자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과 세계로 넓히자는 논의를 했다고 윤병세 외교장관이 전했다.

최고 등급 경호에 장관급 영접

방중 첫날인 27일 중국은 이례적 의전(儀典)으로 박 대통령을 예우했다. 최고등급 경호를 했고 의장기도 통상의 4개에서 6개로 늘렸다.

박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는 당초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 부부장)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등이 나와 영접했다. 중국은 정상급 외빈을 맞을 때 대체로 지역을 담당하는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나와 영접하지만, 박 대통령을 맞은 장예쑤이 부부장은 장관급이었다.

중국 육·해·공군 의장대의 호위 속에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영접 나온 중국 측 인사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측이 준비한 중국 국산 의전 차량 훙치(紅旗) 리무진에 올라 베이징 시내 숙소로 향했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 차를 썼다.

만찬에서 朴대통령 애창가요 합창

이날 밤 열린 만찬에선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가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과 육영수 여사가 좋아했던 동요 '고향의 봄'을 한국어 전공 중국 학생들이 합창했다. 경극 공연에서도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첫사랑의 대상'으로 묘사한 조자룡이 등장하는 '장판파 전투' 장면이 묘사됐다. 박 대통령은 황금빛 도는 노란색 한복을 입었다.

2013년 6월 23일 일요일

[동아일보]“北의 남침 처음엔 안믿어… 中-러 기록물 접한뒤 생각 바꿔”(2013.0624)

[1953~2013, 6·25 정전 60년/준비해야 하나된다]
■ 탈북자들이 말하는 ‘南에서 새로 알게 된 6·25’


무기공장 둘러보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자강도 강계 뜨락또르(트랙터) 종합공장을 현지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곳은 포탄 등을 생산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저희는 잘 몰라요. 남한에 있는 아이들도 6·25전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합성감리교회에서 열린 제11회 탈북동포주일 기념행사. 꼬마 탈북자들에게 6·25전쟁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대답은 우리 주변 학생들의 대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에 들어가기 전에 탈북을 한 학생들의 경우 정식으로 6·25전쟁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탓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두리하나’ 대표 최기원 목사는 “열 살 이전의 아이들은 교육을 받기 전이라 대체로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며 “10대라 하더라도 부모가 탈북한 뒤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6·25전쟁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 “美제국주의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배워”

20대 이상은 북한에서 최소 10년 이상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6·25전쟁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탈북자 김은정 씨(26)는 “소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6·25전쟁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운다”며 “6월이 다가올 때쯤이면 학교에선 6·25전쟁과 관련된 사진전시회를 열어 집중 교육을 시킨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들이 북한에서 배웠던 6·25전쟁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180도 다르다.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6·25전쟁은 남한의 북침(北侵)으로 발생한 전쟁이자 북한이 미(美)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조국해방전쟁이다. 탈북자 김학성 씨(28)는 “북한에선 6·25전쟁의 발발에 대해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에 남한이 공격을 해오자 오전 6시경 김일성 동지의 지도하에 반격에 나서 서울을 해방시켰다’는 식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탈북자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6·25전쟁의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이 자신들이 배웠던 내용과 정반대로 말하며 생각을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학성 씨는 “처음에는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에 더 수긍이 간다”면서도 “전쟁 중 벌어진 많은 의혹에 대해 남과 북이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6·25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팩트(fact)’를 접하면서 발발 원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 김명주 씨(35)는 한국에서 만난 예전 남자친구와 6·25전쟁의 원인을 놓고 여러 차례 심하게 말다툼을 했다. 북한의 기습도발로 발생한 전쟁이란 남자친구의 주장에 김 씨는 “내가 아무리 탈북자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한에서 배운 ‘남한의 북침설’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쟁이 끝나지 않자 어느 날 남자친구는 김 씨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6·25와 관련해 1990년대에 공개된 러시아와 중국 정부의 기록물이 담겨 있었다. 김 씨는 “객관적인 증거를 접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 “북녘 땅은 굶주림과 인권유린으로 고통” 

“와∼강냉이국수다!”

행사 시작에 앞서 교회 식당에 들어선 50여 명의 탈북자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짝강냉이밥(옥수수를 입쌀과 비슷한 직경 0.3∼0.5mm 정도로 잘게 부숴 만든 밥)과 함께 북한 주민의 주식으로 꼽히는 강냉이국수를 남한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강냉이국수를 접한 이들은 노란색의 면발에 신기해하다가 이내 그 별미에 놀라며 재빨리 그릇을 비웠다. 두리하나는 이날 행사를 개최하면서 첫 이벤트로 ‘북한음식 체험기’를 마련했다. 북한음식을 통해 조금이나마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박시영 목사를 비롯해 경남지역 기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탈북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북녘 땅은 김일성 김정일 우상 숭배의 결과로 굶주림과 인권유린의 고통에 빠져 있다”며 북한동포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촉구했다. 

행사 말미에 마련된 축하공연 자리에선 50여 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3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마음껏 뽐냈다. 특히 북한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생존조차 알 수 없는 열한 살 김혜송 어린이가 ‘그리운 어머니’를 부를 땐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어 평양백두한라예술단, 김철웅 탈북 피아니스트의 공연이 이어지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최기원 목사는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참혹한 고통의 실상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의 일”이라며 “한민족인 우리는 북한 주민과 탈북동포들의 고통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햇수로 11년째를 맞는 탈북동포주일 기념행사는 ‘일년에 단 하루 만이라도 탈북자에게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행사를 주관한 두리하나는 1999년 10월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북한 정권에서 신음하는 북한동포를 구제하고 탈북자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제시해온 단체다. 두리하나란 이름 역시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3년 6월 17일 월요일

[조선일보]김정은 '냉·온탕 外交'… 초보 ? 중국 의식한 행동("대화하라는 中 요구 들어줬으니 우리 배려해 달라")?(2013.06.18)

[최근 외교행태 미숙함 논란]

외무성 대신 국방위서 불쑥… 非核化는 빼고 美에 대화제의
'형식적 대화제의 일단 해놓고 긴장 떠넘기려는 의도' 분석도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16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 담화는 여러 면에서 의문점을 남겼다. 전통적인 대미(對美) 대화 창구인 외무성 대신 국방위가 나선 데다, 미국을 회담장으로 유인할 미끼에 해당하는 '비핵화' 이슈를 의제에서 사실상 빼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외교적 미숙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이 받든 말든 대화 제의 자체가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냉·온탕 오가는 북

북한은 3월 초부터 두 달간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한·미에 대한 핵 공격 위협,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으로 한반도 주변의 위기지수를 급격히 끌어올리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갑자기 '평화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 13일부터 평안북도 지역을 시찰 중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6일 ‘허철용이 사업하는 공장’을 찾아 공장 부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군부 실세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인민복 차림으로 서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했다
지난 13일부터 평안북도 지역을 시찰 중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6일 ‘허철용이 사업하는 공장’을 찾아 공장 부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군부 실세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인민복 차림으로 서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했다. /로이터 뉴시스
지난달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참모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의 방북을 허용했고, 8일 뒤엔 김정은의 측근이자 군부 실세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보냈다. 지난 6일엔 한국에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고, 열흘 뒤인 16일엔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잇단 도발로 고립을 자초한 북이 한·미·중 간의 세 차례 양자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중 3각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전방위 평화공세'는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툴러 보이는 대화 제의

특히 미국과 대화 제의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서툴렀다"는 지적(국책연구소 연구원)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같으면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분위기를 살핀 뒤 전통적 대미 창구인 외무성을 통해 대화를 공식 제의했을 것"이라며 "이번엔 그런 과정 없이 난데없이 국방위원회가 나섰다"고 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도 "(국방위가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북한은 또 미국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예상 의제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정전(停戰) 체제의 평화 체제 전환 ▲'핵 없는 세상' 건설을 들었다. 북·미 간 최대 현안인 비핵화 이슈를 제외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3일에도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했다.

