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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0일 수요일

말 바꾼 경찰 "국정원 여직원, 대선 글 직접 올렸다"(2013.01.31)


지난 25일 오후 불법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가 3차 조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 대선 때 특정후보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김모씨(29·여)를 수사해온 경찰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대선 관련 댓글은 없었다는 경찰의 수사 발표와 달리 정치적 성향의 댓글이 49건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이 찬반을 표시했다고 지목한 진보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이외의 사이트에도 김씨가 글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국정원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축소하거나 은폐하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씨가 작성한 게시글은 주요 정치·사회 쟁점을 다루면서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야당과 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1일 "김씨가 '오유' 게시판에 직접 대선과 관련한 글을 49건 올렸다"고 밝혔다.

또 김씨는 국내 최대 중고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서도 4대강, 해군기지 등 정치문제와 관련한 글을 29회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김씨와 김씨의 변호인 측은 "게시판에 직접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고 경찰도 역시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가 쓴 글은 있으나 대선과 전혀 관련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배드림에서 확인된 김씨의 글은 29건으로 이들은 주로 4대강, 해군기지 등 정치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은 '기자간담회 당시 대선 관련 글이 없다'고 밝힌데 대해 "전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명확하게 대선에 개입하려는 글은 아닌 것으로 본다는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文측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갖고 있는 건 사실 없지만…"(2012.12.15)


"하지만 더 큰 게 있다"… 법조계 "미행→고의 접촉사고→38시간 점거는 인권침해"


민주통합당은 '국정원 인터넷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4일째인 14일까지도 "국정원 직원 김모씨 등이 조직적으로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달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갖고 있는 댓글 자료는 사실 없다. 하지만 더 큰 게 있다"고 말했다. 증거 없는 의혹 제기만 계속되면서, 김씨를 차량으로 미행하고 오피스텔 앞을 봉쇄한 것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김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행을 하고 고의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오피스텔을 알아낸 후에는 "국정원 아지트"라며 문 앞을 38시간 동안 점거하고 가족의 출입까지 막았다. 민주당은 김씨에게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이를 요구할 아무런 법적 권리도 없었다.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의 이헌 변호사는 "민주당의 미행, 감시 등 행위는 민간인 사찰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하창우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민주당의 행동은 감금죄,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고, 김씨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붙잡고 당신 간첩으로 의심되니까 휴대폰과 컴퓨터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김씨를 미행하던 시간에 문 후보가 인권대통령이 되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문 후보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누구나 존중받으며 사는 사회, 국가가 단 한 사람의 인권도 소홀히 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고 했었다.

민주당은 14일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김씨가 컴퓨터 제출에 3일씩이나 시간을 끈 것은 증거 인멸을 위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국정원 측은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막은 것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선관위와 경찰이 김씨 집에 들어가기에 앞서 국정원 직원이 먼저 들어간 것도 문제 삼았다. 국정원 측은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서 "겨우 몇 분 먼저 들어가서 증거 인멸을 했겠느냐"라고 했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이철호의 시시각각] “정치인의 입보다 발을 보라”(2012.11.20)

어제 나온 한국대학신문의 기사가 재미있다. 서울의 10개 대학 학보사가 학부생 9200명에게 물어본 대선 설문조사 결과다. 당연히 안철수 후보(이하 경칭 생략)의 인기가 상한가였고, 문재인이 중간, 꼴찌가 박근혜였다. 눈길을 끄는 건 그 다음의 반전이다. 세 후보의 이름을 모두 가리고 5개 항목의 청년 공약을 고르라고 하니 정반대였다. 박근혜가 3개 분야에서 이겼고, 문재인은 두 항목에서 1위, 안철수는 모두 2~3위로 내려앉았다. 박근혜의 소득에 따른 반값 등록금, 안보를 고려한 군 복무 단축, 특성화와 다양화를 위한 대학 지원이 문·안의 공약을 압도했다.

