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安家도 위험” 4일 18명 옮겨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로 4일 라오스에 있는 탈북자 18명을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저로 이송하는 작전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및 대북 소식통은 6일 “박 대통령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안가(安家·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은신처)에 머물던 탈북자 18명을 모두 대사관저로 이동시키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 지하 벙커인 국가안보실 예하 위기관리상황실에서 자리를 지키며 이송 상황을 지휘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18명 중
마지막 1명이 대사관저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걸 확인할 때까지 위기관리상황실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외교안보 주요 당국자들이
벙커를 지켰으며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안가에 머물던 탈북자들을 대사관저로
인솔했으며, 18명을 한꺼번에 옮기지 않고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이동시키느라 이송 시간이 하루 종일 걸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국 정부가
이송 작전의 보안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지하 벙커를 떠나지 않고 탈북자들의 이송을 직접 확인하며 지휘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은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추방돼 북한 당국에 의해 평양으로 압송되는 사태가 일어나자 당시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면서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라오스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상황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라오스의 안가에 18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라오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안가도 안전하지 않다”며 “탈북자들을 대사관저로 이동시킬 것”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朴대통령, 18명 이송 끝날때까지 靑벙커 지켜 ▼
안가에 있는 탈북자들을 모두 대사관저로 옮긴 것도
이례적이다. 통상 탈북자들은 안가에 머물다 한국으로 향하며 대사관저로 옮기는 경우는 환자나 아기인 경우에 한정된다고 한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데는 비슷한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3일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로 북송된, 정말 안타깝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라오스 정부는 “10대 미성년자의 정치적 망명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인신매매에 대응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듯 라오스 당국이 탈북자의 한국행에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또다시 탈북자들이
라오스 당국에 체포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오스를 경유하는 탈북 루트가 막히지 않도록 라오스 당국에
외교적 노력을 벌이는 것과 별도로 탈북자도 한국 국민인 만큼 국민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주라오스 대사관은 라오스 당국과의 비공식 신사협정에 따라 중국을 거쳐 라오스로 들어간 탈북자들을 안가에서 보호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라오스 등을 거쳐 한국으로 탈출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주라오스 한국대사관 내에 탈북자들이 한국행 때까지 머물 공간을 마련했으나 탈북자가
늘어나면서 이 공간만으로 수용이 어려워지자 별도의 안가를 마련한 것이다.
2013년 6월 6일 목요일
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조선일보]"北送 9명 중 8명이 내 친구들… 꼭 살리고 싶어"(2013.05.31)
'꽃제비'로 중국서 함께 생활, 작년 1월 한국 온 김강식씨
"11세 때부터 중국오가며 같이 구걸했던 아이들… 北送 직전에도 1명과
통화
평양가면 다시 나오기 힘들어… 국제사회가 도와달라"
―이번에 북송된 9명과의 관계는?
"내가 양강도 혜산 출신인데 거의 대부분이 아는 친구들이다. 11세 때부터 북한에서 구걸 생활을 했다. 이후 중국에서 왔다갔다할 때 만났던 친구들이다. 일부는 같이 학교 다니고, 어린 시절부터 알던 친구도 있다. 꽃제비, 한국말로 하면 노숙자 생활하면서 쓰레기장에서 주워 먹고 도둑질하면서 살았다."
―언제 한국에 왔나?
"나는 2010년에 9명이랑 함께 북한에서 나왔다. 이후 중국에 와서 도와주시는 주 목사님을 만났다. 그다음에 6명이 더 합류해서 15명이 한집에서 지냈다. 15명 중에서 조(組)를 짜서 나를 포함해 3명이 먼저 (한국에) 입국했다. 12명이 남아 있었는데 미국으로 3명이 갔다. 나는 중국에서 1년 7개월 있다가 2011년 중국에서 나와 2012년 한국에 왔다. 이번에 북송된 9명 가운데 1명은 나 있을 때는 없었다. 모르는 아이다."
―중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주 목사님이 도와주셔서 한집에 모여서 생활하면서 공부를 했다. 수학, 한글, 성경, 영어 등을 공부했다. 밖에 돌아다니기 어려우니까 쉬는 날에는 TV를 봤다."
―다른 아이들은 어땠나?