"대화 제의 자체가 목적인 듯"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이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이렇게 무성의하고 고자세로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대화를 던지는 것 자체가 목적인 듯하다. 아마 얼마 후엔 러시아와 대화 소식도 들려올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대미 대화 제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견해도 있다. 지난달 방중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에게 시진핑 주석 등 중국 고위 인사들이 한결같이 '주변국과 대화'를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 한·미·중 3각 공조에 동참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 불만이 크다"며 "대화를 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하라는 대로 했으니 중국도 우리를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외교 행보가 '의도적 좌충우돌'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대화를 제의해 놓고 무시당할 경우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군사적 긴장 고조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6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을 일으킨 뒤 미국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중앙일보]중, 최용해엔 합동훈련 거절 … 정승조엔 마오타이 환대(2013.06.17)

남북한 군 수뇌 방중 때 무슨 일이
판창룽 군사위 부주석과 면담시간
최에겐 안 알려줘 귀국 두 번 연기

한·중 고위군사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정승조 합참의장이 방중 이틀째인 지난 5일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합참·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24일 판창룽 부주석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중국 측은 판 부주석과 정승조 의장의 면담 일정을 우리 측엔 미리 알려줬지만 최용해 특사와의 면담은 당일 통보했다고 한다. 정 의장과 만났을 때 보인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최 특사와 면담 땐 서먹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사진 합참·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우려한 고육지책인가. 북한이 16일 북·미 당국회담 카드를 빼든 걸 두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특히 지난달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변화된 중국의 분위기를 감지했고, 대화국면으로 난국을 타개해보려는 김정은의 ‘원산구상’으로 구체화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북·중 군사교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6일 익명을 요구하며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방중기간 중국에 북·중 연합군사훈련을 제안했다”며 “그러나 중국군 고위 당국자들이 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국장 방중 전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중국 측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며 “방중 기간 최 국장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중 우호협력과 선대(先代) 때부터 맺어왔던 양국의 친선협력을 강화하자는 명분을 앞세워 군사훈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총참모장이 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용해 일행은 당시 중국 측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판 부주석 접견 시간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귀국행 항공편의 출발을 두 차례나 연기한 채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과거 중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을 환대하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과거 북한과 중국이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치(脣齒)관계임을 부각해온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사건’들이다.

 반면 63년 전 중국군의 한국전 참전으로 총부리를 겨눴던 한·중관계는 순풍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정승조 합참의장 일행을 맞은 중국 군부의 자세는 최용해 특사 때와 판이했다. 중국은 방문 이틀째 오전 비공개를 조건으로 정승조 의장-판 부주석 면담 일정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중국 측은 특히 정 의장 환영 만찬 때 세계 3대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주를 여러 병 내왔고, 마지막에는 혼합주(폭탄주)를 만들어 양국의 우의를 과시했다. 시진핑 주석 체제가 출범하면서 만찬 때 예술단 공연과 술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우리 측 대표단에는 예외적으로 음주를 허용한 것이다. 마오타이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 간에 이뤄진 국교 수립 때 건배주로 사용됐던 상징적인 술이다.

 군사훈련 때 참관단을 파견키로 하는 등 한·중 간 군사협력도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앞서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정 의장이 우리 공군의 C-130 수송기를 타고 방문토록 허용하고 ▶정 의장의 북해함대 방문 때 자신들의 전용기를 내줬으며 ▶중국군 북해함대 지휘부에서 우리 해군 2함대와 연결된 직통전화를 이용해 통화토록 했다.

 최용해 특사 방중 직후 중국을 방문, 판 부주석과 만난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중국 사람들은 술을 거나하게 마시면서 ‘다거(大哥·형님)’라고 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며 “중국 명주인 마오타이주를 마시면서 ‘다거’라고 부르며 양국 관계 발전을 약속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중 혈맹관계를 이끌어온 마오쩌둥·덩샤오핑(鄧小平) 주석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김정일 위원장 등 선대 지도자들이 사망하면서 관계가 퇴색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국교수립(1992년) 20년을 넘기면서 한·중관계는 긴밀해지고 있다. 인간적 유대를 중시하는 중국의 ‘관시(關係)’ 문화에 한국이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육군 3군야전군 사령부와 중국 지난군구(濟南軍區)가 2005년 자매결연을 맺은 이후 매년 지휘관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3야전군 사령관 출신인 민주당 백군기 의원은 “2005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3군사령관일 때 지난군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며 “사령관을 그만둔 뒤에도 중국을 찾아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판 부주석도 지난군구 사령원(사령관)을 지내면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군구 지휘부가 한국을 방문할 땐 우리 군인들과 목욕을 함께하는 등 우의를 다져 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3군사령부 출신 관계자는 “중국군 고위 인사들은 집단으로 목욕하는 걸 기피하지만 함께 목욕을 한 뒤 한층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과 성일환 공군참모총장도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해 협력 관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용수 기자 

◆마오타이주(茅台酒)=수수(고량)를 주원료로 하는 증류주. 중국 청나라 때부터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 마을에서 만들기 시작해 마오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알코올 함량은 약 55%. 현재까지 14개의 국제적인 상 을 휩쓸면서 수이징팡(水井坊), 우량예(五粮液) 등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로 꼽히고 있다.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 만찬 때도 마오타이가 건배주로 등장했 다.

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조선일보]"北送 9명 중 8명이 내 친구들… 꼭 살리고 싶어"(2013.05.31)

'꽃제비'로 중국서 함께 생활, 작년 1월 한국 온 김강식씨
"11세 때부터 중국오가며 같이 구걸했던 아이들… 北送 직전에도 1명과 통화
평양가면 다시 나오기 힘들어… 국제사회가 도와달라"


 김강식씨 사진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작년 1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김강식(가명·23·사진)씨는 30일 "이번에 북송된 9명 가운데 8명과 알고 지냈다"며 "평양에 간 이들이 다시 나오기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북송된 탈북자들이 북에서 나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번에 북송된 9명과의 관계는?

"내가 양강도 혜산 출신인데 거의 대부분이 아는 친구들이다. 11세 때부터 북한에서 구걸 생활을 했다. 이후 중국에서 왔다갔다할 때 만났던 친구들이다. 일부는 같이 학교 다니고, 어린 시절부터 알던 친구도 있다. 꽃제비, 한국말로 하면 노숙자 생활하면서 쓰레기장에서 주워 먹고 도둑질하면서 살았다."

―언제 한국에 왔나?

"나는 2010년에 9명이랑 함께 북한에서 나왔다. 이후 중국에 와서 도와주시는 주 목사님을 만났다. 그다음에 6명이 더 합류해서 15명이 한집에서 지냈다. 15명 중에서 조(組)를 짜서 나를 포함해 3명이 먼저 (한국에) 입국했다. 12명이 남아 있었는데 미국으로 3명이 갔다. 나는 중국에서 1년 7개월 있다가 2011년 중국에서 나와 2012년 한국에 왔다. 이번에 북송된 9명 가운데 1명은 나 있을 때는 없었다. 모르는 아이다."

―중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주 목사님이 도와주셔서 한집에 모여서 생활하면서 공부를 했다. 수학, 한글, 성경, 영어 등을 공부했다. 밖에 돌아다니기 어려우니까 쉬는 날에는 TV를 봤다."

―다른 아이들은 어땠나?

"탈북하다가 붙잡혔던 적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북에서 맞아서 머리에 상처가 있는 아이도 있었다. 북한에 있을 때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 상태가 나빠서 나이보다 키가 작다. 여자 아이들과는 친하지 않아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지는 못했다. 같이 지내다 보니까 남자 아이들끼리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 몇은 수학, 영어 등에서 공부를 잘했다."

―아이 가운데 일본인 어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었다. A(23) 어머니가 일본 여자였고 일본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평양에 산다더라. 본인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소리로 언뜻 들었다. 아이들은 본인 이야기 잘 안 한다. 물어볼 수도 없었다. 평양에 살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A랑은 2010년에 만나서 이제 알아가는 중이었다."


