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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동아일보]피해인턴 아버지 ‘尹 2차성추행’ 사실상 확인(2013.05.18)

“엉덩이 툭 친 것 갖고 신고하겠나, 美경찰에 다 얘기… 철저 수사할 것”
중범죄 수사로 격상 가능성 커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피해 인턴의 아버지가 17일 보도된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7일(현지 시간) 오후 워싱턴호텔 바에서의 1차 성추행보다는 8일 오전 페어팩스호텔 방 안에서의 2차 성추행 때문에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윤 전 대변인이 호텔 방에서 알몸으로 피해 인턴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다(grab)는 동아일보 보도를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

▶본보 14일자 A1면… “尹, 호텔방서도 엉덩이 만졌다”

그는 15일 미국 버지니아 주 자택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바에서의) 1차 성추행보다 (객실에서의) 2차 (성추행) 탓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어디 (바에서) 엉덩이를 툭 친 것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경찰에 다 얘기했으니까 다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미국 경찰이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해 워싱턴 경찰의 1차 사건보고서에서 누락된 2차 성추행 부분이 피해자 진술 조서에 추가로 기록됐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당초 ‘경범죄 성추행’으로 시작된 윤 전 대변인의 혐의가 2차 성추행의 강도와 정황 등에 따라 ‘중범죄’로 바뀔 개연성이 실제로 높아졌다.

▶본보 15일자 A1면… [윤창중 파문]美경찰 “윤창중, 중범죄 수준으로 수사”
▶본보 15일자 A3면… [윤창중 파문]“호텔방 강제추행, 한미 범죄인 인도 대상”

그는 “여기(미국)는 조용한데 거기(한국)는 시끄럽더라”며 “그렇지만 이제 한국 언론에 나오는 얘기가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의 초기 사건 보고서에만 집착한 나머지 1차 성추행에 대해서만 신고 및 수사가 이뤄져 사건이 가벼운 경범죄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던 보도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미국 경찰에서 다 수사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이 폐쇄회로(CC)TV 기록도 확보할 것이고 철저하게 할 것”이라며 미 수사기관에 신뢰를 표시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 경찰의 조사를 지켜봐야 할 때이고, 미국 경찰이 다 조사하면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며 “경찰의 발표가 나온 다음에 입장을 밝힐 게 있으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윤 전 대변인을 한국에서 추가로 고소할지에 대해 “미국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 그 발표를 보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며 일단 보류했다.

그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을 보고 안심했다. 저 사람은 안 되겠구나, 저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자질이 없구나, 내가 상대해도 될 사람이구나, 그렇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 여부를 묻자 “이미 윤 전 대변인은 땅속에 묻힌 (것과 다름없는) 셈인데…. 지금은 경찰 조사를 지켜봐야지. 우리도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해를 입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동아일보][단독]“국회의원 후보에 2006년 성폭행 당할 뻔” 폭로한 여성…(2013.0516)

배심원들 “허위로 보기 힘들지만 비방목적 더 커”
법원, 명예훼손 벌금 100만원 선고


4·11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16일 인터넷에 서울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선거를 앞두고 터진 성추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해당 후보는 그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14일 열렸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선재)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A 교수(57)에게 성폭행 당할 뻔했다’는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서울 모 지역구 여성부장 B 씨(50·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14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단은 명예훼손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여성의 주장에 대해서는 “허위로 보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B 씨는 총선거 전인 지난해 3월 16일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2006년 11월 A 교수가 당협위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나를 성폭행하려 했지만 간신히 빠져나왔다. 이런 사람이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A 교수는 총선에서 당시 현역 의원을 제치고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B 씨는 “A 교수가 여성 당원들과 일본식 주점에서 식사한 후 나만 따로 불러 단란주점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교수가 허위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해 재판이 진행됐다.

13일부터 이틀에 걸친 재판에서 검찰은 “성폭력 피해의 유일한 증거는 진술밖에 없다”며 “B 씨가 당시 A 교수의 성기에 콩알만 한 보형물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검증 결과 보형물은 없었다”고 B 씨를 추궁했다. 이어 “범행 장소로 지목한 곳도 주점 종업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정치를 하려던 인물이 그곳에서 성폭행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A 교수와 공천 경쟁을 벌이던 현역 의원 측에서 활동하던 B 씨가 A 교수가 공천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며 벌금 150만 원을 구형했다.