"탈북하다가 붙잡혔던 적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북에서 맞아서 머리에 상처가 있는 아이도 있었다. 북한에 있을 때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 상태가 나빠서 나이보다 키가 작다. 여자 아이들과는 친하지 않아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지는 못했다. 같이 지내다 보니까 남자 아이들끼리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 몇은 수학, 영어 등에서 공부를 잘했다."
―아이 가운데 일본인 어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었다. A(23) 어머니가 일본 여자였고 일본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평양에 산다더라. 본인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소리로 언뜻 들었다. 아이들은 본인 이야기 잘 안 한다. 물어볼 수도 없었다. 평양에 살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A랑은 2010년에 만나서 이제 알아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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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려다 최근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지난해 성탄절 이브 때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두 손을 든 발랄한 모습이다. /MBC 제공
"중국에서는 계속 연락했다. 통화할 때 한국에 간다고 들떠 있었다. 온다니까 좋아하면서 웃기도 했다. 이번에 북송된 9명 중 1명과는 지난 8일 무렵에도 전화 통화 했다. 한국에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드니까 그냥 '중국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이야기도 하더라."
―북송된 친구들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평양으로 가면 정말 나오기 힘들다. 나는 (탈북하다 붙잡혔을 때) 양강도에 있어서 6개월 만에 나왔지만,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처형될 가능성?
"30% 정도 될 같다."
―한국에 오려는 꽃제비들이 많나?
"많지만 혼자는 힘들다. 나도 좋은 사람 만나서 가능했다. 지금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중국, 동남아 등에 많이 있다."
―인터뷰에 응한 계기는.
"동생들을 사랑하고, 보고 싶고 살리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 국정원에도 전화하고 하나원에도 전화했다. 그쪽에서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바는?
"같은 사람인데, 한국에 오고 싶은 사람들인데, (한국이) 힘 좀 써주면 좋겠다."
―친구들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믿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북한 가면 못 만난다고 하지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중앙일보]북, 탈북자 압송 전격 작전 … 납북 일본인 아들 숨기기?(2013.05.31)
일본 언론 “마쓰모토 아들 가능성”
스가 관방장관 “관계국과 확인 중”
탈북 도운 선교사와 친한 인권단체
“1년 함께 지내면서 그런 말 안 해”
마쓰모토 교코
지난 28일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가운데 납북 일본인의 아들 문철(23)씨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30일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한국 정부가 이런 첩보를 입수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TV아사히 등은 동아일보가 이런 보도를 했다면서 문씨에 대해 “1977년 납북된 일본인 여성 마쓰모토 교코(松本京子)의 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77년 당시 29세이던 마쓰모토는 돗토리(鳥取)현 요나고(米子)시 자택에서 뜨개질 학원을 가던 중 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이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된 피해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납북자로 공식 지목한 17명 중 한 명이다.
문씨가 마쓰모토의 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북한의 이례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북한은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 억류되고 있는 동안 요원을 파견하고 친북 인사를 라오스 이민국 심사에 참여시켜 관련 정보까지 캐갔다고 한다. 지난 20∼24일에는 라오스 인민혁명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라오스 대표단을 평양으로 초청해 탈북청소년 귀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탈북자를 북송하는 루트나 수단도 달랐다. 그동안에는 육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경우엔 라오스 비엔티안→중국 쿤밍→중국 베이징→북한 평양으로 비행기를 세 차례나 갈아타면서 24시간 이내에 북송작전을 전격적으로 마무리했다. 탈북 청소년 9명에 대해 관용여권 소지자 등 다수의 인원을 붙여 철저히 감시하면서다. 뭔가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불가피한 이유가 납북 일본인 문제가 국제사회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게 일부 일본 언론의 주장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아직까지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움직인 정황은 많지만 문씨와 마쓰모토 간의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송된 탈북 고아 중 납북된 일본인의 아들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가 아는 바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도 “그런 소문은 들었지만 정확한 정보는 없다”고 했다.
