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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1일 금요일

[조선일보]"영웅들 기려야"… 與, 영화 'NLL 연평해전' 지원 나서(2013.06.14)

시작은 이병석 국회부의장… 후원금 100만원·격려 편지
다른 의원들도 후원 잇따라

13일 오후 2시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군항 부두. 영화 'NLL 연평해전' 촬영장인 이곳을 새누리당 박인숙·김성찬·조명철 의원이 찾았다. 바다에는 촬영을 돕기 위해 나선 SSU(해난구조대) 대원들이 검은색 고무보트를 타고 촬영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의원들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왔다"며 제작진의 손을 잡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영화 지원책을 마련하고, 영화가 완성되면 많은 분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북한 출신인 조 의원은 "(여러분이) 정말 애국하고 계시다"고 했다.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 부두에 마련된 영화 ‘NLL 연평해전’ 촬영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조명철(오른쪽)·박인숙(가운데) 의원 등이 김학순 영화감독(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 부두에 마련된 영화 ‘NLL 연평해전’ 촬영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조명철(오른쪽)·박인숙(가운데) 의원 등이 김학순 영화감독(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예산 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 'NLL 연평해전'의 제작을 지원·격려하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이 하나둘씩 움직이고 있다.

시작은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국회부의장이었다. 이 부의장은 지난 6일 영화감독 김학순씨와 제작진에게 격려 편지와 함께 후원금 100만원을 보냈다. 이 부의장은 "내가 그동안 나라를 위해 숨진 우리 영웅 6명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 부의장은 두 아들이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같은 당 강석호·김학용 의원도 취지에 공감해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을 후원했다.

영화 'NLL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군의 도발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2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것이다. 해군 병장 출신인 김학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양미경·정석원·장성원씨를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재능 기부'에 나서 사실상 무(無)보수로 참여하고 있다.
CJ E&M, 영화 배급 맡아
CJ E&M이 2002년 일어난 제2연평해전에서 산화한 6용사를 다룬 영화 'NLL 연평해전'의 배급을 맡기로 했다. CJ E&M 측은 "잊혀가는 제2연평해전의 숭고한 의미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2013년 6월 6일 목요일

[조선일보]"참수리號 인양 장면 찍던 날… 제작진 모두 목이 메어 무거운 침묵"(2013.06.07)

['NLL-연평해전' 촬영현장 르포]

"연평해전 6용사 되살리자" 배우·스태프 한마음 재능기부
故윤영하 소령役 배우 정석원 "시나리오 읽으며 펑펑 울었다"
해군 병장 출신 김학순 감독 "제작비 빠듯… 잠시도 못 쉬어"

'오늘 제2연평해전에서 침몰되었던 참수리 357호정 인양 장면 촬영 날입니다. 스케줄만 봐도 목이 멥니다. 현장은 침묵 그 자체입니다. 11년 전 슬픔 재연을 묵묵히 도우시는 해군 장병과 제작진, 배우들, 감사하고…사랑합니다.'(제작진이 5일 트위터에 올린 글)

지난 3일 경남 진해 군항 부두에 마련된 영화 'NLL-연평해전' 촬영 현장은 사뭇 엄숙한 분위기였다. 영화는 2002년 6월 29일 한·일월드컵 한국-터키의 3-4위전으로 전국이 붉은 악마와 태극기로 뒤덮였던 그날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의 기습 공격을 받고 산화한 참수리 357호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지만 정부는 쉬쉬했고, 국민 대다수의 무관심 속에 잊혀 오랫동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3일 진해 군항 부두에 마련된‘NLL-연평해전’촬영 현장에 정박된 고속정에서, 긴급 출동 전 전투태세를 점검하는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진해=남강호 기자
 지난 3일 진해 군항 부두에 마련된‘NLL-연평해전’촬영 현장에 정박된 고속정에서, 긴급 출동 전 전투태세를 점검하는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진해=남강호 기자
여느 영화 촬영 현장이라면 시끌벅적했을 법하지만 'NLL-연평해전' 현장에선 감독도, 배우도 말을 아낀다. 한 장면 한 장면 촬영할 때마다 11년 전 그 희생의 아픈 생채기가 생생히 되살아나기 때문이었다. 영화 제작진은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해군 병장 출신 김학순 감독은 "6년 동안 영화 제작을 위해 추모 행사를 찾아다니며 유가족을 만났다"며 "우리도 이젠 단순히 반공이라는 딱지에서 벗어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에 대한 영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는 지난 4월 22일부터 두 달 일정으로 진해 앞바다에서 전투신을 촬영하고 있다. 현재 40% 정도 진행됐다. 국내 전쟁 영화로는 최초로 3D로 만들어진다. 공중 촬영이 있는 날이면 진해 앞바다에 선박 10여척과 헬리콥터가 동원된다. 해상 촬영이 있는 날이면 온종일 바다에서 강행군이다. 일찍 찾아온 초여름 햇빛과 싸우다 보니 배우와 스태프 등 100여명은 벌써 새까맣게 타버렸다. 뱃멀미에도 시달렸다.

고(故) 윤영하 소령 역을 맡은 주연 정석원은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혼자 펑펑 울었다"며 "해병 수색대 근무시 항상 앞에 섰는데, 적의 기습 공격을 받은 윤 소령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가슴속으로 전해왔다"고 했다. 고 서후원 중사 역을 맡은 장준학은 "이들의 사연을 접하고 우리가 너무 무심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윗 줄 왼쪽부터) 故 윤영하 소령 역 배우 정석원, 故 조천형 중사 역 배우 김지훈, 故 서후원 중사 역 배우 장준학, (아랫 줄 왼쪽부터) 故 황도현 중사 역 배우 박효준, 故 한상국 중사 역 배우 장성원, 故 박동혁 병장 역 배우 이이경.
영화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대형 투자를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배우와 제작진은 재능 기부로 참여하고 있지만 모자라는 제작비 1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했다. 지금까지 영화 공식 홈페이지(www.nll2002.com)에서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2800여명이 참여해 3억3000만원을 모금했으나 턱없이 모자란다. 영화 제작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본지 보도〈5월 29일자 A30면 '눈물로 만드는 영화 연평해전을 아십니까'〉 이후 참여자가 증가해 성금 8500만원이 추가 모금됐다. 해군 부인회는 계룡대(14~15일)와 진해(21~22일)에서 영화 제작비 지원을 위한 바자를 열기로 했다.

김 감독은 "언제 제작비가 바닥날지 몰라 한시도 고삐를 늦출 수 없다"며 "연평해전 6용사가 목숨을 바친 조국의 의미와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조선일보][박정훈 칼럼] 눈물로 만드는 영화 '연평해전'을 아십니까(2013.05.29)

11주기 맞는 '제2 연평해전'… '참수리호 6용사' 스토리 영화化
대기업 영화사들 안보 코드 외면… 노개런티 배우, 나눔기부 이어져…
제작 과정은 한편의 감동 드라마, 꼭 완성돼 미안한 마음 덜었으면


 박정훈 부국장·기획에디터 사진
박정훈 부국장·기획에디터
우리가 제2연평해전을 떠올릴 때 더욱 참담해지는 것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는 우리의 무심함 때문이다. 딱 한 달 뒤 11주기가 돌아오는 이 비극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착잡 미묘하다. 뭐랄까, 트라우마처럼 붙어있는 죄책감 비슷한 느낌이다. 천안함 폭침이 분노와 충격을 주었다면, 제2연평해전은 우리를 그저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만들었다. 그것은 죽어가는 형제자매를 모른 척한 가족의 뒤늦은 회한과도 비슷할 것 같다.

제2연평해전이 터진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폐막 전날(6월 29일)이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목숨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장병 6명이 산화했지만, 이날 우리의 관심은 온통 터키와의 월드컵 3·4위전에 쏠려 있었다. 정부는 사태를 축소하느라 쉬쉬했고, 온 국민이 애도(哀悼)는커녕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 응원을 벌였다. 다음 날 김대중 대통령은 영결식 참석 대신 월드컵 결승전을 보러 도쿄로 날아갔다. '참수리 357호'의 6용사들은 그 후로도 6년 동안 죄인처럼 묻혀 있어야 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기에 6용사 스토리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 경남 진해에선 'NLL 연평해전'이란 영화가 10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메가폰을 잡은 것은 해군 병장 출신 김학순 감독이다. 그는 "참수리호 6용사의 영화는 왜 없느냐는 지인의 질타가 가슴을 때렸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뿐 아니라 제작진 상당수가 해군·해병대에서 복무한 것이 눈에 띈다. 윤영하 소령 역의 주연 정석원(28)씨부터 해병 수색대 출신이다.