반면 B 씨 측 변호사는 “일본식 주점에 함께 있던 증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이에 반하는 것은 ‘A 교수가 그 시간 나와 같이 있었다’는 A 교수 부인의 진술뿐”이라며 “성기 검증은 사건 후 6년이 지나서야 이뤄졌고 만약 지어낸 얘기라면 그렇게 쉽게 거짓임이 밝혀질 내용을 꾸며낼 리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배심원들은 “B 씨가 성폭행당할 뻔했다는 말을 허위로 보긴 힘들지만 몇 년이 지나서야 폭로한 목적은 공익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더 커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낸 의견을 존중한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동아일보]박지원 “윤창중 사건 여성 인턴이 내 ‘현지처’라고?”(2013.05.15)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5일 "트위터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관계있는 인턴이 저의 '미국 현지처'라는 등의 음모설이 제기돼 너무 많이 퍼지고 있어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 의뢰를 하고 고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박지원 의원이 기획했다'는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제가 미국을 간 게 4년 반 전인데 그 여성은 이제 21살이더라"며 "그러면 저하고 5년 전부터 어떤 관계가 있었다는 얘긴데 그 여성이 아마 15살, 16살 이렇게 됐을 땐 데 저하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기간에 자신도 미국에 머문 것이 이런 루머가 나온 배경 같다고 풀이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제가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발하시는 날 저도 다른 비행기로 뉴욕에 가 귀국하시는 날 저는 뉴욕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며 "우연의 일치로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을 함께 방문한 그런 게 됐는데, 저는 제 아내와 함께 제 딸의 문제가 있어서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교포들로부터 정보를 들었지만 당에 알리지 않고 주시하다 국내에서 첫 보도가 난 후 현지시각 9일 오후 2시 트위터에 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범을 대사관에서, 우리 정부에서 도피 귀국을 시킨 게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등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한 글을 한국시각 10일 새벽 3시쯤 트위터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한 일 나오면 북한 소행이다. 또 뭐 좀 이상한 거 있으면 종북세력이라고 몰아붙이지 않느냐"며 "종북세력을 이용해서 박지원이 워싱턴DC 대사관의 인턴도 움직였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SBS에 근무할 때부터 박지원과 동향으로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이걸 박지원이 음모해서 박근혜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 이남기와 함께 만들어낸 거다. 윤창중을 고소한 그분은 현지처다(라는 루머가 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허태열 비서실장에 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 전력을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외국을 나가시거나 지방을 나가시면 비서실장은 청와대에서 모든 보고를 다 받는다"며 "박 대통령이 미국에 계실 때 정상외교를 할 때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일어나는 사실을 허태열 비서실장은 반드시 보고를 받으셨을 거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문제도 사전보고를 받았다"고 확신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윤창중도 잘못이지만 거기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지적하며 사후 처리도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홍보수석이 찔끔 사과하고 또 비서실장이 찔끔 사과하다 안 되니까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며 "공식적으로 잘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비서실에서 만들어 드려야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게 뭡니까? (대통령은) 계속 써준 것 읽어버리시고 질문 하나 받지 않으면 이건 사과가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조선일보]새누리 손인춘, "윤창중 고발, 뒤에 누가 있다는 얘기 나와"(2013.05.15)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윤창중 전 청와대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고발한 친구가 나오지 않고 뒤에 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 LA를 방문한 손 의원은 13일(현지시간) LA한인타운 로텍스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손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윤창중 사태를) 청와대와 결부시킬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의원은 “중요한 일을 하러 간 사람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하지 않았나”라며 사람 속까지는 모르는 데, 자꾸 청와대와 연결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사과하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손 의원은 “당연히 야당은 있어야 하지만 너무 분열을 일으키면 안 된다”며 “현재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잘못됐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손 의원이 동포정책 현안 등 한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으며 배무한 LA한인회장, HR한미포럼의 임태랑·마유진 공동대표, 한미동포재단의 임승춘 이사장 등 한인단체장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손 의원의 갑작스런 발언에 한 인사는 “손 의원이 즉흥적으로 얘기하다 말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윤창중, 귀국 후 계속 집에 … 미국 간다는 말은 안 해"(2013.05.15)


13일 아침까지 통화한 측근 전언
“미국 가 조사 받으라는 여론 알아
목소리 쉰 상태 … 바깥 반응 물어”

14일 저녁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H아파트 윤 전 대변인의 자택에서 본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 전 대변인은 자택에서 향후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박종근 기자]

성추행 추문의 당사자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귀국 후 줄곧 경기도 김포의 자택에 칩거하며 향후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측근이 말했다. 이 측근은 14일 익명을 요구하며 “어제(13일) 아침에도 윤 전 대변인과 통화했는데 ‘지금 집에 있지만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누구와 상담을 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 측에 수사를 요청했다는 상황은 알고 있더라. 그러나 (조사를 받으러) 미국 간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전 대변인한테 연락이 왔나.

 “이번 일 터지고 간간이 연락이 온다. 마지막으로 어제(13일) 아침에 통화했다.”

 -어떤 얘기를 하나.

 “하소연이다. 바깥 반응이 어떤지 묻기도 하고. ‘기사에 이렇게 썼는데 잘못 나간 것 같다’거나 ‘무슨 신문이 이렇게 썼는데, 어떤 의미일까’ ‘이거 완전 죽이기 아니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냥 들어주고 있다. 본인은 억울해 하는 느낌이다.”

 -한때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소리도 돌았다.

 “목소리는 쉬고 가라앉아 있다. 그 양반이 ‘잡초 근성’이 있어 극단적 선택은 안 할 거다. 통화하면서 위험하겠다는 건 못 느꼈다. 풀이 죽은 거다. 평상시랑 비교하면 목소리가 안 좋다.”

 -바깥 상황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본인이 미국 가서 조사받으라는 여론, 정부가 미국 측에 수사를 요청했다는 상황은 알고 있다. 내가 ‘법률 문제가 되니 제대로 변호사와 상담하라’고 하자 ‘알았다. 변호사와 (상담) 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윤 전 대변인은 법정 싸움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정황을 보이고 있다. 12일 밤 윤 전 대변인의 자택에는 국내 검사 출신의 미국 변호사 박모씨가 찾아왔다. 그러나 박씨가 소속된 L 법무법인에서는 14일 “사건 수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할 게 없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미국에서의 처신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날도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일부 기자들에게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는 날조다” “(새벽에 술 취한) 나를 정말 봤는가.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 방송 기자에겐 문자로 “나한테 확인도 안 해보고 이렇게 악의적으로 보도해도 됩니까. 명백한 당신의 오보입니다. 잘못된 보도임을 밝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하겠습니다”라고 항의했다.

 대변인 시절부터 트레이드 마크였던 ‘불통 모드’에 ‘협박’ 전략을 더한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은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철저한 시나리오와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에 대비해서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이 민정수석실의 조사(9일) 이후 기자회견(11일)을 열어 추행설을 부인한 것은 진술의 증거 채택 가능성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내사 이상의 의미가 없고 청와대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직접 증거가 되기 어렵고 수사기관에서 참고하는 정도면 몰라도 윤 전 대변인이 말을 바꾼다면 방증 자료 정도로밖에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의 조사는 날조”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검찰의 진술조서에 대해서도 강압에 따라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있다”며 “윤 전 대변인 입장에서는 수사 상황에서 당시의 진술이 허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의 미국에서의 행동과 관련된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법적 구속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7일 밤 인턴 직원과 헤어지고 11시쯤 잠이 들었다”고 했지만, 인턴 직원에게 밤새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거나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 외롭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의 생일은 7월 17일로 드러났다.

