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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3일 일요일

[조선일보][클릭! 취재 인사이드] 한국에서 종북(從北)주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속사정(2013.0624)

이달 21일 법정에서 3차례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친 혐의로 기소된 강모(57)씨는 재판부로부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강씨는 이에 개의치 않고 다시 한번 만세를 외쳤습니다.(☞기사 바로가기) 해당 기사에는 그의 행위를 ‘종북(從北)’이라며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종북’은 논쟁적인 단어입니다. 정확한 정의(定義)가 없는 까닭입니다. 1964년 미국 대법관 포터 스튜어트는 “나는 포르노가 어떤 것인지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종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와 비슷한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을 무조건 ‘종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조선일보 지난해 2월15일자(☞기사 바로가기)에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이적 표현물을 게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모(여·52)씨에 대한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그녀는 연평도 포격 다음날인 2010년 11월 24일 인터넷 카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바로 알기’ 게시판에 “연평도 사태를 둘러싸고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나 관망하고, 우리가 여론을 우리 편(북한)으로 어떻게 돌릴지 연구해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신씨는 “나는 종북이 아니라 ‘애북(愛北)’”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모호함을 노려 ‘종북’을 비판하는 행위에 대해 매카시즘(정치적 반대자나 집단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려는 태도)적 작태라고 역비판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지요. 남북한의 정치·경제·사회적 위상 격차가 확연해진 21세기에 종북은 어떤 의미일까요. 몇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걔들은 왜 그런대?”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종북주의자들의 실체?
 종북주의자들의 실체?
현실 불만 속에 김씨 一家에 대한 종교적 맹신

종북적인 ‘법정 만세’ 행각의 원조는 인터넷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의 운영자 황모(45)씨입니다. 북한 체제를 찬양한 혐의로 기소된 황씨는 2011년 6월 30일 항소심에서 6개월 감형이 확정되자 검사와 방청객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펴고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라고 외쳤습니다.

그는 “수령님(김정일)이 반드시 남조선과 전쟁해서 승리한다고 굳게 믿는 마음을 재판정에서 표현하고 싶었다”며 “나의 신념이 청소년 및 미래의 후손들에게 전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정일 장군을 찬양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황씨는 말 수가 적은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건설회사 재직시 플랜트(plant·전력, 석유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공장을 지어주는 산업)’ 분야를 담당했던 중간 간부였습니다. 그는 회사의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들어가 ‘한반도의 통일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는 등 입사 지원자들의 대북관을 점검했다고 합니다.

황씨가 북한을 추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안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립니다. 그가 조사를 받을 때 보인 ‘눈물’과 ‘미소’ 때문입니다. 수사관계자가 북한군 열병식 동영상을 보여주자, 황씨는 ‘장군님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경찰 보안관계자는 “골수 종북주의자들은 특별한 목적보다는 북한의 김씨 3대(代)를 마치 신(神)처럼 떠받드는 모습을 보인다”며 “황씨도 이 같은 종교적 맹신(盲信)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습니다.

눈물은 잠시였고, 그는 시종 여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좋은 날이 오면 조사관님과 제자리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안관계자는 “북한 추종세력들은 적화통일의 그날을 ‘좋은 날’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적화통일을 기다리면서 ‘나는 서울시장, 너는 경기도지사’라는 식으로 각자 보직(補職)까지 정해 놓고, ‘좋은 날’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치관이나 영혼까지 망각하고 ‘굴종’과 ‘굴신’

황씨는 동생의 영향을 받아 사상무장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심취했던 동생에게 호기심을 느껴 처음 ‘종북의 맛’을 봤다는 것입니다. 그런 동생이 수감 중인 황씨를 찾아와 “이젠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종북에 깊이 빠졌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조선일보 DB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작년 TV프로그램에 나와 “(나에 대해) 종북 운운하는데 종미(從美)가 훨씬 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추종보다 미국 추종이 더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의원의 진단과 상관없이 이른바 애북·친북·종북주의자들의 북한 추종 수위는 소위 ‘종미’주의자들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지나쳐 보입니다.

