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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9일 월요일

[동아일보]속내 드러낸 北 “내려가려면 돈 내놔라”(2013.04.30)

현금수송차 진입 막아놓고…밀린 임금 등 정산 요구

“돌아왔다” 안도 개성공단에 마지막까지 체류하다 귀환한 우리 측 인사가 30일 0시 20분경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차량 심사게이트를 통과한 뒤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워놓고 대기하고 있던 회사 측 인사와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마지막까지 체류하던 우리 측 인력 50명 가운데 43명만 귀환을 허용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결국 돈 문제였다. 

‘개성공업지구의 인원 철수와 관련해 신변안전보장대책을 책임지겠다’던 북한이 미수금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29일 남측 인원의 전원 귀환이 무산됐다. 이날 정부가 귀환시간을 오후 5시로 늦게 정한 것도 최종 합의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는 평소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한국 근로자가 귀환하는 마지막 시간대로 이 시간 이후에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북한은 ‘개성공단=현금상자’라는 언론보도 등을 문제 삼으며 3일부터 출입차단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돈과 귀환 문제를 연계함으로써 스스로 이런 보도를 시인한 셈이 됐다. 북한이 끝까지 돈 문제에 집착할 경우 금액과 지불방법에 대한 갈등 때문에 현지에 남은 7명이 억류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한국 군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이 공단 내 우리 측 인력을 장기 구금하거나 인질로 삼을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남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 세종로 통일부 청사에 설치된 상황실과의 통화에서 “남은 협상을 잘 마무리 짓고 귀환하겠으니 신변안전은 걱정 말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위 직원 5명과 함께 남게 된 KT 직원 2명도 박원길 KT 대외전략담당 상무와의 통화에서 “식량이나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마지막까지 남아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고 KT 측은 전했다.

북한 근로자에게 연간 지급되는 임금은 8600만 달러(약 952억 원)이고 한 달 치 임금은 717만 달러(약 79억4000만 원)이다. 여기에 북한 주장대로 체불임금과 통신료, 세금을 합치면 금액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입주기업들은 월급날인 10일에 맞춰 임금을 주려 했으나 북한이 현금수송차의 개성공단 진입을 막아 지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북한이 2011년 금강산에서 남측 인력을 추방할 때는 관광대금 미지급과 같은 돈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측 인력의 최종 철수를 앞두고 ‘받을 것은 다 받는’ 청산 절차를 끝낸 뒤 개성공단 폐쇄 수순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괴뢰패당이 개성공업지구와 관련해 우리와 한사코 대결하려 하면서 사태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경고한 대로 최종적이며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고 정부와 국제사회가 이에 제재를 가할 경우 잔류인원 7명이 ‘정치적 인질’로 성격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남측 인력 귀환이 완료되면 10만 kW 규모로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던 송전망을 곧 차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인원 철수로 송·배전시설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를 계속 연결해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단전(斷電)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단전은 북한이 개성공단 설비를 함부로 가동하지 못하게 막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한 전역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이뤄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전국 송·배전망은 서로 연결돼 있어 한 곳에서 발생한 정전에 곧바로 대처하지 못하면 전국이 대정전사태(블랙아웃)에 빠질 수 있다. 

전기 공급이 끊기면 개성공단에 있던 정수장도 가동을 멈추게 돼 10만여 명에 달하는 개성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게 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박근혜정부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개성공단은 인근 월고저수지의 물을 정수해 하루 6만 t의 용수를 생산하고 이 중 1만5000t을 개성 주민에게 식수로 공급해 왔다.

조숭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shcho@donga.com

2013년 4월 8일 월요일

[동아일보][개성공단 北근로자 철수]北 “개성공단 잠정중단”… 靑 “폐쇄 감수”(2013.04.09)

