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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김영희 칼럼] 김정은의 생각(2012.11.16)


중국 시진핑 시대의 개막, 미국 오바마 재선, 러시아 푸틴의 대통령 복귀와 아시아 중시 정책, 일본 보수·우익 정권 등장 확실, 그리고 남한 정권교체 확률 반반,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벌이는 1위 다툼. 지도자 교체 1호로 링에 올라 있는 김정은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진핑 시대는 오래전에 예고된 것이어서 김정은도 필요한 대비를 했을 터. 그래도 빈부 도농 간 격차와 부패 해결이 급한 시진핑이 북한에 ‘말썽’ 자제를 주문할 가능성이 마음에 걸린다. 온건·중도의 오바마가 재선된 건 약간의 위안이 된다. 오바마도 국내 경제가 발등의 불이라 한반도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내년 봄께 평양 교향악단이라도 미국에 보내 미국의 의향을 타진해 보는 게 좋을는지. 블라디보스토크를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정한 푸틴은 북한을 종단하는 가스관으로 시베리아 가스를 남한에 팔겠다고 할 것 같은데 그 청을 거절할 수 없다면 통과세를 크게 챙겨야 한다. 일본 총리야 누가 되든 대외적으로는 초록이 동색일 것이니 신경 안 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틈에 관계개선을 위한 접촉을 몇 번 했지만 보수 국수주의자 아베가 총리가 되면 그것도 접어야겠다.

 도무지 눈에 잡히지 않는 게 남한 대선이다.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데 문재인·안철수 중에서 누가 단일후보가 될지도 오리무중이니 답답하다. 바람직한 것은 색깔이 알쏭달쏭한 강남 좌파쯤 되는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되어 보수집권의 막을 내려주는 것이다. 한데 단일화 협상이 저 꼴로 험악하게 돌아가면 문재인이  안철수에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이긴다 해도 박근혜 상대 본선에서 패자의 지지파가 썰물처럼 이탈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다.

 복잡한 게 질색인 김정은은 편한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지금의 세 후보 중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도 이명박의 개혁·개방 3000 같은 공화국을 모욕하는 정책은 들고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다. 아버지 김정일은 이명박의 ‘비핵·개방 3000’이 ‘트로이의 목마’라고 했다. 아버지 말이 생생하다. “우리더러 핵을 버리고 밖으로 나오면 10년 안에 공화국 경제를 1인 소득 3000달러 수준으로 만들어 주겠단다. 그건 핵이 공화국의 사활이 걸린 생존전략이라는 데 대한 남한 아이들의 무지에서 나온 유치한 생각이야. 핵협상 상대는 미국, 핵포기의 조건은 공화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체제야.”

 북한에 핵·미사일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유일한 억제수단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테니 핵을 내려놓으라는 비핵·개방 3000 같은 제안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을 타고났다. 살아있어야 잘사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어떤 대북정책도 거기에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까지의 로드맵이 들어있지 않으면 김정은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미·중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힘의 역학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김정은은 박·문·안, 세 후보의 대북정책에 실망하고, 그의 경제 살리기 우선정책에 불만인 군 수뇌들은 남한 대선후보들의 정책에 평화에 이르는 분명한 로드맵이 빠진 데 오히려 안도하고 있을 것 같다. 대선후보들은 김정은과 회담하겠다,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만들겠다, 남북경제연합을 실현하겠다고 듣기 좋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그런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대화와 협력 재개에서 평화협정까지의 일목요연한 로드맵 위에서만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재개, 개성공단 정상 운영, 서해 공동개발, 남북 경제협력도 실질적 의의를 갖는다.
 문재인의 외교·안보 브레인 김기정 교수(연세대)가 최근 민화협 주최 정책토론에서 설명한 ‘한반도 평화구상’이 대선에서 나온 유일한 평화체제안이다. 그는 평화(종전)선언을 먼저 하고, 잠정협정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핵협상과 평화협상의 병행이라는 점이 김정은의 마음에 든다. 그건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입장의 후퇴다. 문재인은 성급하게 남북 국가연합인가 낮은 단계의 연방인가를 하겠다고 한다. 그는 거기 이르는 과정을 건너뛴 채 이상적인 목표를 말하고 있다.

 한반도는 2~3년 동안은 오바마와 시진핑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다. 비핵화의 물꼬를 트고, 북한과 시베리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북방경제를 하고 싶으면 평화를 함께 말해야 한다. 미·중이 국내 문제로 밖으로 눈 돌릴 겨를이 없을 때가 우리가 비핵화와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만들기에 이니셔티브를 쥘 최상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