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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김진홍의 아침묵상]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3가지 조건(2012.11.25)


요즘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대통령 선거에 대한 기사가 온종일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을 뽑을 국민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큰 고민이라고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인즉 누군가 한 사람에게 투표를 하긴 하여야겠는데 썩 마음이 내키는 후보가 없음에서 오는 고민이다.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나와 표를 요구하니 안 찍을 수도 없고 찍기도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뜨는 학문인 대통령학에서는 대통령직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는 데는 다음 3가지를 필수조건으로 손꼽는다. 이들 3가지 조건은 비단 대통령에 한하여서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의 지도자들에게 두루 통하는 조건일 것이다.

첫째는 건강이다. 이 조건은 설명이 필요없는 조건일 것이다. 대통령직만이 아니라 무슨 일에든지 건강치 않고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둘째는 비전(Vision)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전이란 무엇인가? 국민들과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바로 보여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비전이다.

셋째는 설득력이다. 아무리 좋은 비전도 정책도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으면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좋은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득치 못하여 오히려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민주 사회는 정부가 강제력을 발동할 수 없는 사회이기에 설득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사설] 이제부터라도 대선다운 대선을(2012.11.24)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여론조사 단일화 협상이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닥치자 자신이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로써 투표를 25일 앞두고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로 정해졌다. 모든 과정이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비정상이다. 하지만 어쨌든 단일화 안개가 걷힌 건 다행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이제 대선은 박근혜-문재인 정책대결로 갈 수 있게 됐다.

 안철수의 사퇴는 혼란과 비상식의 클라이맥스다. 지난해 가을 서울시장 출마 포기 이래 그는 근 1년 동안 대통령 출마를 놓고 불투명한 행보를 보였다. 직업은 대학교수지만 그는 사실상 출마에 대비한 정치활동을 벌였다. 그는 정권교체를 지지하면서도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속히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았다. 한국 사회에는 오랫동안 ‘안철수 혼란’이란 미스터리 드라마가 상영됐다.

 9월 19일 그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혼란은 더 심해졌다. 그는 출마 때부터 정치혁신과 국민동의라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며 단일화의 길을 열어놓았다. ‘출마 안개’는 ‘단일화 안개’로 바뀌었다. 단일화라는 블랙홀이 정책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대선은 사상 최대의 기괴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야권이 준결승 상태이니 박근혜 후보가 참여하는 TV토론도 불가능했다.

 정책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그는 정책팀을 급조했고 정책팀은 공약을 급조했다. 그는 새 정치를 주창했으나 내놓은 정치개혁안은 문재인 후보조차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단일화 압력에 쫓기자 그는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정치, 경제·복지, 외교·안보 세 분야에서 문 후보와 정책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단일화가 되면 기존의 문·안 정책은 상당 부분 달라질 참이었다. 그러니 여야 정책 비교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었다. 정책의 비교분석이 이렇게 물리적으로 부실했던 선거는 유례가 없을 것이다.

 안 후보는 새 정치를 주창했으나 선거운동과 협상 과정에서 구정치에 갇혔다. 문 후보는 57년 전통 제1 야당이 13차례 지역경선을 통해 선출한 정통 후보다. 안철수는 무소속이다. 무소속이라면 도전자 입장에서 작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큰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구정치 스타일의 룰 싸움을 고집했다. ‘야권 단일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 정도의 여론조사 문항이라면 그는 당당히 수용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그는 오차범위 내에 불과한 2~3%의 우위를 더 얻어보려고 끝까지 아옹다옹했다.

 그는 ‘새 정치 개척자’다운 도덕성과 현실적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력의 많은 부분은 ‘헌 세상’을 걸어온 많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 정치 프로그램도 신선한 것이 없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라 했다. 역사의 소명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선거운동과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구태는 그런 명분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는 한국 사회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는 성실했고, 노력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같은 미지의 길을 개척했고 ‘청춘 콘서트’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그는 정치혁신을 주창했고 누워 있던 정치권은 벌떡 일어났다. 그의 사퇴와 상관없이 정치개혁은 상당히 진전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자산과 정치적 자산은 다르다.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구호를 뛰어넘는 경력·지식·비전 그리고 세력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는 이런 도약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내일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되고 대선은 본질로 향하게 됐다. 늦었지만 TV토론과 유세, 정책발표를 통해 후보들은 국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향후 5년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저성장이라는 새롭고 위험한 환경, 양극화라는 고질병, 그리고 한반도 정세변화라는 미지의 위협이 버티고 있다. 후보나 유권자나 ‘안철수 안개’ 속에서 잃어버렸던 국가의 길을 찾아야 한다.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크리스천투데이]기공협이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한 ‘기독교 10대 정책’(2012.11.19)


예산편향 지양, 종교재산법 제정, 교과서 수정…

▲기공협 기독교 10대 정책 기자회견. ⓒ신태진 기자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전용태 장로. 이하 기공협)가 19일 서울 종로 다사랑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18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 10대 기독교공공정책 내용을 발표했다.

