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조선일보][韓·中 정상회담] 朴, 중국어로 5분 인사말… 시진핑 "옛친구 만난 것 같소"(2013.06.28)

朴대통령,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 밝히며 "시 주석께서 北에 잘 설명해달라"

- 시진핑, 최치원 詩 인용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萬里를 통하네' 읊어… "우린 中韓관계를 중요시"

- 朴대통령, 孔子 말씀 인용
"처음엔 내가 사람들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북한의 행동 변화를 강조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27일 오후 3시 45분(이하 현지 시각)부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이렇게 시작했다. 시 주석은 "8년 전인 2005년 서울 63빌딩에 있는 백리향에서 만난 이래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이 5분 이상 중국어로 인사말을 이어가자 얼굴이 환해져서 활짝 웃었다.

공자와 최치원 인용

정상회담 전, 시 주석은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 미리 나와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환영식 후 동대청에서 시작된 단독 정상회담은 허심탄회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였으며, 미리 예정한 45분을 15분 이상 넘겨 1시간보다 길어졌다.

단독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해 압력도 넣겠지만 설득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국 측 배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 말씀을 인용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을 거듭해 온 상황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믿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中, 관례 깨고 장관급이 공항영접… 역대 최고 예우… 2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영접 나온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그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맞이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산 최고급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리무진을 제공했다
中, 관례 깨고 장관급이 공항영접… 역대 최고 예우… 2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영접 나온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그보다 직급이 낮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맞이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중국산 최고급 의전 차량인 훙치(紅旗) 리무진을 제공했다. /청와대 제공
오후 4시 56분 시작된 확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한시(漢詩)를 인용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당나라 시대 최치원 선생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라는 시를 쓰셨다"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대외관계의 중요한 위치에 놓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조어대(영빈관)의 신록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두 정상은 오후 6시에 나란히 공동 기자회견장에 입장했고 표정은 밝았다.

"양국 관계 발전 중요 계기"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대해 "앞으로 양국 관계가 긴밀하고 건강하며 활기찬 관계가 될 것이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경제 관계를 지금보다 훨씬 다변화하면서 강화해야 하고 인문(人文) 분야 유대를 더 심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어업과 관련해서 "앞으로 황해를 평화협력 우호의 바다로 만들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설명하면서 "시 주석께서 잘 지원해 주시고, 또 필요하면 북한 측에도 이러한 우리 취지를 잘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양국이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긴밀한 공조를 양자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과 세계로 넓히자는 논의를 했다고 윤병세 외교장관이 전했다.

최고 등급 경호에 장관급 영접

방중 첫날인 27일 중국은 이례적 의전(儀典)으로 박 대통령을 예우했다. 최고등급 경호를 했고 의장기도 통상의 4개에서 6개로 늘렸다.

박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는 당초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 부부장)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등이 나와 영접했다. 중국은 정상급 외빈을 맞을 때 대체로 지역을 담당하는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나와 영접하지만, 박 대통령을 맞은 장예쑤이 부부장은 장관급이었다.

중국 육·해·공군 의장대의 호위 속에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영접 나온 중국 측 인사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측이 준비한 중국 국산 의전 차량 훙치(紅旗) 리무진에 올라 베이징 시내 숙소로 향했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 차를 썼다.

만찬에서 朴대통령 애창가요 합창

이날 밤 열린 만찬에선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가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과 육영수 여사가 좋아했던 동요 '고향의 봄'을 한국어 전공 중국 학생들이 합창했다. 경극 공연에서도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첫사랑의 대상'으로 묘사한 조자룡이 등장하는 '장판파 전투' 장면이 묘사됐다. 박 대통령은 황금빛 도는 노란색 한복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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