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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조선일보][韓·中 정상회담] 朴, 중국어로 5분 인사말… 시진핑 "옛친구 만난 것 같소"(2013.06.28)

朴대통령,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 밝히며 "시 주석께서 北에 잘 설명해달라"

- 시진핑, 최치원 詩 인용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萬里를 통하네' 읊어… "우린 中韓관계를 중요시"

- 朴대통령, 孔子 말씀 인용
"처음엔 내가 사람들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북한의 행동 변화를 강조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27일 오후 3시 45분(이하 현지 시각)부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이렇게 시작했다. 시 주석은 "8년 전인 2005년 서울 63빌딩에 있는 백리향에서 만난 이래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이 5분 이상 중국어로 인사말을 이어가자 얼굴이 환해져서 활짝 웃었다.

공자와 최치원 인용

정상회담 전,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 미리 나와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환영식 후 동대청에서 시작된 단독 정상회담은 허심탄회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였으며, 미리 예정한 45분을 15분 이상 넘겨 1시간보다 길어졌다.

단독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해 압력도 넣겠지만 설득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국 측 배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 말씀을 인용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을 거듭해 온 상황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믿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中, 관례 깨고 장관급이 공항영접… 역대 최고 예우… 2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영접 나온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그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맞이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산 최고급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리무진을 제공했다
中, 관례 깨고 장관급이 공항영접… 역대 최고 예우… 2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영접 나온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그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맞이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산 최고급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리무진을 제공했다. /청와대 제공
오후 4시 56분 시작된 확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한시(漢詩)를 인용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당나라 시대 최치원 선생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라는 시를 쓰셨다"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대외관계의 중요한 위치에 놓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조어대(영빈관)의 신록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두 정상은 오후 6시에 나란히 공동 기자회견장에 입장했고 표정은 밝았다.

"양국 관계 발전 중요 계기"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대해 "앞으로 양국 관계가 긴밀하고 건강하며 활기찬 관계가 될 것이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경제 관계를 지금보다 훨씬 다변화하면서 강화해야 하고 인문(人文) 분야 유대를 더 심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어업과 관련해서 "앞으로 황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설명하면서 "시 주석께서 잘 지원해 주시고, 또 필요하면 북한 측에도 이러한 우리 취지를 잘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양국이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양자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과 세계로 넓히자는 논의를 했다고 윤병세 외교장관이 전했다.

최고 등급 경호에 장관급 영접

방중 첫날인 27일 중국은 이례적 의전(儀典)으로 박 대통령을 예우했다. 최고등급 경호를 했고 의장기도 통상의 4개에서 6개로 늘렸다.

박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는 당초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 부부장)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등이 나와 영접했다. 중국은 정상급 외빈을 맞을 때 대체로 지역을 담당하는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나와 영접하지만, 박 대통령을 맞은 장예쑤이 부부장은 장관급이었다.

중국 육·해·공군 의장대의 호위 속에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영접 나온 중국 측 인사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측이 준비한 중국 국산 의전 차량 훙치(紅旗) 리무진에 올라 베이징 시내 숙소로 향했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 차를 썼다.

만찬에서 朴대통령 애창가요 합창

이날 밤 열린 만찬에선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가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과 육영수 여사가 좋아했던 동요 '고향의 봄'을 한국어 전공 중국 학생들이 합창했다. 경극 공연에서도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첫사랑의 대상'으로 묘사한 조자룡이 등장하는 '장판파 전투' 장면이 묘사됐다. 박 대통령은 황금빛 도는 노란색 한복을 입었다.

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조선일보]탈북자 9명 평양 압송… 유엔 '중대한 우려' 성명(2013.05.31)

라오스의 송환 조치 조사중
朴대통령, 시진핑에 '탈북자 보호' 요청할 듯

유엔난민기구(UNHCR)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최고대표는 30일 라오스 경찰에 적발된 '꽃제비' 출신 탈북자 9명이 북송(北送)된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하고 이들의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은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이 망명 심사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을 우려한다"며 모든 국가들이 난민을 박해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추방 또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이 라오스 정부의 송환 조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테레스 대표의 성명은 9인의 탈북자가 북송된 후 유엔에서 나온 첫 번째 조치다.