글=강태화·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동아일보][윤창중 파문]美경찰 “윤창중, 중범죄 수준으로 수사”(2013.05.15)

워싱턴DC 경찰국 대변인 “범죄인 인도 필요하면 요청… 추가 수사로 혐의 바뀔수도”

미국 경찰 당국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수사를 중범죄 수준으로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폴 멧캐프 워싱턴 경찰국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윤 전 대변인의 수사를 살인 강간 등 중범죄에 버금가는 비중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다만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 내용이 바뀔 수 있는 만큼 경범죄에서 중범죄로 올라갈 수도 있고 거꾸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멧캐프 대변인은 또 “범죄인 인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윤 전 대변인 같은 유명인이든, 일반 시민이든 똑같이 취급해 신병 인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날 미국 경찰 측에 이번 사건을 조속히 수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공식 전달했다. 최영진 주미 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 수사 당국에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동시에 절차가 빨리 진행되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채널을 통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도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과 피해자인 인턴 직원의 진술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면 미 경찰의 신속한 수사 진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 경찰은 “연방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겠다”라는 답변을 해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6시경 자신이 묵고 있던 워싱턴 페어팩스 호텔 방 안에서 알몸인 상태로 피해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던(grab)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여성 인턴은 7일 밤 W워싱턴DC 호텔에서 1차 성추행을 당한 데 이어 페어팩스 호텔 방 안에서 이 같은 일을 당하자 경찰 신고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방을 쓰던 주미 한국문화원 여직원도 이 같은 지속적인 성추행에 분노해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의 사후 처신과 청와대 등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비교적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어렵게 만든 셈이다.

또 이 사건 직후 윤 전 대변인을 덜레스 공항에 데려다준 사람은 문화원 소속 남자 인턴으로, 인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화원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에게 교통편을 직접 제공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동아일보][단독]“尹, 호텔방서도 엉덩이 만졌다”(2013.05.14)

靑관계자-美경찰 “알몸 상태로 움켜쥐자 인턴 울며 뛰쳐나가”
“한국문화원, 靑지시 받고 尹비행기표 예약-공항行차편 제공”
“국민께 송구… 관련자 책임 묻겠다” 朴대통령 취임후 첫 대국민 사과


무거운 표정의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공개 사과를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6시경 자신이 묵고 있던 워싱턴 페어팩스 호텔 방안에서 알몸인 상태로 피해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잡아 쥔(grab)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윤 전 대변인이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덜레스 공항을 간 것도 택시를 탄 것이 아니라 청와대 홍보라인의 지시를 받은 문화원이 관계 직원에게 지시해 윤 전 대변인을 공항에 데려다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와 미국 경찰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7일 밤 워싱턴 호텔 와인 바에서 인턴의 엉덩이를 만지는 1차 성추행을 한데 이어 호텔로 돌아와 자고 있던 인턴에게 전화를 걸어 “서류를 가지고 오라”며 방으로 불렀다. 인턴이 방을 찾아가자 윤 전 대변인은 이미 샤워장에서 나와 팬티를 입지 않은 알몸으로 방안을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 이에 놀란 인턴이 방을 나가려고 하자 윤 전 대변인은 다시 인턴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다는 것이다. 인턴은 울며 뛰쳐나와 방으로 달려갔고 함께 방을 쓰던 문화원 여직원은 윤 전 대변인의 행동에 화가 나 주도적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호텔 안에서의 엉덩이 접촉이 이번 성추행 사건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피해자에게서 이런 진술을 접수했지만 심각한 파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장소인 호텔 바에서 엉덩이 접촉은 경범죄에 해당하지만 밀폐된 호텔에서 그것도 알몸으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강간미수에 해당될 수도 있다. 

소식을 들은 청와대 행정관과 문화원장 등이 이들의 방을 찾아가 사과를 하려 했지만 이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여직원은 문 안에서 경찰에 신고한 뒤 사직 의사를 밝히고 이후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문화원 직원들과 인턴들은 서울에서 온 손님들의 부당한 행태에 집단적으로 심한 반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을 서울로 돌려보내기로 한 청와대 측의 지시를 받은 문화원은 대한항공 워싱턴 지점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며 윤 전 대변인이 덜레스 공항까지 가는 차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 역시 문화원에서 일하던 현지 운전기사가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와 주미 한국대사관은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고 말해왔다. 

[조선일보][윤창중 파문] "尹·인턴, 2시간 와인2병 마시고… 호텔 로비로 가 또 한잔"(2013.05.14)


[美 운전기사 단독 인터뷰]

-바에서 앉은 자리
내 옆에 尹… 인턴은 맞은편
-호텔로 태워다줄 때
尹, 기자들 많은 후문 대신 정문에 내려달라고 했고 인턴은 1분쯤 후 내리라고 해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인턴이 안내려와 전화했더니 다른 여성이 받아 "그 인턴 이젠 일 안한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訪美) 기간 중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인턴 A씨의 차를 운전했던 D(55)씨는 13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8일 아침 페어팩스 호텔 앞에서 A씨에게 전화했더니 다른 여성이 격앙된 목소리로 '이 학생은 이제 일 안 하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D씨는 전날 밤 W호텔 술자리에 대해서는 "바가 문을 닫는데 술이 남아 윤 대변인과 인턴이 로비로 이동해 마저 마셨다"고 했다. D씨는 워싱턴 인근 한인여행사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성추행이 있었다는) 7일 밤 상황을 설명해달라.

"당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리셉션이 끝나고 윤 대변인과 A씨를 태웠다. 윤 대변인이 가는 도중 '어디서 술 한잔 할 수 없느냐'고 해서 W호텔로 갔다. 처음엔 꼭대기층에 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지하 바로 갔다."(※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꼭대기층 바가 너무 비싸 허름한 지하로 옮겼다"고 했음)

 윤창중 전 대변인이 워싱턴 DC에서 이용했던 차(왼쪽 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어딘가로 가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오른쪽 사진).
윤창중이 美서 탔던 차 - 윤창중 전 대변인이 워싱턴 DC에서 이용했던 차. 이 차를 운전했던 D(55)씨는 13일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왼쪽 사진). /한국서 기자회견 마치고… -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어딘가로 가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오른쪽 사진) /독자 제공·뉴스1
―어떻게 앉고 술은 얼마나 마셨나.