첫 촬영은 넉 달 전 서울 홍익대 거리에서 시작됐다. 참수리호 조타장 한상국 중사가 부인을 위해 결혼식 반지를 구입하는 장면이었다. 운명의 그날, 한 중사는 허리 관통상을 당하고도 끝까지 방향타를 놓지 않았다. 그의 시신은 41일 만에 참수리호 조타실에서 방향타를 단단히 움켜진 자세 그대로 발견됐다. 그 후 한 중사 부인이 "(영웅을 냉대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이민을 떠나 사람들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제작 과정 자체가 한 편의 감동 드라마 같다. '대장금'의 한 상궁으로 유명한 배우 양미경(52)씨는 개런티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출연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부상병을 돌보다 전사한 의무병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다. 양씨는 "꼭 만들어져야 할 영화인데 제작 난항이란 말을 듣고 안타까워서…"라고 했다. 양씨뿐 아니다. 120여명의 배우·스태프 전원이 사실상 무(無)보수로 참여하고 있다. 진보와 좌파 코드가 판치는 영화계, 이들은 왜 유별나게 애국의 가치에 매달리는 것일까.

장외에선 20·30대 젊은이들이 응원부대를 자처하고 나섰다. 청년들은 '2030 나눔서포터즈'를 조직해 영화 홍보와 제작비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연평해전의 진상을 알리고 인터넷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 청년들은 참수리호 영웅들 스토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11년 전 이들은 초·중학생이었다. 연평해전에 아무 부채(負債)가 없을 청년들이 앞장선 것이 놀랍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영화 제작은 순탄하지 않다. 제작비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5·18 광주를 다룬 '화려한 휴가'에 굴지의 대기업이 투자했었지만 '연평해전'엔 어떤 투자회사도 붙지 않았다. CJ·롯데·쇼박스 등 문을 두드린 투자사로부터 모조리 거절당했다. 애국과 안보 코드의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좌파 상업주의가 지배하는 영화판의 현실이 이랬다.

제작진은 대신 인터넷 모금으로 비용 조달에 나섰다. 일반인으로부터 몇 만원씩 후원받아 지금까지 2억여원을 모았다. 놀랍게도 소액 후원자의 80%가 20~30대 청년층이었다.

모금 첫날, 한 고교생이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보내왔다. "당장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서…"라고 쓴 고교생 사연을 보고 제작진은 눈물을 뿌렸다. "연평해전 당시 나도 육군 병장이었다"며 1억여원을 후원한 30대 사업가도 있었다. 모금에 참여한 수천 명 후원자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 영화는 꼭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지금 진해 앞바다에서 해상 전투신을 촬영 중이다. 먹고 자는 숙식비와 기자재 임차료만도 한 달간 5억원이 더 필요한데 제작비는 바닥난 지 오래다. 악전고투 속에서도 배우·스태프들을 버티게 하는 것은 단 하나, '꼭 만들어야 할 영화'라는 신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영화는 반드시 완성돼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무관심 속에 산화한 참수리호 6용사, 우리가 냉대했던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다.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크리스천투데이]이어령 박사 “‘레미제라블’, 바리케이트 너머 사랑을 보라”(2013.03.29)


양화진문화원 ‘소설로 찾는 영성 순례’ 첫 강연서 “혁명이냐 사랑이냐” 고찰

▲이어령 박사가 지난해 강연하는 모습. ⓒ양화진문화원 제공

‘소설로 찾는 영성 순례’로 다시 돌아온 이어령 박사가 올해 초까지 계속됐던 영화 <레미제라블> 열풍을 놓고 “작가인 빅토르 위고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를 보지 않고, 각자 본 것만 제각기 말하고 있다”며 “모두가 혁명을 이야기하지만, <레미제라블>에서는 혁명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사랑 없는 혁명’은 안 된다는 점, 그 사랑은 바로 예수의 사랑 곧 기독교적인 사랑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기념관에서 열린 ‘<레미제라블>, 혁명이냐 사랑이냐’ 강연에서 이어령 박사는 “영화가 전세계에서 상영됐는데 유독 한국에서 본고장보다 큰 흥행을 거두고 있어 거꾸로 놀라고 있다”며 “그러나 빅토르 위고를 보고 레미제라블을 보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투영시켜 영화에서 나를 보게 되면서, 중요한 걸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고는 바리케이트에서 혁명의 노래를 부르다 죽어간 사람들이 아니라,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사랑이 무엇인지를 아는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며 “모두가 쓰러진 눈물바다 속에서 코제트와 마리우스를 살려준 이가 바로 장발장”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장발장이 죽어갈 때 코제트가 ‘(고해성사를 위해) 신부를 부를까요?’라고 묻지만, 장발장은 필요없다며 자신이 가석방된 죄수였을 당시 신부가 준 촛대를 가리키며 ‘저 빛이 나를 구제해 줬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렇게 명명백백한 기독교적 메시지를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가 혁명만을 인정할 뿐 이를 기독교적인 사랑으로 해석해낸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장발장은 예수님처럼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았던 인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박사는 “예수님께서 그 시대 창녀와 세리들을 위해 혁명을 일으키시거나 지도층을 칼로 찌르셨느냐”며 “혁명 이상의 사랑이 없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교회는 빵을 만들어주겠다거나 이 땅의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해주겠다는 등 엉뚱한 걸 믿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이 혁명을 해서 낙원을 만들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받으실 때) 사탄이 이 모든 땅을 주겠다고 했을 때 왜 받지 않으셨겠나”고도 했다.

자베르에게 ‘장발장의 은촛대’가 있었다면…

예전에는 읽지 않고 지나쳤던 소설 앞부분까지 꼼꼼히 다시 읽었다는 이어령 박사는, <레미제라블>이 쓰였던 시대적·사상적·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자베르 경감을 프랑스혁명 이후 공포정치를 실시했던 로베스피에르에 비유했다. 그는 정직하고 정의로웠으며 나무랄 데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사랑 없이 모두를 자신의 잣대로 바라보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말았다는 것.
이 박사는 “로베스피에르는 최정상의 권력을 잡았을 때도 셋방살이를 할 정도의 인권변호사였지만, 혁명을 일으키면서 생명과 사랑을 놓치고 말았다”며 “<레미제라블>은 로베스피에르에게 장발장의 ‘은촛대’가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이 더 잘 이뤄졌을 거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또 “등장인물 중 누가 진짜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냐”며 “모두들 코제트나 팡틴이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법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던,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던 자베르도 불쌍한 사람 아닌가”라는 견해를 밝혔다. 자베르는 인간이 만든 법에 잘못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이를 절대시한 잘못을 깨달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박사는 “우리는 장발장이 자베르를 여러 차례 살려주고, 코제트를 팔아먹으려 한 떼나르디에 부부까지도 용서하는 데서도 ‘기독교적 메시지’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바리케이트를 치고 소리 지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데서만 감동을 얻지만, 사실은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가 <레미제라블>”이라고 했다. 당시 혁명을 반대(反)하자는 말이 아니라, 혁명 이상의 것을 가지지 못해서 그 혁명이 실패했음을 위고는  말하고 있다는 것.

그는 “마지막 장면의 바리케이트 노래를 들으면 실제로 피가 끓고, 첫 장면의 장엄함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이처럼 예술의 힘은 잘못 하면 이성을 잃게 만드는데, 믿는 사람들이 항상 그런 힘이 좋은 쪽으로 가도록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광신자들이라는 말을 듣거나 마귀가 유혹하기 딱 좋은 곳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독교도 감성적으로 영성이나 힐링만 강조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이성적으로만 접근할 경우에는 엔지오처럼 변질돼 소금의 맛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미제라블> 보고 나면, 기독교인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어령 박사는 “<레미제라블>을 보면 기독교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자칫 잘못해서 로베스피에르처럼 돼 반기독교가 되면 큰일난다”며 “영화와 소설은 끊임없이 죽이고 가두고 싸우고 쫓고 쫓기는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장발장처럼 살려주고 구원하는 예수의 모델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마리우스 대신 죽는 에포닌에게서도 아가페적 사랑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박사는 “프랑스혁명의 정신이 자유·평등·박애(사랑)였는데, 자유와 평등의 모순과 대립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융합시켜야 한다”며 “유럽은 이 ‘박애’를 잘못 해석해 갈라서고 죽이고 냉전을 일으켰지만, 기독교의 메시지처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자유와 평등을 통합시켜 두 세력을 하나가 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유경쟁 세력(산업화)과 평등 세력(민주화)가 어딜 가든 충돌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사랑이며, 이를 예수님 안에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었을 때는 <레미제라블>에서 이 사랑을 발견하지 못해 빅토르 위고를 크게 보지 못했다”며 “다시 읽고 영화를 보니 위고가 지구 전체를 에워싸는 사랑의 영성을 가진 위대한 사람임을 알게 됐고, 예술가로 불리기에는 너무 큰 영혼을 가진 사람이어서 몇백 년이 지나도 갈채를 받는 것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소설’에 대해서는 “강자가 서술한 역사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데서 소설의 매력과 위대성을 발견할 수 있고, 여기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령 박사는 오는 4월 25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 대해 ‘생명찾기’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2013년 3월 17일 일요일

[동아일보][김순덕 칼럼]안철수가 잘못 읽은 ‘링컨’(2013.03.18)


지난주 민주통합당에선 “정부조직법 타결시키고 ‘링컨’ 같이 보자. 영화 티켓 발권은 청와대 몫이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 소감에서 ‘링컨’을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한 게 자극이 된 듯하다. 

