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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중앙일보]루거 "한반도에 B-2 폭격기 띄우자 북한 도발 주춤"(2013.05.23)

[김영희 대기자 인터뷰]
유사시 몇시간 내 대응 태세 확인
넌-루거법 북핵에 적용은 어려워
중국 해군, 아직 미국 상대 못 돼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김정은 정권과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내건 협상을 논의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 1월 6선에 36년간의 상원의원 생활을 마감하고 정계에서 은퇴한 리처드 루거(81) 전 상원 외교위원장(인디애나주·공화당 소속)의 말이다. 중앙일보-CSIS 안보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그를 회의 중간에 잠깐 만났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을 시험발사하고 핵탄두의 경량화·소형화를 목표로 3차 핵실험을 거의 성공적으로 하고부터 한국에는 미국의 확장 억지력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와이나 본토의 로스앤젤레스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과연 미국이 약속대로 한국 방어를 지원할까라는 당연한 의문입니다.

 “한·미 연합 독수리연습 중에 미국이 B-52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를 출격시킨 극적인 조치는 북한에 우리가 언제든 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겁니다. 한반도에 위급상황이 생겼을 때 며칠이나 몇 달이 아니라 몇 시간 안에 미국의 효과적인 지원군이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는 확인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실제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걸 보여 줬어요. 실제로 그때부터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잦아들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면 미국은 경제 지원뿐 아니라 관계 정상화까지 갈까요.

 “그건 지금 논의할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언제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인지가 더 근본적인 문제지요. 내 생각엔 그런 시기가 빨리 올 것 같지는 않아요. 진행 중인 대화도 없어요. 북한의 상당한 변화를 유도하려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압박이 있어야 할 걸로 봅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도 있을 수 있고 북한 주민들 스스로 대안을 내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까.

 “박 대통령이 건설적인 자세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용납하지 않고 북한에 기회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함께 북한에 포괄적인 제재를 가한다든지 사적인 대화 채널을 가동한다든지, 국제사회와 공동 보조를 취하는 잠재적 변화 가능성을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의회 연설에서 동북아 협력체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그런 걸 하자면 일본의 참가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수주의적·민족주의적·반역사적 언행으로 일본을 고립으로 오도하고 있는 시기에 동북아 협력 구상 같은 게 실현될 수 있을까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발언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들이고, 미국도 당장 비판을 하고 있어요. 이건 한국과 미국 모두에 민감한 문제이지만 민감한 반응이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흔들 정도가 돼서는 안 됩니다. 아베 총리가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일본은 건전한 발전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옛 소련권의 핵무기 해체를 주도한 ‘넌-루거법(Nunn-Lugar Act)’을 한반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 북한 비핵화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요.

 “사정이 달라요. 넌-루거법은 소련의 자발적인 제안으로 출발해 미국과 소련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만들어진 겁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해체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핵무기의 수준을 높이고 운반수단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으니 넌-루거법 같은 게 실현될 수 없어요.”

 -넌-루거법이 소련의 요청으로 시작됐다는 겁니까.

 “그들이 레이건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워싱턴까지 우리를 방문해 그런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열심히 설명한 결과지요. 그래서 샘 의원과 내가 법안을 발의하고 추진해 91회계연도에 4억 달러의 예산을 확보했어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대응하고 있습니까.

 “중국은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과도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게 중국의 군사적 굴기와 연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이나 오래 쓰지 않던 괌 기지의 재가동 준비, 그리고 미국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지역협력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의도가 미국을 서태평양에서 밀어내는 것이라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중국과 공유해야 할 날이 옵니까.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아직은 중국 해군의 규모가 미 해군에 상대가 안 됩니다. 중국은 항공모함 전단 구축을 서두르지만 두 나라의 군사적인 역량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국세청(IRS)에 의한 부당한 공화당 우파세력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 보고서 조작 의혹, AP통신 통화기록 압수의 3대 악재를 만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기를 맞은 겁니까.