"가운데 긴 테이블에 내가 윤 대변인 옆에 앉고 A씨는 맞은편에 앉았다. 둘은 한 2시간 동안 와인 2병을 마셨고, 난 운전 때문에 콜라만 3잔 마셨다."(※윤 전 대변인은 "30분 정도 마셨다"고 했음)

―몇 시까지 마셨나.

"12시 가까워지니 바가 문을 닫아야 된다고 하면서 호텔 로비 소파에서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자리를 옮겨 마저 마셨다. 당시 두 사람은 와인이 큰 잔에 반 정도씩 남아 있었다."

―술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나.

"바에 있을 때 화장실에 1~2분 정도 갔다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로비로 옮긴 뒤 내가 '먼저 차를 빼놓을 테니 전화 달라'고 하고 나왔다. 그리고 한 10분 있다가 전화가 와서 두 명을 태웠다."(※윤 전 대변인은 D씨가 계속 함께 있었다는 식으로 설명했음)

―당시 성추행 장면을 보거나 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나.

"내가 직접 본 것은 없다. 다만 호텔에 도착했을 때 윤 대변인이 평소와 달리 (기자들 많이 돌아다니는) 후문 말고 정문에 내려달라고 했다. 윤 대변인이 먼저 내리면서 A씨에게는 1분 정도 있다 내리라고 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한 8일 아침에 A씨를 봤나.

"당일 아침에 조찬 간담회에 가야 하는데 7시 반이 돼도 안 내려오더라. 그래서 A씨한테 전화를 했는데 다른 여성이 받았다. 이 여성은 격앙된 목소리로 'A씨는 이제 일 안 하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이 시점은 A씨와 문화원 여직원이 윤 전 대변인을 경찰에 신고한 시점. 이날 새벽 윤 전 대변인은 알몸 차림으로 A씨를 방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음)

―윤 전 대변인은 어떻게 했나.

"그래서 계속 기다리는데 얼마 있다 윤 대변인이 남자 수행원과 함께 까만색 핸드캐리 가방을 가지고 내려왔다. 조찬 행사장에 데려다 주고 기다리고 있는데 몇 십 분 후 남자 수행원이 허겁지겁 나와 '대변인이 지금 없다'고 했다. 내가 '차가 여기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자 수행원은 '나도 귀신에 홀린 것 같다'고 하더라."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조선일보][윤창중 파문] W호텔 바텐더 "CCTV에 다있다… 억울하다는 尹, 왜 보자고 않는지"(2013.05.13)


[윤창중 해명 의혹만 키워]

尹 "W호텔 바에 운전기사도 同席… 性추행 불가능"
- 대사관 "기사, 중간에 자리 비워"… 그때 性추행 가능성

尹 "샤워 중 女인턴 노크… 여기 왜 왔나, 나가라 했다"
- 尹의 호텔방 다녀온 女인턴 우는 모습을 여럿이 목격

尹, 새벽 5시 만취해 호텔 돌아와… 행적 미스터리
- 새벽 2시~5시 어디서 누구와 술 마셨는지 해명 안해

尹 "뉴욕선 행정본부 직원 통해 소주·과자 얻어먹었을 뿐"
- 뉴욕영사관 "가운 차림의 尹, 女인턴에 술 같이 하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귀국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는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러 대목에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①"운전기사 동석" vs "들락날락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밤(현지 시각) W호텔 바에서 인턴 A씨 및 운전기사와 술을 마셨다고 했다. 그는 "맞은편에 가이드(인턴)가 앉았고 운전기사도 있었는데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 조사에 따르면, 운전기사는 처음에 동석했던 것은 맞지만 중간에 자리를 비웠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만 얘기한 셈이다. 운전기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성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인턴 A씨의 친구가 A씨의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술자리에 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기가 허름한 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7일 밤(현지시각) 주미 한국 대사관 인턴 여직원 A씨를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된‘W 워싱턴DC 호텔’지하 1층 와인바(위). 왼쪽 사진은 호텔 입구
여기가 허름한 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7일 밤(현지시각) 주미 한국 대사관 인턴 여직원 A씨를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된‘W 워싱턴DC 호텔’지하 1층 와인바(위). 왼쪽 사진은 호텔 입구. /장상진 특파원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호텔의 꼭대기 바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 지하 1층 '허름한 바'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 'J&G 와인 바' 메뉴에는 치킨 샐러드가 18달러(약 2만원), 생굴은 '한 개'에 3달러(약 3300원), 와인은 병당 수십~2625달러(약 290만원)였다. 바텐더는 "꼭대기 층 바와 가격 차이가 없다"고 했다.

바텐더는 천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가리키며 "한국 대변인이 정말로 억울하다면 왜 이걸 열어보자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카메라는 2대가 있고, 사각(死角)이 거의 없다"고 했다.

②호텔방에서 "속옷" vs "알몸"

또 하나의 의혹은 8일 오전 6시쯤 윤 전 대변인 호텔 방에서의 일이다. A씨와 그의 동료들은 윤 전 대변인이 A씨에게 전화로 욕설을 하며 방으로 불러서 갔더니 그가 알몸 차림으로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샤워 중 노크 소리를 듣고 브리핑 자료를 갖다 준다고 생각해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인턴에게는 "여기 왜 왔나.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속옷 차림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직후 인턴이 호텔의 행정본부에서 울고 있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여럿 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민정수석실 조사에서는 "알몸 차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③새벽 5시까지 뭐 했나

윤 전 대변인의 행적 중 '공백' 부분도 관심사다. 그는 A씨와 헤어져 호텔로 돌아온 뒤 새벽 2시쯤까지 호텔 2층에 마련된 행정본부에 있었다. 그러다가 홀로 나가 5시쯤 돌아왔을 때는 만취해 있었다.

④뉴욕서도 가운 차림으로 "술 먹고 가라"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뉴욕에서도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 "(6일) 새벽 1시쯤 호텔 2층(행정본부)에서 직원을 통해 소주와 과자를 얻어먹었을 뿐"이라고 했다. 인턴 B씨를 호텔 방으로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 영사관 측은 12일 "호텔 2층에서 혼자 술을 마신 것과 성추행 의혹은 별개 사안"이라며 "B씨가 윤 전 대변인의 방에 불려갔다 나와서 보고한 시각은 5일 밤 11시쯤"이라고 밝혔다.

