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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 월요일

[중앙일보][배명복 칼럼] 구글 회장이 평양 간 진짜 이유는(2013.04.02)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세상사다. 외양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그중 하나다. 그는 지난 1월 평양에 들어가 3박4일간 머물렀다. 그는 세계적 기업인이다. 시간이 돈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세상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를 찾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호기심 때문일까.

 그의 공식 답변은 이렇다. 인터넷 개방의 중요성을 설파하러 갔다는 것이다.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직후 공항에 모인 기자들에게 그는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이 북한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런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북한 관리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긴밀히 연결되고 있는 시대에 북한의 폐쇄적 정책은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강연을 하면서도 같은 말을 했다. 한국의 방송사들과 은행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을 받은 직후였던 만큼 청중의 관심이 그의 방북 배경에 쏠리는 건 당연했다. 북한을 방문한 진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인터넷의 힘에 관한 희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며 “인터넷 개방이야말로 북한을 경제성장으로 이끄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을 북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요컨대 인터넷 전도사 역할을 하러 평양에 갔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며칠 전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그는 “슈밋 회장이 북한에 간 진짜 이유는 북한 IT(정보기술) 인력을 활용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를 떠받치는 핵심 인력이었던 인도의 IT 인력을 대체할 후보로 북한의 IT 인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 IT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인도에 아웃소싱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임금이 크게 오른 데다 인도 업체들이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인도를 대신할 새로운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 IT 인력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양과학기술대 명예총장을 맡고 있는 박찬모 전 포항공대(포스텍) 총장은 북한의 소프트웨어 실력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고 말한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의 경우 포스텍 학생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한다. 독일인이 투자해 만든 북한 유일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노소텍이 최근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용 앱은 독일에서 인기 순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2009년 7월 청와대·백악관 등 한국과 미국의 35개 주요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실리콘 밸리는 북한의 IT 인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탈북자 출신 IT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1만2000명 이상의 해커 부대를 양성해 놓은 상태다. 초보적이지만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리는 과학기술 수준도 미 기업인들에게는 인상적으로 비쳤을 것이다.

 더 흥미로운 얘기도 들었다. 금·마그네사이트·희토류 등 북한 내 주요 지하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진 미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발전설비 제작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북한에 화력발전소를 지어주는 대가로 금광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GE의 고위인사가 지난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협상이 중단 상태에 있다.

 기회를 찾아 도전하고, 자기 책임 하에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 정신은 미국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 중 하나다. 그 힘은 때로 정치의 벽을 허물기도 한다. 미 기업인들이 보기에 북한은 인력과 자원의 마지막 보고(寶庫)일지 모른다. 중국이 깃발을 꽂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을지 모른다. 당장은 정치의 벽이 높지만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 미 정부 스스로 문턱을 낮추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북한의 20대 젊은 지도자는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법석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겉 다르고 속 다른 세상사의 일부일지 모른다. 그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는 것을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전략 노선으로 채택했다. 핵 보유로 재래식 군사력에 추가 지출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 돈을 경제 건설에 돌리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의 수위 조절에 들어가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미 기업인들이 북한 사람들과 평양에서 악수하는 장면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개성공단만 움켜쥐고 있으면 그만인가.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北, 국가 차원의 '트루먼 쇼'" 구글 회장의 딸 北여행기(2013.01.21)


 영화 '트루먼 쇼' 포스터
“마치 국가적 차원의 ‘트루먼 쇼’를 본 것 같았다”