 슬프도록 짧았던 자유… 다시 北으로 끌려간 아이들… 이들에게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다. 중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오려다 강제 북송된‘꽃제비(탈북 고아)’출신 탈북자들이 작년 여름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의 한 도시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중 신체 대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한 6명은 이미 한국 등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고,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탈북자 8명은 이번에 북송됐다. 이들 8명과 사진에 없는 1명 등 총 9명이 이번에 북으로 끌려갔다. 사진은 중국에서 이들과 함께 1년7개월 동안 생활한 탈북자 김강식(가명)씨가 TV조선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김씨는“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같은 나이의 한국인보다 키가 작다”고 말했다
슬프도록 짧았던 자유… 다시 北으로 끌려간 아이들… 이들에게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다. 중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오려다 강제 북송된‘꽃제비(탈북 고아)’출신 탈북자들이 작년 여름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의 한 도시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중 신체 대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한 6명은 이미 한국 등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고,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탈북자 8명은 이번에 북송됐다. 이들 8명과 사진에 없는 1명 등 총 9명이 이번에 북으로 끌려갔다. 사진은 중국에서 이들과 함께 1년7개월 동안 생활한 탈북자 김강식(가명)씨가 TV조선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김씨는“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같은 나이의 한국인보다 키가 작다”고 말했다. /중국서 함께 지냈던 탈북자 제공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탈북자 9명이 북송됐다는 보고에 몹시 안타까워했으며, 6월 말 방중(訪中) 때 탈북자 보호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30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탈북자 북송) 보고를 받고 마음 아파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할 때 전반적인 탈북자 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중 양국은 6월 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고 의제를 최종 조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방미(訪美) 중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탈북자 북송은 "인도적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이 남한으로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를 직접 북한 당국자들에게 넘긴 라오스에 대해서는 외교부를 통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라오스를 통한 탈북 경로는 그동안 비교적 잘 유지돼 왔는데 북한이 보통 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인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조선일보]北 김정은, 중국 특사로 최룡해 총정치국장 파견…22일 비행기로 평양 출발(2013.05.22)



 북한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왼쪽)./조선일보DB
북한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왼쪽)./조선일보DB
북한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 위해 22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하는 구체적 이유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집권한 김정은이 중국에 공식적으로 특사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8월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을 비롯한 대표단이 6일간 중국을 방문했으나 공식 특사는 아니었다.

최룡해는 북한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로 최근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지난해 4월 대장에서 차수(큰 별 하나)로 승진하며 총정치국장에 올랐다.

최룡해의 중국 방문으로 올해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으로 이상기류가 감지돼온 북중 관계와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군으로 보이는 무장한 북한 남성들은 지난 5일 선원 16명이 타고 있던 '랴오푸위 25222호' 어선을 납치했다가 2주만에 풀어줬다. 당시 이들은 선주에게 전화를 걸어 60만 위안(약 1억 900만원)을 내라고 독촉했고, 중국 내에서는 "해적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북한에 대한 강한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북한 측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시진핑 총서기(왼쪽)와 김정은. /조선일보DB
시진핑 총서기(왼쪽)와 김정은. /조선일보DB
후진타오 주석 시절만 해도 북한의 '나쁜 행동'을 일방적으로 감싸던 중국은 작년 11월 시진핑 총서기 체제 출범 이후 태도를 바꿨다. 중국은 북한이 작년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087호 채택에 적극 참여한 데 이어 이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지시문을 산하 기관에 내려 보냈다.

중국은 또 북한이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094호 채택에 찬성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3월 이 결의 내용을 엄격히 집행하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교통운수부 등에 내려보냈다. 또 중국은행(Bank of China·BOC)은 7일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 중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대북 수출은 7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8% 감소했다 .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 “쥐도 새도 모르게 北잠수함 타격…”(2013.02.15)

북 핵실험 이후 한반도 

《 동아일보의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는 1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20분가량 청와대 본관 집무실 옆의 백악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국내외 개별 언론사와 갖는 마지막 인터뷰다. 백악실은 이 대통령이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긴급 회동을 했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북핵 위기와 향후 동북아 정세 변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평가나 언급을 삼갔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최영훈 편집국장, 박성원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청와대에선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정하 대변인이 배석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걱정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배치 문제까지 언급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북한을 움직일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움직이려면 중국이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해소시켜 중국의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근본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급변 사태 시 미군의 38선 이북 진군 및 주둔 가능성, 이로 인한 미중 간 충돌 가능성, 한반도의 역학구도 변화 등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한중) 정상들 간에 (관련)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양국 최고위층이 이 문제를 물밑에서 이미 논의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지도부와는 좀 다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 때까지는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지금 북한의 행태는 이에 점점 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 국민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시 총서기는 이런 국민의 생각이 좀더 반영되는 쪽으로 갈 거다. 당장은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고 바로 우리에게 알려준 것도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남북 간에 공정하게 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보여준 거다.

중국은 후진타오 지도부 임기 중반 이후부터 ‘우리를 너무 북한 편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게 중국의 본심이다. 다만 지금은 중국까지 (북한 편에서) 빠져버리면 북한이 무너지고, 무너지면 사태가 복잡해지니까…. 우리가 이걸 (이해)해야 된다. 중국이 걱정하는 (한반도) 급변 사태 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같은 역학관계와 삼각구도를 잘 이해시켜야 한다.”