B씨 지인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당시 "에어컨 소리가 시끄럽다"며 B씨를 호텔 방으로 불렀다. B씨가 방에 들어가자 윤 전 대변인은 가운만 걸친 채 "술을 시켜 달라"고 했다. B씨가 룸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맥주를 주문한 뒤 돌아가려 하자 윤 전 대변인은 "그냥 가려고? 술이나 같이 하고 가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B씨는 "근무 중이라 곤란하다"고 답하고는 방을 빠져나와 영사관 측에 이를 보고했다.

2013년 2월 25일 월요일

[중앙시평] 자기 해방이 필요한 대통령의 사람들(2013.02.26)

정현종 시인이 '방문객'이란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쓴 게 기억이 납니다. JTBC 뉴스 앵커인 저는 지난 금요일, 마이크를 들고 삼청동 인수위 해단식에 나갔다가 어마어마한 일생들이 걸어오는 것을 봤습니다.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벤츠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가자 박근혜의 사람들이 줄줄이 사무실에서 나오더군요. 

 바람 찬 인수위 앞마당에서 박근혜의 사람들을 50분간 인터뷰하면서 제 마음속엔 앞으로 펼쳐질 박근혜 시대 5년의 기쁨과 걱정이 영상처럼 떠올랐답니다.

 기쁨은 무엇인가.

 국방장관 출신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눈빛을 본 것이었습니다. 김 실장은 김정은의 핵 협박에 대해 묻자 “핵 10개보다 무서운 게 사람의 눈빛이다. 이 말을 김정은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정은에게 전해 달라고 했지만 우리 국민을 향한 호소였습니다.

 -그들이 우리한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협박했는데 오히려 김정은이 하룻강아지 아닌가.

 “그 말이 맞다. 딱 맞아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그걸 지키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국가든 결국 생존과 번영 의지다.”

 김정은이 핵으로 쏘고자 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생존과 번영 의지일 겁니다. 한국인의 눈빛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채워서 덮어놓고 양보하라는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 이게 김정은이 바라는 것이죠. 김장수 안보실장의 눈빛은 핵 정국의 본질을 꿰뚫은 것이어서 마음 든든했습니다.

 링컨처럼 생긴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의 턱수염을 본 것도 기쁨이었습니다. 남의 턱수염을 본 게 왜 기쁨이냐고요? 턱수염은 근엄하고 의전적인 권력 문화와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죠. 길거리에서 턱수염은 하나의 취향이지만 청와대에서 턱수염은 주변의 무거운 공기를 벗어나는 일말의 자유의 바람이죠.

 -청와대에 가서도 계속 턱수염을 기를 건가.

 “(다른 곳을 쳐다보다 다소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길러야죠.”

 -인수위가 조용하긴 했는데 감동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한 감동이 필요하겠죠.”

 유 수석은 '조용한 감동'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조용하고 겸손한 건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하는 가치이고, 감동과 시원함은 국민이 요구하는 가치인데 둘을 섞었습니다. 그가 청와대의 무거운 공기를 헤치고 국민을 유쾌하게 하는, 감동을 아는 인물이길 바랍니다.

 걱정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의 사람들은 감동과 재미와 시원함이 적습니다. 좋은 정부는 좋은 정책으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설득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설득엔 감동과 재미가 필수적이죠. 박근혜의 사람들은 스스로 해방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사람들은 대체로 '무언가에 지그시 눌려 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해단식을 마치고 나오던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만 해도 그렇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접근하던 저를 보더니 무엇에 놀란 듯이 등을 보이며 뛰더군요. 아직 자리가 주어지지 않아(윤 대변인은 엊그제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발령받았죠) 인터뷰가 부담스러웠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스스로 자유롭고 국민에게 속 시원한 쾌감을 선사하는 인물형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왜 뛰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는 국민들에게 대변인이 무엇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득이론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설득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설득의 수단을 갖춰야 합니다. 설득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설득은 전인격적으로, 표정으로, 움직임으로, 바람결로, 한 줄의 메시지로 하는 겁니다. 김장수 실장의 눈빛, 유민봉 수석의 턱수염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쇠고기 통상외교나 대북정책에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설득에 실패했을 뿐입니다. 촛불시위는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설득의 실패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박근혜의 사람들은 실세(實勢)를 용서 않는 대통령의 용인(用人)철학에 눌려 있습니다. 대통령의 뜻이 조용하고 겸손하라는 데 있지, 강박에 눌려 감동도, 재미도, 시원함도 표현하지 못하는 목석이 되라는 건 아닐 겁니다. 대통령의 사람들이 감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게 국민 설득력을 되찾는 출발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의 사람들, 자기를 해방하시길 바랍니다.

전 영 기 논설위원·JTBC 뉴스9 앵커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사설]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에서 느껴야 될 일(2013.01.29)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29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 후보자 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발표에 앞서 박근혜 당선인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전했다.

새 정권의 첫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장에 서기도 전에 사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여론의 검증(檢證)을 겪으며 지금 우리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세대가 40년 전에는 누구나 별다른 의식 없이 행했던 일들을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잣대를 보며 세대 간에 건너기 힘든 격절(隔絶)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덕망 높았던 김 후보자가 그런 과정 속에서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원했던 일도 아닌 총리 자리에 대한 마음을 접었을 것이다. 본인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고 큰 허물이 없이 살아온 사회의 원로(元老) 한 분을 이렇게 떠나 보내는 우리 역시 적지 않은 손실을 본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 당선인이 인사비밀이 새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 보안(保安)을 우선한 데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 모든 대통령이 인사의 비밀이 지켜져 인사가 발표됐을 때 국민이 신선한 느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대통령제를 우리보다 170년 가까이 앞서 실시한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조각(組閣)과 개각(改閣) 과정의 상당 부분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노출하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 당선인 또는 대통령의 나라 사랑의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해도 그의 판단이 상식적 국민 판단보다 반드시 옳고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통령의 인선(人選)을 반의도적(半意圖的)으로 언론에 노출해 행여 인사권자의 판단에 있을지도 모를 미비점(未備點)을 여론에 비추어 사전에 보완하려 한 것이다. 사실 인사가 일단 발표되고 나면 신선함의 효과란 며칠을 지탱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국사(國事)의 어려움을 정리하고 헤쳐나가는 지명된 사람의 능력이다.