물론 문씨가 납북 일본인의 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탈북 청소년 9명을 탈출시킨 선교사 주모씨와 긴밀히 연락해 온 정베드로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주 선교사가 1년 이상 문씨를 데리고 있었는데도 납북 일본인의 자녀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납북 일본인 자녀가 있었다면 일본 쪽을 통한 탈출 방법도 강구했을 텐데 그런 적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과 관련이 있었다면 당연히 중국 선양 주재 일본 대사관에 진입하거나 일본 측 외교관과의 접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이란 얘기다. 라오스 정부가 조사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와 관련한 정황을 파악했다면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본인 납북은 재일동포 북송사업 와중에서 불거졌다. 59년 시작된 북송사업으로 20여 년간 9만3000여 명이 북한으로 갔다. 이 중엔 일본인 처 1800여 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은 9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고향인 일본을 방문했으나 2002년 이후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북·일 간 갈등 요소로 떠오르면서 중단됐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탈북 청소년들은 6개월에서 수년간 국경 근처에서 먹을 것 없이 떠돌던 이들로 북한 당국이 특별 관리하는 납북자일 가능성은 낮다”며 “ 문씨가 일본인의 자녀라고 해도 마쓰모토의 자녀가 아닌 다른 북송 일본인의 자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납치 일본인과 북송 일본인 처는 현격히 다르다”며 “탈북 청소년들이 라오스까지 탈북에 성공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통제가 엄격할 납치 일본인의 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은 관련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TV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관련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전 브리핑에서 “관계국과 연결을 취하는 등 외교 루트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답변드리기는 힘들다”면서 “어쨌든 정부로선 모든 납치 피해자의 생존을 전제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씨가 마쓰모토의 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북한의 이례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북한은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 억류되고 있는 동안 요원을 파견하고 친북 인사를 라오스 이민국 심사에 참여시켜 관련 정보까지 캐갔다고 한다. 지난 20∼24일에는 라오스 인민혁명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라오스 대표단을 평양으로 초청해 탈북청소년 귀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탈북자를 북송하는 루트나 수단도 달랐다. 그동안에는 육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이번 경우엔 라오스 비엔티안→중국 쿤밍→중국 베이징→북한 평양으로 비행기를 세 차례나 갈아타면서 24시간 이내에 북송작전을 전격적으로 마무리했다. 탈북 청소년 9명에 대해 관용여권 소지자 등 다수의 인원을 붙여 철저히 감시하면서다. 뭔가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불가피한 이유가 납북 일본인 문제가 국제사회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게 일부 일본 언론의 주장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아직까지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움직인 정황은 많지만 문씨와 마쓰모토 간의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송된 탈북 고아 중 납북된 일본인의 아들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부가 아는 바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도 “그런 소문은 들었지만 정확한 정보는 없다”고 했다.
물론 문씨가 납북 일본인의 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탈북 청소년 9명을 탈출시킨 선교사 주모씨와 긴밀히 연락해 온 정베드로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주 선교사가 1년 이상 문씨를 데리고 있었는데도 납북 일본인의 자녀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납북 일본인 자녀가 있었다면 일본 쪽을 통한 탈출 방법도 강구했을 텐데 그런 적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과 관련이 있었다면 당연히 중국 선양 주재 일본 대사관에 진입하거나 일본 측 외교관과의 접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이란 얘기다. 라오스 정부가 조사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와 관련한 정황을 파악했다면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본인 납북은 재일동포 북송사업 와중에서 불거졌다. 59년 시작된 북송사업으로 20여 년간 9만3000여 명이 북한으로 갔다. 이 중엔 일본인 처 1800여 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은 9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고향인 일본을 방문했으나 2002년 이후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북·일 간 갈등 요소로 떠오르면서 중단됐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탈북 청소년들은 6개월에서 수년간 국경 근처에서 먹을 것 없이 떠돌던 이들로 북한 당국이 특별 관리하는 납북자일 가능성은 낮다”며 “ 문씨가 일본인의 자녀라고 해도 마쓰모토의 자녀가 아닌 다른 북송 일본인의 자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납치 일본인과 북송 일본인 처는 현격히 다르다”며 “탈북 청소년들이 라오스까지 탈북에 성공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통제가 엄격할 납치 일본인의 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은 관련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TV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관련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전 브리핑에서 “관계국과 연결을 취하는 등 외교 루트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사실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답변드리기는 힘들다”면서 “어쨌든 정부로선 모든 납치 피해자의 생존을 전제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탈북자 9명 평양 압송… 유엔 '중대한 우려' 성명(2013.05.31)