그는 영화를 본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여야를 잘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서 일을 완수해 내는가. 결국 정치는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이다.”

영화 홍보대사도 아닐진대 듣는 사람이 불편해지는 건 그의 변하지 않는 거룩함 또는 위선 때문이다. 영화 감상도 너무나 거룩해서 영화 안 본 사람은 링컨을 설득의 대가로 착각할 것 같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같은 영화를 보고 “이상과 도덕적 명분을 추구하려면 정치인은 손을 더럽힐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한 것과는 딴판이다. 그러고도 오바마는 “영화가 자기 얘기인 줄 아나” 같은 트위터 비판을 받았다.

곧바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운동에 나선 안철수가 본문만 757쪽인 영어책을 미국서 사왔다고 볼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다행히 한글에 더 익숙한 한국 독자를 위해 품절됐던 번역본 ‘권력의 조건’이 영화 개봉에 맞춰 다시 나왔다. 바쁜 안철수를 위해 책과 영화를 관통하는 정수를 뽑는다면 “내가 엄청난 권력을 지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며 바로 여러분이 두 표를 반드시 확보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링컨의 발언이 될 것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끝나면 2년 전 1863년 발표했던 노예해방 선언이 그냥 선언으로 끝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태어날 흑인들에게까지 법적 효력이 미치려면 헌법 수정조항 13조가 통과돼야 했다. 상원에선 3분의 2 표결로 통과됐지만 하원에서 3분의 2가 되려면 여당인 공화당이 찬성 몰표를 던진대도 부족했다. 링컨은 온건파 민주당 의원들을 한 명씩 집무실로 초대해 지지를 호소했고, 이들 중 몇에게는 다른 의원들의 두 표를 부탁했다.

우리말로 ‘확보’라고 번역됐지만 링컨이 말한 ‘procure’라는 단어는 거저 또는 설득만으로 목적물을 얻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협조 대가로 야당 의원이나 그 친지들에게 공직을 주거나 범죄를 사면하거나 선거자금을 대주거나 법안 처리를 거래하는 등등 제왕적 대통령 권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정치공작, 요즘 말로 하면 정치공학적 접근이 죄 포함된다.

미국의 순회재판판사 존 누넌은 ‘뇌물’이라는 저서에서 “민주당 집권 때까지 링컨이 살아 있었다면 부패로 처벌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죽음으로 모든 것은 덮어졌다”고 했다. 링컨 연구가로 유명한 로널드 화이트가 “링컨이 거룩한 이상주의자라는 선입견을 깨주는 영화”라고 평하고, 오바마가 “정치인은 손을 더럽혀야…”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철수가 이런 것까지 포함한 전략적 사고와 설득을 말한 건지는 분명치 않다. 만일 그렇다면, 목적을 위해선 불법 행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될 수 있다. 링컨은 더러운 수단까지 정당화할 만큼 위대한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존경받는 거다. 안철수도 “영화가 자기 얘기인 줄 아나” 비판받을까 걱정스럽다.

영화에서 링컨이 말하는 나침반은 정북(正北)을 가리킨다. 가는 길의 늪과 계곡을 피하는 게 링컨이 이끄는 리더십이었다. 정치란 위대한 비전과 교활한 정치공학의 결혼임을 이처럼 잘 보여준 영화도 드물다. 

안철수의 나침반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그가 말하는 새 정치,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 낮은 정치가 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역구 재래시장에서 만난 노인이 “애매하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야단을 쳐 자기 말로 뻘쭘해졌겠는가.

자신의 방향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알리지 않으면서 설득의 정치를 말하는 건 황당하고도 주제넘다. 안철수로선 일주일 전 귀국 당시 정부조직법을 놓고 꽉 막힌 박근혜 정부와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의도였을 터다. 그러나 공직이나 사면 뇌물 법안 거래 등 영화에서처럼, 또 안철수 말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해 법을 처리한다면 박수칠 수 없다. 그런 기존 정치권의 짬짜미와 부패에 신물 나 국민은 새 인물을 원했고, 그래서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던 건데 안철수 이름값도 안 나올 판이다.

그가 안철수 현상을 담을 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평가는 안철수 캠프에 몸담았던 교수들 입에서 진작 나온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미래 대통령’ 같은 뒷말이 나오는 걸 보면 실제로 어떤 정치공학적 접근이 오갔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노원병 후보 단일화를 놓고도 안철수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대선후보 근처까지 갔던 사람이 노원병 지역을 택한 것만으로도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자신만은 여전히 거룩하다고 믿는 눈치다. 

거기까지가 안철수의 그릇이라면 어쩔 수 없다. 다만 남이 하면 정치공학, 내가 하면 설득 식의 위선은 버려줬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 있다.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고 말한 사람이 링컨이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교도소가 의리 넘치는 곳? 영화·드라마 미화해 논란(2013.02.27)

최근 교도소 생활을 긍정적으로 그린 영화나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두고 교도소나 범죄자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지적장애인이 교도소에 딸을 데려가 추억을 만든다는 내용의 영화 ‘7번방의 선물’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7일 기준 이 영화는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톱(TOP) 7에 이름을 올렸다. 또 SBS 인기드라마 ‘야왕’은 여자에게 배신당한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그렸는데, 이 드라마 역시 교도소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두 작품의 주인공 모두 교도소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재소자들의 도움으로 소원을 이루거나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재소자들은 대부분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들로 묘사되는데, 이들은 극중에서 인간적이고 의리 있는 캐릭터로 비춰지며 교도소를 미화하고 있다. 

최근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7번방의 선물·야왕 주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학부모 A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7번방의 선물’을 보고 난 뒤 흉악범에 관한 뉴스를 보면 ‘착한 아저씨를 왜 잡아가냐’고 말했다”며 “범죄자들이 미화된 영화 때문에 아이가 교도소를 긍정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교도소가 등장하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살펴보면, 오히려 교도소 밖 세상은 어둡고 무서운 공간인 반면 교도소는 의리 있는 재소자들과 함께 협동하며 편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그려진다”고 우려했다. “교도소에 가면 평생 소원을 들어주는 은인을 만나는 것 아니냐. 의리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교도소 안이 궁금하다”는 글을 올린 네티즌도 있었다. 인천대 사회학과 이윤희 교수는 27일 “범죄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람 시 성인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 2월 6일 수요일

‘베를린’보고 ‘인물관계도’가 어려웠다면…(2013.02.07)




‘베를린’보고 ‘인물관계도’가 어려웠다면…

만화가 강풀이 직접 그린 ‘베를린’(제작: ㈜외유내강│제공/배급: CJ 엔터테인먼트│감독: 류승완│주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의 인물 관계도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풀은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 ‘베를린’을 보러 가시기 전에 보면 좋아요. ‘베를린’ 인물 관계도를 그려봤습니다. 이미 본 1인으로서 스포 아닙니다^^”라는 글과 함께 강풀 특유의 그림체가 살아 있는 인물 관계도를 올렸다. 

강풀이 그린 ‘영화 베를린 한 눈에 보는 인물 관계도’는 베를린의 음모를 추적하는 세력, 베를린을 장악하려는 세력, 위험에 처한 베를린 세력과 인물들의 특징을 위트 있게 묘사해 눈길을 끈다. 

또한 인물 관계도의 한 구석에는 “이것만 파악하고 가시면 됩니다. 아주 재미있는데… 역시 하정우씨 먹방이 없어서 아쉽…ㅠㅠ”이라는 멘트를 남겨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류승완은 강동구의 자랑”이라며 응원했고 이어 직접 그린 ‘베를린 인물관계도’로 ‘베를린’의 열혈 팬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를 본 류승완 감독은 “강풀이 바쁜 와중에 직접 인물 관계도까지 그려준 걸 보고 정말 눈물 나게 고맙게 생각했다”며 ”일반 관객분들이 강풀이 그린 인물 관계도를 보고 영화를 보러 가신다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출처|강풀 트위터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北, 국가 차원의 '트루먼 쇼'" 구글 회장의 딸 北여행기(2013.01.21)


 영화 '트루먼 쇼' 포스터
“마치 국가적 차원의 ‘트루먼 쇼’를 본 것 같았다”