 라오스·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려다 최근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지난해 성탄절 이브 때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두 손을 든 발랄한 모습이다
라오스·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려다 최근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지난해 성탄절 이브 때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두 손을 든 발랄한 모습이다. /MBC 제공
―9명과는 언제까지 연락했나?

"중국에서는 계속 연락했다. 통화할 때 한국에 간다고 들떠 있었다. 온다니까 좋아하면서 웃기도 했다. 이번에 북송된 9명 중 1명과는 지난 8일 무렵에도 전화 통화 했다. 한국에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드니까 그냥 '중국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도 하더라."

―북송된 친구들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평양으로 가면 정말 나오기 힘들다. 나는 (탈북하다 붙잡혔을 때) 양강도에 있어서 6개월 만에 나왔지만,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처형될 가능성?

"30% 정도 될 같다."

―한국에 오려는 꽃제비들이 많나?

"많지만 혼자는 힘들다. 나도 좋은 사람 만나서 가능했다. 지금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중국, 동남아 등에 많이 있다."

―인터뷰에 응한 계기는.

"동생들을 사랑하고, 보고 싶고 살리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 국정원에도 전화하고 하나원에도 전화했다. 그쪽에서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바는?

"같은 사람인데, 한국에 오고 싶은 사람들인데, (한국이) 힘 좀 써주면 좋겠다."

―친구들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믿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북한 가면 못 만난다고 하지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조선일보]탈북자 9명 평양 압송… 유엔 '중대한 우려' 성명(2013.05.31)

라오스의 송환 조치 조사중
朴대통령, 시진핑에 '탈북자 보호' 요청할 듯

유엔난민기구(UNHCR)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최고대표는 30일 라오스 경찰에 적발된 '꽃제비' 출신 탈북자 9명이 북송(北送)된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하고 이들의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은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이 망명 심사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을 우려한다"며 모든 국가들이 난민을 박해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추방 또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이 라오스 정부의 송환 조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테레스 대표의 성명은 9인의 탈북자가 북송된 후 유엔에서 나온 첫 번째 조치다.


 슬프도록 짧았던 자유… 다시 北으로 끌려간 아이들… 이들에게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다. 중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오려다 강제 북송된‘꽃제비(탈북 고아)’출신 탈북자들이 작년 여름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의 한 도시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중 신체 대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한 6명은 이미 한국 등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고,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탈북자 8명은 이번에 북송됐다. 이들 8명과 사진에 없는 1명 등 총 9명이 이번에 북으로 끌려갔다. 사진은 중국에서 이들과 함께 1년7개월 동안 생활한 탈북자 김강식(가명)씨가 TV조선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김씨는“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같은 나이의 한국인보다 키가 작다”고 말했다
슬프도록 짧았던 자유… 다시 北으로 끌려간 아이들… 이들에게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다. 중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오려다 강제 북송된‘꽃제비(탈북 고아)’출신 탈북자들이 작년 여름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의 한 도시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중 신체 대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한 6명은 이미 한국 등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고,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탈북자 8명은 이번에 북송됐다. 이들 8명과 사진에 없는 1명 등 총 9명이 이번에 북으로 끌려갔다. 사진은 중국에서 이들과 함께 1년7개월 동안 생활한 탈북자 김강식(가명)씨가 TV조선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김씨는“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같은 나이의 한국인보다 키가 작다”고 말했다. /중국서 함께 지냈던 탈북자 제공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탈북자 9명이 북송됐다는 보고에 몹시 안타까워했으며, 6월 말 방중(訪中) 때 탈북자 보호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30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탈북자 북송) 보고를 받고 마음 아파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할 때 전반적인 탈북자 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중 양국은 6월 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고 의제를 최종 조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방미(訪美) 중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탈북자 북송은 "인도적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이 남한으로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를 직접 북한 당국자들에게 넘긴 라오스에 대해서는 외교부를 통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라오스를 통한 탈북 경로는 그동안 비교적 잘 유지돼 왔는데 북한이 보통 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인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동아일보][준비해야 하나 된다/굶주리는 북녘]<상>사선을 넘는 아이들(2013.05.30)

배곯는 北어린이, 南보다 19cm 작아… ‘다른 인종’ 우려





《 북한을 탈출한 15∼23세 꽃제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됐다가 곧바로 강제 북송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부모 없는 고아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일까. 이들은 라오스 이민국의 조사 과정에서 “북한에서 배고파 죽느니, 죽을 각오로 한국에 가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대표적 취약계층인 어린이 및 영유아, 임산부 등의 참담한 현실을 진단하는 상하 시리즈를 마련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 7대 다짐 중 하나인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를 실천하려는 의지도 담았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다. 》

2012년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13세 유진이(가명)는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콩나물을 팔았다. 2006년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간 엄마의 소식이 끊긴 후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늘 배가 고팠다. 하루 세 끼를 먹은 날이 기억에 없다. 한두 끼도 불린 국수나 강냉이밥으로 때운 적이 많다. 아예 끼니를 거르는 날도 적지 않았다. 사흘을 내리 굶어 힘없이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다. 팔고 있던 생콩나물을 씹어보기도 했다. 장마당에서 파는 ‘인조고기밥’은 그저 쳐다만 봤다. 콩을 고기처럼 갈아 넣고 만든 인조고기밥은 유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진이는 지난해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먼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8번째 시도 만에 탈북 브로커를 통해 딸을 북한에서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진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 “인조고기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 김정은보다 무서운 굶주림

북한의 식량 사정은 2012년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 이후 나빠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약 50만 t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2월 이를 65만7000t으로 늘려 잡았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경우 280만 명의 주민이 끼니를 거르는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대북사업 평가보고서도 올해 1분기(1∼3월) 조사대상 북한 가정(87개)의 80%가 영양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북한의 영유아를 비롯한 취약계층은 이런 식량부족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올해 3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WFP 등이 공동 발표한 북한식량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북한 어린이의 27.9%인 47만5868명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중 8.4%는 심각한 상태였다.

엄마와 함께 탈북한 후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에 다니는 5세 박재원(가명) 군은 입학 초기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굴러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허기진 생활에 익숙해 있던 박 군이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뒤 장에 탈이 난 것. 이 학교를 운영하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소화 문제가 자주 생기고 병원에서 관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시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린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8세 김진혁 군의 경우 최근 건강검진에서 결핵 판정을 받았다. 과거 장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험한 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 이대로 가면 ‘같은 민족, 다른 인종’의 비극 온다

영양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진이(13)의 체구는 남한 어린이 9, 10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래 평균(156cm)보다 키가 무려 30cm가량 작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만 11세 남자 어린이 평균 키는 144cm, 몸무게는 39kg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에 머물렀다. 남북의 키 차이가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에 이른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5대 기본 영양소나 비타민과 철분 요오드 같은 미량원소가 부족하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은 물론이고 인지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 및 이에 따른 발달 격차가 장기화되면 사실상 인종이 바뀐다고 느낄 만큼 심각한 편차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생유전학(epigenetics)’ 혹은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는 “(분단 이후) 60여 년밖에 안 흘렀기 때문에 남북 간에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양상태의 차이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발현이 더 잘되고 안 되고 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北은 군사작전하듯 탈북자 압송… 정부는 쳐다만 봐(2013.05.30)

[정부, 탈북자 9명 평양에 들어간줄 모르고 中 공항서 그들을 찾고 있었다]

정부, 어제 오전까지 북송 몰라 - 평양행 탑승객 명단 확보 못해
베이징 공항서 육안으로 탑승객 확인하다가 놓쳐

라오스에서도 무기력 -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억류 18일간 면담 한번 안해… "北이 라오스 압박" 변명

중국 협조도 못 받아 - 9명 신원 통보했지만 평양행 비행기 탑승 못 막아

라오스 정부가 북한으로 넘긴 '꽃제비' 출신 탈북자 9명이 28일 이미 북송(北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 정부의 무기력하고 무성의한 대응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탈북자들이 다시 북한으로 붙잡혀 가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어떤 작용도 하지 못했다.