예를 들어 정상인이라면 선호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TV토론을 보니 OOO은 생각이 그런대로 나와 맞군” “노동정책만 제대로 마련한다면, 한 표 던지겠는데”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보통입니다. 이석기 의원이 종미주의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기껏 “우리는 무조건 미국이 하자는 대로 가야 해”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황씨는 북한에 대해 완전 복종을 넘어 자기 영혼까지 내팽긴채 굴종(屈從)을 택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님은) 60년 전, 피바다를 이루는 아비규환(6·25 전쟁)에서 쉬이 승리를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중략) 이 죄 많은 백성(우리 국민을 지칭)을 무엇 때문에 품에 안으려 하셨단 말입니까. 님의 온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6000전사는 장군의 깃발이 펄럭이는 폭풍호의 질주(북의 침공)를 목전에 두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중략) 영광의 축포, 행복의 만세 소리가 온누리에 울려 퍼지는 그날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김정일 장군님 만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조선노동당 만세.”

황씨가 운영한 인터넷 카페는 한때 회원 수가 7000여명에 달했는데, 카페 회원들은 그를 ‘사령관’이라고 부르며 따랐습니다. 이 카페에 영관급 장교를 포함한 군 현역 장교와 사병 70명 정도가 가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었죠.

공군 중위 강모(31)씨는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에게 바치는 충성맹세문인 ‘님에게 바치는 시(詩)’까지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해당 카페는 수사기관에 의해 폐쇄됐고, 황씨는 형기(刑期)를 마치고 출소했습니다.

‘그렇게 좋다’며 찬양하는 북한으로 가지 않는 이유

황씨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친북(親北) 이적(利敵)활동을 한 혐의로 정부당국이 폐쇄조치한 인터넷 카페는 2006년 1건에서 2009년 18건, 2010년 85건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찰이 삭제조치한 친북 게시물은 2007년 1434건에서 2010년 8만449건으로 56배나 급증했습니다.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가 104일간 머물고 온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가 104일간 머물고 온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 /조선일보 DB
“북한에 가서 살게 하라.” 공안사건 기사에서 흔히 보이는 댓글입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작년 3월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가 104일 동안 귀빈 대접을 받은 노수희(68)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이 대표적입니다.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그는 “체포하러 온 국정원 요원들이 영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기사 바로가기) 그가 ‘그렇게 좋다’는 북한에 남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에 미련이 남아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종북이 뭔가’라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공안관계자가 전한 한때 잘 나가던 증권맨 A씨의 얘기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투자실패로 회생불능에 빠진 A씨는 인터넷 공간에서 북한의 김씨 3대(代)를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안당국이 A씨의 IP(인터넷 주소)를 추적한 결과, 공공기관·PC방 여러 곳에서 흔적이 잡혀 ‘지능범’으로 추정했는데, 알고보니 “인터넷 비용이 없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용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조사과정에서 A씨는 “나는 어차피 우리 사회에서는 글렀다. 세상이 한번 뒤집혀야지 내가 살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가 꿈꾸는 허황된 유토피아가 바로 ‘종북’ 언행으로 표출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조선일보]국보법 재판 방청객에 '北韓옹호' 기회 준 판사(2013.05.20)


재판부에 '미국놈의 개' 욕설해 구속 기소된 범민련 간부 2심서 이례적으로 방청객에 발언권
해당 판사는 야당 의원의 부인, 피고인은 野의원 보좌관 남편