검증을 통해 드러난 문제와는 별개로 김 후보자가 과연 박 당선인이 '책임 총리제' 공약을 옮기는 데 최적격 인선(人選)이었느냐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거치며 법조계에서 존경받아 온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연령과 건강을 고려할 때 새로 출범하는 정부, 더구나 총리실을 비롯한 16개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시점의 총리직을 맡아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대통령과 이견을 조율하고 내각을 지휘하는 격무를 감당할 수 있겠는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만일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 인선에 앞서 몇몇 식견(識見) 있는 인사들과 자신의 인사 구상에 관해 의견만 나눴더라도 그런 지적이 제기됐을 것이다.

박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내각을 출범시키려면 20일가량이 소요되는 인사 청문 과정을 고려해 2월 5일까지는 장관 인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물은 찾기 힘들고, 인사 검증 시스템은 불완전하며, 시간은 촉박하다. 이제 당선인과 당선인을 만든 여당은 합심(合心)해서 정부의 공적(公的) 인사 검증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 정부의 출범 일정에 맞춰 인사를 대과(大過) 없이 마무리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이번 인사 파문을 우연(偶然)이 마련해준 재출발과 자기 교정(矯正)의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광화문에서/하임숙]비밀은 없다(2013.01.16)

지난해 말 한 스포츠 스타가 여자친구와 함께 호텔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미혼 여성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눈이 예뻐 ‘국민 훈남’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개중에는 이 스타가 ‘열애설’을 부인해주기를 바라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진이 공개되자 열애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다.

지금은 채식주의자로 더 유명한 섹시 여가수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재벌 2세도, 톱스타도 아닌 ‘평범한 음악인’ 남자친구와 사귄다는 사실을 전격 인정하고, 나중에는 고백을 하게 된 사연까지 솔직히 털어놨다. 한 연예매체에 남자친구와 안고 있는 사진을 찍혔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열애를 인정하기로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스타들이 예전과 달리 열애 사실을 쉽게 인정하는 건 유독 이 두 스타의 성격이 ‘쿨’해서만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비밀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06년 12월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중요한 계기 중 하나를 제공했다. 위키리크스는 정치, 외교 분야의 공문서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비밀문서까지 빼내 폭로에 나섰고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미국의 대형 은행 관련 문건을 폭로하겠다”고 하자 ‘그 은행’으로 소문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가가 단숨에 7%나 폭락한 게 2010년 말의 일이다. 나중에 해당 문건이 별 볼일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서 BoA 주가는 회복됐지만 기업들은 언제, 어떤 비밀이 폭로될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금은 위키리크스와 비슷한 사이트가 더 많아졌다. 굳이 거창한 사이트일 필요도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하면서 아주 평범한 개인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폭로’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대해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08년 ‘GM 사실과 허구’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고객이 GM 관련 루머를 블로그에 올리면 회사 측이 관련 자료를 직접 공개하면서 설명을 한다. ‘나쁜 뉴스’를 양성화해서 음지에서 커가는 힘을 차단한 것이다.

이젠 대부분의 회사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좋은 뉴스뿐만 아니라 나쁜 뉴스도 공유한다. 소비자들이 기업에 불리한 글을 올려도 해명만 할 뿐 함부로 지우지 않는다. 열애 사실을 인정한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쿨’해서라기보다는 비밀은 지킬 수도 없고, 나아가서는 공개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기업에 해를 끼치는 ‘블랙컨슈머’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지만 치러야 할 비용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계와는 달리 정치권에선 아직도 지켜야 할 비밀이 많고, 지켜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특히 차기 정부를 준비하는 핵심 인사들의 말과 태도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정현 당선인비서실 정무팀장은 “나는 외과 수술로 입을 봉해 버렸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기자들과 ‘불통(不通)의 벽’을 쌓았다. “선배 기자로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내가 인수위의 단독기자”라는 말로 화제가 됐다. 인수위로 파견 간 공무원들도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면 애써 눈길을 피한다. 기자와 함께 있는 모습만 들켜도 ‘경을 칠 수 있다’는 분위기 탓이다.

물론 정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정보의 유통 자체를 차단하거나 알리고 싶은 정보만 알리는 건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행동이다. 불리한 점을 자기 입으로 말하면 손해일 것 같지만 실은 더 이득이라는 ‘투명성의 패러독스’를 곱씹어 볼 일이다.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손규태 칼럼] 구소련의 신문들: 프라우다와 이스베챠(진실과 보도)(2013.01.03)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본지 편집고문) ⓒ베리타스 DB
필자가 1980년대 초반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경험한 일이다. 유럽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독일에서도 2월 11일 11시가 되면 사육제(謝肉祭)가 시작된다. 독일말로 퐈싱(Fasching)이라고 하는 이 축제는 기독교에서 예수 수난절 6주간이 시작되기 전 금식을 하던 관습(Fastnacht)에서 온 것이다. 독일의 경우 이 축제는 가톨릭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라인 강변의 도시들, 마인츠, 뒤셀도르프, 쾰른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벌어지는데 각 단체들이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고 거리를 행진하면서 사탕이나 빵 등을 길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로 진행된다. 이 날은 아직 겨울이 다 지나지 않아서 꽤나 추운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사육제 행렬을 구경한다. 필자도 가족들과 친지들과 함께 몇 번 구경나간 적이 있다. 날씨가 매우 춥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파는 적포도주에다 설탕이나 꿀을 타고 계피가루를 넣어 끌인 뜨거운 포도주(Glühwein)를 마시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낸 적이 있다. 이 행사는 방송이 거의 하루 종일 라인 강 상류도시인 마인츠로부터 뒤셀도르프 그리고 쾰른 순으로 중계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라인 강의 중간도시인 뒤셀도르프에서 실내행사가 계속되는데 커다란 홀에 모인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저명한 정치가나 연예인들이 나와 연설도 하고 재담도 하면서 청중들을 웃기고 즐겁게 한다. 어느 해인가 기민당의 콜 수상이 집권할 때인데 노동부장관인 불륌(Blüm)이란 키가 작은 사람이 나와서 재담을 늘어놓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당시는 아직도 냉전시대였기 때문에 그는 모순된 소련사회를 풍자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련에는 지금 두 개의 커다란 신문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진리“라는 뜻을 가진 신문 프라우다가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도“라는 의미를 가진 이스베챠라는 신문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소련의 신문 프라우다에는 이스베챠가 없고 또 이스베챠에는 프라우다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청중들은 배를 쥐고 웃어댔다.

