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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월요일

[중앙일보]크루즈선·LTE폰 싹쓸이…中 '기술 역전극'(2013.03.26)


기술로 한국 맹추격

지난달 말 대형 크루즈선인 ‘타이타닉2호’를 호주 재벌이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화들짝 놀랐다. 이 배를 만드는 곳이 중국 진링조선소였기 때문이다. 중국 업계 최초의 크루즈선 수주였다.

 특히 크루즈선은 조선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결합된 분야라 중국의 추격이 쉽지 않다고 국내 업체들이 자신하던 분야였다. STX조선해양이 인수합병한 유럽 자회사를 제외하면 우리 기술로 크루즈선을 만든 적이 없다. 중국은 크루즈선을 비롯해 그간 국내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해 온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같은 고부가 선박과 해양구조물도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조선뿐이 아니다. 중국은 미래산업에도 재빨리 둥지를 텄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가 발간하는 격월간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근호에서 “유전자 서열 분석(Genome Sequencing) 비용이 ‘아이폰’ 가격보다 싸지는 시대가 온다. 중국 기업에 의해서”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2013 세계 50대 혁신기업’ 명단에 중국 선전화다지인(BGI)을 올리면서다. 생소하기만 한 이 업체는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초우량 업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① 현재 LTE의 2배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화웨이의 어센드P2 스마트폰 ② 세계시장 점유율 4위로 급부상한 TCL의 LCD TV ③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하이얼 냉장고 ④ 중국 최초의 크루즈선 타이타닉2호(조감도).

싼값을 내세워 한국을 추격하던 중국이 이제 기술력을 앞세워 크루즈선처럼 한국을 제치는 역전극을 펼치고 있다. 철강, 전자 등 주요 업종의 추격도 무섭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품질 경쟁력이 100이면 중국의 수준은 99다.

 무역 최일선에 있는 KOTRA는 경고음을 울렸다. KOTRA는 25일 ‘중국 기업이 달라진다’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세계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가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며 “저가·저급품의 대명사로 통하던 중국 기업들이 저가·고급화 전략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KOTRA가 열거한 냉장고 판매량 5년 연속 세계 1위 하이얼, 세계 LCD TV시장 4위 TCL 등 위협적인 추격자는 수두룩하다. 화웨이·HTC 등 세계 수준의 IT기업을 2015년까지 2~5개 사 더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KOTRA는 “중국 기업은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키워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한 후 해외 시장에 고급 기술 제품을 내놓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한국 기업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주주총회는 신사업·신제품 발표장 같았지만 올해 주총에선 신사업 발표를 한 기업이 10곳 중 한 곳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업의 투자는 계속 게걸음이고,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중국은 이미 기술력 추격을 뛰어넘어 제품의 상품화 방안과 브랜드 가치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기존 사업에서 기술력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 앞서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진석·이가혁 기자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사설] 검색보다 독서와 사색이다(2013.01.23)

‘카카오톡(카톡)’을 만든 김범수(47)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엊그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검색보다 독서를 강조했다. 정작 카톡을 만든 사람은 독서가 주는 감흥과 사색의 기회를 즐긴다고 했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한 시간가량 온전히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는 그의 얘기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말대로 종이책과 종이신문은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기르게 해주는 반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그렇지 못하다.

 공공장소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독서 시간이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국민의 연간 독서량이 0.8권에 불과해 유엔 191개국 중 166위라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다. 이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밀려 독서 후진국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 전문가들도 스마트폰에 의존하면 폭넓게 사고하는 능력은 퇴화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이런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인터넷이 아무리 편하고,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해도 체계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독서를 대체할 수 없다. 어느 사회를 보더라도 그 사회를 이끄는 리더, 지식인은 종이책, 활자 매체와 가깝지 않은가.