라오스의 송환 조치 조사중
朴대통령, 시진핑에 '탈북자 보호' 요청할 듯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은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이 망명 심사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을 우려한다"며 모든 국가들이 난민을 박해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추방 또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이 라오스 정부의 송환 조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테레스 대표의 성명은 9인의 탈북자가 북송된 후 유엔에서 나온 첫 번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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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짧았던 자유… 다시 北으로 끌려간 아이들… 이들에게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다. 중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오려다 강제 북송된‘꽃제비(탈북 고아)’출신 탈북자들이 작년 여름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중국의 한 도시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중 신체 대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한 6명은 이미 한국 등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고, 얼굴만 모자이크 처리한 탈북자 8명은 이번에 북송됐다. 이들 8명과 사진에 없는 1명 등 총 9명이 이번에 북으로 끌려갔다. 사진은 중국에서 이들과 함께 1년7개월 동안 생활한 탈북자 김강식(가명)씨가 TV조선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김씨는“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같은 나이의 한국인보다 키가 작다”고 말했다. /중국서 함께 지냈던 탈북자 제공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탈북자 북송) 보고를 받고 마음 아파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할 때 전반적인 탈북자 문제를 의제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중 양국은 6월 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고 의제를 최종 조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방미(訪美) 중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탈북자 북송은 "인도적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이 남한으로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를 직접 북한 당국자들에게 넘긴 라오스에 대해서는 외교부를 통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라오스를 통한 탈북 경로는 그동안 비교적 잘 유지돼 왔는데 북한이 보통 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인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동아일보][준비해야 하나 된다/굶주리는 북녘]<상>사선을 넘는 아이들(2013.05.30)
배곯는 北어린이, 南보다 19cm 작아… ‘다른 인종’ 우려
《 북한을 탈출한 15∼23세 꽃제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됐다가 곧바로 강제 북송된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부모 없는 고아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일까. 이들은 라오스 이민국의 조사 과정에서 “북한에서 배고파 죽느니, 죽을 각오로 한국에 가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대표적 취약계층인 어린이 및 영유아, 임산부 등의 참담한 현실을 진단하는 상하 시리즈를 마련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연중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 7대 다짐 중 하나인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를 실천하려는 의지도 담았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다. 》
2012년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13세 유진이(가명)는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콩나물을 팔았다. 2006년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간 엄마의 소식이 끊긴 후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늘 배가 고팠다. 하루 세 끼를 먹은 날이 기억에 없다. 한두 끼도 불린 국수나 강냉이밥으로 때운 적이 많다. 아예 끼니를 거르는 날도 적지 않았다. 사흘을 내리 굶어 힘없이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다. 팔고 있던 생콩나물을 씹어보기도 했다. 장마당에서 파는 ‘인조고기밥’은 그저 쳐다만 봤다. 콩을 고기처럼 갈아 넣고 만든 인조고기밥은 유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진이는 지난해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먼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8번째 시도 만에 탈북 브로커를 통해 딸을 북한에서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진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 “인조고기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 김정은보다 무서운 굶주림
북한의 식량 사정은 2012년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 이후 나빠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약 50만 t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2월 이를 65만7000t으로 늘려 잡았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경우 280만 명의 주민이 끼니를 거르는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대북사업 평가보고서도 올해 1분기(1∼3월) 조사대상 북한 가정(87개)의 80%가 영양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북한의 영유아를 비롯한 취약계층은 이런 식량부족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올해 3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WFP 등이 공동 발표한 북한식량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북한 어린이의 27.9%인 47만5868명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중 8.4%는 심각한 상태였다.
