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북자 9명 평양에 들어간줄 모르고 中 공항서 그들을 찾고 있었다]
정부, 어제 오전까지 북송 몰라 - 평양행
탑승객 명단 확보 못해
베이징 공항서 육안으로 탑승객 확인하다가 놓쳐
라오스에서도 무기력 -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억류
18일간 면담 한번 안해… "北이 라오스 압박" 변명
중국 협조도 못 받아 - 9명 신원 통보했지만 평양행 비행기 탑승 못
막아
◇정부 北送 사실도 확인 못 해
정부는 29일 오전까지 탈북자 9명이 북송됐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어제(28일) 우리 측 여러 명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나가 4시간 동안 평양행 고려항공 탑승객 동향을 관찰했는데 (탈북자들이) 비행기 타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이미 베이징을 떠나 평양으로 들어가 있던 시각까지 우리 정부는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지 못한 것 등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라오스에서도 안이한 대응
정부는 '꽃제비'들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 국경을 넘은 10일부터 이들의 존재를 인지했다. 하지만 라오스 정부가 이들을 북한 당국에 넘기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정부는 라오스 정부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라오스 정부가 '20일쯤 탈북자들을 곧 (우리 쪽에) 인도하겠다'고 하다가 전격적으로 북한에 넘겨줬기 때문에 사태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탈북자들이 라오스 정부에 억류돼 있는 18일(10~27일) 동안 단 한 번도 이들을 면담하지 않았다.
정부는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압송된 후에도 "9명의 신원을 중국측에 통보하고 북송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평양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측 요청에 따라 탈북자들에게 중국 도시들을 경유할 수 있는 단체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북송을 사실상 묵인했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의 안이함과 외교적 무능이 빚은 참극"이라며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 벌인 외교전에서 이처럼 밀린 데 대해 "우리 대사관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북측이 이례적으로 라오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특수 사례일 뿐"이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건을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에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꽃제비
집과 부모를 잃고 장마당 등을 떠돌며 구걸로 연명하는 북한 어린이·청소년을 말한다. ‘유랑’ ‘떠돌이’를 뜻하는 러시아어 ‘코체비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여러 명(10명 이내)이 몰려다니며 각자 역할을 나눠 구걸·소매치기·날치기·도둑질을 한다. 1990년대 중·후반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두만강·압록강 주변을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출현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