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조선일보][오늘의 세상] 라오스, 탈북자 9명 추방… 北이 비행기 태워 中으로 '압송'(2013.05.29)

15~23세인 탈북고아 '꽃제비' 출신 9명, 北送될 위기
한국측, 1~2주내 인도하던 관례 믿고 안이한 대응한 듯
北인권단체 "대사관, 18일간 탈북자 한번도 면회 안해"
탈북 단속 강화한 김정은 정권
라오스에 외교총력전 편 듯


 북송위기 탈북자 9명 이동 경로 지도
'꽃제비(탈북 고아)' 출신 탈북자 9명이 지난 10일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도착했으나 라오스 정부가 이들을 강제 추방 형식으로 북한 관계자들에게 넘긴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남북한은 탈북자 9명이 라오스에 도착한 직후부터 이 사건을 인지하고 외교전을 벌였으나, 라오스 정부는 북한 편을 들어줬다. 북한은 27일 탈북자들을 인계하자마자 이례적으로 비행기에 태워 중국으로 이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탈북자 중에 북한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넘겨줘서는 안 될 사람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전에서 北에 밀려

28일 탈북자 단체 등에 따르면, 문모(23)씨 등 15~23세 남자 7명, 여자 2명은 한국인 목사 장모씨 부부의 지원을 받아 북한을 탈출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중국 남부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가다 경찰에 붙잡혔다. 장 목사는 체포된 직후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에 구명을 요청했으나 대사관에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 일단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목사와 탈북자 일행은 1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이송됐다. 라오스 정부는 보통 탈북자를 체포한 후 1~2주 내에 우리 측에 신병을 넘기던 과거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이후 라오스 정부는 27일 문모씨 등 탈북자 9명을 '출발지인 인근국(중국)'으로 강제 추방했다고 우리 대사관에 사후 통보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이 이민국에 18일간 수용돼 있는 동안 주라오스 한국 대사관에서는 단 한 차례 면회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은 27일 오후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에 도착했으며 현재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여러 사람이 탈북자들과 함께 이동 중"이라며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호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측은 라오스를 떠나기 전 탈북자들에게 합법적 여행 증명서와 여권 등을 소지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조만간 북송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라오스 이례적으로 비행기 압송 허용, 왜?

북한이 탈북자 문제에 신속하게 개입해서 이들을 인계한 후, 비행기에 태워 데려간 것은 이례적이다. 라오스 정부도 관례를 깨고 공항에서 바로 비행기에 태워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

북한 소식통은 "과거 김정일은 탈북자들에 대해 '배신자는 갈 테면 가라'는 식이었으나 김정은이 들어선 이후로는 단속과 통제가 심해졌다"며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이 이런 변화에 맞춰 열심히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 2706명을 기록했으나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1509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3월 현재 320명 선에 그치고 있다.


 탈북자들이 2007년 8월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 지역을 넘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에서 붙잡힌 탈북자 9명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자들이 2007년 8월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 지역을 넘고 있다. 이번에 라오스에서 붙잡힌 탈북자 9명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용호 AD
이번 사건 배경에는 북한과 라오스의 전통적 우호 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에서 우리 정부 당국이 평소처럼 인계될 것으로 보고 안이한 대응을 해서 탈북자들을 북송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탈북자들의 90%가량이 '북한→중국→라오스(이후 태국까지 가는 경우도 있음)' 경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탈북자 송환에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민주화 네트워크 등 북한인권단체들은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이들의 체포 소식을 전해 듣고도 18일 동안 이들을 방치했으며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탈북자 9명이 현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들이 북송된다면 심각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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