 “앞으로 상당한 수준의 인사 교체와 요란한 청문회가 예상됩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곤경에 처한 건 사실이지만 공화당의 정치 공세가 지나치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벵가지 사건은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터졌는데 오바마 진영이 대선에 영향을 줄까 봐 사건의 진실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요.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들에 잘못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태 수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쓸 겁니다. 그런 스캔들이 아니라도 지금 언론들은 대통령의 스타일을 자주 풍자해요. 그가 연극배우처럼 대중과 냉정하게,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는 걸 꼬집습니다. 얼마 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이 연설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경호원이 우산을 씌워 주는 사진이 보도된 적이 있어요. 오바마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꼭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있는 로즈가든의 손님들과 흡사하다는 풍자도 나왔어요.”

정리=유지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리처드 루거

1932년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출생. 68~76년 인디애나폴리스 시장. 72년 공화당 전당대회 기조연설. 76·82·88·94·2000·2006년 상원의원 당선(인디애나주 최다선). 85~87년, 2003~2007년 상원 외교위원장. 95~2001년 상원 영양·농업·임업위원장. 96년 공화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 출마

◆넌-루거법(Nunn-Lugar Act)

1991년 옛 소련의 핵무기 해체를 위해 미 상원의 리처드 루거(공화당)와 샘 넌(민주당) 의원이 초당적으로 공동 입안한 위기 감축 협력 프로그램(CTR). 미국이 옛 소련 붕괴 뒤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안전하게 폐기하기 위해 자금·장비·인력 및 관련 종사자 재교육 등을 지원했다. 미국과 소련의 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조지아(옛 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벨라루스·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의 무기 저장고에서 해체 작업이 진행됐다.

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조선일보]위성用이라던 '가면' 벗고… 北, 美에 核미사일 과시 전략(2013.04.11)


[이번 北미사일 발사 준비,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은하3호는 대형포탄 못싣는데 무수단은 1t 核탄두 탑재 가능
발사 3~4주 전에 선포하던 항해금지구역 아직 발표 안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 확인땐 韓美日 군사협력 강화 불가피

美태평양사령관 “미사일 요격 가능”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왼쪽) 상원의원이 9일 워싱턴 의회에서 새뮤얼 라클리어 미 태평양사령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라클리어 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에 출석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은 직접적인 위협”이라면서 “미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북한이 발사를 준비 중인 무수단 미사일의 사거리는 3000~4000㎞다. 지난해 12월 발사에 성공한 은하3호(대포동2호 개량형·사거리 1만㎞ 이상)보다 훨씬 짧고 미 본토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한·미와 국제사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대북 정보 감시 태세인 '워치콘'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국에 대한 핵미사일 타격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 은하3호 발사 때보다 민감

외교 소식통은 "은하3호는 대형 포탄을 못 싣지만 무수단은 1t에 가까운 탄두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괌이나 오키나와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 이번 발사의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핵 보유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핵을 운반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과시함으로써 반대급부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인민군 총참모부 담화라며 "첨단 핵무기로 미국의 적대 정책을 짓부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또 무수단 미사일 2기를 비롯, 노동(사거리 1300㎞)·스커드(사거리 300~500㎞) 미사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10일 오후까지 항해 금지 구역 선포를 하지 않았다. 2009년 4월과 2012년 4월, 2012년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은하2호(대포동2호) 및 은하3호 장거리 미사일(로켓)을 발사할 때 3~4주 전에 항해 금지 구역을 선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아직까지 항해 금지 구역 선포 등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우주개발 등과는 무관한 군사적 목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북한 주장이 허구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미국에 비상 거는 북한

무수단 미사일이 그동안 시험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미국의 아·태 지역 전략 거점인 괌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서태평양에 떨어뜨림으로써 미국이 화들짝 놀라 대화에 적극 나서는 상황을 노리고 있다.
괌은 한반도 유사시 B-52·B-1·B-2 폭격기나 F-22 스텔스 전투기, 글로벌 호크 무인 전략 정찰기 등이 출동하는 미군의 핵심 거점이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 등을 핵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면 유사시 미군 증원(增援) 전력이 한반도로 출동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고 이는 우리 방어 작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괌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쏠 능력이 확인되면 미국의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수단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경우엔 일본 정부 역시 적극적 대북 억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를 역(逆)으로 활용, 군사력을 대폭 확대해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성공할 경우, 미사일 방어 체제를 포함한 한·미·일 3국 군사 협력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추정되는 동한만 일대(원산~흥남) 지역은 10일 구름이 다소 끼었으나 발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