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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5일 화요일

[기자수첩] 김종훈의 '조국 헌신'…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2013.03.06)


정우상·정치부
김종훈 전(前)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명령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고 했다. 5일 출국길에는 "한국에 언제 다시 오느냐"라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전 후보자의 사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에 봉사하려 했던 기업가의 뜻을 꺾어버린 한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환멸이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해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내정 후 보름 동안 이중국적과 미국 CIA 자문위원 경력 관련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말이 의혹 제기였지 "너의 진짜 조국은 어디냐"는 거친 질문이었다.
또 하나는 "조국에 헌신하겠다"던 다짐이 단 보름 만에 포기되고 산산조각 날 만큼 가벼운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조국'과 '헌신'이라는 말의 무게에 비해 장관 자리를 받아들이고 중간에 사퇴하는 과정이 너무 가볍지 않으냐는 시선이다. 조국에 헌신하는 길이 굳이 독립열사들처럼 비장할 필요는 없다. 군 복무를 위해 훈련소로 떠나는 청년, 불구덩이에 갇힌 어린이를 구하는 소방관들은 '조국' '헌신' 같은 거창한 말 대신 묵묵히 살아가는 자체로 헌신하고 있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10시 30분쯤(현지 시각)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큰일을 하고 오진 못했지만, 우리 국민이 이중국적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는 기자 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한마디만 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임민혁 특파원
김 전 후보자가 살았던 미국은 인사 검증을 위해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나선다. FBI 조사관은 이웃들에게 후보자의 평판까지 묻는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인사검증은 거칠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더 엄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 전 후보자는 회사로 치면 모든 신입 사원이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인 '극기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쓴 경우다. '조국'과 '헌신'은 대한민국 장관들이 모두 이겨냈던 극기 훈련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말이 아닌 것 같다.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국정원 여직원 신상 공개' 공지영, 경찰 조사 '묵비권 행사'(2013.02.28)


 공지영 작가/조선일보DB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신상을 SNS를 통해 공개한 혐의로 고발된 소설가 공지영(49)씨가 28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공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변호사 없이 혼자 자진출석해 1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씨가 신상정보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해 귀가조치했다 ”며 “따로 추가소환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씨는 지난해 12월 11일 민주통합당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 역삼동 모 오피스텔을 급습해 대치하자 트위터에 “국정원 역삼동 오피스텔 실소유주는 XXX XXX XXXXX 거주 XX년생 X모씨입니다. 빨리 아시는 분은 연락해서 사실관계 확인 부탁드립니다”라는 한 네티즌의 글을 재전송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씨의 팔로어는 51만명에 달했다. 

이에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단체는 “국정원 여직원의 거처를 수십만 명에게 알려 한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공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조국(47) 서울대 교수도 김씨의 오피스텔을 실명으로 공개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광화문에서/박정훈]‘헛똑똑이’ 조국(2012.12.28)

수강생들은 대체로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었다. 지난 학기 조국 교수(47)의 서울대 로스쿨 형법총론 수강생 10명에게 들어 보니 평이 그랬다. 수강생 K 씨(22)는 “준비가 부족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고, J 씨(29)는 “트위터 할 시간에 수업 준비 좀 했으면 좋겠다. 등록금도 많이 내는데…”라고 푸념했다. 인문대 대학원 등록금(315만 원)의 두 배 이상(675만 원)이니 본전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다른 K 씨(23)는 “법조 실무에서 중요한 죄수론과 형량은 다루지 않고 보강도 안 해줬다. 다음 학기 형법 교수가 ‘그것도 안 배우고 왔느냐’고 꾸짖더라”고 했다. 한 학생은 “중간고사 때 교수님이 일부 항목을 채점하지 않아 찾아가 항의했더니 점수를 고쳐 줬다. 나 말고도 채점 기준 때문에 여러 명이 항의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강의평가 사이트 ‘스누이브’에서 조국 교수의 형법총론은 7.74점(10점 만점)이었다. 같은 강의를 하는 법대 교수 4명 중 3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대 교수는 “트위터 몇 자로 뭘 한다고…. 많은 교수가 ‘이제 그만하든지, 할 거면 나가서 하든지’라고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시대의 지성’으로 꼽히는 강남좌파 조국은 일터에서 이런 평가를 받고 있었다. 똑똑해 보이지만 실상은 아닌 ‘헛똑똑이’ 취급이다.