정부 北送 사실도 확인 못 해

정부는 29일 오전까지 탈북자 9명이 북송됐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어제(28일) 우리 측 여러 명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나가 4시간 동안 평양행 고려항공 탑승객 동향을 관찰했는데 (탈북자들이) 비행기 타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이미 베이징을 떠나 평양으로 들어가 있던 시각까지 우리 정부는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지 못한 것 등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지 못한 것 등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정부는 29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여러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점검해본 결과 탈북자들이 북송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공항에서는 못 봤는데, 다른 방법으로 이들이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북으로 갔다는 정황이 감지됐다"고 했다. 정부는 고려항공 탑승객 명단을 확보하기 어려워 베이징 공항에서 육안으로 탑승객들을 확인하다가 이들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7일 이번 사건 대응을 위해 외교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24시간 가동에 들어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북송 여부조차 몰랐던 것이다.

라오스에서도 안이한 대응

정부는 '꽃제비'들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 국경을 넘은 10일부터 이들의 존재를 인지했다. 하지만 라오스 정부가 이들을 북한 당국에 넘기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정부는 라오스 정부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라오스 정부가 '20일쯤 탈북자들을 곧 (우리 쪽에) 인도하겠다'고 하다가 전격적으로 북한에 넘겨줬기 때문에 사태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탈북자들이 라오스 정부에 억류돼 있는 18일(10~27일) 동안 단 한 번도 이들을 면담하지 않았다.

탈북자 9명의 동선과 외교부 대응 그래픽
탈북자 단체들은 "라오스 정부의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했다"고 했다. 그 사이 북한 대사관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국 대사관 직원을 가장해 탈북자들을 면담한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 단체 관계자는 "라오스 이민국 억류 당시인 16일, 탈북자들이 외출할 기회를 얻자 인솔자가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탈출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국 대사관은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고 했다.

정부는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압송된 후에도 "9명의 신원을 중국측에 통보하고 북송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평양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측 요청에 따라 탈북자들에게 중국 도시들을 경유할 수 있는 단체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북송을 사실상 묵인했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의 안이함과 외교적 무능이 빚은 참극"이라며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 벌인 외교전에서 이처럼 밀린 데 대해 "우리 대사관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북측이 이례적으로 라오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특수 사례일 뿐"이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건을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에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꽃제비
집과 부모를 잃고 장마당 등을 떠돌며 구걸로 연명하는 북한 어린이·청소년을 말한다. ‘유랑’ ‘떠돌이’를 뜻하는 러시아어 ‘코체비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여러 명(10명 이내)이 몰려다니며 각자 역할을 나눠 구걸·소매치기·날치기·도둑질을 한다. 1990년대 중·후반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두만강·압록강 주변을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출현했다.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조선일보][오늘의 세상] 라오스, 탈북자 9명 추방… 北이 비행기 태워 中으로 '압송'(2013.05.29)

15~23세인 탈북고아 '꽃제비' 출신 9명, 北送될 위기
한국측, 1~2주내 인도하던 관례 믿고 안이한 대응한 듯
北인권단체 "대사관, 18일간 탈북자 한번도 면회 안해"
탈북 단속 강화한 김정은 정권
라오스에 외교총력전 편 듯


 북송위기 탈북자 9명 이동 경로 지도
'꽃제비(탈북 고아)' 출신 탈북자 9명이 지난 10일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도착했으나 라오스 정부가 이들을 강제 추방 형식으로 북한 관계자들에게 넘긴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남북한은 탈북자 9명이 라오스에 도착한 직후부터 이 사건을 인지하고 외교전을 벌였으나, 라오스 정부는 북한 편을 들어줬다. 북한은 27일 탈북자들을 인계하자마자 이례적으로 비행기에 태워 중국으로 이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탈북자 중에 북한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넘겨줘서는 안 될 사람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전에서 北에 밀려

28일 탈북자 단체 등에 따르면, 문모(23)씨 등 15~23세 남자 7명, 여자 2명은 한국인 목사 장모씨 부부의 지원을 받아 북한을 탈출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중국 남부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다 경찰에 붙잡혔다. 장 목사는 체포된 직후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에 구명을 요청했으나 대사관에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 일단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목사와 탈북자 일행은 1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이송됐다. 라오스 정부는 보통 탈북자를 체포한 후 1~2주 내에 우리 측에 신병을 넘기던 과거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이후 라오스 정부는 27일 문모씨 등 탈북자 9명을 '출발지인 인근국(중국)'으로 강제 추방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사후 통보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이 이민국에 18일간 수용돼 있는 동안 주라오스 한국 대사관에서는 단 한 차례 면회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은 27일 오후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에 도착했으며 현재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여러 사람이 탈북자들과 함께 이동 중"이라며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호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측은 라오스를 떠나기 전 탈북자들에게 합법적 여행 증명서와 여권 등을 소지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조만간 북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라오스 이례적으로 비행기 압송 허용, 왜?

북한이 탈북자 문제에 신속하게 개입해서 이들을 인계한 후, 비행기에 태워 데려간 것은 이례적이다. 라오스 정부도 관례를 깨고 공항에서 바로 비행기에 태워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

북한 소식통은 "과거 김정일은 탈북자들에 대해 '배신자는 갈 테면 가라'는 식이었으나 김정은이 들어선 이후로는 단속과 통제가 심해졌다"며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이 이런 변화에 맞춰 열심히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2706명을 기록했으나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1509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3월 현재 320명 선에 그치고 있다.


 탈북자들이 2007년 8월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 지역을 넘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에서 붙잡힌 탈북자 9명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자들이 2007년 8월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 지역을 넘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에서 붙잡힌 탈북자 9명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용호 AD
이번 사건 배경에는 북한과 라오스의 전통적 우호 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에서 우리 정부 당국이 평소처럼 인계될 것으로 보고 안이한 대응을 해서 탈북자들을 북송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탈북자들의 90%가량이 '북한→중국→라오스(이후 태국까지 가는 경우도 있음)' 경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탈북자 송환에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이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듣고도 18일 동안 이들을 방치했으며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탈북자 9명이 현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북송된다면 심각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중앙일보]요란한 북한, 싸늘한 중국 … 혈맹관계 중대 변화 조짐(2013.05.24)

북 신문, 최용해 특사 대대적 보도
중 환구시보 “평양에 압력 행사를”
중 정부, 일반 국가 간의 관계 강조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이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 신화=뉴시스]

북한 노동신문 23일자 1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의 사진 3장을 한꺼번에 게재했다. [사진 노동신문]

중국의 대북한 외교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 특사인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맞는 중국의 표정에서 이전과 다른 점이 적지 않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최 특사의 방중을 양국관계 우호 관계 회복인 양 대대적으로 보도한 반면 중국 언론은 “중국 여론을 오판 말라”며 싸늘하게 대응하고 있다. 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최 특사의 면담 불발도 이 같은 중국과 북한의 시각차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특사가 온 목적이 뭐든 중국은 최근의 입장에서 후퇴하면 안 되며 평양에 필요한 압력을 행사해 그들이 자기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대북 외교 원칙을 강조했다. 반면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최 국장의 방중  동정 기사를 3장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 출발 소식을 4면에 간단히 다룬 것과 비교된다.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도 평양 출발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등 최 국장 파견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의 특사인 최 국장을 띄워 주고, 그가 환대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북·중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 외교관들은 중국의 대북한 외교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국제 규범과 원칙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 주요 2개국(G2)에 걸맞은 책임 있는 대국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것이다.

 우선 중국이 북한을 더 이상 무조건 감싸고 지원하는 ‘혈맹’ 관계로 보지 않고 국가 간 관계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최 특사 방중 이틀 전인 20일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장관급)을 통해 확인됐다. 그는 이날 중국을 방문한 유기준(새누리당) 최고의원 등 한국 여야 의원 10명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북한은 (혈맹이 아닌) 일반 국가 관계”라고 못 박았다.