새해 초 북한을 방문했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딸 소피 슈미트가 19일 자신의 ‘구글 플러스’ 블로그에 북한 여행기를 올리며 적은 이야기다. 소피가 말한 트루먼 쇼는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가 주연한 1998년 개봉한 영화로, 주인공 트루먼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세트장 안에서 30년의 인생을 살다가, 마침내 실제 존재하는 바깥세상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피의 여행기는 아버지 에릭이 블로그에 남긴 간단한 소감문에 비해 훨씬 자세하고 내용이 풍부했다. 각종 풍경 사진은 물론, 입국 심사 서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사진도 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여행기의 제목은 ‘이보다 더 기괴할 수 없다(It might not get weirder than this)’이다. 소피는 먼저 ‘강추위’를 북한에 대한 첫인상으로 언급했다. 그는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도 실내 난방을 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자기들 최첨단 기술과 최신식 건물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었지만, 그걸 보는 우리 입에서는 입김이 나왔다. 내빈으로 이런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구글 회장의 딸 소피 슈미트의 블로그 화면./사진=인터넷 캡쳐
소피는 북한이 자랑한 최신 정보 기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만든 화상 채팅 기술, 작곡 프로그램 등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봤다. 난 이들이 왜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지, 왜 우리에게 자랑하며 보여주는지 잘 모르겠다. 이것들을 수출하거나 팔아서 이윤을 창출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을 위해 물건을 생산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피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마치 ‘우리가 북한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야’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들은 현실에 대한 자각 없이 국가의 인질로 억류되어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소피는 이어 김일성 종합대학 전자도서관의 풍경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 한 번 봐라. 굉장하지 않나? 90대의 컴퓨터 책상이 있는데,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다. 더 이상한 건 이들이 뭘 하는지 아무리 봐도 모른다는 점이다. 일부는 그냥 스크롤을 내리거나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고, 대다수는 모니터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일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마치 피규어 인형들을 보는 듯했다”고 적었다.
 소피 슈미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북한 김일성 대학의 전자도서관 풍경이다./사진=인터넷 캡쳐
소피는 북한 태블릿PC를 자랑하는 북한 고위 관료와 자신의 아버지인 에릭이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북한 관료는 방문단에게 북한 기술로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태블릿PC를 보여주며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에릭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차기 안드로이드 버전 태블릿은 언제 출시되나요? 북한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 전 세계 사람들이 온라인 결제를 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요?” 그러자 북한 관료는 “글쎄요. 아마 나중에 되겠죠”라고 멋쩍은 듯이 말했다고 한다. 

소피는 아버지의 질문이 북한 현실을 비꼬는 아주 똑똑한 질문이었다고 평가하며, “이 어리석은 북한 사람아, 당신들은 국제은행의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북한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을) 하고 싶어도 못 해…”라고 적었다.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크리스천투데이]성경 속 장발장과 자베르, <레미제라블>의 ‘용서와 혁명’(2013.01.18)


[리뷰] <레미제라블>에서 만난 ‘복음’, 그리고 <배제와 포용>

▲영화 <레미제라블>. 용서받은 장발장은 어린 코제트를 구원한다.

빵 한 조각을 훔치려다 19년간 감옥에서 노역하고 가석방으로 풀려난 남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가득했다. 그래서 오갈 데 없는 그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베풀어 준 주교에게 감사하기는커녕, 그의 은식기를 훔쳐 수도원에서 달아난다. 얼마 못 가 경찰에 잡힌 그는 이를 선물받았다고 거짓말해 확인차 수도원으로 끌려오고, 주교는 “왜 내가 준 선물을 다 가져가지 않고 일부만 가져갔느냐”며 은촛대를 건넨다. 주교의 거듭된 사랑은 지난 삶을 뉘우치게 했고, 그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동화 <장발장>의 내용은 여기서 끝. 영화에서는 스펙터클한 화면과 함께 20분 만에 서둘러 마무리된다.  이제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장발장과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의 차례다. 한국에서 500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뮤지컬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한 <레미제라블>은 다음과 같은 주교의 당부를 장발장이 나머지 2시간 10분간 채우는 이야기다.

‘자베르와 장발장’에서 떠오르는 ‘율법과 복음’, 그리고 성경 인물들

▲19년간 감옥에 있던 장발장(왼쪽)과 뉘우치고 새로운 사람이 돼 시장에까지 오른 장발장.
“나의 형제 장발장, 그대는 이제 악에 속한 자가 아니라 선에 속한 자입니다. 나는 그대를 위해 그대의 영혼을 샀습니다. 나는 그대의 영혼을 어둔 생각과 파멸의 영으로부터 건져내 하나님께 바치려고 합니다.”
 
장발장은 실제로 그렇게 됐다. 버러지 같았던 이전의 삶을 이름까지 바꾸면서 청산하고, 8년 후 시장에까지 올라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인생으로 거듭났다. 그렇게 가석방 상태에서 사라진 장발장을 계속 뒤쫓는 이는 자베르 경감. 감옥에서 태어난 그는 ‘주님의 뜻’을 좇아 정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지만, “한 번 도둑은 영원한 도둑”이라 믿는 그에게는 정작 주님의 뜻이 품고 있는 ‘사랑과 자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자베르와 장발장은 마치 ‘율법과 복음’, ‘죄책감과 은혜’처럼 쫓고 쫓기는 관계다. 둘은 마치 요한복음 8장의 ‘간음하다 잡힌 여인’이나 ‘향유옥합을 붓는 마리아’가 연상되는 팡틴, 팡틴의 딸 코제트, 성인이 된 코제트와 사랑에 빠진 마리우스를 구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친다. 어찌 보면 누가복음 15장의 용서받은 탕자와 불평하는 그의 형, 마태복음 21장의 ‘싫소이다’ 했지만 뉘우치고 갔던 둘째 아들과 ‘가겠소이다’ 하고 가지 아니한 첫째 아들 등도 오버랩된다.

장발장은 예수께서 이 땅에 와서 전파하고 직접 삶으로 보이신 ‘베풂과 용서’의 위대함을 누구보다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용서받은 그는 자신과 같은 주변의 ‘레미제라블’들을 끊임없이 용서하고 도우며, 살려준다. 그는 삭개오처럼, 바울처럼, 어거스틴처럼, 용서함을 받은 후 자신의 삶을 그 분께 드린다. 그가 데려다 키우는 팡틴의 딸 코제트는 주님의 용서를 받고 다시 태어난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다.

▲자베르(왼쪽)와 장발장은 쫓고 쫓기며 대결을 펼친다.

장발장은 그러나 계속해서 자베르의 그림자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이미 용서받은 자’가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아직 씻어야 할 죄’가 있는 듯 행동하는 것처럼. 그는 선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됐지만, 과거의 유산 때문에 계속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결국 마지막 자베르와의 만남에서 이를 극복해낸다.

자베르는 ‘몽학선생’과도 같은 율법의 한계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신이 뒤쫓던 장발장은 그를 여러 번 구해줬지만, 그는 이 ‘사랑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자베르는 “바위 같이 단단한 신념이 틀렸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와 나는 세상에 공존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그가 오늘 내 목숨을 살려줌으로써, 내 영혼까지 죽였다”고 판단한다. 그런 그에게 장발장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는 너 같은 죄인”일 뿐이다. 하지만 장발장은 주교를 통해 ‘나 같은 죄인 살리신(Who am I)’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한다. 장발장의 결말은 마치 예수의 사랑과 은혜, 자비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던져 버리는 가룟 유다와 겹쳐진다.

‘베풂과 용서’ 통해 변화된 장발장… 우리의 ‘배제와 포용’은

▲볼프의 저서 <베풂과 용서>, <배제와 포용>.
‘용서’라는 문제는 극한 상황에서 더 극적일 수 있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 청소’라는 아픔을 겪고 목격하며 ‘용서’의 문제를 누구보다 실제적으로 고민했던 크로아티아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도 <베풂과 용서(복 있는 사람)>에서 장발장과 자베르 이야기를 다룬다. “장발장은 새 사람이 되어 선행에 힘쓴다. 그는 자베르 경감의 목숨을 살려주기까지 한다. 자베르는 장발장을 범죄자로 의심하여 감옥에 넣으려던 자였다. 장발장은 자베르를 용서한다. 주교의 베풂과 용서를 통해 자신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장발장에게 임한 신의 은총’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베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용서를 경험했다 해서 누구나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베르는 용서받고 나서도, 남을 용서하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에게 얽어맨 규정이 그를 자비로운 사람이 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용서를 거부하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살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절대적인 정의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려면 그 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볼프는 <배제와 포용(Exclusion and Embrace·IVP)>을 통해 이같은 생각을 신학적으로 더 깊이 전개하기도 했다. 강영안 교수(서강대)는 이 책의 해설을 통해 “눈앞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근대 철학·정치적 프로그램은 실패했으며, 포스트모던 정치철학도 대안이 아닌 지점에서 볼프의 신학은 출발한다”며 “그렇다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제자로서 그를 닮고 따라 살아야 할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을, 이론적이면서도 실천적 함의를 가득 담아 풀어간다”고 했다.

▲위험에 빠진 팡틴(오른쪽)을 구하는 장발장.