―중국 측이 우리에게 “더이상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이 중국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그런 내용의) 논문이나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것은 통일된 한반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대게 될 중국 정부의 걱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통일되면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 아니겠나. 통일 후 미군기지가 북한으로 올라간다든가 거기에 주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한미동맹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중 간 이해가 상충될 때에는 한국이 평화 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알리고 있다. 정상 간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원활히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중 간 소통이 안 되네, 대화가 안 되네 하는 식의 비판들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국이 이제는 북한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북한에 다녀오면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온다.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가 그 진원지를 원점 타격하겠다는 것도 북한에 알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면 한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공식 통보한 것이다. 중국이 이를 북한에 전했고 그 사실을 다시 우리에게 알려왔다.”


―북한 내 미군기지 주둔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생각에 대해서는 중국도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다.

“우리가 중국에 그런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게 좋다. 그래야 중국에서도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굉장히 배려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서 (메시지 전달을) 할 수 있다. (급변 사태 시) 북한이 중국 군대를 불러올 것이고, 중국군이 한 번 주둔하면 안 나갈 것이라는 가상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중국이 가장 골치 아픈 게 소수민족 문제다. 티베트도 있고 신장(위구르자치구)도 있고…. 북한이 또 다른 소수민족이 되는 것은 중국이 절대 함부로 못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급변 사태)때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중국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논의들에 대해 한중 양국이 서로 공감대가 있었던 것인가. 얼마나 진전되고 있는 것인가.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정상들이) 논의해야 할 주요 어젠다가 무엇이겠나. 중국이 북한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의 질문에 대해 내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끼리 이야기를 할 때 이런저런 내용들이 다 빠지면 아무 이야기를 못 한다.”

▼ “北 레짐 체인지 논의?… 따끔하게 할 필요있어” ▼

북핵 해법


―북한이 3차 핵실험에서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했다면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북한정권 차원에서는 실패했다고 본다. 북한이 점점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3차에 이어 4차, 5차 핵실험을 하다 보면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는 막가는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국가도 단독플레이가 힘든 시대가 아닌가. 유아독존이었던 나라들도 이제는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도 혼자 살 수 없으니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패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국방부가 3차 핵실험 후 72시간 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할 수 있겠지. 이미 한 번 했으니까. 북한이 통보를 하고 3차 핵실험을 했으니 또다시 하려고 할 때에는 미리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돼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인데 ‘앞으로 72시간’ 하는 것이 정확한 예측은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여론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은 세계와 공존해서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면 맞지 않다. 한국 정부가 핵 보유 방침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정부의 비핵화 방침은 분명하다. 다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애국적 생각은 높이 평가한다.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경고가 되는 측면도 있으니까. 우리 사회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 핵 불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지고 있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논의할 때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레짐 체인지라는 말을 기피했고 북한인권 문제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에도 좋다 좋다만 하면 점점 버릇이 나빠지는 법이다. 따끔하게 함으로써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다. 인권 문제도 그렇고 핵 문제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중심이 되고 다른 주변국들과도 논의해야 한다. 중국은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자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고 러시아도 그것이 동북 시베리아 개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공식적으로 말은 못해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목표는 평화적 통일이다. 정말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핵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다.”

▼ “우리도 쥐도새도 모르게 北 타격할 수 있지만…” ▼

아, 천안함


―재임기간에 가장 가슴 아팠던 때가 언제인가.

“천안함 폭침사건 때다. 느닷없이 46명의 젊은 아이들이…. 그들을 찾아내려고 했던 한주호 준위의 순직도 정말 가슴 아프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판단에 이르렀을 때 북한을 때리겠다는 생각도 했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 북한이 천안함 소행을 저지른 것처럼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준비가 돼 있다. 정박 중인 북한 잠수함에 들어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있는데도 참은 것이다. 천안함 관련 조사단을 편성할 때 스웨덴 같은 나라들까지 부른 것은 틀림없이 종북 세력들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떠들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요청에 대해 한 외국 정상이 ‘조사 안 하면 북한 소행인 것을 모르느냐. 뭘 조사까지 하려고 대통령이 애를 쓰느냐’고 묻더라. 그때 이야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종북 세력에 대한 설명을 해가면서 우리 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역사에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고만 대답했다.”

―동아일보가 천안함 희생자들처럼 나라를 위해 애쓰다 순직한 사람들을 위해 ‘영예로운 제복상’을 제정해서 시상하고 있다. ‘제복 입은 사람들(MIU·Men In Uniform)’을 위한 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MIU상 제정 정말 잘했다. 그동안 그 사람들이 너무 대우를 못 받았다. 한주호 준위는 당시 내가 수색 현장에서 만났는데 ‘조심하라’고 했더니 ‘내 후배들이 물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추워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대전묘지 갔을 때 46명의 장병과 한 준위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불렀다. 통일이 오면 그 46명과 한 준위까지 모두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전부 부르려 한다.”