엄마와 함께 탈북한 후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에 다니는 5세 박재원(가명) 군은 입학 초기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굴러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허기진 생활에 익숙해 있던 박 군이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뒤 장에 탈이 난 것. 이 학교를 운영하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소화 문제가 자주 생기고 병원에서 관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시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린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8세 김진혁 군의 경우 최근 건강검진에서 결핵 판정을 받았다. 과거 장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험한 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 이대로 가면 ‘같은 민족, 다른 인종’의 비극 온다
영양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진이(13)의 체구는 남한 어린이 9, 10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래 평균(156cm)보다 키가 무려 30cm가량 작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만 11세 남자 어린이 평균 키는 144cm, 몸무게는 39kg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에 머물렀다. 남북의 키 차이가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에 이른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5대 기본 영양소나 비타민과 철분 요오드 같은 미량원소가 부족하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은 물론이고 인지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 및 이에 따른 발달 격차가 장기화되면 사실상 인종이 바뀐다고 느낄 만큼 심각한 편차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생유전학(epigenetics)’ 혹은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는 “(분단 이후) 60여 년밖에 안 흘렀기 때문에 남북 간에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양상태의 차이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발현이 더 잘되고 안 되고 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13세 유진이(가명)는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 콩나물을 팔았다. 2006년 돈을 벌어오겠다며 나간 엄마의 소식이 끊긴 후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늘 배가 고팠다. 하루 세 끼를 먹은 날이 기억에 없다. 한두 끼도 불린 국수나 강냉이밥으로 때운 적이 많다. 아예 끼니를 거르는 날도 적지 않았다. 사흘을 내리 굶어 힘없이 누워만 있었던 적도 있다. 팔고 있던 생콩나물을 씹어보기도 했다. 장마당에서 파는 ‘인조고기밥’은 그저 쳐다만 봤다. 콩을 고기처럼 갈아 넣고 만든 인조고기밥은 유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진이는 지난해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먼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8번째 시도 만에 탈북 브로커를 통해 딸을 북한에서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진이는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 “인조고기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 김정은보다 무서운 굶주림
북한의 식량 사정은 2012년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 이후 나빠지는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부족량을 약 50만 t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2월 이를 65만7000t으로 늘려 잡았다. 만성적인 식량난이 계속될 경우 280만 명의 주민이 끼니를 거르는 식량부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월 초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대북사업 평가보고서도 올해 1분기(1∼3월) 조사대상 북한 가정(87개)의 80%가 영양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북한의 영유아를 비롯한 취약계층은 이런 식량부족 문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올해 3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WFP 등이 공동 발표한 북한식량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북한 어린이의 27.9%인 47만5868명이 만성화된 영양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 이 중 8.4%는 심각한 상태였다.
엄마와 함께 탈북한 후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에 다니는 5세 박재원(가명) 군은 입학 초기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굴러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허기진 생활에 익숙해 있던 박 군이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뒤 장에 탈이 난 것. 이 학교를 운영하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은 “아이들의 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소화 문제가 자주 생기고 병원에서 관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북한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동시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도 시달린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말 탈북한 8세 김진혁 군의 경우 최근 건강검진에서 결핵 판정을 받았다. 과거 장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주워 먹으며 험한 생활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 이대로 가면 ‘같은 민족, 다른 인종’의 비극 온다
영양이 부족해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진이(13)의 체구는 남한 어린이 9, 10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래 평균(156cm)보다 키가 무려 30cm가량 작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2011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만 11세 남자 어린이 평균 키는 144cm, 몸무게는 39kg인 반면 북한 어린이는 125cm, 23kg에 머물렀다. 남북의 키 차이가 19cm, 몸무게 차이는 16kg에 이른다.
서울대 윤지현 교수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5대 기본 영양소나 비타민과 철분 요오드 같은 미량원소가 부족하면 아이들의 성장 발달은 물론이고 인지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 및 이에 따른 발달 격차가 장기화되면 사실상 인종이 바뀐다고 느낄 만큼 심각한 편차가 생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후생유전학(epigenetics)’ 혹은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아주대병원 의학유전학과 정선용 교수는 “(분단 이후) 60여 년밖에 안 흘렀기 때문에 남북 간에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양상태의 차이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발현이 더 잘되고 안 되고 하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北은 군사작전하듯 탈북자 압송… 정부는 쳐다만 봐(2013.05.30)
[정부, 탈북자 9명 평양에 들어간줄 모르고 中 공항서 그들을 찾고 있었다]
정부, 어제 오전까지 북송 몰라 - 평양행
탑승객 명단 확보 못해
베이징 공항서 육안으로 탑승객 확인하다가 놓쳐
라오스에서도 무기력 -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억류
18일간 면담 한번 안해… "北이 라오스 압박" 변명
중국 협조도 못 받아 - 9명 신원 통보했지만 평양행 비행기 탑승 못
막아
◇정부 北送 사실도 확인 못 해
정부는 29일 오전까지 탈북자 9명이 북송됐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어제(28일) 우리 측 여러 명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나가 4시간 동안 평양행 고려항공 탑승객 동향을 관찰했는데 (탈북자들이) 비행기 타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이미 베이징을 떠나 평양으로 들어가 있던 시각까지 우리 정부는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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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이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지 못한 것 등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라오스에서도 안이한 대응
정부는 '꽃제비'들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 국경을 넘은 10일부터 이들의 존재를 인지했다. 하지만 라오스 정부가 이들을 북한 당국에 넘기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정부는 라오스 정부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라오스 정부가 '20일쯤 탈북자들을 곧 (우리 쪽에) 인도하겠다'고 하다가 전격적으로 북한에 넘겨줬기 때문에 사태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은 탈북자들이 라오스 정부에 억류돼 있는 18일(10~27일) 동안 단 한 번도 이들을 면담하지 않았다.