상대방으로부터 해를 입을 때, 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편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용서는 쉽지 않다. 여기에 ‘엄격한 보상적 정의’에 따른 정당한 요구를 할 권리마저 억눌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동적인 고통’을 통해 악인까지도 받아줄 수 있다. 그럼에도 용서만으로는 화해와 평화가 발생하지 않고, 포용(Embrace)이 필요하다. 볼프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야말로 원수와 악인의 포용을 보여주는 전형적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완전히 잊어버리기’가 필요하다. 만물이 새롭게 창조될 때, 옛 것이 다 지나가고 그것에 대한 기억까지 폐기될 때에야 비로소 구속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희생자의 호소는 어떻게 되는가? “아직 메시아가 영광 중에 오시지 않았기에”,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가 대신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혁명은… 용서받은 자들의 ‘사랑과 용서’ 통해

대통령 선거 후 ‘48%를 위한 힐링 무비’라는 세간의 평 때문에 가졌던 선입견은 러닝타임 2시간 30분 동안 씻은 듯이 사라졌다. 적어도 성경을 읽고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많이 사함받은 우리가, 먼저 사함받은 내가 어떻게 하면 장발장처럼 그 사랑을 드러내고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혁명의 깃발 아래 다함께 바리케이트에 모여 혁명을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 용서받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하나되어 찬송할 날을 꿈꾸며.

이 영화는 특히 2천년 전 예수와 2백년 전 장발장이 그러했듯, 진정한 혁명은 지난해 유행했을 뿐 아니라 일부 기독교인들도 동조했던 ‘분노하라’, ‘1%대 99%’ 등의 프레임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라는 성경적 방법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고 본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들, 특히 서양의 고전들이 ‘신의 선택과 구원’에 때로는 분노하고 반항하며, 때로는 조롱하고 비웃어 왔다. 그러나 <레미제라블>은 피와 폭력, 복수로 쟁취하는 자유와 인권보다는 함께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닦아주는 마음, 함께 아파하며 껴안아주는 은혜와 사랑, 구원의 힘을 다시금 입증한다.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한국교회가 먼저 해야 할 일 또한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교회는 ‘왼손 모르게 하던 일’을 ‘왼손도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일’에 부쩍 힘을 써 왔지만, 이제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가 진하게 남기고 간 ‘사랑의 힘’을 믿고 기억하며, 실천하는 게 먼저 아닐까. 물론 우리 주변의 ‘레미제라블’들을 품고 돕는 일, 그들이 다시 꿈꿀 수 있도록(I dreamed a dream) 하는 일에는 지금처럼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것이다. 위고의 말처럼, “인간의 최고 의무는 타인을 기억하는 것”이다.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세상에 말걸기-한승주] 조금 느리게(2013.01.15)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났다. 전 세계 최초 개봉이다. 북미 개봉일은 지난해 12월 25일, 한국은 그보다 1주일 앞선 12월 19일이었다. 그날이 ‘빨간 날’인 대통령 선거일이었기 때문이다. 투표 후 관객이 대거 극장으로 몰릴 것을 예상한 영화 배급사가 “오케이, 그럼 한국에서 1주일 먼저 개봉하지”하고 결정한 것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리암 니슨이 주연한 ‘테이큰 2’도, 다음달 개봉할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도 그렇다. ‘테이큰 2’ 때는 추석이 있었고, ‘다이하드’ 때는 설날이 있다. 지난해 4·11 총선 때는 ‘배틀쉽’이 미국보다 무려 한 달 먼저 개봉되기도 했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 한국만이 예외다. 그렇다면 왜? 우선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1억1400여만명, 외화까지 합치면 약 2억명에 이른다. 갓난아기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가 1년에 평균 4편의 영화를 봤다는 뜻.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시간 나면 영화보기’가 습관이 됐다는 의미다. 

한국은 세계 영화계의 ‘테스트 마켓(Test Market)’으로 통한다. 한국에서의 반응을 보고 이 영화가 아시아에서 혹은 세계적으로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한다. 새 영화 홍보를 위해 홍콩이나 일본으로 가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요즘은 한국으로 온다. 톰 크루즈가 무려 여섯 번이나 한국을 찾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씁쓸한 해석도 있다. 한국인은 성질이 급해 다른 곳에서 먼저 개봉하면 정식 상영 때까지 못 참는단다. 할리우드에서 개봉한 그날, 바로 불법 동영상이 올라온다. 어디서 어떻게 올라오는지 영화사도 모른다. 그 불법 동영상이 정식 개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들보다 빨리 보고자 하는 욕구, 과시 욕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 삶이 빨라져간다는 것은 영화 개봉 요일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새 영화를 만나는 요일은 매주 토요일이었다.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개봉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요즘엔 목요일 개봉이 정착됐다. 하지만 수요일 밤이나 심지어 개봉일 전주 주말에 각종 이벤트와 유료 시사회 명목으로 앞당겨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빠름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느라 바쁜 거라면? 몸은 무지 바쁜데 마음은 공허하고 정신은 복잡하기만 하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빨리 달려갈수록 시간의 지배자가 되지 못한다. 다가오는 시간에 조급하고, 늘 쫓기는 입장이 된다. 대신 내가 내 시간을 장악할 수 있게 되면 여유가 생긴다. 한숨 고르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과감히 빼자. 그러려면 남들과 똑같이 달려가지 않을 자세,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영화 ‘잭 리처’ 홍보차 방한한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지 물었다. 스릴러물의 교본으로 불리는 ‘유주얼 서스펙트’(1995)가 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명쾌했다. “관객에게 보여줄 이야기를 쓰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라.” 그동안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남들이 안 될 거라고 말렸던 작품은 잘 됐고, 지레 관객의 입맛에 맞춰 쓴 건 다 안 됐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느리게, 대신 생각은 깊게 살아보면 어떨까.

한승주 문화생활부 차장 sjhan@kmib.co.kr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조선데스크] 정치 영화의 품격(2013.01.14)


이하원 정치부 차장
영화 '레 미제라블'이 끝날 무렵 아내는 울고 있었다. 극장 곳곳에서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시작할 때만 해도 뒤로 젖혀져 있던 기자의 몸은 어느새 곧추세워져 있었다. '혁명 가요'인 주제가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가 울려 퍼질 땐 손뼉을 칠 뻔했다. 2시간30분짜리 뮤지컬 영화가 400만명이 넘는 한국 관객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것은 기록적인 일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자베르 경감과 빵 한 조각을 훔쳤다는 이유로 19년간 수감됐던 장발장. 두 사람의 대립과 갈등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을 연상시켰다. 19세기 초 프랑스 민중들의 고단한 삶이 스크린을 지나가는 동안 두어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국민이 굶주리고 힘들어할 때 국가와 지도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파리 시민은 왜 젊은 혁명군이 간절히 도움을 바랄 때 문을 걸어 잠갔던 걸까.

영화를 보며 기자와 비슷한 상념에 잠겼던 이들은 SNS에 자신들의 느낌을 토해내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아닌 자신들이 패배했다고 느낀 이들은 '힐링(healing·치유)'의 느낌을 주로 쓰고 있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나누고 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가 수감되기도 했던 한 고위 공무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라는 노명식 교수의 책을 다시 찾아 읽으려고 합니다. 순수한 열정이 현실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도 다시…."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을 울리며 성공한 배경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중영화가 지식인층의 호평을 이끌어 낸 이유로는 이 영화가 가진 품격(品格)이 첫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레 미제라블'은 혁명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거친 언어를 앞세우지 않았다. 가진 자들의 이기심을 비판하면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았다. 생각의 지향점이 다른 이들이 모두 이 영화에 감동하는 것은 수준 높은 예술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의 성공은 18대 대선 직전에 정치성을 전면에 드러냈다가 역효과를 일으킨 우리나라 작품들과 비교된다. 지난해 11월엔 새누리당의 전신(前身)인 민주정의당 정권하에서 자행된 고문(拷問)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관객 30만명을 넘기는 데 그쳤다. 잔혹한 고문 장면만 집중적으로 보여준 탓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대선 막판엔 민중 화가의 '박근혜 출산' 그림이 논란이 됐다. 그의 다른 그림은 여성의 생식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머리를 한 뱀이 나오는 모습도 생생히 묘사했다.

정치성이 두드러진 작품들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낀 중도층이 오른쪽을 향하게 했다. 보수 세력이 소리 없이 결집하는 계기도 만들어줬다.

현실을 바꾸려는 정치 영화와 정치 미술은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며 전략을 수정할 때가 됐다. 

레미제라블, 할리우드서 승리의 노래(2013.01.15)


13일(현지시간) 열린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역들. 왼쪽부터 톰 후퍼 감독, 앤 해서웨이(판틴 역), 휴 잭맨(장발장 역). 국내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할리우드에도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열기가 이어졌다. 비운의 사내 장발장, 그리고 거리의 여인 판틴이 세계 영화계의 한복판에서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13일(현지시간) 미국 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등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올해 최다 부문 수상 기록이다. 장발장 역의 휴 잭맨은 남우주연상을, 판틴 역의 앤 해서웨이는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휴 잭맨은 “촬영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장발장 역할을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곁에 있어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의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세기 초 프랑스 빈민의 삶을 깊게 파고들었다. 세계 4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만든 영국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뮤지컬로 만들어 대성공시켰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톰 후퍼 감독이 영화화했다.