학생들의 환상이 깨졌듯,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역시 이번 대선 과정에서 허물어졌다. 대한민국 8만4910명의 교수 중 그를 특별한 지식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보집권플랜’을 비롯한 그의 책들은 대부분 진보좌파 집권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균형감 있게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혜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잘생긴 강남좌파’라는 이유만으로 특별대접을 할 순 없는 일이다. 그는 선거 때마다 상아탑이라는 보호막을 쓰고 조준경을 열지도 않은 채 우파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참여)도 균형감이 있어야 존중받는다. 조국의 문재인 후보 TV 찬조연설에는 지식인의 성찰 대신 정치꾼의 선동이 있었다. “고문받으며 지킨 민주주의가 허물어지고 독재가 부활한다”고 했고, 박근혜 후보를 재벌 옹호자로 묘사했다. 시대야 바뀌든 말든 1980년대 반독재 투쟁 논리가 참지식이라고 우기는 거짓 진보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 놓고는 감금되다시피 한 국정원 여직원 실명과 주소를 트위터에 올렸다. 찾아가 테러라도 하라는 게 아니라면 의도가 뭐란 말인가.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그 여직원은 낄 자격이 없다는 건지 묻고 싶다.

조국 같은 ‘입 진보’ 때문에 야권은 선거를 망쳤다. 대선 내내 선동으로 달아오른 그의 입에 염증이 난 중도세력은 진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오죽하면 “조국이 일등공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많은 사람이 조국을 ‘참세상을 꿈꾸는 이상가’가 아닌 ‘권력을 탐하는 정치꾼’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특정 정치세력의 과(過)에만 관심을 갖고, 앞장서 비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미라면 연구보다 정치가 어울리는 거다. “교수를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건 아직 자신의 실체와 정체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트위터를 내려놓고 묵언안거(默言安居)를 시작했다는 그가 세밑에 스스로 헛똑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을 갖는다면 2012년 조국에게 그만한 소득은 없을 것이다.

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이철호의 시시각각] “저, 싸가지 없는 50대입니다”(2012.12.25)

대선 이후 50대가 공공의 적이 됐다. 89.9%의 투표율에 모두 놀라는 분위기다. 문재인 후보(이하 경칭 생략)의 패배 직후 한 지지자가 외쳤다. “국민들이 무식해 진 겁니다!” 졸지에 50대는 뭘 모르는 세대가 됐다. 이런 대선 분석도 있다. “50대의 몰표는 유일한 자본인 부동산을 지키려는 최후의 발악”이라고. 아파트에만 목매는 얼빠진 세대란 것이다. 어찌 이뿐이랴. 50대는 두 가지가 더 없다고 한다. 오래전의 “요즘 젊은이는 버릇이 없어 큰일”이란 구절에 빗대 “요즘 늙은이는 버릇이 없어 큰일”이라고 비아냥댄다. 마지막으로 50대는 뇌(腦)조차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대정신을 모른다고 구박받는다.

 요 며칠간 대학생 아들이 술에 취해 새벽 1~2시에야 들어온다. 25년 전 김영삼·김대중의 분열로 노태우에게 당선증을 헌납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른다. 2030세대의 절망과 분노가 그때만큼 대단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노인들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하자”고, “19세 이하랑 마찬가지로 늙으면 투표권을 뺏자”는 분풀이가 인터넷에 나돌겠는가. 마치 50대를 상식·이타심·버릇·뇌의 4가지(싸가지)가 없는 분리수거 대상으로 간주하는 느낌이다.

 필자도 50대지만 굳이 변명하지 않겠다. 1987년 넥타이 부대로 대통령 직선제에 일조했고, 그 후 김대중·노무현에게 몰표를 던져 정권교체에 이바지했다고 자랑하지 않겠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도 대학 시절 중국 문화혁명과 홍위병을 최고로 치는 의식화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 공산권 붕괴로 깨달았다. 50대에겐 광주 민주화운동만큼 끔찍한 또 하나의 트라우마가 있다. 군대 시절인 83년 5월 “국민 여러분, 이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라는 요란한 공습경보다. 중국 민항기 불시착으로 밝혀지기까지, 참호 속에서 실탄으로 무장한 채 전쟁의 두려움에 전율했다. 안보와 남북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왜 연평도 포격으로 20대의 상당수가 박근혜를 찍었는지도 충분히 이해한다.