2013년 2월 3일 일요일

[사설]시험대에 오른 시진핑의 북핵 저지 리더십(2013.02.04)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평양발(發) 안보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계측장비가 설치되는 등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들도 포착됐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에 대한 반발로 핵실험 협박을 하고 있으나 전형적인 책임 전가다.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로 결의를 채택했다. 북한이 기존의 유엔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무시하고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중국도 어쩔 수 없이 추가 제재에 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남한의 권력 교체와 미국의 오바마 2기(期) 정부 출범을 도발의 호기로 판단하는지 모르지만 한미의 대비 태세에는 빈틈이 없다. 미국은 1994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6900t급 핵잠수함을 한국에 보내 한미 연합 대잠(對潛)훈련을 실시한다.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으려면 한미의 굳건한 공조와 함께 중국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의 핵실험에 말로만 경고하고 실질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에도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하겠지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달 23일 박근혜 당선인의 특사단을 만나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시 총서기가 북핵 반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지난해 중국은 북한에 4억8000만 달러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는 전체 대북(對北) 수출의 16.8%나 된다. 중국이 에너지 공급을 끊으면 북한은 곧바로 국가적 위기에 빠진다. 중국의 경고와 제재 실행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핵실험 저지 수단이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에 ‘핵개발 도미노’가 올 수도 있다. 일본 우익은 북한의 핵실험을 핵무장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구(自救) 차원의 핵 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시 총서기는 다음 달 국가주석으로 취임해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은 출발부터 큰 오점을 남길 것이다.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사설] 3차 핵실험 이후 대비책 있나(2013.01.28)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에 맞서 “실제적이고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고 어제 새벽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소집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 김 제1위원장이 이런 결심을 밝히고, “해당 부문 일꾼들에게 구체적 과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과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핵실험 강행과 관련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3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제재 결의(2087호)를 채택하자마자 북한은 외무성 성명, 국방위원회 성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노동신문 정론 등을 통해 연일 핵실험의 당위성과 강행 의지를 천명해 왔다. 노동신문은 “핵실험은 민심의 요구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논지까지 폈다. 김정은의 ‘단호한 중대조치 결심’은 3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대화에 무게를 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부터 헝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집권 2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전략적 인내’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도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내부 압력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

 안보리 결의 2087호는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경고하고 있지만 또 하나의 종이 호랑이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포함해 한반도 문제 전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근본적 해결을 도모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임박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미국, 중국은 과연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가.

[특파원 칼럼/이헌진]시진핑의 배짱과 북한의 도발(2013.01.28)

‘작은 거인’ 덩샤오핑(鄧小平)은 배짱이 두둑했다. 1978년 12월 개혁 개방 선언과 미국과의 수교, 이듬해 1월 역사적인 미국 방문, 2월 베트남과의 전쟁. 하나하나가 세계를 흔든 초대형 사건이지만 덩은 3개월 사이에 모두 해치웠다.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가 발생하자 탱크까지 동원해 비무장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다. 자신이 확신만 서면 주저하지 않고 큰 희생도 감수한다.

1992년 동아시아의 냉전 구도에 큰 변화를 불러온 한국과의 수교도 이런 배짱의 산물이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과 혁명 동지인 북한 김일성에게 극진했다. 김일성이 언젠가 중국을 방문하자 베이징(北京) 역에서 그를 맞이하고 환영 연회 및 회담, 시찰 등 모든 일정을 동행했다. 북한도 4차례나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의 생애에서 마지막 외국 방문지도 북한이다.

1975년 4월 암 투병 중이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베이징 305병원에서 김일성을 마지막으로 만난다. 저우 총리는 김일성에게 배석한 덩샤오핑을 가리키며 “무슨 일이 있으면 덩샤오핑을 찾으라”라고 말했다. 아끼는 후계자에게 혈맹(血盟) 북한을 특별히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기대를 저버렸다.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에 입각해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한중 수교는 극비리에 번개처럼 진행됐다. 덩샤오핑은 한국에 온 적도, 평생 한국인을 만나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는 한국이 대만과 단교하는 것은 중국의 통일에 좋고, 중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무해양득(無害兩得)’을 내세웠다. 김일성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덩샤오핑의 배짱과 정확한 현실 인식 앞에서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사표(師表)는 덩샤오핑이다.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을 철저하게 따를 것을 다짐한다. 취임 후 첫 지방 시찰로 개혁 개방의 첫 문을 연 광둥(廣東) 성을 찾아 그의 동상에 헌화했다. 말과 행동으로 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화권 언론과 학자들은 시 총서기가 온화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지만 기개가 넘치고 배짱이 있다고 말한다. 시진핑 시대는 현상 유지에 집착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도 나오는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와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2009년 서방의 중국 인권 비판에 대해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라고 거칠지만 단호하게 대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3일 시 총서기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보낸 특사단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가 한반도 평화 안정에 필수 요건”이라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행여 자극할 수 있는 말이라면 공개적으로 일절 하지 않은 후진타오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북한은 시 총서기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음 날인 24일 제3차 핵실험 진행 계획과 6자회담 ‘사멸’을 선언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국가적 중대 조치를 결심했다”라고 하는 등 위협 발언도 이어졌다.