필자는 처음에는 왜 그들이 그렇게 웃는지 당장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프라우다에 이스베챠가 없다는 것은 진리라는 신문에는 선전만 있고 보도는 없다는 것이고, 또 이스베챠에는 프라우다가 없다는 것은 보도라는 신문에는 진실 즉 진실보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 사회주의 국가들, 특히 구소련의 언론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서구의 자유세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언론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언론이 진실보도를 하지 않고 정부의 선전이나 한다면 그 사회에 사는 국민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는 암흑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부패하고 결국은 멸망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필자가 이러한 구소련의 언론행태를 회고하게 되는 것은 오늘날 한국의 언론 상황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 상황의 왜곡은 모두가 다 아는 대로 제도적 모순들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그 정도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주요언론으로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 그리고  몇 개의 주요 신문매체들이 있다. 공영방송으로서는 KBS, MBC 그리고 EBS가 있으며 상업방송으로서는 SBS, OBS 등과 이른바 얼마 전에 인간된 신문사들이 소유한 종편케이블 방송들이 있다. KBS, MBC 등은 공영방송국이라고는 하지만 구조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공영방송이라 함은 소극적으로 정의해서 국영방송이나 상업방송이 아닌 시민단체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방송을 말한다. 따라서 방송을 국가나 정당이나 기업이 운영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공공단체들, 즉 시민단체들, 예로서 노동조합, 농민조합, 종교단체나 제반 이익단체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공영방송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중들의 단체들이 운영하는 것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공영성 아니 공공성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자. 사전적 의미에서 공공성이란 1.누구나 듣거나 볼 수 있는 것. 2.개인이 아니라 많은 사람 혹은 전체 대중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3.국가와 관련된 것 등이다. 이미 18세기 유럽의 법률 문서들에서는 “공공적”이라는 말에 대한 두개의 지배적 의미들이 구별되어서 사용되었는데, 그것은 공공의 복리 혹은 국가와 같은 공동체와 관련되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 공공성 철학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임마누엘 칸트는 그 개념의 초월적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관련된 행위들, 공공성과 합치되지 않는 것들의 원리는 부당하다.” 그리고 이 개념을 법과 정치원리와 관련시켜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공성을 필요로 하는 모든 원리들은(그것들의 목적에 타당하기 위해서) 법과 정치와 합치된다. 왜냐하면 그 원리들이 단지 공공성에 의해서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것들은 대중의 보편적 목적(풍족한 행복)에 합치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것은 (대중을 자기들의 처지에서 만족하게 만드는) 정치의 본래의 과제와 일치한다. 따라서 공적 권리란 그것이 대중의 보편적 목적들, 즉 공적 관심사를 지향하는 것을 통해서 드러나게 된다. 전정한 정치란 “공적 권리의 이념과 일치하는 의미로 제약된다.” 따라서 공공성은 대중과 관련된 것이며 정치가 일반 대중의 복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의 기초가 되는 법과 제도는 이 공공성 원리와 합치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런데 한국의 공영방송의 운영주체는 이러한 대중들이 주체가 되는 시민들의 단체들이 아니고 대통령이나 국회가 제청하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이사회를 통해서 운영된다. 행정부와 입법부(사법부는 제외)가 공영방송의 운영주체를 구성하는 권한을 갖는 것은 물론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행정부나 입법부는 국가기관이지 공공기관은 아니다. 따라서 유럽 선진국들처럼 공영방송의 운영주체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 같은 것들에 의해서 방송국의 사장 등 중요한 인사가 단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공영방송의 운영도 상업방송들과는 달리 시청자들이 낸 시청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제작하는 것도 이들 시민들의 단체들에 의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일례를 들면 독일의 경우 공영방송은 일주일에 한 시간씩 종교단체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에게 할당되고 그 프로그램은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 그 단체들에 의해서 제작된다. 그 제작된 프로그램은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방송국을 통해서 송출된다. 공영방송에 참가하는 노동조합이나 농민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배정받고 프로그람을 자체적으로 제작하여 송출한다.

이렇게 시민들의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서 방송의 운영주체를 결정하고 시간할당을 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자기들의 시간에 방송할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 방송의 공공성, 즉 공영성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공영방송을 자청하는 지상파 방송이나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종편 케이블 방송들을 시청한 결과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비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상파 공영방송들은 대통령선거에서 거의 보도기능이나 비평기능을 하지 않고, 그런 기능을 했던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징계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을 연출했다. 다른 한편 이른바 종편들은 거의 모든 시간과 프로그램을 선거방송에 할당하여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과 그 후보를 지원하는 편파적 방송을 감행했다. 특히 종편의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극우적 인사들이 거의 총출동하여 일방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는 전대미문의 언론왜곡을 일삼았다. 그 대표적 예가 박근혜당선자의 대변인으로 지명된 윤창중이란 사람이다. 그 사람은 거의 히틀러의 선전상이었던 괴벨 수준의 망언과 망발을 일삼았는데 그 사람이 대변인 된 것은 심히 우려스럽고 유감이다. 이런 식의 편파방송이라면 지도자를 무작정 고무하고 찬양하는 북한의 방송매체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한국의 언론들은 구소련의 언론에서 보았던 것처럼 진실보도는 실종되고 왜곡보도와 일방적 선전을 통해서 혹세무민들 일삼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선거기간동안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이라는 주제에 매달려서 언론의 본래의 모습인 공공성을 망각한 왜곡된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모든 개혁에 앞서서 매일매일 국민의 일상적 삶과 관련된 언론을 바로잡아서 그 공공성을 담보하여 국민들의 이익에 종사하는 기구로 만들 때이다.