정부는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압송된 후에도 "9명의 신원을 중국측에 통보하고 북송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평양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북한측 요청에 따라 탈북자들에게 중국 도시들을 경유할 수 있는 단체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북송을 사실상 묵인했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의 안이함과 외교적 무능이 빚은 참극"이라며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 벌인 외교전에서 이처럼 밀린 데 대해 "우리 대사관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북측이 이례적으로 라오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특수 사례일 뿐"이라고 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이번 사건을 유엔난민기구(UNHCR) 등 국제기구에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꽃제비
집과 부모를 잃고 장마당 등을 떠돌며 구걸로 연명하는 북한 어린이·청소년을 말한다. ‘유랑’ ‘떠돌이’를 뜻하는 러시아어 ‘코체비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여러 명(10명 이내)이 몰려다니며 각자 역할을 나눠 구걸·소매치기·날치기·도둑질을 한다. 1990년대 중·후반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두만강·압록강 주변을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출현했다.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조선일보][오늘의 세상] 라오스, 탈북자 9명 추방… 北이 비행기 태워 中으로 '압송'(2013.05.29)
15~23세인 탈북고아 '꽃제비' 출신 9명, 北送될 위기
한국측, 1~2주내 인도하던 관례 믿고 안이한 대응한 듯
北인권단체
"대사관, 18일간 탈북자 한번도 면회 안해"
탈북 단속 강화한 김정은 정권
라오스에 외교총력전 편 듯
◇외교전에서 北에 밀려
28일 탈북자 단체 등에 따르면, 문모(23)씨 등 15~23세 남자 7명, 여자 2명은 한국인 목사 장모씨 부부의 지원을 받아 북한을 탈출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중국 남부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다 경찰에 붙잡혔다. 장 목사는 체포된 직후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에 구명을 요청했으나 대사관에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 일단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목사와 탈북자 일행은 1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이송됐다. 라오스 정부는 보통 탈북자를 체포한 후 1~2주 내에 우리 측에 신병을 넘기던 과거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이후 라오스 정부는 27일 문모씨 등 탈북자 9명을 '출발지인 인근국(중국)'으로 강제 추방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사후 통보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이 이민국에 18일간 수용돼 있는 동안 주라오스 한국 대사관에서는 단 한 차례 면회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은 27일 오후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에 도착했으며 현재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여러 사람이 탈북자들과 함께 이동 중"이라며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호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측은 라오스를 떠나기 전 탈북자들에게 합법적 여행 증명서와 여권 등을 소지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조만간 북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라오스 이례적으로 비행기 압송 허용, 왜?
북한이 탈북자 문제에 신속하게 개입해서 이들을 인계한 후, 비행기에 태워 데려간 것은 이례적이다. 라오스 정부도 관례를 깨고 공항에서 바로 비행기에 태워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
북한 소식통은 "과거 김정일은 탈북자들에 대해 '배신자는 갈 테면 가라'는 식이었으나 김정은이 들어선 이후로는 단속과 통제가 심해졌다"며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이 이런 변화에 맞춰 열심히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2706명을 기록했으나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1509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3월 현재 320명 선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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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2007년 8월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 지역을 넘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에서 붙잡힌 탈북자 9명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용호 AD
그렇지만, 이번 사건에서 우리 정부 당국이 평소처럼 인계될 것으로 보고 안이한 대응을 해서 탈북자들을 북송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탈북자들의 90%가량이 '북한→중국→라오스(이후 태국까지 가는 경우도 있음)' 경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탈북자 송환에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이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듣고도 18일 동안 이들을 방치했으며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탈북자 9명이 현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북송된다면 심각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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