 적극적인 대북 외교 정보 공유도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은 최 특사 방문 사실을 사전에 한국과 미국에 알린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 3국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북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국 지도부 내에 확산되고 있다는 시사다. 지난해 8월 장성택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관례대로 북한 고위층의 방중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한국 외교라인이 애를 먹었었다.

 중국의 대북 언행일치 외교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지난 3월 중국 외교부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먼저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중국이 한반도 긴장완화 중재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대북 특사파견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거부하자 이에 대한 외교적 최후 통첩을 날린 것이다. 이후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 특사 파견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특사가 필요하면 북한이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조선일보]北 김정은, 중국 특사로 최룡해 총정치국장 파견…22일 비행기로 평양 출발(2013.05.22)



 북한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왼쪽)./조선일보DB
북한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왼쪽)./조선일보DB
북한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 위해 22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하는 구체적 이유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집권한 김정은이 중국에 공식적으로 특사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8월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6일간 중국을 방문했으나 공식 특사는 아니었다.

최룡해는 북한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로 최근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지난해 4월 대장에서 차수(큰 별 하나)로 승진하며 총정치국장에 올랐다.

최룡해의 중국 방문으로 올해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으로 이상기류가 감지돼온 북중 관계와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군으로 보이는 무장한 북한 남성들은 지난 5일 선원 16명이 타고 있던 '랴오푸위 25222호' 어선을 납치했다가 2주만에 풀어줬다. 당시 이들은 선주에게 전화를 걸어 60만 위안(약 1억 900만원)을 내라고 독촉했고, 중국 내에서는 "해적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북한에 대한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북한 측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시진핑 총서기(왼쪽)와 김정은. /조선일보DB
시진핑 총서기(왼쪽)와 김정은. /조선일보DB
후진타오 주석 시절만 해도 북한의 '나쁜 행동'을 일방적으로 감싸던 중국은 작년 11월 시진핑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태도를 바꿨다. 중국은 북한이 작년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087호 채택에 적극 참여한 데 이어 이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지시문을 산하 기관에 내려 보냈다.

중국은 또 북한이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094호 채택에 찬성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3월 이 결의 내용을 엄격히 집행하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교통운수부 등에 내려보냈다. 또 중국은행(Bank of China·BOC)은 7일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 중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대북 수출은 7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8% 감소했다 .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중앙일보]크루즈선·LTE폰 싹쓸이…中 '기술 역전극'(2013.03.26)


기술로 한국 맹추격

지난달 말 대형 크루즈선인 ‘타이타닉2호’를 호주 재벌이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화들짝 놀랐다. 이 배를 만드는 곳이 중국 진링조선소였기 때문이다. 중국 업계 최초의 크루즈선 수주였다.

 특히 크루즈선은 조선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결합된 분야라 중국의 추격이 쉽지 않다고 국내 업체들이 자신하던 분야였다. STX조선해양이 인수합병한 유럽 자회사를 제외하면 우리 기술로 크루즈선을 만든 적이 없다. 중국은 크루즈선을 비롯해 그간 국내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해 온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같은 고부가 선박과 해양구조물도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조선뿐이 아니다. 중국은 미래산업에도 재빨리 둥지를 텄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가 발간하는 격월간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근호에서 “유전자 서열 분석(Genome Sequencing) 비용이 ‘아이폰’ 가격보다 싸지는 시대가 온다. 중국 기업에 의해서”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2013 세계 50대 혁신기업’ 명단에 중국 선전화다지인(BGI)을 올리면서다. 생소하기만 한 이 업체는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초우량 업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① 현재 LTE의 2배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화웨이의 어센드P2 스마트폰 ② 세계시장 점유율 4위로 급부상한 TCL의 LCD TV ③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하이얼 냉장고 ④ 중국 최초의 크루즈선 타이타닉2호(조감도).

싼값을 내세워 한국을 추격하던 중국이 이제 기술력을 앞세워 크루즈선처럼 한국을 제치는 역전극을 펼치고 있다. 철강, 전자 등 주요 업종의 추격도 무섭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품질 경쟁력이 100이면 중국의 수준은 99다.

 무역 최일선에 있는 KOTRA는 경고음을 울렸다. KOTRA는 25일 ‘중국 기업이 달라진다’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세계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가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며 “저가·저급품의 대명사로 통하던 중국 기업들이 저가·고급화 전략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KOTRA가 열거한 냉장고 판매량 5년 연속 세계 1위 하이얼, 세계 LCD TV시장 4위 TCL 등 위협적인 추격자는 수두룩하다. 화웨이·HTC 등 세계 수준의 IT기업을 2015년까지 2~5개 사 더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KOTRA는 “중국 기업은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키워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한 후 해외 시장에 고급 기술 제품을 내놓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한국 기업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주주총회는 신사업·신제품 발표장 같았지만 올해 주총에선 신사업 발표를 한 기업이 10곳 중 한 곳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업의 투자는 계속 게걸음이고,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중국은 이미 기술력 추격을 뛰어넘어 제품의 상품화 방안과 브랜드 가치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기존 사업에서 기술력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 앞서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진석·이가혁 기자 

2013년 3월 21일 목요일

[동아일보]중국, 지하교회 단속 강화…“기독교 탄압 신호탄”(2013.03.22)

지하교회 선교활동에 체포ㆍ구속 등으로 강경 대응

중국 당국이 여러 지방에서 가정교회로 불리는 지하교회에 대한 일제 조사에 들어가 전국적인 기독교 탄압의 서곡이 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21일 미국 아시아자유방송(RFA)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반중(反中) 인권단체인 '차이나에이드'(ChinaAid)는 산둥(山東)성 자오저우(교<月+交>州)시,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와 선전(深천<土+川>시,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충칭(重慶)직할시 등지에서 가정교회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칭다오(靑島)시에 속한 현급도시인 자오저우 선전 당국은 최근 당 기층조직인 향ㆍ진(鄕鎭) 당 위원회에 가정교회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문건을 내려 보냈다.

차이나에이드가 입수한 문건은 가정교회의 위치, 지도자, 핵심 신자, 전체 신자 수, 선교 활동, 그리고 해외 단체와의 연계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오는 25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문건의 지시 사항에는 정부 통제하에 있는 중국 기독교 삼자 애국운동위원회에 대한 가정교회 신자들의 태도와 가정교회가 당국의 공식 지시를 수용할지의 여부 조사도 포함돼 있다고 RFA는 전했다.

중국 가정교회연합회 자오저우시 지부 부지부장인 잔강 목사는 당국이 자신의 구역내 모든 가정교회를 대상으로 이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자오저우에만 가정교회가 1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잔 목사는 당국이 향진과 촌(村)의 통일전선 조직, 촌 위원회, 주민 등 모든 조직을 동원해 가정교회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선전, 항저우, 충칭 등지에서도 이런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제 조사가 10년내에 지하교회를 없애라는 당국의 2011년 '비밀 지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선전에서 가정교회 '중푸강터우'를 이끌고 있는 자오 젠쥔 목사는 당국이 전화로 이 교회를 방문 조사하고 싶다며 방문 가능 날짜를 물었다고 말했다.

자오 목사는 이 교회 신자들이 최근 대만 회사인 팍스콘 공장에서 선교 전단지를 나눠주다 공안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광저우 '광푸자' 가정교회 신자들은 공안으로부터 교회 현황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이 교회 마커 목사는 신자수와 명단, 그들의 교회 참가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털어놨다.

중국 당국은 최근들어 가정교회의 선교에 대해 당사자를 체포 구금하는 등 강경하고 대응하고 있다.

한국 선교사 한 명이 지난 2월 산둥성 지모(卽墨)시 가정교회에서 개최된 선교대회에 참가했다가 미국인 선교사 한 명과 함께 공안에 연행됐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이춘(伊春)시에 있는 한 가정교회에는 지난 2월 공안이 침입해 쑨원셴(孫文先) 목사를 폭행했다. 쑨 목사는 이들의 구타로 심장병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다.