 국내에선 이미 ‘레미제라블’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 이후 쟁쟁한 경쟁작 ‘호빗: 뜻밖의 여정’ 등을 제치고 관객 수 480만 명(13일 기준)을 넘어섰다. 종전 국내 뮤지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던 ‘맘마미아’(450만 명)를 뛰어넘었다.

 모든 배우가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촬영은 두 배의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앤 해서웨이의 활약이 눈부셨다. 서른한 살의 이 여배우는 삭발은 물론 11㎏을 감량하는 극한의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장발장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가련한 여인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앤 해서웨이는 “후보로 지명된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막상 수상자가 되니 너무 기쁘다”고 생애 첫 골든 글로브 트로피를 탄 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원작소설도 요즘 국내 서점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강대 박숙자(인문과학연구소) 교수는 “이 영화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온 건, 비참한 현실에 대한 수긍과 그럼에도 이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가 오기를 간절하게 열망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골든 글로브(Golden Globe) 시상식=1943년 설립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 영화 14개, TV 11개 등 총 25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영화 부문은 드라마, 뮤지컬·코미디, 애니메이션, 외국영화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2013년 1월 10일 목요일

‘레미제라블’ 뒷얘기 “혁명 바리케이트, 배우들 10분간 노래하며 직접 쌓아”(2013.01.11)



한국 내 뮤지컬영화의 흥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이 19세기 프랑스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리얼하고 아름다운 세트 제작 비하인드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킹스 스피치’ 톰 후퍼 감독, 세계 4대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를 비롯해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할리우드 실력파 배우들이 만난 ‘레미제라블’은 누적관객 440만명(10일까지 447만4,323명 동원/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국내 뮤지컬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기존 뮤지컬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압도적 스케일을 보여주는 ‘레미제라블’은 19세기 프랑스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리얼하면서도 뮤지컬의 미학적 요소를 놓치지 않은 거대한 세트가 제작됐다.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무대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프랑스의 산야와 황폐한 부두, 파리 시가지 전경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프러덕션 디자이너 이브 스튜어트의 말처럼 “이 영화는 프랑스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감동을 담은 뮤지컬영화”이기에 단순히 리얼한 전경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세트 데코레이터 애나 린치 로빈슨은 “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파리의 환상적 분위기를 최대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와 앙졸라를 비롯한 청년들이 혁명을 준비하는 파리 거리는 무려 1,800여 명의 목수와 미장공, 조각가, 페인트공들이 완성했다. 실제 프랑스에 있는 건물 크기를 그대로 옮겨온 이 거리를 보고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는 “19세기 파리 거리를 완벽히 재현했다”고 감탄했다.

이 곳에서 청년들이 혁명을 하기 위해 제작하는 바리케이트는 단 10분 동안 배우들이 직접 노래 부르며 실제로 쌓은 것이라고(첫 번째 사진).

그러나 무엇보다 제작진이 가장 신경 쓴 것은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과 엔딩 장면에 등장하는 거대한 군중 바리케이트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구 왕립 해군대학에 설치된 가로 길이 100피트(30미터), 세로 길이 20피트(6미터) 이상 달하는 이 바리케이트(세 번째 사진)는 뮤지컬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규모다. 영화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위에 나서는 프랑스 시민들과 그를 저지하기 위한 군대의 대접전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판틴 역을 연기한 배우 앤 해서웨이(두 번째 사진)는 이 같은 모든 세트들이 “관객들에게 정말 멋진 시각적 체험이 될 것이다”며 ‘레미제라블’의 리얼하면서 아름다운 19세기 프랑스 전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13년 1월 4일 금요일

[정진홍의 소프트 파워] 희망은 외롭다(2013.01.05)

정진홍논설위원 # 지난해 대선일에 개봉한 영화 '레 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이 보름 만에 관객수 360만 명을 돌파하더니 놀라운 흥행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사 없이 뮤지컬처럼 노래만으로 이뤄진 데다 세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 관객에게 부담스러울 것이란 애초의 예상과 달리 엄청난 몰입을 이끌어내면서 보는 내내 뜨거운 공감의 눈물마저 뿌리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의 몰입과 공감은 영화로서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론 오늘 우리의 현실적·시대적 분위기와 어우러진 점도 한몫했음을 무시하지 못할 듯싶다. 그래서인지 함께 관람한 지인(그는 지극히 보수적이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던진 이 한마디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이 영화, 일주일만 앞서 개봉했으면 대선판 뒤집어졌겠어!”

 # 이를테면 앤 해서웨이가 열연한 '판틴'이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는 이유로 공장 직공에서 부당하게 해고돼 결국엔 사창가에 팔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보고 가슴 한편이 먹먹하게 아려오지 않을 이는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그녀가 '난 꿈을 꾸었었네(I dreamed a dream)'를 애절하게 부를 땐 더욱 그럴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옥과는/ 아주 다른 인생을 사는 꿈을 꾸었었지/ …(하지만) 삶은 내가 꿈꾸어 왔던 꿈을 죽이고 말았지…” 대선 직후 닷새 남짓한 시간 동안 한진중공업 복직노동자 최강서(35), 현대중공업 미복직 하청 용접공 이운남(42), 민권연대 활동가 최경남(41),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호일(47)씨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판틴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이 내몰린 삶이 그들이 처절하게 부둥켜왔던 꿈마저 죽였기 때문 아니겠는가. 정말이지 오늘의 대한민국이 200여 년 전 혁명과 반동이 교차하던 프랑스와 무엇이 다른가 싶다. 여전히 삶이 꿈을 죽이고 희망을 거세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 1998년 초 개봉했던 영화 '포스트맨'에서는 지금 우리가 현실로 마주하고 서 있는 2013년이 곧 영화 속 미래다. 전쟁으로 모든 문명이 파괴돼 폐허가 된 상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절망과 좌절 속에 흩어져 서로 연락마저 두절된 채 고립돼 있었다. 이때 떠돌던 주인공(케빈 코스트너 분)이 추위를 피해 폐허 속에 방치된 차 안으로 몸을 숨겼는데 그 차는 온갖 사연이 담긴 편지들로 가득한 우편배달차였다. 주인공은 죽은 우편배달부의 옷을 대신 걸치고 그 편지들의 임자를 찾아나선다. 비록 처음엔 편지를 전해주는 대신 잠자리와 음식을 얻어먹을 심산이었지만! 그런데 홀연히 나타나 망실될 뻔했던 편지를 전하는 포스트맨, 즉 우편배달부를 통해 사람들은 뜻밖의 희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떠돌이 주인공도 편지 한 통과 그것을 전하는 자신의 존재만으로 희망을 갖게 되는 이들을 마주하면서 책임감과 사명감마저 느끼게 되며 졸지에 그는 살아 움직이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개봉 당시 이 영화는 한 해 동안 가장 형편없었던 영화에 주어지는 골든라즈베리상 시상식에서 최악의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각본상·영화음악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을 만큼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왠지 끌린다. 이유는 하나다. 2013년이란 영화 속 미래, 아니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갈 이 현재에서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래도 희망의 끈을 잇고 그 희망을 전달하며 그 희망의 존재를 메시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시인 김승희가 6년 만에 새로 묶어낸 시집이 내 앞에 있다. 촌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세련된 듯 묘하게 끌리는 핑크색 표지 위에 진하게 박힌 시집의 이름은 “희망이 외롭다”이다. 그렇다. 희망은 외롭다! 절망이 도처에 포진해 있을 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은 시인의 말처럼 '희망은 우리에게 마지막 여권, 뿌리칠 수 없는 종신형'이기 때문 아닐까? 

'레 미제라블'의 100년 전 제목, '너 참 불쌍타'(2013.01.05)


모든 억압에 대한 도도한 저항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은 19세기 초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당대 민중의 지난한 삶을 파고든다. 장발장이란 불멸의 캐릭터도 빚어냈다. 톰 후퍼 감독의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한 장면. [사진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레 미제라블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영화는 4일 현재 누적관객 370만 명을 넘어섰다. 또 뮤지컬·연극·음반·DVD도 인기를 끌며 요즘 문화계 전반을 엮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원작소설도 인기다. 민음사에서 내놓은 5권짜리 완역본 판매량이 출간 두 달 만에 10만 부를 넘어섰고, 펭퀸 클래식의 5권짜리 완역본 역시 한 달 만에 6만 부가 팔렸다.19세기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1802~85)가 집필해 1862년에 첫 출간된 『레 미제라블』이 15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21세기 한국인과 소통하고 있는 모양새다. 철학·문학 분야의 두 전문가에게 물었다. 『레 미제라블』의 식지 않는 매력은 무엇인가. 또 한국인은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


장발장의 매력은 무엇

이탈리아 로마 그레고리안대 철학 석·박사. 그레고리안대 철학과 교수 역임. 저서 『메두사의 시선』 『철학 광장』 『서사철학』 등.
톰 후퍼 감독의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의 음악과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와 만든 영화이지만, 클로즈업이라는 영화의 특성 때문에 감동의 스펙트럼은 많이 달랐다.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머리를 잘라 팔고 이를 두 개나 뽑힌 팡틴의 얼굴이 카메라 줌의 진폭만큼 스크린에서 진동할 때, 관객의 심장도 더 이상 그 진동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는 울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이도 작품이 품고 있는 낭만적 열정 때문이리라.

