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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조선일보][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식서 '합창 對 제창' 논란(2013.05.20)


보훈처 '합창이 맞다'
"공식 기념곡 아니다… 좌파단체가 애국가 대신 부르는 것도 문제"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행사의 공식 기념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제창(齊唱)이 아닌 합창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훈처 측은 "모든 정부 기념 행사에선 공식 기념 노래만 제창 형식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에서 제창을 하는 노래는 모두 공식 기념 노래다. 현재 5·18 행사의 공식 기념 노래는 없다.

하지만 공식 기념 노래가 아니더라도 제창을 할 수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5·18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공식 행사에서 제창으로 불렸다. 국가보훈처는 제창에서 합창으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최근 노래의 상징성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노동·진보단체는 국민의례 대신 민중·노동의례를 진행하며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왔다는 것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작년 통합진보당이 일부 행사에서 국민의례를 무시하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이 곡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며 "보훈처 논의 결과 이런 노래를 정부 공식행사에서 애국가처럼 제창 형태로 부르는 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래를 부를 때 주먹을 쥐고 흔드는 모습이 5·18의 의미를 폭력적으로 윤색시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보훈처 내부에서 나왔다고 한다.
광주시·5월 단체 '제창이 맞다'
"30년간 행사서 불러왔는데 왜 막나… 기념곡으로 지정하면 될 일"

광주광역시와 시의회, 5월 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한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공식 식순에 포함시켜 제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제창 거부는) 30년간 5·18추모제와 기념식에서 불려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려는 의도"라며 "이는 5·18 역사를 부정하고 흔적을 지우려는 행위"라고 말한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구(舊) 묘역에서 일부 시민사회 단체와 참배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 구(舊) 묘역에서 일부 시민사회 단체와 참배객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광주광역시 등 310개 기관·단체가 참여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기념곡 추진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없는 이유로 '일부 진보·노동 단체가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라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들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는 5월 역사의 훼손이자 또 다른 분열 책동"이라고 했다. 또 "공식 지정곡이 아니라서 제창할 수 없다면, 지난 2003~2008년 보훈처 주관 기념식 때는 왜 제창했느냐"며 "지정 여부가 문제 된다면 지금이라도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했다.

김찬호 5·18 기념재단 사무처장은 "5·18을 기념하고자 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노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인 만큼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제창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이라며, "국가가 간섭하고 강제하는 것은 5·18 희생자와 유공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기자수첩] 노래 한곡에… 반쪽난 5·18, 빛바랜 국민통합(2013.05.20)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나오자 노회찬, 맨먼저 주먹 흔들며 노래
野인사들, 일어나 차렷 자세나 태극기 또는 주먹 흔들며 불러…
朴대통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 쥔 채로 노래는 안 불러
5·18 유족·단체는 불참한 채 정치인도 제각각 국민통합 무색

인천오페라합창단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은 지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의 맨 마지막 순서였다.

전주가 흘러나오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아있던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가장 먼저 일어나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민주당 의원들과 대부분의 야권 인사들은 미리 나눠준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김한길 대표는 주먹이나 태극기를 흔들지 않고 차렷 자세로 노래를 불렀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주먹을 흔들면서, 강운태 광주시장은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앉았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주먹을 흔들지는 않았지만 함께 일어서 노래를 불렀다.

당초 국가보훈처가 '정부 공식행사에서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창을 거부하자, 5·18 관련 일부 단체가 '주먹이 문제라면 태극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겠다'는 성명을 냈었다. 합창은 따로 마련된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만, 제창은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른다. 보훈처는 제창은 허용하지 않았으나, 행사장에서 작은 태극기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야권 인사들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33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진행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태극기를 들었으나 노래를 따라부르지는 않았다. 왼쪽으로 한 사람 건너 강운태 광주시장은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박 대통령 바로 오른쪽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33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진행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태극기를 들었으나 노래를 따라부르지는 않았다. 왼쪽으로 한 사람 건너 강운태 광주시장은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박 대통령 바로 오른쪽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노래가 두세 소절쯤 진행되자 박근혜 대통령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에 가지런히 모은 양손에 태극기를 쥐긴 했지만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황우여 대표와 이정현 정무수석 등 여권 인사들도 박 대통령을 따라 일어섰다. 황우여 대표는 차렷 자세로 노래를 불렀다. 행사 중에도 사람들의 눈은 오로지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 누가 안 부르는지 그 입만 쫓았다.

이때 기념식장 뒤편에 있던 시민 2명은 "그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를 부르려고 왔는데 못 부르게 하면 되느냐"며 소리를 지르다 퇴장당했다. 일부 참석자는 공식 행사가 끝나고 박 대통령이 자리를 뜰 때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복해 불렀다. 소복 차림의 유가족 10여명도 박 대통령이 퇴장한 뒤 기념식장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날 5·18 유족과 광주 지역 시민단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형식으로 진행하는 데 반대하면서 불참했다. 이 때문에 기념식장 의자 절반 정도가 텅 비었다.

제창이든 합창이든, 그 형식과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것이 5·18 기념식의 관행이라고 한다. 합창이라고 해서 따라 부르는 것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절대 안 된다는 정부나, 제창 순서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야권 어느 한쪽의 입장이 쉽게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번과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 것이다. '국민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행사가 언제까지 참석자들을 분열시키는 행사가 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