 본지가 착한 스마트, 즉 휴마트(Humanity+smart) 사회로 가자는 어젠다를 시작한 것은 사회의 품격을 높이자는 취지다. 공감과 소통 능력을 키워 전반적인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정에서 부모부터, 학교에서는 교사들부터 아이들 앞에서 독서와 신문 읽기를 몸소 실천해야 한다. 어린 세대가 독서를 통해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건 기성세대의 책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할 일도 분명히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를 ‘독서의 해’로 정하고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내놓은 만큼 올해엔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독서와 신문 읽기가 진정한 경쟁력이다.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김학중 목사의 시편] 세상의 중심에서 외치라(2013.01.16)

고대 병법(兵法)에 따르면 자신의 성(城)을 지키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성벽강화 등의 방어 전략과 적극적인 공격 전략이다. 후자의 경우를 놓고 ‘공격은 최선의 방어이다(The best defense is a good offense)’라는 격언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격언은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공격’의 방식이 단순한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상대 경쟁자들의 고유영역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전략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애플을 파고드는 구글의 전략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계열로 양분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한 앱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24개의 구글 제품이 배포되고 있는데 일단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 예로 지난 12월에 구글이 배포한 지도 앱은 지난달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아이폰 프로그램이었다. 대표적인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과 애플이 세계적인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오히려 애플의 아이폰을 위한 프로그램을 앞장서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마치 미국이 자국의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무기를 중국에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의외의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이상할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구글이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만듦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넘어 애플의 고객들까지 확보할 수 있고 그 결과 구글은 더 큰 온라인 광고시장을 확보함과 동시에 더 나은 온라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글이 애플의 시장에 효과적으로 파고들면서 사실상 아이폰 고객들을 잠재적인 안드로이드 고객으로 바꾸게 된다. 다시 말해 구글이 애플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애플의 심장을 파고드는 구글의 공격 전략은 한국 교회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 교회는 적지 않은 경우 방어적 전략을 펼쳐 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대다수 교회들은 각종 이단들의 침투를 막기 위하여 각 교회의 출입구와 게시판 곳곳에 ‘출입금지’ 격문을 붙이고 같은 교회 성도들에게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열 명의 포졸이 도둑 하나를 잡을 수가 없다’고 그런 방어전략이 비기는 전략은 될 수 있어도 이기는 전략은 될 수가 없다. 마치 구글이 애플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듯 한국 교회는 본질적인 내부 쇄신을 감행함과 동시에 교회 밖의 사람들도 공감할 만한 사회 및 문화적 이슈들을 선점해야 한다. 세상에서 멀어지기보다 오히려 세상의 중심에 서야 한다. 세상의 중심으로 파고들어가는 적극적인 선교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성취해 낼 수 없을 것이다.

2013년 1월 7일 월요일

[국민일보]美 개신교인이 일상서 겪는 최대 유혹은?(2013.01.07)


기사이미지

미국 개신교인들은 일상에서의 최대 유혹으로 ‘과식·탐식’을 꼽았다.

미 기독교 전문 리서치업체 바나그룹은 사람들의 새해 결심에서 단골 타파 대상으로 등장하는 각종 유혹·죄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미국 전역의 성인 1021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5%, 개신교도의 66%, 천주교도의 44%가 ‘과식·탐식’을 자주 맞닥뜨리는 유혹으로 지목했다.

개신교도는 천주교도에 비해 일과 관련된 유혹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도의 57%가 ‘일 미루기’를, 40%가 ‘게으름 피우기·일 열심히 안 하기’(40%)를 유혹으로 꼽은 반면 이들 항목을 지목한 천주교도는 각각 51%와 28%에 그쳤다. 바나그룹 측은 “개신교인에게 청교도적 직업윤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회 변화에 따라 미디어 기술 관련 유혹도 새롭게 등장했다. 응답자의 44%가 ‘지나친 미디어 탐닉’을, 11%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분노 표출’을 꼽은 것. 인터넷·스마트폰·비디오게임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과 온라인 욕설·악플로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과소비(44%), 타인 험담(26%), 질투(24%), 음란물 보기(18%), 거짓말·부정행위(12%), 과음·약물남용(11%) 등도 일상적인 유혹으로 선정됐다.

이런 유혹과 죄악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중에선 ‘하나님께 힘을 달라고 기도하기’(18%)가 가장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최보식 칼럼] "제 편지를 받으셨는지요?"(2012.11.29)


이 광란 속에서 제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붙잡기로 했어요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가치들이 죽어가고 있는 지금…

최보식 선임기자
편지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될 때도 있었다. "제 엽서가 잘 전해질지 알지도 못한 채 무턱대고 씁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카뮈-그르니에 서한집(1932~ 1960)'을 읽는다면, 우리는 '쯧쯧, 저런 안타까운 시절도 있었구나' 할 것이다. 소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와 산문집 '섬'으로 국내에 알려진 장 그르니에가 주고받았던 편지 모음이다. 카뮈는 마흔넷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3년 뒤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르니에는 카뮈의 고교 시절 스승이었다.