북한이 중국 길들이기를 점점 노골화해 시 총서기의 대북 정책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홍콩의 한 정치학자는 “시 총서기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짱이 두둑한 시진핑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덩샤오핑처럼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고] 북핵, 우리가 동요하면 주변국들은 저울질한다(2013.01.27)


北, 유엔 안보리 결의 반발은 南 대북정책 바꾸려는 술책
대북 제재 중국 입장 변화는 새 정부의 단호한 태도 때문
확고한 '북핵 不容' 원칙이 한반도 평화·국가안보 견인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 22일 유엔 안보리가 전례 없이 단호한 대북제재 2087호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 결의 후 '비핵화 포기'와 '남북대화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3차 핵실험 강행을 예고했다. 더 나아가 "(대북) 제재는 곧 전쟁이며 선전포고"라면서 한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 보복하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한국의 정권 교체기에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는 술책이 분명하다.

다행히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대표는 미·중 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제 북핵 문제는 '좀 더 두고 보자'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인내의 한계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서부까지 사정권에 넣으면서 미국의 인내를 시험하고 북핵·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입장 변화에는 박근혜 신정부의 확고한 '북핵 불용(不容)' 원칙 천명도 큰 몫을 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사절단, 중국 특사와의 만남에서 박 당선인이 '북핵 불용과 단호한 대응'을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야말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 장애물이라는 점을 주변 국가들에 극명하게 인식시켰다. 이러한 북핵 인식은 김무성 특사와 시진핑 총서기의 대화를 통해 한·중 양국 간에 북핵 불용의 원칙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외교적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 오바마 정부 역시 한국의 신정부가 확고한 북핵 방침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안보리 합의 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반도 주변 열강들은 한국 내 여론 동향, 한국 정부의 확고한 정책 신념, 한·미 동맹의 견고성 여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한·미 동맹을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차원을 높이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과도 깊이와 신뢰가 곁들인 전략 대화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 동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아내는 데 불가결한 요소이며 한·중 관계에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한·중 양국은 안보리 결의를 계기로 북한 문제에 이해와 입장이 일치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번 안보리 결의가 향후 한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의 대북제재에 확고한 법적·도덕적 근거가 된 것도 잘된 일이다. 북한의 강경 반응은 예상된 수순이고, 그 협박에 위축돼선 안 된다. 3차 핵실험에 대한 모든 대응 시나리오를 세워나가야 한다. 북한은 한국 정부의 단호한 대응 의지와 국제 공조가 실현됐을 때 협상 테이블로 나오곤 했다.

이번 결의안은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국내 여러 정파가 북한 정권의 실체와 핵보유 의지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는 '협상용'이 결코 아니며, 한반도에서 군사 패권을 장악하고 대남 혁명 전략을 달성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원칙에 따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와 존립을 위해 '북핵 불용'의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해야 한다. 북핵 방책을 놓고 우리 정부와 국민이 동요할 때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전략을 저울질하게 된다. 북핵 문제의 대응 방향에 따라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장래가 좌우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굳건히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배명복 칼럼] 정전체제 60년 끝낼 때 됐다(2013.01.24)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 대규모 국제전이었다. 민간인을 포함해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대표로 나온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중장과 북한군과 중공군을 대표한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이 휴전협정에 서명함으로써 3년여에 걸친 소모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병력이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평화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2차 대전 이후 국지전과 전면전을 포함해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았지만 한국전쟁처럼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전쟁도 드물다. 베트남전은 파리평화협정으로 종결됐고, 보스니아전쟁은 데이튼 협정으로 마무리됐다. 걸프전쟁이나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휴전 60년이 되도록 평화협정으로 귀결되지 못하고 기술적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국전쟁이 유일하다. 중동, 아프리카, 인도와 파키스탄, 북아일랜드 등에서 지금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예외 없이 종교와 인종 갈등에 기인한 뿌리 깊은 분쟁이다.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역사적·문화적·혈연적 동질성을 갖고 있는 남북한이 60년째 냉전적 대결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현대사의 미스터리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은 사실상의 봉건 왕조국가로 고착화한 북한의 정치체제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분단 상태의 지속을 바라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는 완충지대로 북한을 필요로 하고 있다. 통일된 한국의 영향력이 동북3성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거점으로서 한국이 필요하다. 일본은 인구 8000만의 대국이 이웃에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맞서 어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포기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종교나 인종적 요인과 무관한 한반도 문제는 관련 당사국들이 진정으로 원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의 결심이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미·중은 역사적 화해의 물꼬를 텄다. 미·중 화해는 닉슨과 헨리 키신저 백악관 안보보좌관,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빛나는 외교 업적이다. 소련이라는 공동의 위협 앞에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앞을 내다본 ‘그랜드 비전’의 승리였다.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와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출범으로 미·중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또 한 번의 외교적 대결단을 통해 40년 전 이룩한 화해를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할 타이밍이 됐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가 군사력의 증강을 통한 대중 압박이나 봉쇄로 이어지는 것은 미·중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세계 전체에도 마이너스다. 미·중이 손잡고 협력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다. 미·중은 그 실마리를 한반도에서 찾아야 한다. 두 나라가 협력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섬으로써 동아시아의 체스판 자체를 확 바꿔버려야 한다.