법정 난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동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편집위원장에 대한 2심 공판에서 재판장이 방청석 범민련 간부 등에게 피고인을 옹호하는 발언 기회를 준 것과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재판장인 서울고법 민유숙 부장판사는 민주당 문병호 의원의 부인이고, 피고인  최씨 부인은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의 신미숙 보좌관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민 부장판사는 피고인 최후진술을 앞두고 갑자기 "방청객 중 피고인을 위해 발언할 분이 계시면 말씀해달라"고 했다. 윤기하 국가보안법 피해자모임 회장이 일어나 "(피고인은) 나라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한 게 아니냐. 북한은 반(反)국가단체가 아니라 국가"라고 했다. 발언이 끝나자 민 부장판사는 "한 분에게 더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이에 김규철 서울범민련 고문이 "충실하게 일해온 통일운동가"라고 최씨를 옹호했다. 재판장은 이어 "한 분만 더 하실 이야기가 있으면 말해 달라"고 주문했고,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이런 기회를 준 재판장에게 감사한다. 국가보안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이규재(75)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에 대한 공판에서 "민족 반역자, 이 개XX, 너 죽을 줄 알아. 미국 놈의 개야"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법대(法臺)를 향해 돌진하는 등 난동을 부리고 인터넷에 북한 찬양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었다.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 측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주는 사례는 더러 있어도 피고인 측 방청객, 그것도 법정 난동과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위해 발언권을 주는 건 전례 없던 일이다. 범민련을 지지하는 언론매체조차 "전무했던 초유의 일" "재판장의 파격적 행동"이라고 반응했다.

한 부장판사는 "진정서나 탄원서 등을 통해 방청객에게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면 되는데 굳이 발언권까지 준 것은 적절치 못한 재판 진행"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 방청객 중에 계속 손을 들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 발언 기회를 줬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정 당국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의 부인이 민주당 보좌관 남편의 재판을 맡은 것부터 부적절했다. 민 부장판사는 중립성을 위해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작년 7월 저축은행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 사건을 맡았던 재판장은 이 전 의원과 같은 소망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스스로 재판을 회피(回避)했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민 부장판사는 피고인 부인이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조선일보][김대중 칼럼] 從北의 시험대에 오른 朴정부(2013.03.18)


'北核은 자위용' '韓美 공격연습' 일사불란한 종북 세력과 北정권
연일 한국 옥죄며 '떠보기' 공세… 當局 무기력이 종북 확산 기여
방치하면 포용 한계 넘을 수도, 얕보였다간 '미래 창조'도 없어

 김대중 고문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친북·종북 세력들이 보란 듯이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며 거리 시위에 나서 연례적 한·미 훈련을 '전쟁 연습', '북침 훈련'으로 몰아가며 북핵을 '자위용'으로 두둔하는 공개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자기들을 '애국자'에 비유하고 박근혜 정권이 북한의 세습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한다. 지난 총선에서 저들이 대한민국 국회에 진출하는 변란이 일어났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는 해도 이렇게 빨리 또 이렇게 당당하게 진척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한국진보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범민련 남측본부, 한국대학생연합 등이 동시다발로 나서 북한 핵실험과 대남 '불바다'협박에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이 오로지 한국과 미국 공격에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 이들의 행동은 어디로부터 지령을 받은 듯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며 뚜렷한 공통의 목적의식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작년 대선 직전 좌파 역사 연구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들어 인터넷에 띄운 동영상 '백년전쟁'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왜곡한 악질적인 반한(反韓) 문건이다. 이승만을 '하와이언 갱스터', 박정희를 '뱀 같은 인간'으로 희화화한 이 동영상은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식민론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것이 중·고교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쓰이고 있다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와 때를 같이해 벌어지고 있는 북한 정권의 전쟁 위협은 지난 20년 이래 가장 밀도 있고 가장 강도 높고 가장 현실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 휴전협정의 폐기, 4차 핵실험 위협, '남한 벌초'등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평소 '그냥 해보는 소리일 것'으로 치부하며 무시해온 일부 남쪽 리버럴들마저 긴장감을 갖게 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왜 휴전선 북쪽에서는 김정은 집단이, 휴전선 남쪽에서는 종북 세력들이 이처럼 때를 같이해 일사불란하게 한국을 옥죄는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일까?우선은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북에 문을 닫다시피한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크게 곤혹을 치른 북한 정권이 박근혜 정부가 MB 노선을 답습하지 못하도록 강경 모드를 선보이는 의도인 듯하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두드리고 반응을 보기 위한 기선(機先) 제압용이기도 하다.