베이징(北京)에선 서우왕(守望)교회의 조선족 진톈밍(金天明) 목사가 지난 2011년 4월 가두 예배를 주도한 후 23개월째 가택에 연금돼 아직 풀려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중국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개신교회 신도와 가톨릭 신자에 대해 반드시 중국 기독교 삼자 애국운동위원회나 중국 천주교 애국회 소속 교회와 성당에서 예배와 미사를 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관제 교회에 속한 신자는 약 1천800만 명에서 3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4천500만 명에서 6천여만 명이 가정교회로 불리는 무허가 지하교회나 지하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3월 10일 일요일

[중앙일보]"中, 北핵무장에 위협 느껴 추가 도발땐…" (2013.03.11)


“북 핵실험 등 추가 도발 땐 중국, 강력한 카드 쓸 수도”
최장수 주중 대사 김하중
북한 전체 물자 70% 중국서 유입
중, 북 예측 불가능해 위협 느낄 것



4차 핵실험을 비롯해 북한이 공격적인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중국이 강력한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식량·원유 등 북한이 사용하는 물자의 70%가 중국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중국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북한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장수 주중대사(6년반)로 '한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손꼽혀온 김하중(66·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외시 7회로 대통령 의전 비서관, 외교안보수석, 주중대사를 거쳐 2009년 2월 통일부 장관을 끝으로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언론과 인터뷰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을 상대로 중국이 쓸 수단이 많다고 강조한 김 전 장관은 2003년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 단둥(丹東)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던 송유관을 수리를 이유로 차단했던 사례를 꼽았다. 최근『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1,2』(비전과 리더십)를 출간한 김 전 장관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항상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며 "중국이 대세를 거스르면서 남북 통일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문답.

-시진핑(習近平)총서기가 국가주석으로 등극하면 대북 정책을 바꿀까.

"덩샤오핑(鄧小平)의 뜻에 따라 장쩌민(江澤民)이 권력을 이양했기 때문에 후진타오(胡錦濤)는 시종일관 신중했고 자기 스타일을 발휘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반면 시진핑은 장쩌민 측근들의 충분한 지지 받고 있어 후 주석보다는 자신있게 자기의 뜻을 펴기 위해 일할 것으로 보인다.정책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당장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진짜 중요한 때에 카드를 쓰려고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나.

"(식량·원유·생필품 등)북한이 사용하는 물자의 70%가 북·중 사이에 놓인 10여개의 다리와 철도를 통해 들어간다. 아주 일부라도 봉쇄·통제해도 북한에 큰 영향 줄 수 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동의했는데.

"3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가 세지면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이 보조를 안 맞출 수 없었다. 북한이 상황을 그렇게 만든 측면이 강하다.중국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지지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가 아닌 제한적인 의미가 있다.북한이 앞으로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중국이 계속 인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소의 위협에 맞서 핵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에 관대하지 않나.

"중국은 자신들이 핵개발 할 때의 경제력과 기술력 등을 감안해 '북한의 수준에서 핵개발 못할 것이고 위협이 안 된다'고 처음엔 안이하게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은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에 위협을 느낀다."

-1993년 1차 핵위기 이후 20년간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는데.

"핵무기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북한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진짜 패자(loser)는 북한이다. 20년간 북한은 한·미 뿐 아니라 북한을 도와주려던 중국을 포함해 모든 국제사회를 실망시켰고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상실했다."

-한·중 수교(92년 8월)가 1차 핵위기의 원인이 됐나.

"92년말 남북 회담이 중단됐고 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모두 한·중 수교 직후인 92년 9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한·중 수교로 인해 북한이 1차 핵위기를 터뜨렸다는 시각이 가능할 것 같다."

-북한의 핵보유로 남북 통일이 요원해진 것인가.

"통일은 여건이 성숙 되면 이루어지는 것이지, 북한이 핵실험 몇 번 했다고 통일이 요원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무리하게 핵보유를 추진한다면 그렇 잖아도 극도로 부족한 국력을 소진해 오히려 통일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한마음 한뜻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중국은 남북한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나.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주인은 한민족으로서 한반도의 통일은 반드시 한민족의 염원에 따라 자주적·평화적으로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말해왔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우리 최고지도자들에게 항상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우리는 이런 태도를 믿고 필요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중국인들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수 많은 나라의 흥망을 경함한 지혜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면서 까지 남북 통일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남북 통일 과정에서도 중요한데, 어떻게 중국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중국인의 마음이 만리장성의 철문이라고 한다면 망치로 그 문을 열 수는 없다.욕하고 비판한다고 중국인은 새겨듣거나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감동을 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철문을 열고 나오게 해야 한다. 중국인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면서도 의연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성공할까.

"새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해)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한 마당이니 북한이 좀 받아줘야 한다. 만일 북한이 이전처럼 새 정부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라고 하면 되겠나.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고 특별한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북핵의 볼모가 된 우리 내부에서 자체 핵 무장 주장까지 나온다.

"새 정부의 방침이 안나와 설왕설래가 있다. 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빨리 정부 내부 방침을 정하고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북핵 문제가 심각하지만 (섣부른 핵보유론 보다는) 절대적으로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

"중국이 현재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면 경제적으로 머지 않아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그러나 중국이 종합적인 측면에서 미국을 진정으로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전력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강화시켜야 한다.두 관계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 되도록 하고 미중이 대립이 아닌 협력 관계로 나가도록 우리가 두 나라 사이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는 외교에 힘써야 한다."

-관시(關係·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술 안마시고 골프 안하면서 최장수 주중 대사를 한 비결은.

"세상 사람들은 내가 단순히 사람관리 잘해서 그럴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1965년 대학에서 중국문학 공부할 때부터 중국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중국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왔다. 나는 지금도 중국 친구 80여명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고위 지도자가 됐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외교관에게)술과 골프보다 더 강력한 것이 기도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최장수 대사가 된 요인 중 하나다."

-주중 대사 시절 위기 상황도 많이 겪었는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가 가장 어려웠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그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탈북자들이 영사관에 대량 진입했을 때 베이징 영사관을 일시 폐쇄하는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던 일, 9·19 공동성명이 극적으로 채택된 직후 가까스런 큰 딸 혼사를 치르기도 했다.주일 대사관 근무 시절에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탕자쉬안(唐家璇)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앙 체험을 고백한 『하나님의 대사』(규장)가 베스트셀러로 화제를 뿌렸는데.

" 1994년 가을 대학생이던 딸이 금식을 하는 바람에 다시 교회에 나가 회심(回心)했다.98년 2월 청와대에 들어가 김대중 대통령을 3년8개월간 모시고 일하는 과정에서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수없이 비난과 공격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인식했는데 이 것이 신앙을 깊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대통령은 당신을 욕하는 사람까지 용서하는 진정한 '용서의 사람(대통령)'이셨다."

-일과 신앙 생황을 잘 병행한 노하우가 있다면.

"믿는 사람은 믿음과 행함이 같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믿음만으로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중시하는 실력도 갖춰야 한다."

-최근 근황과 앞으로 계획은.

"2009년 2월 통일부 장관을 끝으로 36년의 공직에서 은퇴한뒤 4년간 교회관련 활동을 했고 6권의 책을 냈다.신앙생황을 하면서 그동안 공직 생활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강연이나 집필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글=장세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zhang@joongang.co.kr

※김하중 전 장관은 11일 오후 8시50분 시작하는 JTBC '뉴스 9' 에 출연합니다.

2013년 3월 5일 화요일

北 안보리 제재 임박하자 "판문점 활동 중지하겠다" 협박(2013.03.06)


-안보리 더 강화된 제재
제재 단체·개인 대폭 늘리고 문구도 촉구·요구→결정한다
벼랑 끝 전술 나선 北… 北·美 군부전화 차단도 위협

유엔 안보리의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이 이르면 이번 주 채택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결의안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13년)를 채택한데 이어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해왔다.