새해 초 북한을 방문했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딸 소피 슈미트가 19일 자신의 ‘구글 플러스’ 블로그에 북한 여행기를 올리며 적은 이야기다. 소피가 말한 트루먼 쇼는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가 주연한 1998년 개봉한 영화로, 주인공 트루먼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세트장 안에서 30년의 인생을 살다가, 마침내 실제 존재하는 바깥세상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피의 여행기는 아버지 에릭이 블로그에 남긴 간단한 소감문에 비해 훨씬 자세하고 내용이 풍부했다. 각종 풍경 사진은 물론, 입국 심사 서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사진도 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여행기의 제목은 ‘이보다 더 기괴할 수 없다(It might not get weirder than this)’이다. 소피는 먼저 ‘강추위’를 북한에 대한 첫인상으로 언급했다. 그는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도 실내 난방을 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자기들 최첨단 기술과 최신식 건물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었지만, 그걸 보는 우리 입에서는 입김이 나왔다. 내빈으로 이런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구글 회장의 딸 소피 슈미트의 블로그 화면./사진=인터넷 캡쳐
소피는 북한이 자랑한 최신 정보 기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만든 화상 채팅 기술, 작곡 프로그램 등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봤다. 난 이들이 왜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지, 왜 우리에게 자랑하며 보여주는지 잘 모르겠다. 이것들을 수출하거나 팔아서 이윤을 창출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을 위해 물건을 생산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피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마치 ‘우리가 북한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야’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들은 현실에 대한 자각 없이 국가의 인질로 억류되어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소피는 이어 김일성 종합대학 전자도서관의 풍경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 한 번 봐라. 굉장하지 않나? 90대의 컴퓨터 책상이 있는데,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다. 더 이상한 건 이들이 뭘 하는지 아무리 봐도 모른다는 점이다. 일부는 그냥 스크롤을 내리거나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고, 대다수는 모니터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일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마치 피규어 인형들을 보는 듯했다”고 적었다.
 소피 슈미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북한 김일성 대학의 전자도서관 풍경이다./사진=인터넷 캡쳐
소피는 북한 태블릿PC를 자랑하는 북한 고위 관료와 자신의 아버지인 에릭이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북한 관료는 방문단에게 북한 기술로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태블릿PC를 보여주며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에릭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 태블릿은 언제 출시되나요? 북한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 전 세계 사람들이 온라인 결제를 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요?” 그러자 북한 관료는 “글쎄요. 아마 나중에 되겠죠”라고 멋쩍은 듯이 말했다고 한다. 

소피는 아버지의 질문이 북한 현실을 비꼬는 아주 똑똑한 질문이었다고 평가하며, “이 어리석은 북한 사람아, 당신들은 국제은행의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북한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을) 하고 싶어도 못 해…”라고 적었다.

2013년 1월 10일 목요일

NYT "北에 이용당한 구글 회장…너무 순진해"(2013.01.11)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북한의 선전술에 이용되는 순진한 행동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일부 북한전문가들을 인용, “리처드슨 전 주지사 등 방북단이 밝힌 자칭 ‘인도적 임무’는 결국 북한의 선전술에 이용되는 순진한 행동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국무성이 북한의 로켓발사로 인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논의되는 시점에 이들이 방북하는 것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프리랜스 외교’를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이날 북경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측과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논의와 함께 억류중인 케네스 배의 석방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졌다”면서 “우리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임스는 방북단이 지난해 11월 북한에 입국하다 ‘적대행위’로 구금된 케네스 배의 건강에 이상이 없고 재판을 곧 받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가지 성과가 있다면 그의 아들이 쓴 편지를 배씨에게 전달해주기로 약속받은 것”이라고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평화와 사랑, 이해를 촉진하기 위한 리차드슨 전 주지사의 노력은 인터넷자유의 기수인 억만장자 슈미트 회장에 의해 빛이 가려졌다”면서 “슈미트 회장의 딸과 구글의 전략가 제러드 코헨을 포함한 방북단은 북한의 정보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몇 개의 장소를 방문하도록 고도로 연출됐다”고 덧붙였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컴퓨터전공학생들은 방북단 앞에서 코넬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인터넷 시연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지만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구글에 접속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북한의 인터넷체계는 소수의 사람만이 가능하고 웹서핑은 엄격하게 관찰되고 있다”며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정부관리, 연줄이 있는 당충성파 등 1천명도 안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어 스위스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외화를 쏟아부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취약한 나라의 하나라는 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서 이집트통신사 오라스콤이 개발한 3G 서비스와 인구 2400만명중 100만명 정도만이 휴대폰을 쓰고 있다는 것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소개하며 “이번 방북을 통해 그가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