당시 이들이 서로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일주일 이상이 필요했다. 전란 통에 이리저리 옮겨다닐 때는 한 달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러니 '이제 막 선생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 손에 닿기까지 멀리 돌아온 편지였습니다'라고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우리는 손가락만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논쟁을 벌이고, 연애를 하고, 점심 먹을 식당 정보도 찾아낸다. 세상 소식에는 모르는 것이 없어졌다. "제 편지를 받으셨는지요? 선생님의 소식이 궁금합니다"라고 애타게 묻던 카뮈 시절과 비교하면 우리는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정보 독점으로 밥벌이하던 시대는 벌써 무너졌다. 사건 배후에 감춰진 '모종의 음모'도 금방 알아내고 전파된다. 어떤 자리에서 내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가, "정말 언론인 맞으세요?" 소릴 들은 적도 있다. 옛날에는 세상 소식이 며칠 끊겨도 별 탈 없었는데, 요즘 살아가려면 이렇게 많이 아는 것이 필요해졌다. 시시콜콜한 연예인 가십을 놓쳐도 삶의 한쪽 기둥이 허물어지는 것처럼 됐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소식과 근거 없는 낭설, 타인의 신상정보, 막말과 독설의 수집에 유독 집착하는 부류도 생겨났다.

이런 정보의 풍요(豊饒)라면 카뮈의 시대보다 우리가 지식과 이성에서 전진해야 옳다. 27세의 카뮈는 이런 편지를 썼다. '적어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이 광란 속에서 제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붙잡고 있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너무나 많은 가치들이 죽어가고 있는 지금, 최소한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가치들만이라도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지하철로 출근하니, 삶의 가치에 고민하던 카뮈 또래의 나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직장인은 고스톱에, 여대생은 단조로운 벽돌깨기 게임에, 또 술이 덜 깬 직장인은 어젯밤 놓친 예능 프로에 열중했다. 마치 전염처럼 한 명 예외도 없었다. 어떤 삶을 살다 가야 하는지를 요즘에는 아무도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

인기 있는 학자나 작가들도 대부분 트윗을 날리며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만 바쁘다. 거기에 쏟는 시간과 열정으로 세상을 좀 더 깊이 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잡담만 오갈 뿐 사상과 철학을 말하는 이들은 사라졌다. 본질과 근원적인 것에 대한 탐색은 부질없는 일처럼 됐다.

패스트푸드가 편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몸에 꼭 이로운 것은 아니다. 정신의 양식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손쉽게 주울 수 있는 정보와 유희(遊戱)만으로는 결코 인간을 균형 있게 성숙시키지 못한다. 편한 맛에 중독되면, 매스컴에서 퍼뜨려놓은 대로 우르르 쫓아가고 반응할 뿐이다. 허위의 말일수록 더 화사하다. 내용이 없는 언어일수록 더 선동적이다. 금세 우리 눈을 현혹하고 입속에 침이 고이도록 한다.

카뮈는 22세 때 공산당 입당(入黨)을 제안받고 편지를 썼다. '제게는 인간을 괴롭히는 불행과 고통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강한 열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명철한 의식을 유지할 것이며 절대 맹목적이 돼 넘어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카뮈 때보다 지금이 더 '명철한 의식'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맹목적이거나 속기 쉬운 대상이 된다. 가령 대선 후보마다 자신을 뽑아야 '세상이 바뀐다'고 하지만, 이는 후보나 그 주변에 들러붙은 '파리 떼'의 위세만 바뀔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뀐 적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아마 다음 정권에서는 세금은 늘고 수입은 줄고 빚은 늘어나는 것만 예정돼 있을 것이다.

진정 세상이 바뀌는 것은 그 속에 있는 우리 개인들의 의식 수준에 달려 있다. 자신의 휩쓸리는 모습을 냉정하게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젊어서 가끔은 어려운 책도 읽고,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도 참아내면서 말이다. 21세의 애송이 카뮈도 '제 자존심은 대부분의 경우 속 빈 허영이라는 것임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명철하게 판단해보는 것입니다'라고 썼다.