대표회장 전용태 장로는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무엇보다도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 한국 기독교계는 그동안 국가에 정책적 입장을 산발적으로 제안해 왔었는데, 이제는 종합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며 “여야대선 캠프에 공식적으로 10대 기독교 정책을 제안했다. 기공협은 제안 결과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김철영 목사, 전용태 장로, 박명수 교수, 장영백 교수, 강사근 장로, 문병길 목사 등이 함께했다. 기공협은 11월 29일(목) 오전 7시 국민일보 우봉홀에서 ‘제18대 대선을 위한 기도회 및 기독교공공정책 공약 발표회’를 개최한다. 다음은 기독교공공정책 10대 정책 제안 내용.

1. 근대 기독교문화유산의 체계적 보호 및 활용지원(문화관광부)

전통·민족문화에 치우친 문화정책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기독교문화의 공로에 대한 저평가, 기독교 문화유산 방치·훼손 문제 때문이며, 건의 내용은 ▲근대기독교문화연구소 설립·지원(100억원 규모) ▲기독교선교시설에 대한 문화재 지정이 있다.

2. 종립학교의 종교교육권 보장(교육과학기술부)

일률적 학교평준화정책으로 인한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실시 불가상황과 종립학교의 설립 정체성 유명무실 문제 때문이며, 건의 내용은 ▲종교를 고려한 선지원 후 추첨제도 실시 ▲교육관련법 개정으로 종교교육실시 명문화 ▲현행 종교과목 개정(종교일반 100%에서 종교일반 30%, 해당종교 70%로)이 있다.

3. 정부 종교관련 예산의 편향성 지양(문화관광부)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적 재정지원,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에 보다 폭넓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전 국민의 55%가 비종교인)는 문제 때문이며, 건의 내용은 ▲범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위한 종교관련 예산심의와 집행․감독의 별도기구 설립이 있다.

4. 공직자의 개인적인 종교자유 보장(행정안전부)

현행 국가공무원법상의 종교차별 금지조항으로 인한 공직자의 신앙생활 위축과 무분별한 종교차별신고에 대한 정책 당국의 무소신·무책임적인 대응 문제 때문이며, 건의 내용은 ▲현행 국가공무원법상의 종교 차별금지 조항의 완화가 있다.

5. 동성애, 동성혼의 법제화 절대 반대(법무부)

인류의 보편적인 성윤리에 어긋나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법률 제정 때문이며, 건의 내용은 ▲‘동성애차별금지법’의 제정 반대가 있다.

6. 국가와 공공단체의 일요일 시험실시 폐지(행정안전부)

모든 종교인들이 일요일에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며, 건의 내용은 ▲국가기관의 각종시험은 일요일에서 토요일 또는 공휴일로 옮길 것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7. 종교단체의 재산권에 대한 별도규정 마련(국세청)

교회재단과 개교회간의 기존 관행을 법률적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고, 신도시개발지역의 교회개척을 국가차원에서 지원하자는 취지이며, 건의 내용은 ▲종교단체재산에 대한 특별법 제정 ▲신도시 내 종교시설에 대한 원주민과 동일한 조성원가 책정이 있다.

8. 교과서의 기독교 관련 및 인간기원에 관한 공정한 서술보장(교육과학기술부)

기독교에 대한 객관적·역사적인 제대로 된 평가가 시급하고, 학생들에게 창의성 신장 및 균형잡힌 세계관 형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며, 건의 내용은 ▲기독교에 대한 기존교과서 기술내용의 대폭 수정·보완 ▲진화론 부분에 대한 보완이 있다.

9. 선교사역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전환과 지원책 강구(외교통상부)

특정종교의 해외확장 차원이 아닌 선교대국의 나라, 한국문화의 세계화 내지는 한류문화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특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며, 건의 내용은 ▲선교사역에 대한 정책당국의 건전한 인식전환의 급선무 ▲선교사 보호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의 명문화(외교부 훈령 등)가 있다.

10. 방송매체의 종교관련 언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공영방송매체는 종교 관련 보도에서 공정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취지며, 건의 내용은 ▲종교 관련 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있다.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인人터뷰-한승주 전 외무부장관] “한국 새 대통령 美와 관계 강화하되 中 자극은 말아야”(2012.11.13)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이 보는 ‘오바마 2기’와 외교전략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대표적 외교학자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1993년 외무부 장관으로서 한·미 간 공조체제를 통해 1차 북핵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엔 주미대사로 발탁돼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했던 노 대통령과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요즘도 민간 외교관으로서 국익을 위해 애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재선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만난 사람=김진홍 논설위원

-오바마의 재선 성공이 갖는 미국 정치사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유색인종 후보가 백인이 70%인 미국에서 재선됐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인종과 소수계층에 관대해졌다는 점을 의미하며, 흑인과 라티노 및 기타 유색인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많은 백인들이 오바마에게 표를 주었기 때문에 그의 당선이 가능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미국의 양대 정당, 즉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계층의 차이가 더욱 극명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소수집단, 젊은층, 진보계층, 지식인, 서민들, 도시민, 근로자의 지지를 많이 받은 반면 공화당은 백인, 장·노년층, 보수계층, 부유층, 도시외곽민, 농어촌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더 심화됐습니다.”