 솔직히 이번에 50대가 ‘불만’보다 ‘불안’에 압도당한 게 사실이다. 그 불씨는 야당과 2030세대가 제공했다. TV토론 때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앙칼진 이정희에게 젊은 세대는 통쾌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꼰대’들에겐 민주주의의 기초를 허무는 것처럼 비쳤다. 또한 이념을 떠나 누가 예의 없는 젊은이를 좋아하겠는가.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도 마찬가지다. 옳은 일이라면 수단이 과격해도 괜찮다고? 오히려 50대에겐 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 연상된다.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해 무자비한 린치까지 서슴지 않았던 악몽이다. 좀 더 연장하면, 야권은 이번에 낡은 대학운동권 선거를 되풀이한 게 아닌지 궁금하다. 마치 단일화·세대 대결·투표율 제고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50대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은 게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공지영·조국·나꼼수가 아무리 “내가 옳다”고 잘난 체해도 나름대로 세상을 살아봤기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가르치려고만 드는 이들의 전지적(全知的) 작가 시점이 독선으로 비칠 뿐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보수화되는 ‘연령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도 자칫 세상이 뒤집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50대를 투표장으로 호출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조건 보수화된다는 것은 오해다. 오히려 50대는 ‘비판적 지지’에 익숙해 있다. 박근혜에게 열광하기보다 야권의 무리수에 실망했다는 게 온당한 분석일 듯싶다.

 대선은 끝났다. 앞으로도 50대는 조용히 지켜볼 게 분명하다. 자신들을 나치 지지자마냥 매도하는 독설도 잊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박근혜가 유신이나 긴급조치로 퇴행한다면 가만있을 이들이 아니다. 50대는 그렇게 살아왔으며, 우리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나름의 판단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 아마 박근혜의 운명도 이들의 몰표를 얼마나 부끄럽지 않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들이 분노를 삭이고 좀 일찍 들어왔으면 싶은데, 걱정이다.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사설] '전교조 위원장' 경력 公知 여부 따라 '이수호 지지율' 출렁(2012.12.13)


오는 19일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좌파와 진보 교육단체 지원을 받아 출마한 이수호 후보의 지지율이 그의 경력을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완전 딴판으로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경력을 '전 전교조 위원장'으로 소개한 조사(6~8일 실시)에선 9.2% 지지율로 보수 교육 단체들이 지지하는 전 교육부장관 문용린 후보(16.4%)에 크게 뒤졌으나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소개한 다른 조사(7~8일)에선 21.6%를 얻어 문 후보(20.5%)를 앞질렀다. 전교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비판적 시각이 이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이다.

과거 교육감 직선(直選)이 단독으로 치러졌을 때의 투표율은 15~21%에 불과했다. 6~12일의 네 차례 언론기관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묻는 설문에 '모름·무응답'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각각 40.2, 58.4, 59.5, 63.0%나 됐다. 이런 무관심 때문에 유권자들은 각 교육감 후보가 무슨 경력과 이념을 가졌고 그가 교육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것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깜깜이 투표'를 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라면 후보가 지금까지 무슨 일에 종사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말해주는 경력(經歷) 정도뿐이다. 이수호 후보는 전교조 복직 교사로 전교조 위원장(2001~2002년), 민주노총 위원장(2004~2005년), 민노당 최고위원(2008~2010년)을 지냈다. 그는 올 9월 대법원의 유죄 선고로 교육감직을 박탈당한 곽노현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을 이어받고, 자율형사립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백낙청·조국·이창동씨 등 진보 좌파 인사 40여명은 13일 이 후보 지지 선언을 냈다.

무관심 속에 진행되는 교육감 선거가 책임 있게 치러지려면 선관위가 TV 등을 통해 후보들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한 정보도 없이 깜깜이 선거로 교육감을 뽑은 후 그 교육감의 이념과 성향 때문에 빚어지는 소동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