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홍콩 비자금만 3500억원 달해
이 회장이 자녀에 준 500억은 모친 손복남씨 돈
CJ그룹이 이재현(53) 회장의 해외 비자금으로 일본 도쿄에 21억 엔(약 234억원)대의 건물을 차명으로 매입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홍콩 현지 법인을 통해 조성·관리한 해외 비자금만 3500억원에 이르고 국내 비자금까지 합칠 경우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CJ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이 도쿄의 234억원짜리 건물을 차명으로 매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당시 거래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국내 비자금을 해외로 가져간 뒤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은 2008년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이모(44) 전 재무팀장의 살인청부 의혹사건을 수사할 때 검찰이 이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용저장장치(USB)에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USB에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80) 여사가 외환위기를 전후해 정부가 발행한 무기명 장기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고 이중 500억원가량이 이 회장을 거쳐 이 회장의 두 자녀에게 증여됐다’는 내용이 포함됐음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400여 개의 차명계좌와는 별도로 이 회장과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 남매 등의 개인 계좌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을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과 이 회장 남매 사이에 수상한 자금이 오간 정황이 있어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CJ 측이 홍콩에 설립한 8개 법인 등을 통해 관리하던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3500억원대라는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이 자금을 관리한 사람은 CJ의 홍콩법인장을 역임하며 이 회장의 해외 비자금 관리를 담당했던 신모(57) 전 부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최근 자금 관리인이었던 신씨와 이씨를 불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가 최근 홍콩에서 국내로 들어옴에 따라 바로 출국금지한 뒤 소환해 이씨와 함께 조사하고 있다”며 “두 사람이 비교적 진술을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두 사람 외에 CJ그룹 관계자 6, 7명을 더 출국금지했으며 총수 일가 중에선 이 회장만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말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이 회장과 함께 그의 외삼촌인 손경식(74· CJ그룹 공동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진수(63) CJ 사장 등의 자금 거래 내역도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FIU는 CJ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관련, 지난해 말 이 회장과 손 회장을 포함한 CJ 일가와 그룹 재무 관계자 등 관련자 10여 명의 명단과 자금거래 자료를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CJ그룹이 화성동탄물류 단지 조성 사업 과정에서 해외 비자금으로 외국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가장해 500억원대 부지 일부를 매입했다가 되팔아 300여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CJ그룹 측은 무기명 채권 증여에 대해 “개인돈으로 구입해 양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와 관계 있는 사안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