2013년 1월 8일 화요일

김지하 "문재인은 형편없고 안철수는 깡통, 박근혜는…"(2013.01.08)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시인 김지하씨가 ‘자격 논란’을 빚고 있는 윤창중 인수위 수석 대변인 임명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편을 들었다.

김씨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변인 입에서는) 막말 수준이 나와야 한다”며 “박근혜(당선인)가 막말하겠소?”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사회자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국민 48%에 대해 윤 대변인이 ‘국가전복세력, 공산화시키려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막말 수준이다”라고 지적하자 “공산화 세력(야권 정치인들)을 쫓아가니까 공산화 세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본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신에 반대했던 지학순 주교의 묘소를 참배하고 왔다는 소개도 했다. 박 당선인의 유신 반성 문제와 관련해 사회자가 “똑 부러지게 사과를 한 건 아니다. ‘공과 과가 있으니 역사에 맡기자’는 정도로 정리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대통령이 그 이상 뭐 하겠소? 발가벗고 춤을 춰야 돼요? 아니면 무덤 앞에서 울어야 돼요?”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해선 ‘독설’ 수준의 말을 퍼부었다.

그는 “시대가 달라졌는데, 아직도 왕왕 대고. 내놓는 공약들이나 말하는 것 안에 김대중, 노무현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갖다 바친 돈이 폭탄이 돼 돌아왔다. 그대로 꽁무니 따라서 쫓아간 게 노무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문 전 후보를 반대한 것이냐’는 질문엔 “반대가 아니라 ‘형편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지원을 했기 때문에 점점 통일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는 “이 방송 빨갱이 방송이요?”라고 반발했다.

김씨는 안 전 후보에 대해 “처음에는 기대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정치”라며 “매일 떠드는데, 가만 보니까 깡통”이라고 말했다.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오늘과 내일/유윤종]언어의 과잉투약(2012.12.28)

어릴 때 병원에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사람은 위인전 속 나이팅게일 같은 흰옷을 입은 ‘간호원 누나’였다. 주사의 공포감에 울면 미소 지으며 사탕을 건네기도 했다. 그 간호원 누나들은 1987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이듬해부터 ‘간호사’로 불리고 있다. ‘간호원’에 비전문적인, 비숙련직의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바꾸었다고 한다.

선거 치르며 ‘언어 수위’ 높아져

간호사들의 업무가 전문적이며 고도의 숙련을 요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의문이 남는다. 교사에 대학교수 등을 합친 개념이 ‘교원’이다. 그런데 ‘원(員)’이 ‘사(師)’보다 낮다면, 교사가 교수를 만났을 때 이들을 ‘교원들’이라고 부를 경우 교수나 교사보다 숙련도가 낮아지는 걸까.


어릴 때 택시를 타면 노란 정복에 흰 장갑을 낀 ‘운전수 아저씨’가 있었다. 지금은 ‘운전기사’가 되었다. 역시 ‘운전수’라는 단어가 비전문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식을 중심으로 ‘셰프’를 대체하고 있는 ‘숙수(熟手)’는 어떻게 되는 걸까. 끓이고 익히는 단순 업무만을 하는 사람인가. 직업명에 놈 자(者) 자가 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특정의 장애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서 비장애인들보다 우수한 자질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사회가 그들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전에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등을 부르는 말은 순우리말을 썼다. 이 말들이 비하적 표현이라고 해서 바꾼 것이다. 대부분 그 순우리말 자체에 비하적인 요소는 없는데도 그렇게 순우리말 몇 가지가 일상회화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새로 쓰는 말들을 언중(言衆)이 비하의 뜻을 담아 사용하게 된다면 그 말들은 또 바꾸어야 될 것이다.

이 같은 일들은 점차 약효가 강한 약들을 쓰게 되는 항생제 과잉투약 현상을 연상하게 한다. 쓰던 항생제가 듣지 않게 되면 다른 약으로 대체하고, 결국 최신의 항생제로도 듣지 않는 병원체가 만연하게 된다. 한두 사람이 조심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전국의, 전 세계의 환자들이 고단위 항생제를 아낌없이 투약할수록 항생제 위기는 커진다.

두 건의 큰 선거가 있었던 2012년, 우리 사회의 언어 수위는 유난히 높았다. 한쪽 진영의 공분을 산 언어는 반대쪽으로부터 더 격한 수위의 언어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반대 진영에 ‘구역질’ ‘창녀’ 등의 표현을 퍼부은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 임명에 대한 야당 측의 실망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정치권과 이 사회가 뿌린 ‘거친 입’의 맨얼굴을 그에게만 투사하고 홀가분해할 수는 없다. “공산당 같다” “김일성의 아명(兒名)” “×물을 튀기는 잡탕” “기생충” “홍어×” “그×(여성을 뜻하는 비칭)”…. 양측 공식 대변인 라인을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서 선거 기간 안팎에 쏟아진 말들이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각종 인터넷 게시판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젠 거칠었던 표현들 순화시킬 때

이제 선거는 지나갔다. 표현의 강도가 높아진 언어들을 ‘쿨다운(냉각)’할 시간이다. 새로 출범할 정부에 걱정되는 징후가 발견되면 적확하고 투명한 언어로 지적해 주면 된다.

마침 한 해의 마지막 달력도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우리 누구나 한 해 동안 주변에, 이웃에, 동료에게 크고 작은 말의 폭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우리 전래 설화를 각색한 웹툰 ‘신과 함께’에는 ‘발설(拔舌)지옥’이 등장한다. 사람은 저승에 가서 입으로 행한 죄로 인해 혀를 뽑히고, 소가 그 혀를 갈아 밭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설화를 만들어낼 만큼 말의 폭력을 경계했던 조상들의 정신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 해 동안의 ‘과잉언어’를 새하얗게까지는 아니라도 쓸어내고, 정확하고 합리적인 언어가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새해가 되기를.