한낱 매스컴 스타를 '메시아'인 양 맹목적인 추종을 반복하면, 조작된 이미지에서 제대로 본질을 보지 못하면, 허위와 진실을 구분해내는 힘이 부족하면, 우리에게는 늘 그런 수준의 세상만 주어질 것이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J Report] 레벨업 되셨습니다 이자 0.5%P 더 획득(2012.11.20)


금융상품도 게임처럼 . 마케팅 새 트렌드
NH 독도 앱, 고기 많이 낚을수록
KB, 가상 농장 키우면 금리 우대
스마트폰 세대 ‘재미+저축’에 호응

최근 NH농협의 ‘내 사랑 독도 채움 사이버정기예금’에 가입한 임모(39)씨는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내사랑 독도’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바다 낚시로 고기를 잡는 게 나름 ‘손맛’이 있는 데다 고기를 많이 잡을수록 예금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임씨는 “레벨을 20까지 올리면 금리를 0.5%포인트 더 받을 수 있어 시작했는데 게임이 제법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이 확산하면서 국내에서도 ‘게임화’ 기법을 도입한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화’(gamification)란 게임(game)과 화(化·fication)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게임에서처럼 재미·경쟁·임무·보상의 요소를 상품 판매에 적용시키는 마케팅 기법을 뜻한다.

 센서가 장착된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달린 거리와 소모 칼로리를 계산해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나이키 플러스’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센서에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록 경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미리 정해둔 훈련 목표를 달성하면 웹사이트에서 가상의 트로피를 주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자신의 기록을 올려 친구들과 경쟁을 하기도 한다. 전 세계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나이키 플러스’를 활용해 운동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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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이처럼 게임과 접목된 상품·서비스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2억4200만 달러에서 2016년 28억3000만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가트너는 “2014년까지 글로벌 기업 2000개사 중 70% 이상이 게임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적어도 한 가지 도입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초기단계지만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런 게임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딱딱하고 밋밋한 예·적금 상품에서 벗어나 고객이 상품에 흥미를 갖게끔 게임의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동식물을 키우는 게임을 접목한 ‘KB 스마트폰 적금·예금’ 상품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전용상품이지만 출시 2년 만에 38만여 계좌에 2조8000억원이 팔려나갔다.

 이 상품은 스마트폰에 계좌 현황이 농장 화면처럼 형상화되는데 예·적금의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고객이 키우는 동물이 늘어난다. 또 지인에게 이 상품을 추천해 우대이율이 쌓일수록 나무와 먹이 수가 늘어나 농장이 풍성해진다. 술·커피 같은 소비를 줄이고 예·적금에 돈을 넣게 되면 아이콘을 받게 되는데, 이런 아이콘을 10회 이상 받으면 연 0.1%포인트, 20회 이상이면 연 0.2%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NH농협의 ‘내 사랑 독도 채움 사이버정기예금’은 게임에서 고기를 많이 잡으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적립된 포인트로 건물을 짓는 등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성과를 쌓아가면 레벨이 오르는데, 레벨이 오를 때마다 ▶금리 우대 ▶수수료 면제 ▶환율 우대 ▶보험 가입 ▶각종 이벤트 응모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의 ‘스마트 컨슈머’도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평가를 남기면 손으로 문질러 확인할 수 있는 행운권을 준다. 즉석복권처럼 긁어서 당첨되는 즐거움을 가미했다는 게 롯데카드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영화 관객수, 스포츠 구단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고객이 설정한 소망을 달성하면 다양한 부가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상품도 넓게 보면 게임화 기법을 적용한 상품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성호 수석연구원은 “사람은 재미를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다”며 “여기에 다른 사람과 경쟁이라도 붙으면 더 악착같이 달려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상품 서비스의 질이 비슷해지면서 이처럼 인간의 본능인 ‘재미’를 자극하는 게임화를 통해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PNC은행은 ‘Punching the pig’라는 게임을 통해 고객의 저축을 독려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BBVA은행도 ‘BBVA Game’이라는 앱을 개발하는 등 해외에서도 금융상품의 게임화는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의 금융컨설팅회사인 IND그룹이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게임화로 온라인 뱅킹 사용이 늘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6%에 불과했다.

 게임화에는 미래의 주거래 고객인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20~30대는 게임과 함께 자라온 이른바 ‘G세대’로 스마트폰·PC·게임기 등 디지털 재미를 추구한다. 하나금융연구소 김동한 연구원은 “소비시장에서 모바일·인터넷에 익숙한 G세대가 TV에 익숙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체하면서 게임화가 확산하는 추세”라며 “자산을 굴리면서 재미도 추구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