-올해 미 대선의 특징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이번 선거는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선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양당이 선거에 60억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이는 2010년 대법원이 거액의 선거헌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두 후보가 격렬하고 집중적인 정책 경쟁을 벌인 점입니다. 경제와 의료보호제도, 부유층에 대한 증세,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그리고 외교 문제에 이르기까지 두 후보가 첨예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오바마의 승인은 무엇이라고 봐야 합니까.

“오바마가 승리했다기보다 밋 롬니가 패배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평가일 것입니다. 롬니는 선거운동 중반까지 너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고, 당선되면 4년간 1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든지 하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남발했습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47%의 국민 무시 발언’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오바마 대안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데 실패한 것이지요. 여기에다 선거 일주일 전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를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해 롬니는 선거운동의 발목이 잡힌 반면 오바마는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줄 기회를 얻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 2기의 한·미 관계를 전망해 주십시오.

“오바마의 ‘중심축을 아시아로(Pivot to Asia)’ 정책과 동맹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그는 한국과의 동맹을 계속 중시할 것이며,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협력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입니다. 관건은 오는 12월 19일 탄생할 한국의 새 대통령이 어떤 대미정책을 취하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4년 전 선거운동 중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으나 나중에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 의회 비준을 받아내기까지 했습니다. 한국과의 경제관계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오바마가 경제회복, 적자예산 축소, 일자리 창출의 압력을 받고 있어 동맹관계에 있어서는 방위비 분담 문제, 교역에 있어서는 덤핑, 관세 문제에 있어서는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질까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후임으로 존 케리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주유엔 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오바마가 중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번에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소 넉넉한 과반을 차지했으므로 케리가 임명될 소지가 큰 듯합니다. 이 경우 정치적 비중이 큰 그는 강력하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것이며, 6자회담을 비롯한 대북정책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전 라이스의 경우도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는 북한의 태도와 소행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오바마는 2008년 당선된 후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대남 도발 등으로 응답했습니다. 그 후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경색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바마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할 듯한데요.

“선거운동 기간 롬니 후보가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표방함으로써 오바마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누가 당선이 되든지 중국에 대해선 견제와 협력의 정책을 동시에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중 관계는 미국보다는 중국에서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많이 좌우될 것입니다. 미국의 대선 결과 때문에 미·중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당선 초기에 중국에 강경책을 취하다가 결국은 협력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선회한 것처럼 오바마 2기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미·중 간에 글로벌 패권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즉 세계적인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시아에서만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따라서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는 경쟁적인 모습을 보일 테지만, 경제·교역·투자 측면에서는 상호 의존도가 심해 협력적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오는 12월 선출될 우리나라 새 대통령이 대미 관계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것이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데 협력하는 과정으로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외교·안보 면에서는 미국과 동맹국으로서 협조·공조하며, 경제면에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에 너무 몰입돼 중국의 의구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 대선 운동이 한창입니다. 미국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대선도 이렇게 변했으면 하는 점들이 있으면 비교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와 미국의 제도가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주별 선거인단의 승자 독식, 선거인단 과반 확보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후보들은 선거인단 수가 많은 경합주에 선거 운동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거 이슈도 그런 지역들에 맞춰 선별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에 집중하지 않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이지요. 또 과격한 해결책보다는 중도적이고, 점진적이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양당제도가 확립돼 있어 합당이나, 후보 단일화와 같은 정치공학적 머누버(maneuver·책략, 공작)에 관심과 정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일들이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최고 지도자들이 바뀌고 있는데요.

“미국만 경우가 다르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으니까요. 우리와 잘 지내던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이 생겼습니다. 또 롬니와 달리 오바마는 학습과정(learning process)이 비교적 짧을 겁니다.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호의적입니다. 그러나 그는 크고 어려운 과제들을 안고 당선됐습니다. 예산 적자는 16조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1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는 또 행정부와 의회, 의회의 상원과 하원을 다른 당이 컨트롤하는 분할된 정부(divided government)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 중동의 민주화 문제, 이란의 핵개발 등의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미국 국민이 오바마에게 새로운 임무를 준 것이라기보다는 1기에 이루지 못한 약속을 이행할 시간을 더 준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한·미 관계와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틀과 기회가 생겼고, 미국과 생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확대할 수 있는 4년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은

△경기고·서울대 외교학과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주립대 정치학박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초빙교수 △고려대 총장 △유엔 사이프러스담당 특별대표 △아·태안보협력이사회 공동의장 △서울국제포럼 의장 △동아시아비전그룹 공동의장 △외무부 장관 △주미대사 △코리아글로벌포럼 의장 △2022 월드컵 유치위원회 위원장 △유엔교육문화과학기구(UNESCO)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