저들이 강경 모드로 나오는 또 다른 배경은 북한의 처지와 입장에 동조적인 세력과 계층의 확산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세력 또는 사람이 상당수 늘어났다고 보는 자신감, 또는 그것을 확인해보고 싶은 속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땅에 '반미'와 '반(反)박근혜' 세력이 적어도 어느 정도에 달했다고 자신하지 않는 한 북한 정권이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무력 도발 협박을 드러내 보일 수 없을 것이고, 남쪽의 종북 세력이 저렇게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대한민국 체제를 깔보고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서울 시청 앞 대한문 옆에 세워진 농성장의 문제다. 농성장이 세워진 지 1년의 세월이 지났으면 농성의 원인을 해결해주든지 불법 농성 자체를 철거하든지 했어야 정상적인 정부다. 그것 하나 해결 못 하고 10평 남짓 농성장을 장시간 방치한 당국의 무기력이 바로 종북 좌파에 깔보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문제가 있고 풀기 어려운 난제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 문제의 근처에 접근해보면 그것들은 결국 우리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고, 그것을 슬기롭게 뛰어넘거나 조정하지 못하는 무능 때문에 적체돼 있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기업과 일자리도, 양극화도, 문화도 모두 이념적 갈등으로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위정자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좀먹는 남쪽의 종북 요소들을 다루는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한국 인구의 5% 내에 머무는 상황과 이것이 자라서 10%를 넘어 20%로 이행되고 있는 상황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소수, 즉 5% 미만일 때는 체제의 포용성·다양성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체제의 대안으로 발전할 소지가 생기는 법이다. 지난 10년 좌파 대통령 시절 그들은 포용을 내세우고 공존을 두둔했지만 그 결과는 체제의 이질 요소들을 방치하거나 양성하는 쪽으로 빗나갔다. 종북 좌파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우리 체제를 깔보며 당당히 회견을 하고 시위에 나서는 상황을 방치하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통합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박 대통령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 정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밖으로는 북한 정권의 강력한 무력 드라이브에, 안으로는 친북·종북 세력의 간단없는 '유신독재'브레이크와 체제 이간질에 시달릴 것이다. 그 상황에서 '미래 창조'는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지금 북한과 좌파 세력에 얕보이고 있거나 저들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2013년 2월 4일 월요일

[사설]北核보다 무서운 무관심·무감각(2013.02.05)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저지에 나섰지만 시간문제로 보인다.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의 학습효과 탓인지 3차 핵 실험을 하면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하겠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087호)나 최대 후원국 중국의 압박도 효과가 없는 듯하다.

북한의 핵 능력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이 1kt이었던 1차, 2∼4kt이었던 2차 플루토늄 핵실험 위력보다 한층 높아진 성능을 입증한다면 핵무기를 실전배치할 수도 있다. 플루토늄이 아니라 2002년부터 모으기 시작한 고농축우라늄(HEU)으로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40여 kg의 플루토늄과 HEU를 이용해 핵무기를 양산한다면 북한은 ‘실질적 핵 파워’ 국가가 된다. 이미 사거리 1만3000km에 달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까지 갖게 될 날도 머지않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인(公認)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위협을 인정하고 선제타격을 포함해 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국방정책을 새로 짜야 할 때가 됐다. 이대로 가다간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 하늘을 덮쳐도 요격 수단이 마땅찮아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은 주한미군 핵무기를 전량 철수시킨 뒤 미군의 핵우산으로 ‘확장된 핵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만 맡길 수는 없다.

1, 2차 핵실험을 지켜본 국민 사이에는 “이번에도 별일 있겠나” 하는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듯하다. ‘어차피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논리는 허구다. 북한은 그런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약속을 했다 쳐도 지키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통일 후를 생각하면 북한의 핵이 우리에게 손해는 아니라는 식의 접근도 안보 근간을 흔드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실험 중단 촉구’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북한과 국내 종북(從北)세력이 연계해 주요 정치안보 이슈와 관련한 북한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해 온 사실이 본보 취재로 드러났다. 최근 범민련 남측본부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해 “자기가 하면 인공위성이고 북이 하면 탄도미사일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북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옹호했다. 이들은 ‘북방한계선(NLL)은 서해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노골적인 전쟁기도’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북침용 후방 핵기지’라는 북한의 주장도 여과 없이 옮겼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표를 얻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북한의 남한 주민에 대한 심리적 무장해제 작전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시론/박광작]이적단체가 마음껏 활개치는 대한민국(2012.11.16)