 우리 각자에 내재하는 낭만적 열정이란 무엇보다도 ‘틀 지워진 삶에 대한 저항’이다. 그 틀이 정치·사회 구조이든, 경제의 원리든, 미학적 원칙이든, 이 모든 것은 생명의 힘과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산다는 것은 삶의 모양새를 만들어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삶의 형식이 고착화된 틀로서 인간을 획일화하고 억압하려 할 때, 인간 심성에 잠재하는 낭만성은 언제든 꿈틀대며 때론 혁명의 기운으로 산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레 미제라블』의 장대한 서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편재하는 낭만의 특성은 각 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그것을 구체화하는 형식 사이의 관계다. 이러한 관계는 이성만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 그리고 세밀한 인간 감정으로 맺어지며, 미와 추, 생과 사, 빛과 어둠 같은 반명제를 해소시키지 않고 오히려 공존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고의 서사시 같은 소설이 상상력의 힘으로 보여주듯이, 비참함 속에서 비극적 우아함이 꽃 피고, 그로테스크한 환경에서 천진무구한 어린 생명이 꿈틀대며, 악취 나는 하수구에서 숭엄한 인간미가 구원을 향한다.

 이 공존은 때로 혼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격정적인 혼돈의 세계에서 장발장의 삶은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삶이다. 이에 ‘낭만적(romantic)’이라는 말이 ‘소설(romance) 같은’이라는 의미를 내포함을 상기해봄 직하다. 그것은 우리와 동떨어진 불가능해 보이는 삶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한 개인의 고귀한 가능성으로 제시된다.

 장대한 이야기 속에서 ‘소설 같은’ 삶을 사는 장발장의 대척점에 기존의 질서에 지독하게 충실한 자베르 형사가 있다. 그는 법과 정의의 화신이다. 클로드 쇤베르그의 뮤지컬에서 자베르의 노래는 ‘법의 의미’를 열창한다. 그러나 ‘법과 사회질서의 적’ 장발장이 그에게 어처구니없게도 ‘천사 같은’ 충격적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 자베르는 그 소중한 법의 의미가 자신의 적뿐만 아니라 자신마저도 ‘법의 노예’로 만든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지할 수 없었다. 아니 느낄 수조차 없었다. 그에게는 인생의 낭만이 너무 오래 동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의 질서 잡힌 틀은 역동적인 낭만에게 마취제다.

 본디 미학적 개념인 낭만은 의외로 정치·사회적 개념인 정의의 이면을 드러내 보인다. 정의는 조화의 개념과 밀접하다. 아니 그것을 바탕으로 하며 그것에서 유래한다. 서구에서 정의의 정치학은 조화의 미학 없이 발전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이 최적의 비례와 질서를 이루며 존재하는 상태를 조화로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 없이 고전적 사회 정의의 개념이 형성되기는 어려웠다.

 ‘모든 것은 조화로울 때 아름답다’는 조화의 미학은 대칭·비례·균형 등의 의미를 내포하며, 고대로부터 발달하여 르네상스시기에 절정에 이른 미학의 대(大)이론이다. 그러나 절정에 이르면 내려오기 시작해야 한다. 르네상스 말기에서 3세기를 거쳐 위고가 활동하던 19세기의 낭만주의에 이르러, 아름다움이 더 이상 비례와 조화가 아니라 어떤 규칙 너머를 향한 열정과 긴장일 수 있다는 감수성이 발달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일지 모른다.

 현대의 미학이 조화의 고전주의에 도전하듯이, 현대의 낭만은 전통적 법과 정의의 신념에 반성을 요구한다. 반면 질서 잡히고 조화로운 사회의 틀로서 정의 실현의 욕구는 종종 낭만주의자들의 이상을 향한 염원과 희생 그리고 방랑의 자유를 견디지 못하여 이를 삭제하려 한다. 하지만 낭만적 욕구와 열정은 우리 삶에서 해소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 대립이 극단에 이르면 피를 부른다. 『레 미제라블』은 이 변증적 긴장과 파국의 사태를 그리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공동체적 삶의 필요조건으로서 정의에 대해 논쟁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삶에서 정녕코 해소될 수 없는 인간미로서의 ‘낭만’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일러준다

김용석 영산대 교수·철학

한국인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서강대 국문학 박사. 저서 『』속물 교양의 탄생』 『한국문학과 개인성』.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라. 제목만 보자면 ‘불쌍한 자들’ ‘비참한 자들’의 이야기다. 아이 양육비를 벌기 위해 생니 두 개를 빼어 파는 팡틴과 범죄자라는 이유로 하룻밤 묶을 방 한 칸을 얻지 못하는 장발장. 이 비참함이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마도 단지 비참함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이 책이 조선에 처음 번역됐을 때 『레 미제라블』은 수난받는 자의 이야기였다. 제목도 『너 참 불쌍타』와 『애사』, 그리고 『장발장의 설움』 등이었다. 그런데 이 무정한 감정이 조선에서는 민족적인 이야기, 즉 ‘수난받는 자’ 설움과 슬픔의 이야기로 수용되었다. 그래서 그가 차별받으면 차별받을수록, 자베르의 시선이 냉혹하면 냉혹할수록 장발장의 ‘성공’에 더 열광했다.

 일본의 번역본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희! 무정(噫無情)』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무정하다!’이다. 조선과 일본의 경우 약간의 이점은 있지만, 『레 미제라블』의 역사적 의미보다 장발장의 파란 중첩한 이야기에 열광한 것은 매일반이었다. 심지어 일본판 역자인 구로이와 루이코는 빅토르 위고가 서문에서 ‘법과 제도를 넘어’ 역사의 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레 미제라블』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은 조선에서나 일본에서나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요즘 영화 ‘레 미제라블’을 둘러싼 사회적 반향은 사뭇 다른 듯하다. 영화 후반부에울려퍼지는 노래 ‘민중의 노래가 들립니까(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통해 원작의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그만큼 ‘비참한 자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새로운 역사에 대한 의지와 지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3년 현재 많은 이가 이 책을 다시 붙잡는 것은 ‘비참한 현실’에 대한 수긍과 ‘그럼에도’ 이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를 간절하게 열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원작 소설에서 읽어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17년 동안 집필된 이 소설은 묵직하고 두툼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녹록하지 않다. 프랑스혁명 이후의 역사를 굽이굽이 파헤칠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왜 ‘소설’이 불가피한지 설득해내는 소설의 형식이다. 총 5부의 이야기에서 1부의 제목은 ‘팡틴’, 2부는 ‘코제트’, 3부는 ‘마리우스’이며 5부에 이르러서야 ‘장발장’이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또한 단수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당시 프랑스 격변기를 살아가는 수많은 인물이다.

 실제 ‘장발장’조차 수없이 다른 인물들로 변신한다. 어머니는 ‘잔마티외’로 불렀으며, 아버지는 ‘저 장이란 놈’의 약칭인 ‘장발장’으로, 자베르는 ‘24601’번의 죄수로, 시민들은 ‘마들렌’ 시장으로, 마리우스는 ‘포슐르방’으로, 이처럼 장발장은 복수적 존재이다. 장발장의 존재가 그러하듯, 소설은 프랑스 격변기 속에 놓인 다수의 군중, 시민의 얼굴을 담아낸다.

 또 영화에서와 달리 소설 『레 미제라블』은 생각만큼 시민·군중·청년의 존재를 마냥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참한 현실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과 그 현실을 냉소로서 버텨내는 허약한 환멸이 더 농도 짙게 그려진다. 프랑스혁명의 진취적인 기운은 미지의 심연 속에 갇혀있으며, 남아있는 것은 속악하고 비굴하게 타인의 것을 탐하는 인물군상뿐이다.

 청년들이 비참한 현실에 분노하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가두를 점거하자, 시민들은 그 분노가 현재의 삶조차 허물어낼지도 모른다면서 창문조차 닫아버린다. 분노로 가득한 그 거리는 시민들에 의해 모두 닫혀버린다.

 바로 이 시점에 위고는 장발장의 ‘양심’을 역사의 빛으로 내놓는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 신의 영혼을 대신하는 ‘양심’의 탄생이 그것이다. 마차에 깔린 자를 살려내고, 여공의 아이를 대신 키워내며, 죽음을 자처하는 청년을 구출하는 순간마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는 두려워하지도, 그렇다고 분노하지도 않는다. 두려움을 넘어서 고백하며, 분노를 넘어서 상생한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혁명 이후 자유와 평등의 기운이 어떻게 인간 내면에 젖어 드는지를 역설해 낸다. 이 양심은 자베르의 ‘법’이 닿지 못한 세계이며 ‘법 너머의 법’이다. 이 세계를 엿보고자 하는 다수의 열망이 지금 다시 『레 미제라블』을 불러들이고 있다. 