 오바마는 그제 2기 취임식 연설에서 전쟁 대신 대화를 통한 평화를 역설했다. 이라크 전쟁에 이어 아프간 전쟁까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미국은 대외전략의 중심을 군대에서 외교로 옮길 수 있게 됐다. 협상파인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과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을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혼수상태에 빠진 미국 외교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오바마-케리 팀은 40년 전 닉슨-키신저 팀이 아시아에서 했던 외교의 큰 게임을 재현해야 한다.

 올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미국에 한반도 평화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외교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관심을 끌고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가 크다. 오바마는 취임 첫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외교적 치적을 쌓는 것이 그로서는 노벨상의 빚을 갚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60년 정전체제는 이제 끝낼 때가 됐다.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국민일보]시진핑 시대 중국선교 변화는?… 희망론 “개방된 인물들”-신중론 “통제, 세련되게 변할 뿐”(2012.11.18)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맞아 중국 내 기독교의 입지와 선교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까. 외부의 선교활동을 막는 중국정부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국내 기독교의 성장이란 도도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세아연합신학대 우심화 교수는 18일 “중국에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섰다고 선교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다만 시진핑이 집권하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 내 종교상황이나 종교정책에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앙의 자유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 세대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것이고 정부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WEC선교회 이사장을 지낸 옥인영 장로는 더욱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옥 장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도 초기와 임기 말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다 시진핑은 더 개방된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선교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옥 장로에 따르면 신분을 숨기고 사역해오던 중국의 가정교회 목사들이 이제는 당당히 목사 명함을 갖고 다닌다. 공안도 가정교회 목사들에게 “규모를 더 이상 키우지만 않으면 문제없다”고 말할 정도다. 옥 장로는 “최근 중국에선 지식인과 엘리트가 주축이 된 도시교회가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미 현지인 선교사도 배출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0년 아시아하베스트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크리스천(천주교 포함)은 1억34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63%를 차지한다. 정부 공인교회인 삼자교회 신도는 2800만명에 불과하지만 가정교회와 지하교회, 도시교회 성도가 많다.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선교연구원장 인병국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중국의 관점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일단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 목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선교 통제는 무지막지했던 예전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했다. 선교활동이 자기네한테 유리한 성격이면 묵인하되, 조금이라도 신경을 건드리면 점잖은 말로 경고한 뒤 계속 버틸 경우 추방하는 식이다. 인 목사는 중국 교회의 성장에 대해서도 “수적(數的)으로 늘어난 것은 맞지만 세속화에 함몰되고 있어 진정한 부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바람직한 중국 선교 방법으로는 현지 교회와 동역, 화교(華僑)를 통한 선교 등이 제시됐다. 인 목사는 “한국 선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군림’하는 옛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 교회와 진실한 관계를 맺고 같이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교회와 삼자교회의 교류가 늘고 있는데 삼자교회는 선교 의지나 여력이 없고 정보유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교류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옥 장로는 “중국 현지 활동에 제약이 많은 한국 선교사 대신 중국에서 환영받는 화교가 선교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 중국인이 사는 곳마다 교회가 있는데 이곳에서 화교선교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김영희 칼럼] 김정은의 생각(2012.11.16)


중국 시진핑 시대의 개막, 미국 오바마 재선, 러시아 푸틴의 대통령 복귀와 아시아 중시 정책, 일본 보수·우익 정권 등장 확실, 그리고 남한 정권교체 확률 반반,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벌이는 1위 다툼. 지도자 교체 1호로 링에 올라 있는 김정은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진핑 시대는 오래전에 예고된 것이어서 김정은도 필요한 대비를 했을 터. 그래도 빈부 도농 간 격차와 부패 해결이 급한 시진핑이 북한에 ‘말썽’ 자제를 주문할 가능성이 마음에 걸린다. 온건·중도의 오바마가 재선된 건 약간의 위안이 된다. 오바마도 국내 경제가 발등의 불이라 한반도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내년 봄께 평양 교향악단이라도 미국에 보내 미국의 의향을 타진해 보는 게 좋을는지. 블라디보스토크를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정한 푸틴은 북한을 종단하는 가스관으로 시베리아 가스를 남한에 팔겠다고 할 것 같은데 그 청을 거절할 수 없다면 통과세를 크게 챙겨야 한다. 일본 총리야 누가 되든 대외적으로는 초록이 동색일 것이니 신경 안 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틈에 관계개선을 위한 접촉을 몇 번 했지만 보수 국수주의자 아베가 총리가 되면 그것도 접어야겠다.