이번 결의안에는 기존 대북 제재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 강화, 북한의 국제 금융거래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 등이 담겨 있고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북한의 단체와 개인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융제재나 자산동결 조치를 받는 대상은 북한 은행과 무역회사 등 17개 단체와 개인 9명이다. 유엔 소식통은 "이번 결의안의 문구에는 (대북 제재 조치 등을) '촉구한다(call upon)' '요구한다(demand)'는 완화된 표현보다 '결정한다(decide)' 등 강제성을 부과하는 표현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5일 오후 8시 조선중앙TV에 출연해“3월 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뉴스1
한 유엔 소식통은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기존 3개의 결의안으로도 북한의 숨통을 틀어막기에 충분하다"며 "결국 결의안의 실효성은 중국이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결의안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지난번 채택된 내용보다 추가되는 내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각국이 안보리 결의에 추가해 독자적으로 제재하는 문제는 각국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군은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에서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우리 군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정전협정 백지화 △판문점 대표부 활동 중지 및 북미 군 통신선 차단 △강력한 실제적인 2·3차 대응조치 등을 위협했다.

이날 성명을 읽은 사람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조 남파 등 북한이 2009년 이후 자행한 대부분의 대남 도발을 기획·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인물이 직접 TV에 나와 협박 성명을 읽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통일부 당국자)다.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 6·25 휴전과 함께 체결됐다. 1990년대부터 북한은 정전협정에 따라 구성된 군사정전위에서 철수하고 중립국감독위를 폐쇄하는 등 말과 행동을 통해 수시로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유엔의 대북 추가 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고 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최근 미국 농구단 초청 등 대미 유화 제스처를 보였는데도 미국이 상대를 안 해주니 심통을 부린 것"이라고 했다. 

2013년 2월 19일 화요일

[오늘의 세상] "우리도 가난한데 왜 북한 지원 하느냐"며 분노한 중국인, 알고 보니(2013.02.20)


-작가 우빈
"김 뚱뚱이에게 돈 보냈더니 우리집 문 앞에서 核실험… 우리도 가난한데 왜 北지원?"

"김 뚱뚱이에게 돈 보내고 양식 보냈더니, 우리 집 문 앞에서 핵폭발 실험을 했다."

지난 16일 중국 광저우(廣州) 인민공원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중국 네티즌 우빈(吳斌·38·사진)씨는 19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환경과 평화를 위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뚱뚱이'는 중국에서 김정은 일가를 일컫는 말이다.

시위 당일 우씨는 '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恩將報酬)'이란 글을 적은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은혜(恩)'라는 글자에 빗대 김정은(金正恩)이 중국의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싶었다"면서 "김정은 일가는 독재자고, 횡포를 부리는 제왕이다. 세상에 그런 통치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를 작가라고 소개한 우씨는 '슈차이장후(秀才江湖)'란 인터넷 닉네임을 쓰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는 "중국(사람들)은 국제사회에서 친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중국의 얼마 없는 친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떤 나쁜 짓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행위를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미적지근하게(不痛不痒) 항의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광저우 인민공원에서‘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북한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중국 네티즌 우빈(吳斌·오른쪽 둘째)씨의 모습. /중국 웨이취엔왕(維權網)
이어 "하지만 최근 인터넷이 크게 발달하면서, 중국인들도 관영 매체의 보도에 세뇌당했던 과거와 달리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그래서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과 별도로 우리의 관점을 표현하고 북한에 항의하는 시위가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우씨는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을 원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면서 "중국에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 많은데 뭐 하러 북한을 지원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2013년 2월 17일 일요일

北,정상회담 제안하더니 ‘6억달러 현물’ 요구(2013.02.18)

■ 원자바오 남북정상회담 주선… 2009년 당시 무슨일이? 



“북한에서 드디어 신호가 왔군.”

2009년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인사들은 흥분과 걱정이 교차했다고 한다. 중국 최고위층 인사를 통해 들어온 남북정상회담 요청은 충분히 신뢰할 근거가 있었고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민감성 안에 어떤 변수가 숨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다.


○ 새롭게 드러나는 3차 정상회담 추진의 막전막후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중간에서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브로커 장사꾼이나 사기꾼도 많다”라면서 “중국 정부를 통한 제안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회담 요청을 적극 검토키로 한 배경에는 ‘퍼 주기’ 비판을 받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원칙에 마침내 북한이 응하기 시작했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이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남측이 자신들을 만나려 안달한다. 그러니까 남쪽이 자기네한테로 올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라며 “우리가 그동안 무조건 찾아가서 만나기에 급급해 왔으니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참에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자. 우리가 2차례나 평양에 갔으니 이번에는 북쪽에서 내려와야 한다”라며 제주도와 파주, 인천, 판문점 등을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 북한 측이 난색을 표하자 원 총리는 “북측이 먼저 만나자고 했으니 장소에는 너무 구애받지 않는 게 어떠냐”라며 남한을 설득했다. 이에 청와대는 장소 문제를 양보했고 북한은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을 싱가포르로 보내 당시 이 대통령의 핵심 비선인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협상에 응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임 장관과 김 부장은 2009년 10월 전후로 최소 3번 이상 접촉하고 구체적인 정상회담 의제들을 조율했다. 독일 ‘프라이카우프 방식’처럼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을 조건으로 한 대북 경제적 지원, 북한 내 국군 유해 발굴 등까지 사실상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그 과정에서 최소 5억∼6억 달러 규모의 현물을 대가로 요구했다. 이를 받아 줄 것인지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강온파 사이의 의견 차가 커지면서 결국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이 대통령은 당시 실무 접촉 과정과 관련해 “남북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이야기도 당시에는 나왔지만 내가 듣기로는 서로 간에 오간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이 원 총리한테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면서 경제적 지원 이야기까지 꺼냈겠느냐”라며 “김양건은 아마 ‘한국의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존에 해 오던 습관대로 (제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게 김정일의 생각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라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 끝내 닫힌 대화의 문

이후 북한은 회담 무산의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켰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1년 가까이 지난 2011년 4월 북측의 사과를 받아 내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상회담 시도가 다시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마저 틀어지면서 대화의 문은 끝내 닫혔다.

중국은 두 번째 회담 시도에서는 2009년 당시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밑 접촉이 진행되던 시기에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남측을 편드는 중국 고위당국자에게 반발해 회담 추진을 중단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협상에 깊숙이 개입했던 전직 고위 당국자는 “2차례의 협상 모두 북쪽이 먼저 의사를 타진해 왔고, 협상이 결렬된 것도 우리 쪽의 문제가 아니라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로 인한 불안한 내부 정세와 후계 세습 문제 등으로 초조했던 북한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북한에 한꺼번에 많은 것을 얻어 내려 한 정부의 욕심이 일을 그르쳤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만심에 빠져 정부가 섣불리 북한을 길들이려 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쥐도 새도 모르게 北잠수함 타격…”(2013.02.15)

북 핵실험 이후 한반도 

《 동아일보의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는 1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20분가량 청와대 본관 집무실 옆의 백악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국내외 개별 언론사와 갖는 마지막 인터뷰다. 백악실은 이 대통령이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긴급 회동을 했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북핵 위기와 향후 동북아 정세 변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평가나 언급을 삼갔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최영훈 편집국장, 박성원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청와대에선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정하 대변인이 배석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걱정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배치 문제까지 언급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북한을 움직일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움직이려면 중국이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해소시켜 중국의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근본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급변 사태 시 미군의 38선 이북 진군 및 주둔 가능성, 이로 인한 미중 간 충돌 가능성, 한반도의 역학구도 변화 등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한중) 정상들 간에 (관련)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양국 최고위층이 이 문제를 물밑에서 이미 논의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지도부와는 좀 다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 때까지는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지금 북한의 행태는 이에 점점 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 국민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시 총서기는 이런 국민의 생각이 좀더 반영되는 쪽으로 갈 거다. 당장은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고 바로 우리에게 알려준 것도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남북 간에 공정하게 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보여준 거다.