박숙자 서강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2013년 1월 1일 화요일

[소강석 목사의 시편] 장발장과 자베르가 화합하는 사회(2012.12.31)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각색한 뮤지컬 영화가 큰 흥행을 하고 있다. 죄와 용서, 사랑과 자유, 혁명 등 인간의 근본적인 모든 문제들을 내포한 걸작이다. 영화는 굶어 죽어가는 누이의 딸을 살리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이라는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장발장과 그를 끝까지 추격하는 자베르라는 형사의 갈등과 대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베르는 장발장이 처한 억울한 형편과 상황, 그의 진실을 전혀 듣지 않고 오직 법 집행만을 감행하며 끝까지 괴롭힌다. 그러나 장발장은 오히려 혁명군에 잡혀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자베르를 용서하고 생명을 살려준다. 장발장의 용서 앞에 자베르는 그동안 법만을 신봉했던 자신의 신념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는 법이라는 정의를 추구한 것 같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평생 옭아매는 족쇄가 되었던 것이다.

최근에 어느 기독사립대학을 황무지에서부터 일구어 명문 종합대학으로 키워온 한 사립대 설립자가 비자금 조성과 횡령이라는 억울한 혐의를 벗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는 그분을 위해 구명활동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접 면회를 갔을 때도 그분의 눈동자와 눈빛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분은 수도원 생활을 한다고 여기며 믿음의 영성과 순결을 지켰지만,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었는가. 검사측은 왜 제보자들의 진술만을 믿고 그분의 진실을 바탕으로 한 진술을 믿어주지 않았단 말인가. 그 결과로 인해 그분은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과 인격적 모멸감을 당해야 했겠는가.

이 시대는 악의적 선악 마인드와 법리를 가장한 모사를 통해서 선의의 지도자들을 공격하고 넘어뜨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한국의 영적 지도자들이 억울한 누명과 피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레미제라블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판검사나 경찰들도 자신이 제2의 자베르는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신 장발장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법으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 자유와 구원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기 위해 우리 사회에 사랑과 용서의 정신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도 법리만을 앞세우며 서로를 정죄하고 공격하면서 얼마나 분열하고 찢겼는가. 레미제라블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용서와 화합뿐이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인도 대통합을 통한 국민행복시대를 구현하자고 했지 않는가. 이 일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자. 우리가 사랑과 용서, 화합의 징검다리가 되고 통로자가 되자. 먼저 서로를 향해 연민과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용서를 하자. 그럴 때 진정한 교계통합을 넘어 사회통합의 새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새해 첫 날이다. 새해는 장발장과 자베르가 화합하는 사회가 되게 하자. 이 일을 한국교회가 앞장서보자. 지금까지의 증오와 시기, 적개심의 어둠을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태워 버리고.

2012년 12월 23일 일요일

‘레미제라블’ 6일만에 130만 육박, 관객은 왜 열광하나(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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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이 6일 만에 120만명을 돌파했다.

12월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레미제라블'은 지난 23일 전국 673개 스크린에서 30만3,001명을 끌어모아 누적관객 126만5,756만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특히 '레미제라블'은 주말인 22일과 23일 이틀간 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고수 한효주 주연 '반창꼬'와 판타지 블록버스터 '호빗: 뜻밖의 여정'을 꺾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례없는 한국 영화 호황기에도 왜 관객들은 '레미제라블'에 열광할까?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집필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을 제작한 카메론 매킨토시가 영화 '레미제라블' 제작자로 나섰다. 또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킹스 스피치'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 뮤지컬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노래는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라이브로 불렀다. 휴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에디 레드메인, 헬레나 본햄 카터 등 할리우드 최고 드림 캐스팅과 그들의 황홀한 노래가 귀를 즐겁게 만든다.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영화를 접한 네티즌들은 "캐스팅도 최고지만 연기력과 노래실력, 스토리 삼박자가 완벽하다" "진짜 잘 만들어진 영화 같아요 "안 보신 분 있다면 추천합니다" "1초도 지루하지 않았다" "어떤 말이 필요할까 또 보고싶다" "뮤지컬의 감동을 영화에서도 느꼈다" 등 호평이 쏟아내고 있다.

이밖에 국내박스오피스는 '반창꼬'(누적관객수 70만3,275명)가 2위, '호빗: 뜻밖의 여정'(198만8,640명)이 3위,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52만8,860명)이 4위, '주먹왕 랄프'(52만8,860명)가 5위다.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유아인 소신발언 “48%는 51%결정 인정해야한다” 묵직 돌직구(2012.12.21)


유아인 소신발언이 묵직하다. 

유아인은 12월 2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소신을 밝혔다. 

유아인은 "이제 48%의 유권자는 51%의 유권자의 결정을 인정해야 한다. 존중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민 가겠다고 떼쓰지 말고 나라 망했다고 악담하지 말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어야한다.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적어도 멘토나 리더라고 불리는 자들이 먼저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무거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진보 인사의 나찌드립이나 보수 파티타임의 메롱질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민의 환멸을 재차 초래할 뿐이다. 대통령 후보는 선택할 수 있어도 대통령을 선택적으로 가질 수는 없다.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 18대 대선 당선자가 되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열 올리며 총알 장전하기 전에 우리가 어째서 총을 들고있는지 자각해야 한다. 전쟁터에서는 이기는게 목적이지만 전쟁은 그 자체로 목적이었던 적 없다. 분개하든 환영하든 진영논리나 윤리적 선악 구조의 이분법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역사의식과 도적적 잣대 그리고 합리적인 사고로 오늘을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기정부의 실정을 염려하되 실정을 염원하는 코메디는 없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판타지일지언정 차차기에도 정권교체가 필요없을 만큼 제대로 일해주기를 바라는게 우선 아닌가. 그것이 국가를 위함이다. 과거를 각성하고 반성하며 앞날로 가야한다. 그것이 진보다. 국민은 감시와 말하기를 멈추지 말고 정치와 행동을 두려워 말고 영웅이 아닌 일꾼을 제대로 부려먹어야 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50프로에 육박한 열망은 현재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피상적인 염원이 투영한 정권교체를 향했던 것이지 문 전 후보 그 자체가 50프로의 지지를 받아낸 절대 가치는 아니었다. 문후보에게 충분한 감사와 위로를 보내고 진보는 이제 더욱 진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에서 패배한 야권에게는 "구태에 매몰된 진보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못난놈이 거울 보기 두려워하는 거다. 멘탈도 얼굴도 과감하게 성형해야 한다. 종북이나 빨갱이 같은 오역된 수사와 결별하고, 악과 싸워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종교적 판타지 종영하고, 단어 그 자체로 보수 보다 상위 개념인 '진보'의 존엄성을 단단히 해야 한다. 불완전을 숙명으로 끌어안은 인간사회의 발전과 긍적적 변화를 지향하는 존엄한 가치로 국민을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그것이 국민의 삶과 생계에 어떤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지 증명해야한다"고 뼈있는 발언을 했다. 

이어 대선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에겐 "고이면 썩을 수 밖에 없다. 여에서 썩든 야에서 썩든 고인건 썩는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감시하며 권력의 집중을 막고 국가 현안에 힘쓰고 정책이 바르게 실현되도록 거기에 집중하길 바란다. 우선은 차기 대통령의 대탕평 인사가 어떻게 되는지 인수위회의 인사 부터 감시하고 지켜보자. 민주주의가 그런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후 박근혜 당선인에겐 "국민대통합의 약속과 마주하게 될 박근혜 당선자에게 그 약속 지키라면서 뒤로는 무조건적인 반대로 뻐팅기는 못난짓 하고싶지 않다. 선거때 교차로 마다 나붙었던 현수막의 약속들만 지켜도 더 나은 세상 될 수 있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그녀가 몇프로나 해낼지 지켜보자. 약속은 꼭 지킨다니 그 약속의 책임을 믿음이란 무기로 그녀에게 강요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응원도 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약속과 믿음을 져버린다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대가 다시 그녀를 부를것이다. 염세는 최악이다. 낭만이든 이상이든 그만 좀 현실 핑계 하고, 제발 좀 '진보'해서 희망을 품어 보자"는 말로 마무리졌다. 

장문의 글을 통해 소신을 밝힌 유아인은 "나는 디테일한 정치역학 모르겠고 평범한 국민에 속하는 한 사람입니다. 이 말이 내 글에 그나마의 안전장치가 되어주겠죠. 오늘 밤에는 부산에 깡철이 촬영하러 갑니다. 생계의 저변에 정치가 완벽하게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내 일에 집중하겠습니다"라는 멘션을 남겼다. 이를 통해 자신이 소신발언을 하게 된 이유와 함께 근황, 의지를 전한 것이다. 

이후 네티즌들은 일명 '유아인 소신발언'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유아인/뉴스엔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