 도무지 눈에 잡히지 않는 게 남한 대선이다. 정권이 바뀌어야 하는데 문재인·안철수 중에서 누가 단일후보가 될지도 오리무중이니 답답하다. 바람직한 것은 색깔이 알쏭달쏭한 강남 좌파쯤 되는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단일후보가 되어 보수집권의 막을 내려주는 것이다. 한데 단일화 협상이 저 꼴로 험악하게 돌아가면 문재인이  안철수에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이긴다 해도 박근혜 상대 본선에서 패자의 지지파가 썰물처럼 이탈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다.

 복잡한 게 질색인 김정은은 편한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지금의 세 후보 중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도 이명박의 개혁·개방 3000 같은 공화국을 모욕하는 정책은 들고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다. 아버지 김정일은 이명박의 ‘비핵·개방 3000’이 ‘트로이의 목마’라고 했다. 아버지 말이 생생하다. “우리더러 핵을 버리고 밖으로 나오면 10년 안에 공화국 경제를 1인 소득 3000달러 수준으로 만들어 주겠단다. 그건 핵이 공화국의 사활이 걸린 생존전략이라는 데 대한 남한 아이들의 무지에서 나온 유치한 생각이야. 핵협상 상대는 미국, 핵포기의 조건은 공화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체제야.”

 북한에 핵·미사일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유일한 억제수단이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테니 핵을 내려놓으라는 비핵·개방 3000 같은 제안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을 타고났다. 살아있어야 잘사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어떤 대북정책도 거기에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까지의 로드맵이 들어있지 않으면 김정은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미·중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힘의 역학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김정은은 박·문·안, 세 후보의 대북정책에 실망하고, 그의 경제 살리기 우선정책에 불만인 군 수뇌들은 남한 대선후보들의 정책에 평화에 이르는 분명한 로드맵이 빠진 데 오히려 안도하고 있을 것 같다. 대선후보들은 김정은과 회담하겠다,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만들겠다, 남북경제연합을 실현하겠다고 듣기 좋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그런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대화와 협력 재개에서 평화협정까지의 일목요연한 로드맵 위에서만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재개, 개성공단 정상 운영, 서해 공동개발, 남북 경제협력도 실질적 의의를 갖는다.
 문재인의 외교·안보 브레인 김기정 교수(연세대)가 최근 민화협 주최 정책토론에서 설명한 ‘한반도 평화구상’이 대선에서 나온 유일한 평화체제안이다. 그는 평화(종전)선언을 먼저 하고, 잠정협정을 거쳐 평화협정으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핵협상과 평화협상의 병행이라는 점이 김정은의 마음에 든다. 그건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입장의 후퇴다. 문재인은 성급하게 남북 국가연합인가 낮은 단계의 연방인가를 하겠다고 한다. 그는 거기 이르는 과정을 건너뛴 채 이상적인 목표를 말하고 있다.

 한반도는 2~3년 동안은 오바마와 시진핑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다. 비핵화의 물꼬를 트고, 북한과 시베리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북방경제를 하고 싶으면 평화를 함께 말해야 한다. 미·중이 국내 문제로 밖으로 눈 돌릴 겨를이 없을 때가 우리가 비핵화와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만들기에 이니셔티브를 쥘 최상의 기회다.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인人터뷰-한승주 전 외무부장관] “한국 새 대통령 美와 관계 강화하되 中 자극은 말아야”(2012.11.13)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이 보는 ‘오바마 2기’와 외교전략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대표적 외교학자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1993년 외무부 장관으로서 한·미 간 공조체제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엔 주미대사로 발탁돼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했던 노 대통령과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요즘도 민간 외교관으로서 국익을 위해 애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재선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만난 사람=김진홍 논설위원

-오바마의 재선 성공이 갖는 미국 정치사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유색인종 후보가 백인이 70%인 미국에서 재선됐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인종과 소수계층에 관대해졌다는 점을 의미하며, 흑인과 라티노 및 기타 유색인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많은 백인들이 오바마에게 표를 주었기 때문에 그의 당선이 가능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미국의 양대 정당, 즉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계층의 차이가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소수집단, 젊은층, 진보계층, 지식인, 서민들, 도시민, 근로자의 지지를 많이 받은 반면 공화당은 백인, 장·노년층, 보수계층, 부유층, 도시외곽민, 농어촌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더 심화됐습니다.”