 왜 이런 역설(逆說)이 나왔을까. 세 후보의 지지율과 깜깜이 공약 조사가 완전 반대다. 이성적 판단보다 이미지에 홀린 탓이 아닌지 궁금하다. 하지만 ‘묻지마 지지’가 어디 대학생뿐일까. 노년 세대에 설문조사를 했어도 비슷한 역설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노년층의 지지율은 박근혜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공약만 따져보면 문재인·안철수 쪽이 훨씬 알뜰하다.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로 올리고, 어버이날까지 공휴일로 삼는단다. 이런 깨알 같은 효자 공약에 꿈쩍도 않는 노년층의 지지 성향이 해괴할 정도다.

 냉정하게 보면 2030세대는 복지 공약에 인색한 후보를 선택하는 게 맞다. 노년 세대는 더 이상 세금 부담이 없다. 자신이 낸 돈보다 더 많은 연금과 복지 혜택을 누리다 가면 그만이다. 남은 설거지는 오래 세금을 내야 할 젊은이들의 몫이다. 지금 같은 대선을 두어 번만 더 치르면 연기금·건강보험은 거덜나게 돼 있다. 누가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화염병을 던지는가. 복지 후유증에다 일자리마저 꽉 막힌 청년 세대가 분노의 주역이다. 지금 화려한 대선 공약도 마이너스 통장 미리 당겨 써놓고, 남은 계산서는 아들딸에게 넘기려는 눈속임이나 다름없다.

 대선을 29일 남기고도 여전히 ‘깜깜이 대선’이라 한숨을 쉰다. 하지만 ‘예능 정치’로 접근하면 이보다 흥미진진한 대선은 없다. 안철수가 정치 초보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그는 후보 단일화를 자신이 유리한 여론조사 쪽으로 노련하게 몰고 갔다. 문재인과 양자토론에 이어 여론조사로 한판 승부를 낼 게 분명하다. 안철수는 무릎팍 도사·힐링캠프로 뜬 데 이어 드디어 오디션 프로로 끝장내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대선이 마치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는 예능 프로의 긴박감으로 넘쳐난다.


정치권과 개(犬)의 공통점이란 우스개가 있다. ‘가끔 주인도 몰라보고 덤빈다’로 시작해 맨 마지막에 ‘미치면 약도 없다’로 끝난다. 대선을 앞둔 지금이 영 그 꼴이다. 지난 주말 국회는 택시를 버스전용차로에 밀어넣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대 피해자는 버스로 통근하는 수도권 신도시의 젊은 샐러리맨일 것이다. 정치권은 막무가내로 대형 마트 영업시간도 제한했다. 아마 젊은 맞벌이 부부가 가장 불편해질 것이다. 정치권이 침묵하는 다수는 외면한 채 목소리 크고 조직화된 표에 눈이 먼 분위기다.


 유권자들은 언제나 정책공약과 자질을 보고 뽑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는다. 하지만 속된 말로 개뿔이다. 깜깜이 조사를 하면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게 씁쓸한 현실이다. 각 신문들이 공들여 공약 비교를 하면 이런 비아냥들이 쏟아진다. “분석한답시고 혼자 소설 쓰고 있네” “먹물들은 쉬운 이야기를 먹고살기 위해 항상 어렵게 파고들지”…. 유권자의 이성적 판단이 마비될수록 이미지 정치와 허울뿐인 공약들이 판치기 마련이다.

 200년 전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이런 유세를 했다. “지역민 여러분, 미안합니다. 저는 의회로 들어가면 우리 지역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서슴없이 여러분을 버리겠습니다.” 그러고도 버크는 당선됐다. 뚜렷한 철학의 정치인과 그런 인물을 골라낼 줄 아는 유권자가 없었다면 오늘날 영국 정치는 꽃피우지 못했다. 과연 버크가 지금 한국에 온다면 어떻게 됐을까. 친절하게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치는 후보들에게 밀려 명함도 못 내밀었을 것이다. 옛말에 ‘정치인은 입을 보지 말고 발을 보라’고 했다. 그런데도 우리 모두 입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