北 김양건 공단 방문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靑 긴급 안보회의… 朴대통령 “냉정하게 대응”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하고 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모든 책임을 북한 당국이 져야 한다”는 강한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에는 ‘개성공단 폐쇄’ 상황도 감내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핵 도발에서 시작된 북한과 국제사회의 기 싸움이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간 ‘벼랑 끝 대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9일 0시를 기준으로 개성공단에는 중국인 4명을 포함해 479명의 남측 인력이 머물고 있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8일 “남조선 당국과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동족 대결과 북침전쟁 도발의 열점으로 만들어 보려는 조건에서 공업지구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내놓은 담화에서 “남조선 대결 광신자들은 돈줄이니 억류니 인질이니 하면서 우리 존엄을 모독하는 악담을 줴치고(함부로 말하고) 있다.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지게 되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예상된 일인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북측 근로자 철수 등이 발표되자 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40여 분간 긴급회의를 열었다. 김 실장은 회의 도중 김관진 국방부,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잇달아 통화하며 상황을 점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서 이번 사태를 즉각 보고받았으며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긴장 고조에도 박 대통령은 긴 호흡을 갖고 남북 관계의 틀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굴복해 대북특사 파견 같은 국면 전환 카드를 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지금까지 구사해 온 ‘헤드라인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8일 “개성공단 잠정 중단은 시간 문제였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원자재 반입도 안 되고 가스 공급도 끊긴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개성공단은 자동 폐쇄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도 염두에 둔 대책을 마련해왔다는 의미다. 입주기업 관계자들도 “북측은 며칠 전부터 ‘10일까지 인력을 최소화하라’는 신호를 줘왔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먼저 남측 근로자를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9일부터 북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고 원부자재도 떨어지면 공단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잔류 인력을 어떻게 할지 입주기업협회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출입 차단으로 조업이 파행을 겪은 만큼 10일부터 시작되는 북한 근로자 임금 지급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정부는 입주기업이 북한의 일방적 가동중단 조치 등으로 보는 피해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경협보험에서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보험 규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투자자산 몰수 △전쟁 △남북당국의 사업 중단 조치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생기면 투자금액의 최대 90%, 100억 원까지 기금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입주기업 123곳 중 일부는 경협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보상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숭호·이재명 기자 shcho@donga.com

2013년 4월 3일 수요일

[조선일보]"개성공단 北직원들 군복입고 근무… 세관엔 군인 투입, 장갑차도 배치"(2013.04.04)


[귀환 우리 근로자가 전한 北소식]
"북한 직원들 평소와 많이 달라져… 농담 받아주거나 웃지도 않더라
남은 사람들 혹시 인질될까 걱정"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이 2003년 공단이 착공식을 한 이래 10년 만에 또다시 불안감과 긴장감에 휩싸였다. 북한이 3일 개성공단 근로자의 남측 귀환만 허용하고 개성공단으로의 진입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우리 근로자 33명이 돌아왔다. 귀환한 근로자들은 "북한이 예전과 다른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에 귀환한 근로자들은 "평소 사복을 입고 근무하던 북한 직원들이 군복으로 갈아입고 경비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이날 공단에서 남측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심사에 평소와는 달리 군인들을 투입했다. 세관 직원들은 평소보다 검문 시간을 더 끌었다. 공단 근로자 S씨는 "군인들이 장갑차까지 대기해 놓았다"고 전했다.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오는 개성공단 관계자에게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 이날 북한은 개성공단으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만 허용한다고 통보했다. /이진한 기자
이날 낮에 귀환한 개성공단의 한 근로자는 "북측 직원들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전엔) 점심시간 때 배구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전혀 없었다. 이전처럼 농담을 받아주거나 웃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공단 납품 업체를 운영하는 C(46)씨는 "하루 사이에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공단에 들어가 1박을 하고 3일 오후 2시쯤 귀환한 C씨는 "하루 전과 달리 군인들이 위장을 하고, 검문소에도 위장망이 설치됐다"며 "공단 입주업체 직원들과 납품업체 직원들은 갑자기 북한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남북 관계도 문제지만 우린 거래선이 깨지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때문에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단에 남은 직원들은 언제 귀환할 수 있는지를 묻는 등 북측의 인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귀환자들은 전했다. 3일 오후 현재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한국 근로자는 800여명에 이른다. 공단 근로자 K씨는 부식이나 식자재가 2~3일 안에 안 들어가면 공장도 멈춰 서고 사람들도 먹고 살 게 없어진다며 우려했다.

반면 공단 분위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단 의류업체 직원 N씨는 "공단 내부 분위기는 달라진 게 없다. 천안함 사건을 겪어봤기 때문에 사람들 분위기도 평소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는 개성공단에서 돌아오는 근로자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기자 등 80여명이 대기했으나 CIQ에 도착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피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낮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한재권 협회 회장은 "제일 걱정되는 것은 공단에 있는 주재원의 안전"이라며 "식자재와 원·부자재 반입을 허용할 것을 북측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회장은 "입주 기업은 통상 식자재는 2주치, 원자재는 한 달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업에 따라 다르다"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경기도 파주지역 민통선 주민들도 긴장 속에 하루를 보냈다. 대성동 마을의 한 주민은 "민통선 초소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최전방이다 보니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이 일대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 수도 크게 줄었다. 도라산전망대~제3땅굴~임진각을 연결하는 안보관광투어 코스에는 평소 평일에 2500여명이 찾았지만 이날은 1000여명만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