-올해 미 대선의 특징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이번 선거는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선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양당이 선거에 60억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이는 2010년 대법원이 거액의 선거헌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두 후보가 격렬하고 집중적인 정책 경쟁을 벌인 점입니다. 경제와 의료보호제도, 부유층에 대한 증세,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그리고 외교 문제에 이르기까지 두 후보가 첨예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오바마의 승인은 무엇이라고 봐야 합니까.

“오바마가 승리했다기보다 밋 롬니가 패배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평가일 것입니다. 롬니는 선거운동 중반까지 너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고, 당선되면 4년간 1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든지 하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남발했습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47%의 국민 무시 발언’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오바마 대안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데 실패한 것이지요. 여기에다 선거 일주일 전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를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해 롬니는 선거운동의 발목이 잡힌 반면 오바마는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줄 기회를 얻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 2기의 한·미 관계를 전망해 주십시오.

“오바마의 ‘중심축을 아시아로(Pivot to Asia)’ 정책과 동맹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그는 한국과의 동맹을 계속 중시할 것이며,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협력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입니다. 관건은 오는 12월 19일 탄생할 한국의 새 대통령이 어떤 대미정책을 취하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4년 전 선거운동 중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으나 나중에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 의회 비준을 받아내기까지 했습니다. 한국과의 경제관계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오바마가 경제회복, 적자예산 축소, 일자리 창출의 압력을 받고 있어 동맹관계에 있어서는 방위비 분담 문제, 교역에 있어서는 덤핑, 관세 문제에 있어서는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질까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후임으로 존 케리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주유엔 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오바마가 중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번에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소 넉넉한 과반을 차지했으므로 케리가 임명될 소지가 큰 듯합니다. 이 경우 정치적 비중이 큰 그는 강력하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것이며, 6자회담을 비롯한 대북정책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전 라이스의 경우도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는 북한의 태도와 소행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오바마는 2008년 당선된 후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대남 도발 등으로 응답했습니다. 그 후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경색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바마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듯한데요.

“선거운동 기간 롬니 후보가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표방함으로써 오바마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누가 당선이 되든지 중국에 대해선 견제와 협력의 정책을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중 관계는 미국보다는 중국에서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많이 좌우될 것입니다. 미국의 대선 결과 때문에 미·중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당선 초기에 중국에 강경책을 취하다가 결국은 협력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선회한 것처럼 오바마 2기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미·중 간에 글로벌 패권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즉 세계적인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시아에서만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따라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는 경쟁적인 모습을 보일 테지만, 경제·교역·투자 측면에서는 상호 의존도가 심해 협력적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오는 12월 선출될 우리나라 새 대통령이 대미 관계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것이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데 협력하는 과정으로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외교·안보 면에서는 미국과 동맹국으로서 협조·공조하며, 경제면에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에 너무 몰입돼 중국의 의구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 대선 운동이 한창입니다. 미국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대선도 이렇게 변했으면 하는 점들이 있으면 비교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와 미국의 제도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주별 선거인단의 승자 독식, 선거인단 과반 확보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보들은 선거인단 수가 많은 경합주에 선거 운동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거 이슈도 그런 지역들에 맞춰 선별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에 집중하지 않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이지요. 또 과격한 해결책보다는 중도적이고, 점진적이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양당제도가 확립돼 있어 합당이나, 후보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적 머누버(maneuver·책략, 공작)에 관심과 정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일들이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최고 지도자들이 바뀌고 있는데요.

“미국만 경우가 다르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으니까요. 우리와 잘 지내던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이 생겼습니다. 또 롬니와 달리 오바마는 학습과정(learning process)이 비교적 짧을 겁니다.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그러나 그는 크고 어려운 과제들을 안고 당선됐습니다. 예산 적자는 16조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1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는 또 행정부와 의회, 의회의 상원과 하원을 다른 당이 컨트롤하는 분할된 정부(divided government)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중동의 민주화 문제, 이란의 핵개발 등의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미국 국민이 오바마에게 새로운 임무를 준 것이라기보다는 1기에 이루지 못한 약속을 이행할 시간을 더 준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한·미 관계와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틀과 기회가 생겼고, 미국과 생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확대할 수 있는 4년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은

△경기고·서울대 외교학과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주립대 정치학박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초빙교수 △고려대 총장 △유엔 사이프러스담당 특별대표 △아·태안보협력이사회 공동의장 △서울국제포럼 의장 △동아시아비전그룹 공동의장 △외무부 장관 △주미대사 △코리아글로벌포럼 의장 △2022 월드컵 유치위원회 위원장 △유엔교육문화과학기구(UNESCO)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