이달 20일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이 결성된 지 22주년 되는 날이다. 대법원은 1997년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판시했다. 범민련은 결성 후 북한의 통일방식인 연방제 통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하며 위헌적 종북(從北)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獨, 위헌적 극좌세력엔 철퇴

이 단체를 비롯해 한총련,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1990년대 이후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곳은 13개다. 이런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해치고 최종적으로는 한반도를 붉은 세습독재 정권의 수중에 넘기려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진보’와 ‘민주’를 자처하기까지 한다.  

만약 독일이라면 이들은 어떤 제재를 받았을까. 독일은 분단국으로 우리와 비슷한 안보환경을 가졌던 데다 인권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일 후에도 이념갈등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옛 서독 시절 국가안보를 해치는 세력을 혹독하게 뿌리 뽑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중도좌파 정당인 사민당 출신이었다. 그는 ‘동방정책’을 통해 공산권과의 화해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급진 좌익 조직과 구성원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고 엄중한 철퇴를 가하는 데 앞장섰다. 

1970년대 초반 서독에서도 좌익 극단 세력이 대학을 장악하고 제도권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항해 여야가 힘을 합쳤다. 브란트 연방총리는 소속 정당인 사민당은 물론 우파 정당인 기민당 기사당 소속 지방 주(州) 총리들과 손을 잡고 ‘극단주의자에 대한 훈령’을 채택했다. 핵심은 공공기관에서부터 위헌세력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서독은 1986년까지 공공부문 취업 지망자 약 350만 명에 대해 헌법 충성도를 심사해 약 2250명의 취업을 금지했다. 또 헌법에 대한 충성심에 의심이 가는 약 9000명의 현직 공직자(교사 철도공무원 체신공무원 등) 중 2000명 이상을 최종 법원 판결을 거쳐 중징계했다. 이 중 256명이 파면되었다. 독일연방재판소는 정부의 조처가 합헌적이라고 판시했다. 그 대표적인 판결이 ‘하이너 재미쉬’ 사건이다. 

당시 서독 정부는 ‘재미쉬’란 이름의 한 예비 법률가의 사법연수과정 입소를 거부했다. 대학 재학 시 약 40회에 걸쳐 불온 공산주의 학습 단체에서 학습했다는 사실이 연방헌법보호청(국내 정보국으로 국내 헌법질서를 위협·파괴하는 행위를 사찰한다)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쉬는 소송을 냈지만 연방헌법재판소는 직업의 자유(기본법 제12조 1항)보다 직업 공무원이 헌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켜야 할 봉사의무(기본법 제33조 5항)가 더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1993년까지 서독 및 통일 독일 377개의 반국가·이적단체를 해산시켰고 단체의 재산도 몰수했다. 

국가관 확립이 통일혼란 줄여

통일 독일의 기본법(우리의 헌법)은 반국가·이적단체나 구성원에게는 기본권을 아예 박탈하는 조항(18조)까지 있다. 의사 표현의 자유는 물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이 모두 상실된다. 즉 이적단체들이 성명서를 내는 행위 자체가 안 된다. 내란죄, 간첩죄 등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독일의 위헌정당 해체명령은 우리나라처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다. 그러나 정당이 아닌, 위헌단체를 해산할 권한은 연방·지방 내무부장관에게 있다. 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위헌단체를 유지·지원한 자는 형법(85조 결사금지위반)에 따라 처벌된다. 형법뿐 아니다. 기본법(9조 2항)에도 위헌단체는 금지된다. 옛 동독 공산당 세력이 주류인 좌파당은 연방하원에 의석을 갖고 있지만 지금도 연방헌법보호청의 사찰을 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국가원수를 모독하면 형법(90조 연방대통령 모독죄)에 따라 무사할 수가 없다. 국민의 국가관을 확실히 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의 혼란을 줄이는 일임을 독일은 보여주고 있다.

박광작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