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4일 화요일

[박두식 칼럼] 새 대통령이 맞닥뜨릴 '김정은 시한폭탄'(2012.12.04)


28세에 권력을 쥔 北 김정은 집권 첫해에 줄곧 좌충우돌
북의 ICBM 보유와 체제 종말 중 무엇이 먼저 올지 알 수 없어
다음 대통령은 '북한 뇌관'을 실수 없이 해체할 수 있어야

박두식 정치부장
북한의 권력자 김정은은 올해 28세다. 그는 작년 1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이 급사(急死)하면서 갑작스럽게 권력을 물려받았다.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지 1년여 만이었다.
김정은이 집권 첫해인 올 한해 한 일을 보면 딱 28세 청년답다. 북한 매체는 올여름 ‘큰물 피해[수해·水害]’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올 수해로 사망자 300명, 실종·부상자 600여명이 발생했다. 이재민은 전년도 2만4000여명의 10배가량 되는 29만여명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대형 재난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단 한 번도 수해 현장을 찾지 않았다. 그는 올 들어 총 142번(11월 말 현재)의 현장지도를 다녔다. 그런데 정작 주민이 가장 고통을 겪은 수해 현장은 외면했다. 대신 7월에 문을 연 평양의 새 놀이공원(능라인민유원지)을 네 번이나 찾았다. 11월에 개장한 평양의 류경원(온천 및 체육시설)과 인민야외빙상장까지 합치면 올해 놀이시설만 10번 넘게 들렀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조부(祖父) 김일성의 100회 생일에 맞춰 열린 열병식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렇듯 28세 김정은은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북한 전역의 파출소장을 모아놓고 “인권 유린이 없도록 하라”면서도 “불순적대분자들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모조리 색출하라”는 서로 모순되는 지시를 내렸다. 인민들에게 ‘부귀영화’를 약속해 놓고 집권 첫해에 북한 땅에 길이 560m에 이르는 자신에 대한 찬양 문구부터 새겨넣었다.

집권 첫해부터 보여준 이런 기행(奇行) 덕분일까? 김정은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매년 실시하는 ‘올해의 인물’ 인터넷 투표에서 300만표 이상을 얻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얻은 표의 10배쯤 된다. 가수 싸이가 5위이고,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위다.

김정은은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 군(軍)의 추산에 따르면 이 두 번의 발사에 총 9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한다. 1t에 290달러 하는 옥수수를 310만t 살 수 있는 돈이다. 북한 주민 2400만여명이 10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북한 외교관들은 1년 내내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에 식량 지원을 부탁하고 있다. 그런 북한이 전 주민의 열 달치 식량을 허공에다 쏴 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이다. 북한은 1998년부터 네 번 로켓을 쐈다. 이 중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4월 발사 때는 1단과 2단 로켓 분리가 안 돼 460여㎞를 날아가다 공중 폭발했다.

북한이 이번에 로켓을 위성궤도에 진입시킨다 해도 곧바로 북의 원래 목표인 ICBM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ICBM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할 때 예상되는 5000~6000도의 고열을 이겨내는 것이다. 또 북의 핵 기술이 ICBM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한·미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이런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해 핵탄두 ICBM을 보유한들 그들이 원하는 ‘강성대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중국·러시아는 북한이 가지려 하는 ICBM을 적게는 수십기(基), 많게는 몇백기씩 갖고 있다. 국력을 평가하는 모든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강성대국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체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북이 ICBM을 보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김정은 체제의 종말 중 어느 쪽이 먼저 다가올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로켓은 허세(虛勢)다.

18대 대선 다음날인 12월 20일 아침 새 대통령 당선자를 기다리는 국가적 현안 중 하나가 북한이다. 북은 핵과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2000만명이 밀집한 우리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1000여문(門)의 장사정포를 갖고 있다. 그 포문을 열 명령권이 28세 김정은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의 의견이 가장 엇갈리는 지점도 북한 문제다. 대선일까지 남은 2주(週) 동안 누가 이 시한폭탄을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해체할 적임자인가를 따져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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