중국은 후진타오 지도부 임기 중반 이후부터 ‘우리를 너무 북한 편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게 중국의 본심이다. 다만 지금은 중국까지 (북한 편에서) 빠져버리면 북한이 무너지고, 무너지면 사태가 복잡해지니까…. 우리가 이걸 (이해)해야 된다. 중국이 걱정하는 (한반도) 급변 사태 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같은 역학관계와 삼각구도를 잘 이해시켜야 한다.”

―중국 측이 우리에게 “더이상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이 중국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그런 내용의) 논문이나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것은 통일된 한반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대게 될 중국 정부의 걱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통일되면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 아니겠나. 통일 후 미군기지가 북한으로 올라간다든가 거기에 주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한미동맹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중 간 이해가 상충될 때에는 한국이 평화 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알리고 있다. 정상 간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원활히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중 간 소통이 안 되네, 대화가 안 되네 하는 식의 비판들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국이 이제는 북한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북한에 다녀오면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온다.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가 그 진원지를 원점 타격하겠다는 것도 북한에 알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면 한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공식 통보한 것이다. 중국이 이를 북한에 전했고 그 사실을 다시 우리에게 알려왔다.”


―북한 내 미군기지 주둔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생각에 대해서는 중국도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다.

“우리가 중국에 그런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게 좋다. 그래야 중국에서도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굉장히 배려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서 (메시지 전달을) 할 수 있다. (급변 사태 시) 북한이 중국 군대를 불러올 것이고, 중국군이 한 번 주둔하면 안 나갈 것이라는 가상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중국이 가장 골치 아픈 게 소수민족 문제다. 티베트도 있고 신장(위구르자치구)도 있고…. 북한이 또 다른 소수민족이 되는 것은 중국이 절대 함부로 못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급변 사태)때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중국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논의들에 대해 한중 양국이 서로 공감대가 있었던 것인가. 얼마나 진전되고 있는 것인가.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정상들이) 논의해야 할 주요 어젠다가 무엇이겠나. 중국이 북한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의 질문에 대해 내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끼리 이야기를 할 때 이런저런 내용들이 다 빠지면 아무 이야기를 못 한다.”

▼ “北 레짐 체인지 논의?… 따끔하게 할 필요있어” ▼

북핵 해법


―북한이 3차 핵실험에서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했다면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북한정권 차원에서는 실패했다고 본다. 북한이 점점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3차에 이어 4차, 5차 핵실험을 하다 보면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는 막가는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국가도 단독플레이가 힘든 시대가 아닌가. 유아독존이었던 나라들도 이제는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도 혼자 살 수 없으니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패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국방부가 3차 핵실험 후 72시간 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할 수 있겠지. 이미 한 번 했으니까. 북한이 통보를 하고 3차 핵실험을 했으니 또다시 하려고 할 때에는 미리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돼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인데 ‘앞으로 72시간’ 하는 것이 정확한 예측은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여론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은 세계와 공존해서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면 맞지 않다. 한국 정부가 핵 보유 방침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정부의 비핵화 방침은 분명하다. 다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애국적 생각은 높이 평가한다.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경고가 되는 측면도 있으니까. 우리 사회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 핵 불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지고 있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논의할 때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레짐 체인지라는 말을 기피했고 북한인권 문제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에도 좋다 좋다만 하면 점점 버릇이 나빠지는 법이다. 따끔하게 함으로써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다. 인권 문제도 그렇고 핵 문제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중심이 되고 다른 주변국들과도 논의해야 한다. 중국은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자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고 러시아도 그것이 동북 시베리아 개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공식적으로 말은 못해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목표는 평화적 통일이다. 정말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핵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다.”

▼ “우리도 쥐도새도 모르게 北 타격할 수 있지만…” ▼

아, 천안함


―재임기간에 가장 가슴 아팠던 때가 언제인가.

“천안함 폭침사건 때다. 느닷없이 46명의 젊은 아이들이…. 그들을 찾아내려고 했던 한주호 준위의 순직도 정말 가슴 아프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판단에 이르렀을 때 북한을 때리겠다는 생각도 했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 북한이 천안함 소행을 저지른 것처럼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준비가 돼 있다. 정박 중인 북한 잠수함에 들어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있는데도 참은 것이다. 천안함 관련 조사단을 편성할 때 스웨덴 같은 나라들까지 부른 것은 틀림없이 종북 세력들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떠들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요청에 대해 한 외국 정상이 ‘조사 안 하면 북한 소행인 것을 모르느냐. 뭘 조사까지 하려고 대통령이 애를 쓰느냐’고 묻더라. 그때 이야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종북 세력에 대한 설명을 해가면서 우리 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역사에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고만 대답했다.”

―동아일보가 천안함 희생자들처럼 나라를 위해 애쓰다 순직한 사람들을 위해 ‘영예로운 제복상’을 제정해서 시상하고 있다. ‘제복 입은 사람들(MIU·Men In Uniform)’을 위한 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MIU상 제정 정말 잘했다. 그동안 그 사람들이 너무 대우를 못 받았다. 한주호 준위는 당시 내가 수색 현장에서 만났는데 ‘조심하라’고 했더니 ‘내 후배들이 물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추워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대전묘지 갔을 때 46명의 장병과 한 준위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불렀다. 통일이 오면 그 46명과 한 준위까지 모두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전부 부르려 한다.”

[크리스천투데이]“북핵 이슈 때문에 탈북난민 인권 소홀해져선 안 돼”(2013.02.13)


인권단체들, 정책토론회서 강조

▲탈북난민인권토론회에 참석한 북한인권단체관계자들. ⓒ이동윤 기자

탈북난민 인권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의 주최로 13일(수)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먼저 일제히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와 함께 탈북난민 인권 문제가 핵실험 이슈에 밀려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또 북한이 점점 파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우호적인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이 때가 탈북난민 강제북송 철회를 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의 인사말을 전한 홍순경 위원장(네트워크 공동대표, 북한민주화위원회)은 우선 탈북난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디어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북한이 점점 악랄해지고 있지만, 이 어려운 시점에 토론회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며, 탈북난민 보호를 위한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 나아가자”고 언급했다.

김성호 목사(네트워크 공동대표, 북한인권단체연합회 공동대표)는 “탈북난민 인권 문제가 해결됐다면 북한 핵실험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북한이 중국을 믿기에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 아니겠느냐. 중국이 탈북난민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북한이 변화된 중국을 보며 쉽게 도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탈북난민인권 및 북송반대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서경석 목사(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우리 모두가 3차 핵실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패착이자 자충수이며,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 동시에 국내 여론 역시 북한에 유화적인 분위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 목사는 “대한민국 전복을 노리는 종북좌파를 척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당 역시 종북좌파의 비호세력이 된다면 다음 집권 가능성도 희박하게 될 것”이라며 “인권단체들이 힘을 합해 핵실험 규탄집회를 신속하게 논의하고, 탈북난민 북송반대운동 및 검찰의 전교조 이적단체 기소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위 위원장)는 “유엔에서 탈북난민 강제 송환이 반인륜적 범죄라고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북한인권은 지금껏 북핵에 가려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했는데, 당당하게 우리 정부에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라고 요구하자”고 힘줘 말했다.

정창화 목사(대한민국수호국민연합 대표)는 북한인권운동이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국제적인 활동으로 확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멸망의 길로 가고 있는데, 이제 남북통일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참여단체를 늘리고 중국과 미국 등 적극적인 해외활동도 전개하자”고 했다.

고요한 팀장(서울기독교청년연합회)은 “중국에게만 아무리 요구해도 한계가 있다. 미국을 움직여 중국을 압박할 때 탈북자 송환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는 오는 20일 검찰에 전교조 이적단체 기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개최하며, 이를 통해 전교조와의 전면전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